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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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짝퉁 잡스’는 산업정책의 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은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정책, 코스피 5000으로 상징되는 자본시장 활성화 전략, 인공지능(AI)을 중심축으로 한 산업정책 등이다. 앞의 두 정책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상법 개정을 통해 이미 시동이 걸렸고, AI 분야는 ‘글로벌 AI 3강 도약’을 목표로 이제 시작이다. 과학기술 중심의 산업정책 자체는 바람직하다. 특정 산업의 성장을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은 한때 구시대적 발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다시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저성장과 생산성 정체라는 구조적 문제를 돌파할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산업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정경유착과 과장된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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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사회 곳곳에 윤석열이 많다 이재명 정부의 1호 법안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특검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이다. 6월11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식 공포됨에 따라, 이 법안은 바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번 단행이 “지난 6·3 대선에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국민 뜻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민생보다 정쟁에 치중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 역시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추경 편성을 포함한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이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쩌다 적폐”를 만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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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아버지, 당신을 배신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29일 미시간주에서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연설 행사를 열고, 미국의 심장부인 ‘하트랜드(Heartland)’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시간을 비롯한 중서부와 남부 일부 지역을 일컫는 하트랜드는 오랜 세월 제조업·농업·에너지산업의 중심지였으며,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는 이곳을 “워싱턴과 글로벌 엘리트가 외면한 진짜 미국의 심장”이라 부르며, 하트랜드를 경제와 사회의 근간으로 재조명해왔다. 그는 노동자들의 삶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을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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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하버드 출신이라고 쫄지 마라 나는 그동안 엘리트 전문가와 관료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모든 문제를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단순한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은 전문가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믿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관료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관료가 일종의 ‘전문가적 야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권의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절제된 브레이크를 거는 방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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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오만하고 무책임한 엘리트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최근 몇년간 칼럼과 책을 통해 과두 정치(oligarchy)에 대한 경고를 지속해왔다. 과두 정치는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해 통치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얼핏 보면 그들의 비판은 중국이나 북한의 일당 중심 체제나, 부패한 엘리트에게 휘둘리는 중남미의 ‘바나나 공화국’을 겨냥한 듯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의 비판 대상은 바로 미국이다. 그들은 오늘날 미국의 과두들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를 바나나 공화국 수준으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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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음모론 정치인들은 시장경제의 적 탄핵 정국의 한국 사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중 하나는 소위 주류 보수 정당이었던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걱정이다. 그들은 과연 ‘부정선거론’을 필두로 한 극우 음모론을 진심으로 믿는 것일까, 아니면 믿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음모론의 편을 드는 것일까. 그들의 입장이 어느 쪽이든 간에 앞으로도 음모론적인 애매한 행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반(反)중국 등 안티 외에 생산적 의제를 개발할 의지가 없어 보이며,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우파 정치에서 음모론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해외 사례를 차용하며 같은 전략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런 세력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이런 세력들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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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신종 음모론자 윤석열의 폐해 ‘음모론’이란 권력자나 특정 개인, 집단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행동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설명이나 과학적 증거를 거부하고, 대신 의도적인 은폐와 음모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9·11 테러 자작극’ ‘백신 부작용 은폐’ 등이 있다. 최근 한국사회를 보면, 음모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신종 음모론자 윤석열의 폐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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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보수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렸다 최근 한국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를 찔리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황당한 집단에 대해서 우리는 신랄한 평가를 하고 기대를 버려야 한다.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보수, 더 정확히 말하면 보수를 참칭하는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 그리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된 엘리트 집단이 단순히 경제운영 능력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경제운영을 맡겨서는 안 되는 집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거대한 사익추구집단에 불과하다. 중요한 몇 가지만 되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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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불신지옥 카카오는 2023년 여러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으며, 창업자 김범수 의장도 조사를 받고 올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나왔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매출 과대 계상 혐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등도 연달아 터졌다. 당시 김 의장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을 쇄신의 구원투수로 영입했는데 얼마 후 이분의 유명한 발언이 나온다.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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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권력자는 족쇄를 차야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그들은 국가 번영에 대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법의 지배가 불완전하고 인구를 착취하는 제도를 가진 사회는 성장이나 개선을 이루지 못한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수상이유를 밝혔다. 이제 그들은 거장이 되었다. 원래 거장이 되면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는다. 사람마다 그들의 연구를 해석하는 관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내가 그들의 연구를 이해한 방식과 한국사회에 어떤 교훈을 던져줄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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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트럼프의 숨겨진 폐해 미국 대선이 5주 앞으로 다가왔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해 중국에는 60% 관세, 그 외 국가에는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른다. 더 이상 자유무역은 없다며 환율전쟁까지 예고한다. 뭐, 따지고 보면 해리스 부통령도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정책을 펼칠 테니 별다를 거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난 트럼프의 폐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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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윤 대통령이 이념전쟁을 하는 이유 한동안 쪼개진 광복절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용산에 밀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8·15 경축식에 불참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반쪽 경축식에서 윤 대통령은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가동을 이야기했다. 화룡점정은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찍었다. 누구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의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흉기라며 검은 선동 세력에 우리 국민들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 후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멘토였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8·15 경축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참모들에게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말을 그대로 돌려드려야 할 거 같다. 다수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