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
논설위원
사회부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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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제네시스 GP와 포니 GP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 GP가 제네시스라면 북한 GP는 포니”라고 말했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자 남측도 GP 복원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내놓은 비유다. 발화자 의도를 선해하자면, 대중에게 친숙한 특정 기업 신구 차량에 빗대 10배 정도 차이 나는 남북한 국방력 격차를 암시함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안보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당국자의 말이라기엔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가안보실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무게를 갖는다.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로 적과 자국민을 모두 염두에 두는 ‘전략적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조 실장의 자동차 상품명 비유는 어떤 유의미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는지 의문이다. 북한보다 좀 더 비싼 신형 승용차에 해당하는 GP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국민들이 안심할 것인가, 북한의 공격 의지를 꺾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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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국 내 반이스라엘론 미국의 대외전략가들 중에는 대외정책이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서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꽤 있다. 최근 작고한 헨리 키신저, 그에게 영향을 준 조지 케넌 같은 현실주의 국제정치관을 가진 이들에게서 그런 입장이 잘 드러난다. 현대 민주주의가 본래 대의의 왜곡 문제를 안고 있지만, 외교는 여론과 정책 결정이 괴리되는 대표적 분야이다. 그중에서 미국이 가장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하지 않게, 어떤 경우 국익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으로 결정해온 게 있다면 바로 이스라엘 정책일 것이다. 그것은 인구의 2% 남짓한 유대계가 정치·경제·언론·예술계 주요 길목을 장악하고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것과 관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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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유엔의 수난 지난 5주 동안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1만명 이상 민간인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엔 구호요원도 100명 이상 죽었다고 한다. 단일 분쟁 지역에서 유엔이 입은 가장 큰 인명 피해이다. 유엔총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가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지만, 미국의 비호를 받는 이스라엘군이 이를 무시한 결과이다. 지난 6월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는 2013년부터 자국에 주둔한 유엔 평화유지군에 연말까지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평화유지 임무는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국제 공공서비스가 특정 민간 기업에 대체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무력화된 유엔 안보리의 권능과 ‘나눠진 세계’를 상징한다. 유엔의 권위 추락과 수난이 이렇게 심각한 적이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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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주방사선 지구상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이다. 인간이 먹는 작물, 가축을 기르는 풀, 화석연료가 된 나무와 해양유기물, 운송과 기계에 쓰이는 풍력과 수력까지 그 근원은 모두 태양이다. 지구는 마침 태양과 적당한 거리에 있기에 엄청난 열과 빛에서 대체로 필요한 것만 취할 수 있다. 그런데 달갑지 않게도, 에너지원과 함께 도달하는 게 있으니 방사선이다. 우주방사선으로 불리는 이 전리방사선(X·α·β·γ선 등)은 모든 별에서 뿜어져 나오는데 지구는 단연 태양에서 오는 것을 많이 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우주방사선은 한 사람이 쐬는 연간 방사선의 11%인 0.33mSv(밀리시버트)를 차지한다. 단거리 비행의 경우 X선 촬영보다 낮은 선량 피폭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그 방사선에 평균보다 많이 노출된 항공기 조종사·승무원들은 얘기가 다르다. 우주방사선 피폭량은 노출 시간이 길수록, 고도·위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항공사들은 미 연방항공청의 계산법 등에 근거해 승무원 개인 누적 피폭량이 연간 6m㏜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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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갯벌의 노둣길 “띄었냐?” “띄었다!” 앞뒤 가마꾼들이 노둣돌(징검돌)에 발을 디딜 때마다 내뱉는 음률에, 신행길의 신부는 멀미를 했을 것이다. 문병란이 짓고, 김원중이 부른 ‘직녀에게’의 노둣돌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노랫말이었다면, 신부 같은 이들에게 노둣돌은 섬과 섬을 잇는 다리였다. 전남 신안군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 옛 노둣길은 국내 최장 징검다리였다. 2.5㎞ 길이에 약 3만6000개 돌로 이뤄졌다고 한다. 1997년까지 썰물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 두 섬을 이어준 고마운 교통로였다. 1866년 노둣길 개보수를 기념해 세워진 노도(路道)비에 따르면 이 길은 약 300년 전 지어진 걸로 추정된다(이재근 신안군청 학예연구사). 노둣길은 2000년 6월 콘크리트 둑길이 개통되자, 퇴적토에 덮여 자취를 감췄다. 그 후 갯벌 생물 채취를 생업으로 하던 어민들도 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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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위험한 전기차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 27일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와 기술발달”의 영향으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저평가된 재난 위험요소로 용오름(토네이도), 비브리오 패혈증과 함께 전기차를 꼽았다. 각국이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보급을 확대하는 전기차에 대형 화재와 붕괴 위험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1만대당 화재 발생 비율이 2022년 1.12건으로 내연기관차(1.84건)보다 적은 편이지만, 2017년(0.4건)과 비교할 때 증가하는 추세이다.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물질의 전기화학적 특성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고 쉽게 불을 끌 수 없어 위험하다고 한다. 화염이 인근 차량으로 빠르게 옮겨붙는 것도 특징이다. 전기차량과 배터리가 노후화되면 화재 발생 빈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초동 진화가 어려운 지하주차장이나 여객선에서 불이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아울러 전기차는 배터리 중량만 약 450㎏으로 내연기관(250㎏)보다 커서 동종 내연차보다 차체가 20~30%가량 무겁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구조설계 기준을 초과하거나 한계에 근접하는 수치라고 한다. 영국 주차협회가 최근 전기차로 인한 노후 다층 주차장 붕괴사고 발생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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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비운의 총리 리커창 기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2006년 톈안먼 광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이 광장을 안내한 중국 측 인사는 1989년 6월 톈안먼 시위 참여자 수를 추산한 방식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광장 보도블록 하나에 몇명이 들어갈 수 있고, 그 블록 개수를 곱해 인파를 추산했다고 했다. 지금은 기자들의 톈안먼 광장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톈안먼 시위를 소재로 중국 공산당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 경제는 그때보다 6~7배 성장했지만,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폐쇄적으로 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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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참사 반복되는 사회, 구조적으로 바꿔 안전할 권리 보장받아야” 김순길(57)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진도 앞 해상에서 침몰하며 열일곱 살 난 딸 윤희를 잃었다. 그의 삶은 그 사고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에는 집회나 시위에 나가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거리에 나가 발언하고 경찰과 대치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는 최근 5만명이 서명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한 생명안전기본법의 국민동의청원 대표 청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직후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족들이 찾아와 위로해줬을 때 느꼈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압사하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미안함을 느꼈다. “세월호 이후에도 이 사회가 변하지 않은 게 우리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어머니 김순길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 연대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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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바이든의 ‘두 개의 전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귀국해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앞에 앉았다. 저녁뉴스 시간 대국민 연설을 위해서다. 미 대통령이 전쟁 선포와 같은 중대 발표를 할 때 활용하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다. “역사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성공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하마스를 상대로 한 ‘두 개의 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회에 1000억달러 이상의 긴급 안보 예산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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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덱스와 기후위기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지난 17일 개막했다. 세계 9위 무기수출국의 ‘K방산’을 과시하는 자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로운 역사”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행사를 위해 미군 전략폭격기 B-52H가 국내에 처음 착륙하기도 했다.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이롭다며 이 무기 전시회에 대한 찬양론 일색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게 그렇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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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당나귀 수레 엑소더스 가히 엑소더스(대탈출)라 할 만하다. 격화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 각국 정부가 군 수송기 등을 투입해 자국 교민 철수에 나섰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필사적인 피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을 위협하며 팔레스타인 북부 지역 소개령을 내린 후 남하하는 사람들이다. 13일 촬영된 AFP통신 사진을 보면 승용차 지붕에 가재도구를 실은 행렬 속에 당나귀가 끄는 수레에 올라탄 이들도 보인다.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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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남북한 ‘호칭 갈등’과 선수들의 우정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막을 내렸다. 새삼 확인한 것은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스포츠만큼 감동적인 드라마가 없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확인한 안타까운 사실은, 스포츠가 정치화된 현실이다. 과거 단일팀을 이뤄 서로 응원하기도 했던 남북한은 경기장 안팎에서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북한 매체에서 ‘남조선’ 호칭이 ‘괴뢰’로 대체된 것이 눈에 띈다. 북측 인사들은 남측 기자들의 ‘북한’ ‘북측’ 표현을 콕 집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북한은 남측을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일상적으론 ‘괴뢰’라고 부르기로 한 것 같다. 이러한 호칭 변경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서의 남북관계를 포기하고, 적대적인 국가 간 관계로 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