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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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기-망각과 싸우다 “무너졌던 나도, 아들을 기억한 이들 덕에 일어섰다” [주간경향] 낡은 온천탕 천장에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유리창이 있었다. 따뜻한 가을볕이 유리창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온천탕에 몸을 담근 김혜영씨(65)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내 말했다. “한빛아, 너무 예쁘지?”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면 더욱 생각나는 아들 한빛…. 김혜영씨는 7년 전 방송계의 노동착취를 고발하며 생을 마감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다. 김혜영씨는 최근 출간된 이태원 참사 유족·생존자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창비)에 저자로 참여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모든 감정을 내버리고 관계를 차단하며” 살아왔던 그는 문득 “갚아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들의 죽음을 기억해준 사람들, 그리고 내 곁에 있어 준 사람들 덕분에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생각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곁에 서기 위해 잠시 ‘인터뷰어’가 되어 유족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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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기억한 이들이 나를 살게 했기에” 낡은 온천탕 천장에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유리창이 있었다. 따뜻한 가을볕이 유리창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온천탕에 몸을 담근 김혜영씨(65)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내 말했다. “한빛아, 너무 예쁘지?”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면 더욱 생각나는 아들 한빛…. 김혜영씨는 7년 전 방송계의 노동착취를 고발하며 생을 마감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다. 김혜영씨는 최근 출간된 이태원 참사 유족·생존자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창비)에 저자로 참여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모든 감정을 내버리고 관계를 차단하며” 살아왔던 그는 문득 “갚아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들의 죽음을 기억해준 사람들, 그리고 내 곁에 있어 준 사람들 덕분에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생각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곁에 서기 위해 잠시 ‘인터뷰어’가 되어 유족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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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연금권엔 왜 무관심한가요 올해 38세인 박모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그가 전업주부의 길을 택한 건 2014년 겨울. 열에 아홉은 남성 직원인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녔던 그는 첫 아이 출산 3개월 후 복직했다. 친정 부모가 아기를 봐 주었지만, 곧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절 그는 퇴근하면 부리나케 동네로 달려와 어린이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나 어린이집마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 아기를 받아주는 곳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사표를 썼다. 그 뒤 9년이 흘렀다.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남의 돈으로는 내 친구 선물조차 마음 편하게 해줄 수 없다.’ “정곡을 찔린 느낌이랄까. 두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해왔지만, 어쨌든 남(남편)의 돈을 받아 쓰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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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무신경했다, ‘여성 연금권’에 [주간경향] 올해 38세인 박모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그가 전업주부의 길을 택한 건 2014년 겨울. 열에 아홉은 남성 직원인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녔던 그는 첫 아이 출산 3개월 후 복직했다. 친정 부모가 아기를 봐 주었지만, 곧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절 그는 퇴근하면 부리나케 동네로 달려와 어린이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나 어린이집마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 아기를 받아주는 곳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사표를 썼다. 그 뒤 9년이 흘렀다.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남의 돈으로는 내 친구 선물조차 마음 편하게 해줄 수 없다.’ “정곡을 찔린 느낌이랄까. 두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해왔지만, 어쨌든 남(남편)의 돈을 받아 쓰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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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끝장토론 “미래세대 부담? 공포 수준 아니다” vs “감당할 인구가 너무 적다” [주간경향] 국민연금 개혁은 올해에도 물 건너가는 것일까. 연금개혁의 시간표가 다시 미뤄질 조짐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연금개혁 속성을 감안할 때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나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번번이 무산돼왔다. 지난 16년간 정부와 정당들은 전문가들의 논쟁 뒤에 숨은 채 뒷짐만 져왔다. 정부와 정당이 각자의 입장을 내놓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회피하는 동안 전문가들의 열띤 논쟁은 대중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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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1%도 공포 수준 아냐” “그걸 감당할 인구, 너무 적다” 국민연금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생각부터 양측이 다른 것으로 안다. 왜 개혁이 필요한지를 각자 말해달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하 오) “국민연금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강도 재정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5차 재정계산서도 확인됐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공적연금의 존재 목적이 노후소득 보장인 만큼,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개혁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는 서로 이견이 있다. 서로 잘 논의해 앞으로 조정이 되길 바란다.”(재정계산은 현 보험료와 연금액을 유지할 때 기금이 언제 소진되는지 등을 보여주는 계산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하도록 돼 있다. 올해 5차 계산에선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금이 2055년 소진되고, 그해 걷어서 그해 연금액을 충당할 경우 미래 청년세대 보험료율은 최대 35%까지 오른다는 결과가 나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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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어떤 수식’에 담긴 약속 2013년 국민연금 기사를 처음 썼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기초연금 20만원’을 약속해 노인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 20만원을 그대로 지급하긴 어렵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이들에겐 기초연금을 최대 절반 깎고 지급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때 국민연금 산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1.275(A+B)(1+0.05n/12).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쉽게 말하면 A값은 다른 사람들의 평균소득, B값은 내 소득입니다. 내 소득만 기준 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소득도 동등한 기준으로 삼아 연금액을 받아가도록 돼 있는 겁니다. 이 산식 덕분에 저소득층의 수익비(낸 보험료 대비 연금액)가 고소득층보다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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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정치’를 찾습니다, 한나라·민노당이 단일안 만들던 16년 전 같은 [주간경향] 연금개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을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데다, 5년마다 돌아오는 ‘재정계산’까지 겹쳤다. 재정계산은 앞으로의 수입(보험료)·지출(연금액)과 그에 따른 잔액(기금)을 가늠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계산 결과를 토대로 보험료를 올릴지 말지, 연금액을 높일지 낮출지 등을 결정해 법안을 제출한다. 연금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연금개혁은 그러나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16년째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철학이 부딪히고,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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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연금 단일안 만들던 16년 전을 기억하라 연금개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을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데다, 5년마다 돌아오는 ‘재정계산’까지 겹쳤다. 재정계산은 앞으로의 수입(보험료)·지출(연금액)과 그에 따른 잔액(기금)을 가늠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계산 결과를 토대로 보험료를 올릴지 말지, 연금액을 높일지 낮출지 등을 결정해 법안을 제출한다. 연금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연금개혁은 그러나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16년째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철학이 부딪히고,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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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령 항명 수사와 오송·이태원 참사…권력은 왜 책임지지 않는가 [주간경향]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중략) 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 지난 9월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후문.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남성들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마주보고 부른 군가 ‘팔각모 사나이’다. 이후 실시된 군사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대령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보수언론까지도 영장 청구가 무리였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박 대령의 처지는 군가 속 ‘불바다’에 비유될 만하다. 그가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 수사결과를 경북도경찰청에 이첩했다가 보직해임을 당하고 입건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뿐 그는 곧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로 이첩할 수사결과에서 사단장 혐의를 삭제하라는 종용에 맞서다가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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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수사에 겹쳐지는 오송·이태원 참사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중략) 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 지난 9월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후문.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남성들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마주보고 부른 군가 ‘팔각모 사나이’다. 이후 실시된 군사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대령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보수언론까지도 영장 청구가 무리였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박 대령의 처지는 군가 속 ‘불바다’에 비유될 만하다. 그가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 수사결과를 경북도경찰청에 이첩했다가 보직해임을 당하고 항명 혐의로 입건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뿐 그는 곧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로 이첩할 수사결과에서 사단장 혐의를 삭제하라는 종용에 맞서다가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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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안전하니 오염수 참아라? ‘느린 폭력’도 폭력이다 [주간경향]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원전 폭발사고 오염수를 장기간 바다로 쏟아붓는 것은 인류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반대(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 여론조사, 2023년 6월)하는 일본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방류 시작 나흘 뒤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했다. 현 정권의 말대로라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비과학적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