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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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뒷북인 ‘50억 클럽’ 수사…‘맹탕’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주간경향]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대 대선을 6개월 앞둔 2021년 9월이다. 기자(김만배)·변호사(남욱)·회계사(정영학)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대장동 일당’은 민관합작 개발 법인의 7% 지분만으로 1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뒀다. 이들의 역대급 ‘한탕’을 두고,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 측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은 법조계 인사들을 뜻하는 ‘50억 클럽’ 의혹도 연이어 터졌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시기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폭발력이 컸지만, 대선일까지도 양대 의혹(이재명의 뇌물수수 의혹과 50억 클럽)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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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난무’ 포털 뉴스 댓글창…폐지가 답일까? [주간경향]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전장연 관련 최신 뉴스의 내용이다. 전장연의 요구사항인 ‘장애인특별교통수단 예산 확대’와 이들의 활동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댓글란을 살폈다. 의견이라 보기 어려운 ‘감정 배설’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죽음’을 언급하는 혐오 댓글이 여러 건 눈에 들어왔다. 혐오표현이란 무엇인가. 어떤 개인, 집단이 가진 속성을 이유로 편견, 차별을 조장하거나 멸시, 모욕, 적의를 드러내고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을 말한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제의 댓글을 두고 ‘혐오냐 아니냐’를 따지는 일은 한가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표현이라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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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권고 후 12년 미적댄 출생통보제, 뒷북으로 ‘속전속결’ [주간경향] 2236명.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의 숫자다. 감사원은 올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고 2236명의 1%인 23명의 신생아를 추적했다. 수원의 한 산모가 2명의 신생아를 출산한 뒤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한 사건은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생후 76일 만에 영양결핍으로 사망했거나, 출생 직후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린 사례도 확인됐다. 미등록 영아의 살해·유기 사건이 속속 드러나자 정부와 국회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아동은 정부의 보호망에 들어올 수 없다. 출생통보제는 이 같은 신고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분만을 담당한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아동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한 제도다. 여야는 6월 30일 출생통보제 도입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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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큰 사건 말고 평범한 삶의 표정 전하고 싶죠” [주간경향] 허름한 무명옷에 짚신을 신은 두 아이. 바구니와 빗자루, 베솔(베를 짜기 전에 풀을 먹이는 솔)을 잔뜩 든 채 어딘가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 당장이라도 동네 어귀에서 만날 듯한 앳되고 풋풋한 얼굴들인데, 무려 116년 전의 사진이다(위 사진·1906~1907년 촬영).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1905년)되고 고종이 헤이그 특사를 파견(1907년)해 을사늑약을 파기하려 했던 그 시기, 이 어린 장사꾼들이 활동하던 저잣거리 분위기는 어땠을까. 지배층의 착취, 제국주의의 폭력 속에서 이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금방이라도 웃음이 번질 듯한 이 말간 얼굴에도 슬픔과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날이 있었으리라. 상상을 이어나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내가 원래 이렇게 역사적 상상력이 많은 사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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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에 ‘왜’와 ‘어디로’ 실종…앞으로도 이럴 건가요 [주간경향]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5월 31일 서울시가 발송한 재난문자에 서울 일대 시민들은 ‘대혼란의 아침’을 맞았다. 위급 재난문자에 적용되는 사이렌 음까지 울렸지만 왜 대피해야 하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빠져 있었다. 경보에 놀란 시민들이 일시에 포털 접속을 시도하면서 네이버 접속 장애도 발생했다. 불안감만 조성했을 뿐 대피에 필요한 정보는 전달하지 않은 채 22분이 흐른 뒤에야 행정안전부의 ‘오발령’ 문자가 도착했다. 이어 서울시가 ‘경보 해제’ 문자를 보냈다. 혼란은 소동으로 끝났지만 “실제상황이었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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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조교 파업에 전임교수들 동참한 이유는” [주간경향] 지난 5월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노동자가 경찰의 진압봉에 약 1분간 맞아 머리 출혈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 5월 25일부터는 불법집회 해산을 위한 경찰기동대 훈련이 시작됐고, 경찰청 비공개회의에선 “기동대원들의 정신 재무장”이 언급됐다. 5월 1일 노동절엔 철근공 양회동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사망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양씨는 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지난 한 달간 한국사회의 노동자들이 겪은 일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현 정부는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고 양회동씨) 것은 아닌가. 파업과 집회를 ‘진압’ 대상으로만 보는 공권력의 태도는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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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슈퍼 엘니뇨’라던데···폭염·폭우 왜 오나요 [주간경향] “앞으로 5년 안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5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에 보낸 ‘경고’다. 세계기상기구의 3일과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온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어줬던 라니냐의 시기는 끝났다. 대신 이제는 기온 상승을 부채질할 ‘엘니뇨’ 발생 확률이 커졌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약속했던 방어선(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 1.5도 이하로 유지)은 일시적으로나마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다가온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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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본 설치 미이행’ 이상민 탄핵심판 핵심 될까 [주간경향]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그거(이태원 참사) 예측한 사람 있습니까? 저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9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양측 입장을 듣고 쟁점을 정리한 재판부는 특별히 더 진술할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상민 장관 측 윤용섭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즉석 발언에 나섰다. 윤 변호사는 탄핵 청구인 측이 “국가는 재난 예방의무가 있으므로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비약’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참사를) 예측한 사람이 있느냐” 등 그의 발언은 이날 재판을 다룬 보도에 일제히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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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인정받은 고품질 벼를 생산성 좋다고 퇴출이라뇨” [주간경향] 소란했던 봄비가 그치고 맑게 갠 지난 5월 9일, 전북의 호남평야는 푸르렀다. 지금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모내기 철. 드넓은 논 곳곳에서 이앙기(어린 모를 논에 옮겨심는 기계)가 돌아갔다. 이날 오전 전북 군산 임피면의 문홍인씨(67)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듯하게 도열된 모판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모판엔 며칠 전 심어놓은 볍씨에서 노란 싹이 돋아나 있었다. 그가 24년째 재배 중인 신동진벼였다. “수확량이 많다고 없앤다는데 제가 보기엔 미친 짓입니다.” 정부의 신동진벼 퇴출 방침에 대해 묻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동진쌀은 알이 굵어 식감이 좋습니다. 밥맛은 한번 길들이면 바꾸기 쉽지 않아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신동진쌀이 인정받기까지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은 왜 생각을 안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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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에 가려진 ‘간호사당 환자수 법제화’···진짜 싸움 남아있어요” [주간경향] 간호인력에 관한 사항을 의료법에서 떼 내 독자적으로 규정한 ‘간호법’이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보건의료계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5월 3일 ‘반차’를 쓰는 방식의 1차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5월 11일에는 2차 부분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17일 총파업’도 거론 중이다. 간호법의 내용이 어떻기에 ‘간호사 대 나머지 직역’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걸까. 간호법은 간호사의 법적 활동영역에 ‘지역사회’를 추가하고 간호인력의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국가·지방자치단체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법이다.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추가됐지만, 방문간호 등 ‘병원 밖 간호’을 활성화하기엔 내용이 추상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감대가 형성된 ‘간호사 처우 개선’ 관련 조항은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과 유사한 데다 구체적 방안 없이 선언적 내용이라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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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채 던져진 아들의 셔츠…죽음에 대한 예의마저 없었다” “엄마, 오늘 하루 시간이 비어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해. 홍대에서 밥을 먹고 이태원에 사는 형에게 들렀다 올게.” 지난해 10월 29일 아들은 이렇게 말하며 집을 나서려 했다. 꼬깃꼬깃한 와이셔츠를 입고 있기에 엄마는 아들을 불러세웠다. “몇 분만 기다려주면 안 돼? 내가 다려줄게.” 현관에 선 아들을 보니 이번엔 낡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산 3만5000원짜리 구두였다. “엄마, 이번엔 진짜 좋은 구두를 사야겠어”, “그래, 나랑 같이 백화점에 가서 부츠 하나 장만하자.” 그렇게 고 이지한씨는 집을 나섰다. 오후 4시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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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안 되는 딸의 죽음…왜 잊으라고만 하나요” “진아 어디? 이태원 핼러윈 안 갔지? 사고 났다는데. 진아, 통화 중이네. 톡 남겨줘. 진아, 자고 있음 다행이고 전화나 문자 줘, 진아. 걱정해. 진아, 진아, 진아, 늦어도 되니 전화나 톡 보면 전화 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30일 자정 무렵, 최정주씨(54)는 딸에게 11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없었다. 사흘 후 아버지는 딸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진아, 방금 아빠, 진이 좋은 곳에 데려다 놓고 왔다. 진아,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아빠가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좋은 곳에서 좋은 마음으로 편히 쉬어라. 아빠 딸 유진이 영원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