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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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한뼘 양생 요가하는 마음 난 요가 마니아다. 특별한 장비 없이 요가 매트 한 장과 그것을 깔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는 단출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갱년기 극복 프로젝트로 댄스 스포츠를 예찬하거나 헬스장에서 체계적인 PT를 받을 것을 권유했을 때도 의연히 요가 중심주의 노선을 고수했다. 그렇다고 요가 생활이 늘 소박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요가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M사 매트를 휴대용까지 두 개나 가지고 있으며, 여행 중 숙소 베란다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나무자세를 하는 모습을 찍어 주변에 은근히 뻐기기도 한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어느 날 밀양, 그리고 잔소리와 밥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밀양에 갔다. 정확하게는 한때 ‘밀양의 전쟁’이라고 불렸던 탈송전탑 투쟁의 주역, ‘밀양 할매’들을 만나러 갔다. 더불어 2012년 이후 꾸준히 사람과 감과 책이 오가면서 정분을 쌓아온 단장면의 박은숙, 권귀영 등도 보고 싶었다. 여전히 밀양에는 한전의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버티는 100여가구의 사람들이 남아 있지만, 할매들은 대부분 쇠잔해져 잘 모이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에 우리가 뵐 수 있던 할매도 덕촌 할매(89세), 동래 할매(82세) 두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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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한뼘 양생 1월9일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될까 심란한 일은 너무 많고 되는 일은 너무 없는 시절이라, 화병 나지 않으려고 뉴스를 ‘끊고’ 산다는 사람이 주변에 늘고 있다. 동생은 손흥민 축구 시합을 보는 낙에, 지인 한 명은 판다 푸바오를 보는 재미에 산다고 했다. 나 역시 뉴스를 설핏 보고 대부분 흘리면서 산다. 그러다 지난해 12월20일, 눈 내린 영하 7도의 언 땅에 이마와 두 팔꿈치, 두 무릎 등 온몸을 붙이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이태원 유가족의 오체투지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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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한뼘 양생 마르지 않는 공동창고, ‘무진장’ 한없이 크고 많다는 뜻의 무진장(無盡藏). 원 출전이 <유마경>으로 부처님의 끝없는 자비심과 공덕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중국 남북조 시대에는 가난한 중생들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무진장’이라는 구제적 금융기관이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 공동체에도 그와 유사한, ‘마르지 않는 공동창고, 무진장’이 있다. 시작은 7년 전이었다. 당시 공동체에는 갑작스러운 파산, 실직, 질병 등으로 삶이 취약해진 회원이 여럿 생겼다. 뭔가 공동의 대책이 필요했다. ‘다른 앎’은 ‘다른 밥’으로 나아가야 했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상옥과 채영을 응원하며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보았다. 섭식장애를 겪는 딸 채영과 그 엄마 상옥의 이야기이다. 첫 장면의 채영은 자신이 잘한 일을 칭찬해보라는 상담사의 말에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어 상옥의 등장. 흰머리가 섞인 부스스한 단발, 주름이 깊이 팬 얼굴, 슬픈 눈의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엄마를 이해하지만 용서할 수는 없다는 채영을 끌어안고 상옥은 “아프지만 마”라고 되뇌며 흐느낀다. 나는 명치끝이 아려온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친애하는 나의 젊은 친구들 나는 한때 청년들의 ‘멘토’였다. 맥락이 있다. 우리 공동체에는 초창기부터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자퇴한 채 공부하러 온, 미래가 막막한 20대 전후의 청년들이 많았다. 중년들이라고 불안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학력, 삶의 경험, 인맥, 경제적 자산 등에서 청년들보다는 좀 낫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정처 없는 청년들의 삶에 작은 버팀목이라도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동료 시민으로 청년과 연대하기 위해 호주머니를 털어 청년기금과 청년기숙사를 마련했다. 청년 다섯 명은 마음을 내어 ‘공부와 밥과 우정이 함께 가는 청년 인문학 밴드’를 결성했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병뚜껑을 열지 못한다고? 발단은 한 회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생활 글이었다. 3년 정도 느슨하게 저강도 필라테스를 했더니 선명한 복근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힘이 붙어 예전보다는 병뚜껑을 좀 쉽게 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거기에 줄줄이 붙은 댓글이었는데, 이슈는 운동이 아니라 병뚜껑이었다. 한 친구는 방아쇠수지증후군 때문에, 다른 친구는 약해진 악력 때문에 병뚜껑을 못 딴다고 했다. 압권은, 잼을 샀는데 뚜껑을 못 열어 남편 퇴근을 기다렸고, 생수병 뚜껑을 못 열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했다는 어떤 회원의 고백이었다. 결국 젊은 회원 한 명이 ‘다용도 만능 뚜껑 따개’를 구매해 모두에게 안기면서 이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사순이가 남긴 질문 사순이가 죽었다. 사설 농장에서 20년간 사람들의 볼거리로 살다 죽었다. 길이 2m, 무게 150㎏의 몸으로 4평 남짓한 사육장에 평생 갇혀 살다 죽었다. 어느 날 잠시 열린 문틈으로 첫 외출을 나섰다가 1시간10분 만에 죽었다. 처음 흙을 밟고 농장에서 20m쯤 떨어진 숲속으로 걸어가 가만히 앉아 있다 죽었다. 발견 즉시 사살된 이유는 사순이가 ‘맹수’라는 점이었다. 그는 지구에 250마리 정도만 남은 멸종위기 2급의 ‘판테라 레오(Panthera Leo)’종 암사자였다. 2023년 8월14일 오전 8시34분, 경북 고령군 숲에서 벌어진 일이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K장녀의 ‘독박 돌봄기’ 올해 초 독립선언을 했다. 정확히는 더 이상 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어머니를 부양한 지난 9년 동안 내가 어떻게 버텼는지 뻔히 아는 동생들은 군말이 없었다. 나의 대안은 4남매가 더 확실히 돌봄을 분담하고 책임지는 것이었다. 돌아가면서 한 달씩 어머니 모시고 살기. 그리고 병원케어는 신경외과, 정신과, 심장내과, 척추센터 등으로 나누어 담당하기. 이것에도 동생들은 이견이 없었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녹색평론’이 돌아왔다 ‘녹색평론’이 돌아왔다.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것이 있는데 나에게는 2021년 휴간한 ‘녹색평론’이 그랬다. 구독자 수의 감소와 재정위기라니, 나도 일조했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받아 쌓아놓기만 했으니까.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서둘러 지나간 잡지들을 읽어보고, 구독을 유지하고, 후원회원이 되어 ‘녹색평론’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던 것일까? 다행히 ‘녹색평론’은 약속대로 올여름 돌아왔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일삼아 연대! 시작은 ‘어쩌다’였다. 2011년 1월6일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35m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그해 7월 나와 친구들 몇명은 그 투쟁에 연대하는 ‘2차 희망버스’에 탑승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대의명분을 갖고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미안한 마음에” “친구가 가자고 해서” “희망버스라는 방식이 신선해서” 어쩌다 동참하게 되었을 뿐이다. -
이희경의 한뼘 양생 건강이 신(神)이 되어버린 사회 조인성, 이성민, 김남주, 황정민, 이병헌, 비, 공유, 이선균, 전지현, 지성, 이정재, 송중기, 유재석, 정우성…. 이들의 공통점은? 얼마 전에 치러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과 관련이 있냐고? 아니다. 힌트로 BTS, 트와이스, 손흥민, 임영웅, 김호중, 박재범, 김신록, 그리고 아이유를 추가하면? 정답은 약 광고에 출연하는 톱스타 혹은 라이징 스타이다. 얼마 전 나는 흑백영화 같은 30초짜리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게 관절 영양제 광고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