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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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정권안정론은 허상 거의 대부분의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은 정권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온다. 지난 총선에서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여당의 정권안정론이 먹혔고, 지난 대선에서는 부동산 가격상승 등에 대한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먹힌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안정론과 심판론이 등장했는데 우리에게는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왜 정권을 안정시켜줘야 하는지, 왜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안정론이 경제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해보자. 우선 여당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권 지지를 해달라고 말한다. 만약 현 정권 들어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 국회에서 거대 야당에 의해 막혔으면 이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런데 여당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데 야당이 막은 게 아니다. 오히려 추경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물가안정정책은 물가담당 사무관까지 지정하면서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가 이끌어왔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유지하는데 야당이 멱살 잡고 금리를 끌어내린 것도 아니다. 경제에서의 문제는 거야의 몽니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찍었다. 향후 물가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높은 편이다. 그 원인으로는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의 건전재정정책 때문에 물가가 잡혔다는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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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조용한 공천은 조용한 사익 추구 한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친명’을 심고 ‘친문’을 찍어내는 공천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의원들에 대한 트라우마라는 심리적 접근도 있었으며 자신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공천의 목적에 이 대표의 사익 추구가 끼어 있다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은 조용하다는 평 일색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조용한 공천이 감동적이라며 승복한 분들의 감동적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연 이 대표의 시끄러운 공천과 한 위원장의 조용한 공천이 이 대표만 사익을 추구했고 한 위원장은 공정을 추구했기 때문일까? 지나가던 소도 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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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보수가 나라를 갉아먹는 방법 한국에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권력자들의 수준은 한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오직 선거 승리가 목적인 보수를 사칭하는 선거결사체인데 이들이 나라를 갉아먹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이다. 우선, 보수 사칭 선거결사체들은 권력 쟁취라는 사익 추구가 목적이지 공공성 이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부정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은 검사 시절 재벌 수사로 공정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쌓고 그것을 기반으로 심지어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재벌총수를 사면하고 심지어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 법원에서 이례적인 전부 무죄가 나오는데 전혀 창피함이 없이 무죄판결이 재벌총수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검찰의 기소 논리를 무력화시키려는 재계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판결을 옹호하기까지 한다. 얼마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1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국 그들은 검사 시절에도 공정, 정의를 위한 사명감보다는 굵직한 재벌 사건을 해야 검찰에서 출세하기 때문에 수사했던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원칙을 지키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국가 운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성도 일관성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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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실패한다 작년 12월29일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출범시켰으니 이제 2주가 좀 넘어간다.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가 있겠으나 정부·여당의 조직차원에서 보면 1인자-2인자 조합이 구성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여당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한동훈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었으니 1인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실질적 2인자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조합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여당 대표가 바지사장일 때와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1인자-2인자 조합에 대한 연구들이 보여주는 1인자-2인자 조합의 장단점을 따져보았을 때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한동훈 조합은 장점이 없고 단점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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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보수들의 ‘봉숭아학당’ 최근 윤석열 정권의 위기는 좋지 않은 경제, 부산 엑스포 참패, 김건희 리스크 등이 겹친 것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한국 보수의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보수를 자처하지만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없는 백지상태이다. 그런데 주변 참모·국민의힘·보수지식인들은 “대통령님, 저요! 저요!”하면서 대통령에게 각자 준비한 개인기를 들이밀기 바쁘다. 한마디로 봉숭아학당식 난장판인데 최고 권력자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거야 어느 정권이든 마찬가지이니 별문제가 아닐까? 아니다. 윤 정부는 한국 보수가 공유하는 철학 없이 오직 권력을 위한 선거결사체로 변질된 지 오래인데, 정권 1년 반이 지나도록 이렇게 오리무중 정국을 만들기도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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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우파 포퓰리스트는 사방을 난사한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어려울 때 속내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결국 보궐선거 이후 한 달 동안 “의대 정원 확대-김포 서울 편입-공매도 금지-은행 다시 때려잡기-상속세 폐지” 등이 쏟아져 나왔다. 또 보수언론마저 포퓰리즘 정부라 비판하는 와중에, 자기들은 포퓰리즘이 아니며 젊은 세대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정부라면서 있는 대로 힘을 주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중 두 개는 퇴로를 찾는 중이다. 연금개혁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만 담긴 맹탕개혁안을 국회로 던져버렸고, 노동개혁은 노사가 원할 경우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겠다면서 세부적인 개선 방안은 노사정 대화로 넘겨버렸다. 총선 전까지(어쩌면 다음 대선 전까지) 윤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우파 포퓰리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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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국민은 계속 피곤해질 것이다 경제학에 ‘주인-대리인’ 이론이 있다. 주인이 직접 자신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대리인에게 맡겨 놓는 경우 대리인의 사익추구·도덕적 해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주인이 대리인을 완벽하게 감시·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라는 것도 광의의 주인-대리인 문제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리인인 대통령에게 통치를 맡겨 놓는데 이 와중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이 정권에게 통치를 온전히 위임할 수 있으면 사실 가장 좋다. 내 일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전히 통치를 맡길 수 없으면 국민이 피곤해진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옳다”고 반성하지만 앞으로 국민은 계속 피곤할 것이다. 이유는 세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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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몇가지 예측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한참 동안 과연 이 정권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헷갈려 했다. 그런데 향후를 예측해 볼 만한 몇 가지 근거들이 쌓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열 정권은 한국 역사상 초유의 매우 부정적인 의미의 ‘우파 포퓰리즘 정권’이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다는 우파 포퓰리즘 정권은 미래를 망치게 한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형태라는 게 일반적인 정의인데 이는 정교하지 못하고 일부 좌파는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최근 경제학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더 구체적인 정의를 사용한다. 우선 포퓰리즘 정권은 공통의 이데올로기가 없다. 좌파 포퓰리즘 못지않게 우파 포퓰리즘도 광범위하게 관찰되는데 히틀러·트럼프가 대표적이다. 같은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해서 공통의 의제가 많지도 않다. 즉, 트럼프의 의제로 윤석열 정권의 의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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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선거는 괴벨스를 원한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의 80%가 반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깔아뭉개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MB정권 괴벨스”라고 불리기까지 한 인물이다. 요제프 괴벨스는 나치 독일 시절 언론장악을 통한 유대인 척결 선동으로 악명이 높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 위원장이 “가짜뉴스 척결과 언론 공정화의 적임자”라는 옹호와 “내년 총선을 위한 언론장악 노림수”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옹호와 비판 중 비판이 논리적으로 더 견고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경제학 특유의 ‘우울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면 선거는 괴벨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치시대 라디오에 대한 실증연구를 보면 미디어는 선거에서의 영향력이 제법 크다. 괴벨스가 주도한 반유대인 선동은 나치의 득표율을 높였다. 또 나치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속적인 선동은 원래 반유대인 정서가 강했던 지역의 반유대인 정서를 더욱 강화시켰으나 그렇지 않았던 곳에서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정권의 지지층을 더욱 강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울한 것은 이게 단지 1930년대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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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앵그리버드 정치인’의 해악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질 능력은 안 되고 내가 주목하는 것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같은 정치인의 행태이다. 그는 갑자기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그러더니 연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민주당 간판 걸고 붙자” 등 버럭하며 핏대를 세웠다. 요즘 정치인들이 언론 앞에 나와 기자와 국민들을 겁박하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국민들이 무서워서 찍소리나 하겠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앵그리버드 정치인’들의 해악은 상당하다. 우선 원인부터 알아보자. 도대체 왜 원 장관 같은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핏대를 세울까? 최고권력자와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것은 제외하고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전략적 분노이다.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것이다. 1950년대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당장이라도 핵전쟁을 할 것처럼 밀어붙여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려 했던 외교적 협상전술인데 이를 국내 정치에 차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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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슈퍼빌런의 경제학 경제학에 슈퍼스타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소위 말하는 셀럽들 사이에서 소수의 최상위가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어느 분야든 최상위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 엄청난 소득의 독식을 설명하기 어렵다. 벌어지는 소득 차이만큼 최상위의 능력이 차상위에 비해 좋아졌다고 말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들이 탄생하는 데에는 기술의 발전이 한몫한다. BTS는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시장을 어렵지 않게 커버하는데 그게 인터넷일 수도 있고 유튜브일 수도 있다. BTS가 세계적 슈퍼스타가 된 데에는 그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IT기술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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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신념과 아집의 혼동 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경제적인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서 행동한다는 건 협소하고 건조하다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가정치고는 과히 나쁘지 않다. 꽤나 많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큼 인간의 행동을 잘 설명하는 건 자기합리화이다. 자기합리화를 잘 묘사해주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불법 무기상의 대사이다. “자동차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알아? 사람들이 자동차를 팔지 않으면 나도 무기 안 팔아. 적어도 내 총은 안전장치라도 있어.” 자신의 행동을 사후적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이 자기합리화인데 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럴듯한 논리를 개발해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도 하고, 뭔가 책임이 필요한 행동에는 자기합리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듯 보이는 이유가 있어야 본인이 책임을 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좋게 생각하면 적당한 자기합리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다. 듣는 사람이야 ‘아, 저 인간은 왜 또 저렇게 억지를 부리나’ 짜증나겠지만 자신의 모든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피곤해서 못 산다. 그러나 이게 적정선을 넘어서면 사회적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자신의 행동과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기 시작하면 집착에 가까운 자기합리화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합리화와 권력이 합쳐지면 무서운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드는 집단을 찍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