정재왈
예술경영가·서울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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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예술의전당의 ‘다음 30년’ 서울 예술의전당이 며칠 전 공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작했다. 회원 가입을 하고 ‘디지털 스테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예술의전당에서 제공하는 공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PC와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하면 된다. 지난 11월15일에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안드리스 넬손스 지휘)의 공연 실황도 디지털 스테이지에서 바로 만날 수 있다. 공연 OTT가 이제 혁신적인 기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술의전당이 한다니까 솔깃하다. 예술의전당은 적절한 재원과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 공연 영상화 사업 ‘SAC 온 스크린’으로 다진 동영상 녹화 및 녹음 기술력도 갖췄다. 이를 모은 역량이 온라인상에서 잘 구현된다면, 세계에서 이 분야를 선도한 영국 국립극장(NT)의 ‘NT 라이브’ 못지않을 수 있다. 예술의전당의 디지털 스테이지보다 ‘한국의 공연예술’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OTT는 이 세상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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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김민기와 학전블루 소극장의 앞날 서울 대학로 복판에 있는 학전블루 소극장이 폐업을 ‘예고’했다. 개관 33주년인 내년 3월15일 문을 닫는다고 한다. 기간이 좀 남았는데 예고까지 하면서 폐업하겠다는 속사정이 궁금했다. 뜻을 가지고 소극장을 운영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만, 학전블루 소극장은 아등바등하면서 잘 견뎌온 터다. 그런 듯이 보였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학전블루 소극장을 이끌어 온 선장의 유고였다. 그가 몹시 아프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누구든지 성한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기면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극장 운영은 무리일 것 같아 접기로 했어요.” 상심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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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위대한 고려극장 만세 고려극장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에 있는, 91년 역사의 고려인 공연예술 공동체다. ‘극장’이라는 이름을 보고 장소로 극장만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예술단체라는 의미를 보태야 완전체가 된다. 카자흐스탄에 뿌리내리고 사는 ‘고려인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단체이자 극장’, 이게 고려극장의 본모습이다. 지난 19일 오후 알마티 보겐바이 바트라 158번지에 있는 고려극장을 방문했다. 극장은 디귿자(ㄷ)형의 2층짜리 옅은 노란색 건물로, 바로크 양식의 균형미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뭇 포근한 느낌이어서 고즈넉한 어느 공원 속 저택에 온 것 같았다. 알마티 시내의 유서 깊은 건축물이 대개 이런 모습인데, 고려극장 건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 로디온 고려극장 부원장 말로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카자흐스탄의 기념건축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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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음악가의 ‘판박이 프로필’ 유감 공연 프로그램에 적힌 음악가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며칠 전 어느 연주회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런 경험을 다시 하고는 빙긋이 웃고 말았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뭐, 이건 관습이야! 웃고 넘기자고.” 혼자 그렇게 웃고 넘기려다 뭐라도 좀 고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괜한 ‘지적질’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연 프로그램이나 보도자료에 있는 음악가 프로필의 ‘일반적인 공통점’에 관한 이야기다. 공연 관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전에 프로그램을 읽던 기억을 더듬어 보고, 앞으로 공연을 보게 될 사람들은 음악회 프로그램에 소개된 출연자들의 프로필을 유심히 살피길 바란다. 내 말이 적어도 억지로 보이지는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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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가을 ‘오케스트라 대전’과 궁금증 다가올 가을과 초겨울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오케스트라 대전’이 펼쳐진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투어 내한 공연을 한다. 코로나19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는 한 기획된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얼마나 귀 호강할 일인가. 비행기 타고 이역만리를 날아갈 필요 없이 안방에서 세계적 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단, 돈이 문제이긴 하다. 만약 당신이 콘서트홀의 최고등급석에서 최적의 음향을 즐기고 싶다면 수십만원은 거뜬히 지출해야 한다. 비싸고 귀한 것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관람료가 턱없이 비싸다고 느끼면, 등급을 좀 낮춰 저가 티켓을 노리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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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공공외교와 예술의 힘 지난 6일 저녁 캐나다 밴쿠버의 퀸 엘리자베스 극장에서 인천시립무용단의 <춤, 풍경> 공연을 관람했다. 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3000석의 공연장은 때맞춰 온 관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주밴쿠버총영사관이 주최한 공연은 관객 구성이 다양했다. 대부분 초청 교민일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견종호 총영사는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알겠지만, 밴쿠버는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사는 모자이크 도시”라며 “한국의 문화예술을 직접 보고 즐기려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에는 캐나다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보였다. 밴쿠버시를 품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데이비드 이비 총리를 비롯하여 라즈 초우한 BC 의회 의장, 앤 캉 BC 정부 장관, 보니타 자릴로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단체 관람하는 밴쿠버 경찰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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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서울시티발레단’은 어떨까 예술단체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꼭 그 분야의 형편이 나은 건 아니다. 매사가 그렇듯이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다. 과장된 얘기지만, 예술가 숫자와 단체가 맞먹어 보이는 분야도 있는데 그렇다고 형편이 좋은가. 그렇진 않다. 예술단체의 수와 관련해서 유독 열세를 보이는 곳이 발레다. 고난도 기술을 연마한 무용수의 수급에서 한계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국내의 발레단 수는 확실히 적다. 고정급이 가능하고 전막 발레를 소화할 수 있는 직업무용단이라야 고작 세 곳 정도다. 국공립에 해당하는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 민간의 유니버설발레단을 꼽는다. 형편은 훨씬 그만 못하나, 그래도 꾸준히 공연을 할 수 있는 중소규모의 발레단이 많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 열악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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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거울 리더십’과 문화경영 지도력이라는 뜻의 리더십을 어떤 사람의 ‘특출한 능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안정적으로 조직을 경영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출까지 아니더라도 특별한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한다.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십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된다. 예술경영이나 문화행정 등 제도권 교육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지만, 현장에서 그 중요도가 날로 높아가는 ‘과제’다. 과제는 숙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의미다. 리더십 자체가 변화무쌍한 생물 같아서 애당초 몇 가지 범주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한 일이긴 하나, 특히 문화예술계에선 보편적인 윤곽을 그려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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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역사성 앞으로 미국 뉴욕에 가는 사람들은 더 이상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16일 <오페라의 유령>이 브로드웨이의 머제스틱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1988년 초연 이후 35년(총 1만3981회 공연) 만의 일이다. 이 작품을 보고 싶다면, 이제 뉴욕 대신 런던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은 아직 살아 있다. 1980년대 영국 뮤지컬 네 편이 브로드웨이를 강타했다. 뮤지컬 <캣츠>를 필두로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이 런던 세계 초연 후 2년 간격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뉴욕 브로드웨이는 예나 지금이나 세계를 대표하는 뮤지컬과 연극의 본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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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임기중력’ 뚫은 발레스타 강수진 엊그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연임 소식이 있었다. 네 번째 연임이다. 국립예술단체장으로 처음이라는데, 굳이 국립예술단체장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풍토에서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국 각지의 사례를 다 따져봐도 처음이 아닐까 한다. 같은 예술 현장 종사자로서 무척 반갑고 고맙고, 축하할 일이다. 한국에서 문화예술단체장(기관장) 임기는 대개 3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직속)기관이 이 정도다. 물론 제도상, 강 단장의 경우처럼 몇 차례 연임도 가능하게는 돼 있다. 지역의 사정은 이만 못하다. 지역문화재단 등 지자체 문화예술기관장은 임기 2년짜리도 많다. 여기도 규정을 ‘2+@’로 해놓고 연임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단임 천장을 뚫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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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한국문화원의 약진 자국의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현지에 ‘문화원’을 두고 있다. 조직의 위상과 형태, 중점 사업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문화예술을 내세운 공공외교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고, 순수하게 문화예술의 국제교류에 역점을 두는 곳도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자국의 언어교육과 보급은 기본이다. 여기에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지원이 더해진다. 주한 외국문화원에 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문화원의 역할을 잘 알 것 같다. 외국어 공부나 해외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곳이 많지 않던 시절, 주한 외국문화원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독일문화원과 프랑스문화원, 영국문화원이 그런 곳이었다. 여기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배우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만들었다. 여전히 문화예술 국제교류의 거점 역할을 하는 이런 문화원 외에 이젠 웬만한 나라들도 한국에 문화원을 두고 있다. 국제적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잣대로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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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극장과 레퍼토리 노래방이 유행이던 시절 레퍼토리는 참 어려운 문제였다. 부를 차례를 기다리면서 비닐로 단단히 코팅된 노래책을 한참 뒤적거려도 마땅한 곡이 떠오르지 않았다. 절망의 순간, 겨우 생각나는 곡이 노사연의 <만남>이나 윤수일의 <아파트>였다. 내 또래가 알다시피 이 노래는 ‘우리들의 레퍼토리’였으므로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레퍼토리는 잘 부르거나 보여줄 수 있는 이 같은 개인기를 말한다. 한데 이것이 공연예술 같은 전문 분야에서 쓰일 때는 의미가 좀 더 구체화된다. 예술단체나 극장 등이 상시 공연할 수 있도록 준비된 고유한 공연 작품 목록, 이걸 레퍼토리라고 한다. 명문 예술단체나 극장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기이자 무기로 이걸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