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
논설위원
사회부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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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 하원의장 축출 미국 의회는 상·하 양원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예산안·탄핵안 발의 권한은 하원에만 있다. 6년마다 주별로 2인씩 뽑는 상원과 달리 하원은 2년마다 인구 비례로 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민의를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부통령이 겸하는 상원의장과 달리 하원의장은 다수당 대표가 맡는다. 본래적 의미의 의회권력이 하원에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하원의장은 의전 서열 3위지만 사실상 대통령에 이은 2인자로 여겨진다. 그런데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일이 일어났다. 미 하원은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그가 소속된 공화당의 210명이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8명이 찬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의 해임안 자체도 자당 의원이 발의했다. 극우 성향 프리덤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지난 주말 매카시와 민주당 사이에 이뤄진 정부 예산안 타협에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작은 정부, 이민자 수용 반대 등 이념적 이유로 중도보수 성향의 당 주류에 반기를 들었다. 매카시는 “화만 내고 질서를 파괴할 뿐인 8명은 보수라는 수식어를 달 자격도 없다”며 직격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의장 임기 9개월 내내 이들에게 끌려다녔다. 2015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때도 당내 강경파가 비슷한 이유로 의장 해임안을 발의했지만, 표결까지 가진 않았다. 8년 새 강경파 입지가 더 커진 셈이다. 그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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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정치 지도자 없는 정부, 통치 못하는 집권당…문제는 정당 실패 탓” “최악의 국회 대정부질문” 와중에 이어진 제1야당 대표의 단식 농성과 대통령의 철 지난 이념 공세. 많은 시민들의 정치 냉소주의가 깊어지는 시절이다. 단식 19일째 된 야당 대표가 병원에 실려간 날, 검찰은 그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잡범”과 “자해” 발언을 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막말’이라며 분노했지만 여당 지지자들은 ‘사이다’라며 반겼다. 여야가 마주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등 돌린 채 지지자들만 보고 정치를 한 지 오래다. 대화와 타협이 들어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누가 더 강하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느냐에 따라 그 정치인의 가치가 평가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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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리니티 그후 78년 맨해튼 공병부대의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의 정점은 1945년 7월16일 새벽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이뤄진 최초의 핵무기 실험 ‘트리니티’였다. 사실에 가깝게 재현했다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면 책임자인 레슬리 그로브스 준장,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 등 핵개발 참여자들이 폭발 지점 약 9㎞ 밖에서 고글만 쓰고 엎드린 채 폭발 후 모래 폭풍을 맞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이들은 근처 로스앨러모스 핵개발촌에 가족들을 동반해 출산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았다. 당시는 연구 참여자들도 방사능 낙진의 정확한 영향을 모르던 때였다. 포츠담에서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을 만나고 있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핵실험 성공 여부를 보고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핵개발 참여 과학자와 노동자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던 주민들은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일은 영화의 관심이 아니다. 핵실험의 방사능 영향을 측정한 초기 데이터의 부재는 그 후로 많은 비극을 낳았다. 방사선 방호 원칙, 피폭증 대책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네바다·태평양상 핵실험, 스리마일·체르노빌 핵사고 등을 거치며 뒤늦게, 그것도 매우 불완전하게 마련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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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죽음의 땅이 아닌 산 갯벌 봤다면…얼마나 멋진 잼버리가 됐을까” 지난 12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머물다 간 해창갯벌 매립지에서는 뒷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텐트가 있던 자리에서 물새 여러 마리가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동행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이 갯벌도 아직 살아 있다”고 말했다. 2006년 대법원 판결로 방조제 공사가 끝난 뒤 새만금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사이 강 하구 모래를 퍼올려 갯벌을 메우는 일에 매년 7000억~8000억원의 세금이 “녹아 없어졌다”. 2023년 갯벌의 존재를 새삼 일깨운 두 사건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의 개봉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개최다. 영화는 갯벌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아있고, 그곳에서 생명들이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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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스라엘의 인공기 집회와 시위에서 국기가 종종 소품으로 쓰인다. 멀리는 1919년 3·1운동 때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이 손에 든 태극기,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들이 공수부대에 맞서서 흔든 태극기가 그렇다. 타국 국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슬람권 국가의 집회에서 서방의 이슬람교 모독에 항의하는 뜻으로 서방 국가의 국기를 불태울 때가 대표적이다. 그에 비해 한국 내 보수단체 집회에 태극기와 함께 등장하는 미국 국기는 동맹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동원된다. 언젠가부터 국내 보수단체 집회에는 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가 나부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019년 ‘태극기 부대는 왜 이스라엘 국기를 들었을까’라는 글에서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동경”과 “그 미국의 일방적 지지와 보호를 받는 이스라엘에 대한 부러움도 섞였다”고 쓴 바 있다. 일리 있는 해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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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롯카쇼무라의 ‘꺼진 카메라’ 북한 핵 협상이 활발했던 시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주요 임무는 북한의 핵 동결 약속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찰단이 영변의 원자로·재처리공장·핵연료봉 생산공장 같은 시설을 확인하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사후 감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카메라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란 핵 협상 때도 핵시설의 손상된 IAEA 카메라를 교체하는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되기도 했다. IAEA 카메라가 새삼 주목받는 일이 또 일어났다. 북한도, 이란도 아닌 일본에서다.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 조명이 꺼지며 2시간 동안 카메라 감시 공백이 발생했다. 지난 1월28일 일어난 이 사건은 2월22일 일반에 알려졌다. 재처리공장 운영사인 일본원자력연료는 ‘점검 중 일어난 착오’라며 당시 이 곳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본원연 사장은 지난 6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최종보고서를 들고 일본을 찾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철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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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춘천 신축 건축물 상당수 ‘방사능 골재’ 쓴 듯…원안위는 뭐하고 있나” 시작은 수십년 전 미군부대 핵무기 누출 사고 소문이었다. 몇몇 민감한 춘천시민들이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옛 미군부대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높은 방사능 수치가 측정됐다. 그런데 수집한 증거들은 다른 범인을 가리켰다. 바로 춘천 지역 지반을 이루는 화강암 ‘골재’에서 나오는 방사선일 가능성이었다. 자연방사능에 의한 저선량 피폭이라도 암, 백혈병, 유전자 변형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이 만들어진 이유다. 시민들은 측정치를 바탕으로 방사능 지도를 만들었고 정부에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골재장 2곳의 골재 채취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방정부는 권한이 없다며 머뭇거렸다. 생활방사선법 담당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비전문적인 시민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고, 막상 수치가 제시되자 시민들의 신청 권리가 없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시민들은 원안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했다. 법원은 2020년, 2023년 두 건의 소송 모두에서 원안위가 시민들의 우려에 응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각각 골재를 생활방사선법상의 원료물질로, 건축물을 가공제품으로 보고 방사능 수치를 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송을 주도한 강종윤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 대표(47)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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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시민 유해발굴단 1만1313.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휴전선 이남에서 발굴한 한국전쟁 실종 국군 유해 숫자다. 발굴단은 “수습되지 못한 12만3000여명의 호국용사들 유해를 조국의 품으로 모시겠다”며 발굴을 이어간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국가의 일이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찾지 못한 민간인 희생자 유해는 훨씬 많다. 전쟁 당시 남북한 민간인 사망자는 260만여명으로 군인 사망자의 4배다. 남쪽에서 학살된 민간인은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인민군 부역 혐의자로 몰려 군경에 학살된 사람이 가장 많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특위가 꾸려져 유해 발굴이 이뤄지는가 했으나 5·16쿠데타로 중단됐다. 유족들은 숨죽이며 한 많은 세월을 살아야 했다. 2000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며 유해 발굴이 시작됐다. 하지만 2005년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며 발굴도 중단됐다. 집단매장 추정지 168곳 중 13곳을 발굴해 1617구를 수습했다. 그사이 건물과 도로로 덮이는 매장지가 늘어났고, 산사태로 유실된 유해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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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킬러 문항’ ‘킬러 콘텐츠’는 소비자가 폭발적 관심을 보이는 문화상품을, ‘킬러 본능’은 승부를 결정짓는 타고난 재능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경쟁 상대를 꺾고 승리한다는 점에서 ‘죽이는 사람 또는 것’이라는 원어 의미와 연결된다. ‘킬러 문항’이 온통 화제다. 영어의 킬러 문항(killer question)은 일반적으로 입사 면접의 당락을 가르는 변별력 있는 질문을 뜻한다고 한다. 국내 언론에서 이 말은 2015년부터 쓰였다. “2016년도 물수능? 고난도 킬러 문항 대비 바람직”이라는 제목의 한 일간지 기사에 처음 나온 뒤 사용 빈도가 늘었다. 2021년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수능 킬러 문항 방지 법안’(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제 대통령까지 입에 올리는 말이 됐다. 영어와 차이가 있다면 입사 면접이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 쓰이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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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우크라이나 댐 재앙 ‘유럽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를 있게 한 것은 드니프로강이다. 러시아 스몰렌스크에서 발원해 벨라루스를 지나 우크라이나 땅을 굽이쳐 흘러 흑해에 이르는 약 2200㎞의 긴 강이다. 수천년간 많은 생명이 이 강에 의지해 살아왔다. 이 물을 끌어 농사를 짓고, 식수로 썼다. 하류의 비옥한 퇴적층은 유럽을 먹여 살렸다. 이 강에 세워진 수력발전소들, 그리고 강에서 냉각수를 끌어쓰는 자포리자 원전으로 이른바 문명 생활도 가능했다. 지금 이 강의 하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가장 치열한 전선이 되어 있다. 강을 경계로 한쪽은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쪽은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또다시 이 강이 피로 물들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일 러시아 통제하에 있는 이 강 하류의 카호우카댐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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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켄 로치가 그린 ‘희망’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우리가 지나가다 마주친 지인에게 별 뜻 없이 인사처럼 하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벼운 말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으면 서로 속을 다 끄집어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몸속으로 들어가 피와 살이 되는 무언가를 그 사람과 공유한다는 의미니까. 3년 전 작고한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이 ‘함께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며 했던 얘기이다.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86)가 <디 올드 오크>라는 신작을 공개했다는 소식에 예고 영상을 찾아보다가 불현듯 이 얘기가 떠올랐다. 영화 속 영국 폐광촌의 한 펍에 붙어 있는 문구 때문이다. “같이 밥을 먹는다면, 함께할 수 있다.” 이 모토는 1980년대 중반 영국 광부노조 파업 때 광부의 부인들이 몇백 끼의 식사를 함께 마련해 파업 참여자, 연대자들과 나누며 만들어졌다고 한다. <디 올드 오크>는 폐광촌 주민들의 무너진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다. 주민들은 브렉시트를 요구했던 분노에 찬 노동계급으로 이 노장 감독이 평생 천착해온 대상이다. 이들 속으로 내전을 피한 시리아 난민들이 불쑥 들어오며 벌어진 일들을 그렸다. 상처를 가진 두 집단의 만남은 그곳의 주인으로 자처하는 집단의 타자에 대한 배타와 혐오로 인해 아름답지 않은 결말로 가기 쉽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펍이 혐오의 배출구가 아니라 타자와 함께 음식을 나누는 공간이 되면서 이질적인 패배자들 사이의 연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다소 계몽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이 주제가 평범한 사람들을 캐스팅해 매우 사실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이 감독의 재능으로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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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IAEA, 일본에 처리 전 오염수 정보 요구도 안 해…방류 보류돼야”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방사성 핵종이 바다에 버려진다. 바다는 그 폐기물을 어느 정도 희석하는 복원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폐기물이 오랜 기간 버려지고 넓은 지역에 퍼진다면? 방사성 핵종의 수명이 인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길다면? 먹이사슬을 통해 생명체에 축적된 이 물질들은 바다에 젖줄을 댄 인간에게 도달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 같은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일 것이다. 그런 물질이 장기간에 걸쳐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본 연구는 없다.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