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윤경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
‘뉴스’ 탈 쓰고 퍼지는 허위정보…막을 방법 없을까 “전적으로 거짓이다.” 주한미군이 지난 1월 20일 ‘선관위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낸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라는 매체는 지난 1월 16일 “12월 3일 계엄 당일 우리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을 체포했다”면서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선거 개입 혐의 일체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한미군사령부가 사실을 전면 부인한 명백한 ‘허위정보’다. 선관위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스카이데일리를 형사고발 했고, 주한미군은 “공공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 방지를 위해 책임감 있는 보도와 사실 확인을 촉구한다”는 입장까지 냈다.
-
양극화 시대에 짙어진 그늘…‘뉴스’의 탈 쓴 허위정보 막을 길 없을까 [주간경향] “전적으로 거짓이다.” 주한미군이 지난 1월 20일 ‘선관위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낸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라는 매체는 지난 1월 16일 “12월 3일 계엄 당일 우리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을 체포했다”면서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선거 개입 혐의 일체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한미군사령부가 사실을 전면 부인한 명백한 ‘허위정보’다. 선관위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스카이데일리를 형사고발 했고, 주한미군은 “공공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 방지를 위해 책임감 있는 보도와 사실 확인을 촉구한다”는 입장까지 냈다.
-
‘마지막 한 발’만 디디면…연금개혁 멈출 수 없는 이유 [주간경향] “무엇이 극우 발흥의 토양을 만들었을까요. 저는 심화하는 양극화 등을 해소하지 못한 ‘사회정책의 실패’가 기저에 있다고 봐요. 좋은 사회정책의 효능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그대로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뜨겁게 정책 얘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윤형중 LAB2050 대표) 반헌법적 계엄과 현직 대통령 구속,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숨 가쁘게 이어진 50여 일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난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논의가 의미 있을까. 정책연구자인 윤 대표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한다. “좋은 정책을 위해 토론하고 타협하는 정치 공간을 만드느냐 여부에 우리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연금개혁 재시동…18년 묵은 과제 풀릴까 “무엇이 극우 발흥의 토양을 만들었을까요. 저는 심화하는 양극화 등을 해소하지 못한 ‘사회정책의 실패’가 기저에 있다고 봐요. 좋은 사회정책의 효능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그대로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뜨겁게 정책 얘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윤형중 LAB2050 대표) 반헌법적 계엄과 현직 대통령 구속,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숨 가쁘게 이어진 50여 일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난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논의가 의미 있을까. 정책연구자인 윤 대표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한다. “좋은 정책을 위해 토론하고 타협하는 정치 공간을 만드느냐 여부에 우리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취재 후 국가는 얼마나 더 버틸 셈인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다가, 시장에 가다가, 다리 밑에서 놀다가 유괴당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가족과 생이별한 채 부랑인 수용시설에 끌려간 이 아이들은 군대식 생활을 강요받으며 강제노역을 해야 했습니다. 구타와 폭력, 성폭행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법정 의무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습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형제복지원 이야기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이곳의 실상이 알려진 것은 민주화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1987년이었습니다. 그해 검찰은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을 특수감금, 횡령 등 혐의로 축소 기소했습니다. 이후 법원에선 그중에서도 횡령 혐의만 인정돼 겨우 2년 6개월 형이 선고됩니다. 군부정권의 비호 속에 이루어진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에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는데 대중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민주화 운동 주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1987년 하면 박종철, 이한열은 떠올리지만 형제복지원에서 죽어간 수많은 아이들은 떠올리지 않습니다.
-
“한땐 불행하다 생각…이젠 겨울을 견딘 이유 알게 돼” 봄이 되면 넓은 정원에 벚꽃잎이 흩날렸다. 여름이면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매미 소리를 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큰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 술래잡기도 했다. 수요일 목욕 시간엔 친구들과 탕에 들어가 게임도 했다.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불행했겠다’라고 생각하는데 편견이에요. 저는 보육시설에서 행복했거든요. 지금도 그곳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공기가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이진희씨) 부산의 한 보육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된 20~30대 청년 8명이 최근 책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호밀밭)를 펴냈다. 이들은 4년 전 후배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을 돕는 모임 ‘몽실’을 결성하고 부산시 연제구에 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들 여덟 청년이 각자의 아픔을 나름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간 이야기가 담겼다. 여덟 명의 저자 가운데 카페 실무를 맡은 이진희씨(32)·박진솔씨(31)와 지난 1월 14일 영상회의 서비스 ‘줌’으로 대화했다. 두 사람은 보육시설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
“못난 어른들 때문에 한때 불행…이젠 겨울을 견딘 이유 알게 돼” [주간경향] 봄이 되면 넓은 정원에 벚꽃잎이 흩날렸다. 여름이면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매미 소리를 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큰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 술래잡기도 했다. 수요일 목욕 시간엔 친구들과 탕에 들어가 게임도 했다.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불행했겠다’라고 생각하는데 편견이에요. 저는 보육시설에서 행복했거든요. 지금도 그곳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공기가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이진희씨) 부산의 한 보육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된 20~30대 청년 8명이 최근 책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호밀밭)를 펴냈다. 이들은 4년 전 후배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을 돕는 모임 ‘몽실’을 결성하고 부산시 연제구에 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들 여덟 청년이 각자의 아픔을 나름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간 이야기가 담겼다. 여덟 명의 저자 가운데 카페 실무를 맡은 이진희씨(32)·박진솔씨(31)와 지난 1월 14일 영상회의 서비스 ‘줌’으로 대화했다. 두 사람은 보육시설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
취재 후 이태원 참사 땐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경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을 모욕하는 게시물을 퍼뜨린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참사 이후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악성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총 118명을 투입했습니다. 지금까지 160여건을 수사해 2명을 검거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작성했다.” 검거된 피의자 한 명은 경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고 합니다. 수사기관이 유족 모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2022년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처절하게 2차 가해를 당했던 유족들입니다. 극우 세력은 “국민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와 같은 현수막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 걸었고, 유족에게 시시때때로 다가가 “또 우는소리 하느냐” 등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기사에도 유족 혐오 댓글이 광범위하게 달렸습니다.
-
“국가의 2차 가해, 법의 심판 받게 하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83년의 일이다. 대학 입학 2년 뒤 군 복무 중이었던 박만규 목사는 그해 9월 경기 과천 국군보안사령부 분소 인근의 한 아파트에 끌려갔다. 열흘간 고문을 당한 그는 보안사로부터 대학 동아리 동료들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지속해서 사찰을 당하게 된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후보생이었던 이종명 목사 역시 충남도청 부근의 보안부대로 끌려가 일주일간 고문을 당하고 같은 일을 겪었다. ‘붉은색을 푸르게 한다’라는 신군부의 이른바 녹화 공작 피해자가 된 것이다. 훗날 ‘대학생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에 대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대규모 인권침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박만규·이종명 목사는 2022년 12월 진실화해위로부터 이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
사죄 대신 싸우려는 국가, 왜 피해자에 이기려 하나 부산 영도구에 살던 일곱 살 꼬마는 친구들과 세발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영도대교 건너 남포동 일대와 자갈치시장을 자주 쏘다녔다. 1975년의 어느 날도 그런 날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영도대교를 달리다 건널목 앞에서 신호가 바뀌었다. 친구들은 먼저 달려 나간 뒤였다. 홀로 남아 신호등 색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소년 앞에 화물 탑차가 멈춰 섰다. 훗날 설수영씨(56)가 “골백번도 더 떠올리는” 인생이 바뀐 순간이다. “갑자기 물건처럼 들려 탑차 안으로 내던져졌어요. 그 안에 이미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설씨의 형제복지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
“국가의 2차 가해, 피해자에게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주간경향]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83년의 일이다. 대학 입학 2년 뒤 군 복무 중이었던 박만규 목사는 그해 9월 경기 과천 국군보안사령부 분소 인근의 한 아파트에 끌려갔다. 열흘간 고문을 당한 그는 보안사로부터 대학 동아리 동료들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지속해서 사찰을 당하게 된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후보생이었던 이종명 목사 역시 충남도청 부근의 보안부대로 끌려가 일주일간 고문을 당하고 같은 일을 겪었다. ‘붉은색을 푸르게 한다’라는 신군부의 이른바 녹화 공작 피해자가 된 것이다. 훗날 ‘대학생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에 대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대규모 인권침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박만규·이종명 목사는 2022년 12월 진실화해위로부터 이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
반성하지 않는 국가…왜 피해자와 싸워 이기려 하나 [주간경향] 부산 영도구에 살던 일곱 살 꼬마는 친구들과 세발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영도대교 건너 남포동 일대와 자갈치시장을 자주 쏘다녔다. 1975년의 어느 날도 그런 날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영도대교를 달리다 건널목 앞에서 신호가 바뀌었다. 친구들은 먼저 달려 나간 뒤였다. 홀로 남아 신호등 색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소년 앞에 화물 탑차가 멈춰 섰다. 훗날 설수영씨(56)가 “골백번도 더 떠올리는” 인생이 바뀐 순간이다. “갑자기 물건처럼 들려 탑차 안으로 내던져졌어요. 그 안에 이미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설씨의 형제복지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