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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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계열 인싸였던 나의 자랑…‘희생자 탓’ 프레임 깨야” 2022년 10월 30일 새벽 1시쯤, 송진영씨(54)는 아내가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거실에 나가보니 TV 화면이 이태원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내는 딸 채림씨의 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채림이가 이태원 길바닥에 누워 있어요”, “우리 채림이가?” 부부는 아이 상태를 다급히 물었지만, 친구들은 “채림이와 같이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의 귀가 조처 때문이었다.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부부는 첫 기차를 탔다. 남대문경찰서에 들러 휴대폰 위치추적을 요청한 것은 새벽 6시쯤. 오후 1시쯤이 돼서야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송채림양 아버지시죠? 송채림양이 송탄 장례식장에 와 있습니다.” 딸이 부상자 명단에 있길 간절히 바라던 부부는 ‘장례식장’이란 말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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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유’를 찾던 딸의 죽음…납득이 안 되니까” “진아 어디? 이태원 핼러윈 안 갔지? 사고 났다는데. 진아, 통화 중이네. 톡 남겨줘. 진아, 자고 있음 다행이고 전화나 문자 줘, 진아. 걱정해. 진아, 진아, 진아, 늦어도 되니 전화나 톡 보면 전화 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30일 자정 무렵, 최정주씨(54)는 딸에게 11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없었다. 사흘 후 아버지는 딸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진아, 방금 아빠, 진이 좋은 곳에 데려다 놓고 왔다. 진아,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아빠가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좋은 곳에서 좋은 마음으로 편히 쉬어라. 아빠 딸 유진이 영원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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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밤의 진실 밝히면, 꿈에서라도 만나질까” 2022년 10월 30일 새벽 1시쯤, 송진영씨(54)는 아내가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거실에 나가보니 TV 화면이 이태원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내는 딸 채림씨의 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채림이가 이태원 길바닥에 누워 있어요”, “우리 채림이가?” 부부는 아이 상태를 다급히 물었지만, 친구들은 “채림이와 같이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의 귀가 조처 때문이었다.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부부는 첫 기차를 탔다. 남대문경찰서에 들러 휴대폰 위치추적을 요청한 것은 새벽 6시쯤. 오후 1시쯤이 돼서야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송채림양 아버지시죠? 송채림양이 송탄 장례식장에 와 있습니다.” 딸이 부상자 명단에 있길 간절히 바라던 부부는 ‘장례식장’이란 말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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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아들의 찢어진 셔츠…죽음에 대한 예의도 없었다” “엄마, 오늘 하루 시간이 비어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해. 홍대에서 밥을 먹고 이태원에 사는 형에게 들렀다 올게.” 지난해 10월 29일 아들은 이렇게 말하며 집을 나서려 했다. 꼬깃꼬깃한 와이셔츠를 입고 있기에 엄마는 아들을 불러세웠다. “몇 분만 기다려주면 안 돼? 내가 다려줄게.” 현관에 선 아들을 보니 이번엔 낡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산 3만5000원짜리 구두였다. “엄마, 이번엔 진짜 좋은 구두를 사야겠어”, “그래, 나랑 같이 백화점에 가서 부츠 하나 장만하자.” 그렇게 고 이지한씨는 집을 나섰다. 오후 4시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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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Q&A 이 법 생기면 간호사 처우개선 될까요? [주간경향]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 불발로 보건의료계의 대립 국면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간호법 반대’ 총파업을 예고한 반면 간호사협회는 70년 숙원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본회의 통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애초 4월13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어 상정이 미뤄졌다. 2주 뒤인 4월 27일 본회의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의 간호인력 관련 조항을 떼어내 독립된 법안을 만든 것으로, 간호사의 활동영역에 ‘지역사회’를 추가하고 처우 개선 관련 조항을 보탰다. 간호사협회의 오랜 요구를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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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가는 해맑음센터…현실 속 ‘문동은’ 계속 품어줄 수 있을까 [주간경향] “현실에선 문동은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해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상대방을 해쳐서 통쾌해할 애들이 아니에요. 그만큼 정말 착하고 여린 친구들이 많아요.”(이동원 해맑음센터 상담지원팀장)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은 자퇴 후 가해자를 찾아간다. 괴롭힘을 당하던 체육관에 스스로 걸어들어가, 가해자의 눈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우리 꼭 또 보자, 연진아.” 일생을 건 복수의 예고였다. 하지만 현실의 ‘문동은들’은 드라마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극심한 학교폭력의 피해자 상당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사람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 또한 맺지 않으려 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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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버스는 한 대뿐…5일장 가도 점심은 못 먹어” [주간경향] 고추와 인삼 재배로 유명한 충북 음성군에 ‘진재’라는 마을이 있다. 앞산에 긴 고개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시외버스터미널 역할을 하는 대소면 공동정류장으로부터 7㎞, 금왕읍으로부터는 5㎞가량 떨어진 한국의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지난 3월 15일 9시에 들른 진재마을의 아침은 고요했다. 고추밭과 들판을 지나 푸른 지붕의 마을회관에 닿자, 느린 걸음으로 회관 앞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오는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은 진재마을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의 무극시장에서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무극 오일장은 이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동네 마트 역할을 한다. 반찬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차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마땅히 신선식품을 구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무극시장으로 향하는 버스는 아침 8시 20분과 9시 20분 두 번만 이 마을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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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이름이 왜 여기에? ‘권춘섭 집앞 정류장’ 생긴 사연 [주간경향] 강원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주민의 이름을 딴 정류장이 있다. 태백시 삼수동의 ‘권춘섭 집앞 정류장’이 그것이다. 이 정류장이 생긴 배경엔 한국의 열악한 대중교통 사정과 가족 사랑이 담긴 사연이 있다. 너른 들판 너머로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태백시 삼수동의 외딴곳에 권상철·김복녀 부부가 배추, 감자,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도보로 20분 거리에 초등학교와 식당이 있지만, 이웃은 찾기 힘든 곳이었다. 부부는 시내에 볼일이 있으면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제대로 된 버스정류장이 없었다. 버스가 지나가면 ‘태워달라’ 부탁해서 타고 다니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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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회전’ 중인 국회 연금특위 [주간경향] 국회 국민연금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두 달 전 ‘얼마만큼 더 내고 얼마를 받을 것이냐’에 대한 토론을 이끌었던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자문위에서 구체적인 보험료 인상폭(9→15%)이 거론되자, 여야 간사가 지난 2월 8일 “(보험료 말고) 구조개혁부터 하자”며 토론을 원점으로 되돌린 영향이 컸다. 한 달이 지났지만 자문위는 구조개혁 범위, 쟁점 등에 관한 구체적인 토론에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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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신 칼 들지만 기록엔 없는 간호사…“나는 수술실의 유령” [주간경향] “오늘 수술은 어제 설명해드린 대로 진행합니다. 교수님은 조금 후에 오실 거예요.” A씨의 말에 수술대에 누운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취과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피며 약물을 주입한다. 환자가 잠들자 A씨는 소변줄을 꽂고 수술 부위를 소독했다. 이어 메스를 들고 ‘수술 시작’을 알렸다. “절개 시작합니다.” 이날 수술은 암이 위치한 위 일부를 절제하는 ‘원위부 위절제술’. 위암환자가 많이 받는 수술 중 하나다. 수술실은 의사가 수술의 핵심만 맡고, A씨와 동료들이 ‘그 외 나머지’를 맡는 식으로 굴러갔다. 이를테면 복부를 절개한 A씨는 잘라내야 할 ‘위 부위’가 잘 드러나도록 밑작업을 한다. 절개 부위를 벌려 고정시켜놓고 시야를 가리는 다른 장기는 옆으로 밀어놓는 식이다. 그사이 수술실에 들어온 의사는 ‘위 절제 후 소장과의 봉합’이라는 핵심 처치를 마치고 나간다. 남은 수술을 지휘하는 건 다시 A씨의 몫이다. 위와 소장이 잘 붙도록 봉합을 보강하고, 복강 안 세척을 한 뒤 배액관(수술부위의 분비물을 배출시켜주는 관)을 꽂는다. 그후 절개 부위를 꿰매면 수술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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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아들 ‘뇌물죄 공범’으로 기소 했어야” [주간경향] 변호사·회계사·기자 등으로 구성된 ‘대장동 일당’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대 개발로 8000억원대의 잭폿을 터뜨린 사실이 드러난 것은 2021년 9월이다. 이들은 민관합작 법인의 7%만 가지고도 배당금 4040억원을 챙겼고, 4000억원에 가까운 별도의 분양 수익도 얻었다. 인허가권자이면서 대장동 개발을 함께했던 성남시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대장동 일당을 도운 건 지자체뿐만이 아니었다.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거나, 수사기관의 부름을 받게 될 때마다 이들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법조계·정계 인사들이 있었다. 대장동 일당 가운데 주로 정·관계 로비를 책임진 전직기자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은 사람들, 즉 ‘50억 클럽’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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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옮기기’ 결국 원점…연금개혁 쟁점 뭐기에 [주간경향] 지난 2월 8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민간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연금개혁 논의의 방향을 틀었다. ‘얼마만큼 더 내고 얼마를 받을 것이냐’에 집중됐던 토론을 멈춰세우고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의 구조 개혁안부터 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연금개혁이 얼마나 까다로운 이슈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6개월간의 국회 행보를 보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연금개혁을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가운데 여야는 지난해 7월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첫 회의는 10월에야 열었다. ‘지각 출발’을 하고도 민간자문위원회엔 2023년 2월 전까지 초안을 마련해 달라며 촉박한 시간표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