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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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당장은 안전? 느리다고 폭력 참을까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원전 폭발사고 오염수를 장기간 바다로 쏟아붓는 것은 인류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반대(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 여론조사, 2023년 6월)하는 일본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방류 시작 나흘 뒤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했다. 현 정권의 말대로라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비과학적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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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90분간 맞는 걸 방치하고 출근 종용…사과조차 없었던 교감” [주간경향] 예진이(가명·당시 17세)는 자꾸만 학교 앞 도로로 뛰어들었다. 아이는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사력을 다해 아이를 붙잡는 와중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예진이의 주먹이 뺨으로 날아들었다. 머리채가 잡혀 고꾸라졌다. 발에 차여 바닥에 뒹굴었다. 크고 작은 폭행은 90분간 계속됐다. 24년차 교사 장혜진씨(49)의 삶을 흔든 2021년 3월의 이 사건을 어떻게 명명하면 좋을까. ‘교사가 학생에게 맞은 사건’이란 표현으로는 지금까지 계속되는 괴로움이 담기지 않는다. 그는 진작에 예진이를 용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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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보면 드는 기시감…‘제2의 윤석열’ 놓고 말 없는 대통령 [주간경향] “지금 이 사건은 중대범죄인 게 맞다. 수사팀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을 보고 상당히 분노했다.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드렸을 때, 검찰의 원래 모습이라면 ‘아 이런 게 또 발견됐느냐. 정말 잘 됐다, 수사하자’ 이런다. 하지만 ‘일단 좀 있어봐라’ 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느냐. 정 체포하겠다면 내가 사표 내거든 하라’고 말했다.” “(강제수사를 하지 말라는) 부당한 지시를 하시기 때문에 그것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더라도 따르면 안 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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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은 ‘제2 윤석열’···대통령 왜 말 없나 “지금 이 사건은 중대범죄인 게 맞다. 수사팀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을 보고 상당히 분노했다.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드렸을 때, 검찰의 원래 모습이라면 ‘아 이런 게 또 발견됐느냐. 정말 잘 됐다, 수사하자’ 이런다. 하지만 ‘일단 좀 있어봐라’ 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느냐. 정 체포하겠다면 내가 사표 내거든 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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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간 맞는 교사 그저 방치한 교감···법의 심판 받기를” 예진이(가명·당시 17세)는 자꾸만 학교 앞 도로로 뛰어들었다. 아이는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사력을 다해 아이를 붙잡는 와중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예진이의 주먹이 뺨으로 날아들었다. 머리채가 잡혀 고꾸라졌다. 발에 차여 바닥에 뒹굴었다. 크고 작은 폭행은 90분간 계속됐다. 24년차 교사 장혜진씨(49)의 삶을 흔든 2021년 3월의 이 사건을 어떻게 명명하면 좋을까. ‘교사가 학생에게 맞은 사건’이란 표현으로는 지금까지 계속되는 괴로움이 담기지 않는다. 그는 진작에 예진이를 용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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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유해물질 소송에서 과학의 의미 눈이 녹으면? 문과생은 ‘봄이 온다’를 떠올리고, 이과생은 ‘물’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정의를 영어로 하면요? 문과생은 ‘justice’를, 이과생은 ‘definition’을 생각한다고 하네요. 지난 호 표지 이야기 ‘연구 한계만 캐묻는 60인의 변호인단…과학은 또 ‘오역’될까’를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1년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기업 SK·애경·이마트 무죄 판결은 어쩌면 문과·이과 간 ‘오역’이 초래한 비극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정확히는 법률가·과학자 간의 ‘오역’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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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가습기 살균제 재판 ‘연구 한계’만 캐묻는 변호인…법정에 선 과학, 또 ‘오역’될까 [주간경향] 지난 6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 50여명이면 꽉 들어차는 재판정은 후텁지근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이 저녁까지 계속되자 방청객들은 하나둘씩 입을 가렸다. 하품은 전염병처럼 퍼졌다. 방청석에까지 앉아 있던 변호인들은 팔짱을 낀 채 졸았고, 검사들은 땀이 흐르는지 자꾸 옷을 매만졌다. 증인은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다. 판사가 말했다. “증인을 비롯해 모두 힘드시겠지만, 재판의 중요성을 감안해 조금만 힘을 내주십시오.” 1994년 출시 이래 1148명이 숨져 ‘안방의 세월호’라 불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실규명의 여정에서 만난 뜻밖의 적은 ‘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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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국가책임 아직 다툼 중...기업 처벌은 성분따라 갈려 [주간경향] 2011년 5월 서울아산병원에 원인불명의 급성 폐렴을 앓는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했다. 모두 6명의 임산부 환자 가운데 1명이 숨졌고 5명의 상태는 위중했다. 그동안의 폐렴 치료법은 잘 통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감염병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3개월 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이 질환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가습기 살균제였다. 지난달까지 최소 5082명의 사상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가습기 물통에 물과 함께 부어 사용하는 살균제는 다른 나라엔 없는 한국 기업의 ‘발명품’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 최초 출시된 이후 2011년 판매 중단되기 전까지 연간 60만개가 팔렸고, 시장규모는 20억원에 달했다.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국가와 소비자의 안전을 뒷전을 둔 기업의 행태는 2011년 산모·영유아 사망을 계기로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나서야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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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한계’만 캐묻는 60인의 변호인단… 과학은 또 ‘오역’될까 지난 6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 50여명이면 꽉 들어차는 재판정은 후텁지근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이 저녁까지 계속되자 방청객들은 하나둘씩 입을 가렸다. 하품은 전염병처럼 퍼졌다. 방청석에까지 앉아 있던 변호인들은 팔짱을 낀 채 졸았고, 검사들은 땀이 흐르는지 자꾸 옷을 매만졌다. 증인은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다. 판사가 말했다. “증인을 비롯해 모두 힘드시겠지만, 재판의 중요성을 감안해 조금만 힘을 내주십시오.” 1994년 출시 이래 1148명이 숨져 ‘안방의 세월호’라 불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실규명의 여정에서 만난 뜻밖의 적은 ‘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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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확인제도 미비’ 국가책임 아직 다툼 중 2011년 5월 서울아산병원에 원인불명의 급성 폐렴을 앓는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했다. 모두 6명의 임산부 환자 가운데 1명이 숨졌고 5명의 상태는 위중했다. 그동안의 폐렴 치료법은 잘 통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감염병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3개월 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이 질환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가습기 살균제였다. 지난달까지 최소 5082명의 사상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가습기 물통에 물과 함께 부어 사용하는 살균제는 다른 나라엔 없는 한국 기업의 ‘발명품’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 최초 출시된 이후 2011년 판매 중단되기 전까지 연간 60만개가 팔렸고, 시장규모는 20억원에 달했다.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국가와 소비자의 안전을 뒷전을 둔 기업의 행태는 2011년 산모·영유아 사망을 계기로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나서야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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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교사생활 오래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주간경향] “선생님도 교사생활 오래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다양한 학부모를 만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대놓고 보복을 시사하는 유형은 16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A씨에게도 충격이었다. 발단은 세 아이의 다툼이었다. 또래보다 몸집이 큰 B는 한 학년 위 C, D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학원에서 B가 C, D의 가방을 자꾸만 다른 곳에 던져 놓는 일이 있었고 다음날 C, D는 B에게 수업 교구인 꽃삽을 들이밀며 말했다고 한다. “자꾸 괴롭히면 참지 않을 거야.” 교사인 A씨가 보기에는 ‘다툼’이었지만, B의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B의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달라면서 교사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 “C, D가 우리 아이를 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집에서부터 가방에 숨겨왔다고 증언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물품(꽃삽) 관리 소홀로 학교를 고소하겠다.” C, D의 잘못을 부풀리기 위해 거짓증언을 하라는 얘기였다. 교직에 오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보복을 암시하는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B의 부모는 이런 말도 했다. “선생님이 학교생활 하기 피곤할 만큼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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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초등교사를 좌절케 하는가 “선생님도 교사생활 오래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다양한 학부모를 만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대놓고 보복을 시사하는 유형은 16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A씨에게도 충격이었다. 발단은 세 아이의 다툼이었다. 또래보다 몸집이 큰 B는 한 학년 위 C, D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학원에서 B가 C, D의 가방을 자꾸만 다른 곳에 던져 놓는 일이 있었고 다음날 C, D는 B에게 수업 교구인 꽃삽을 들이밀며 말했다고 한다. “자꾸 괴롭히면 참지 않을 거야.” 교사인 A씨가 보기에는 ‘다툼’이었지만, B의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B의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달라면서 교사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 “C, D가 우리 아이를 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집에서부터 가방에 숨겨왔다고 증언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물품(꽃삽) 관리 소홀로 학교를 고소하겠다.” C, D의 잘못을 부풀리기 위해 거짓증언을 하라는 얘기였다. 교직에 오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보복을 암시하는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B의 부모는 이런 말도 했다. “선생님이 학교생활 하기 피곤할 만큼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