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
여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2인자 자리는 양면적 특성이 있다. 늘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다. 묵묵히 뒤를 지키는 병풍 같은 존재다. 하지만 1인자의 뒤에 있으니 비판받을 일이 없다. 힘을 모아 후사를 도모하기에 이만한 자리가 없다. 슈퍼파워 미국 행정부의 2인자, 부통령 자리도 비슷하다. 초대 부통령 존 애덤스는 “부통령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라고 자평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도 한 정치풍자 프로그램에서 군인들에게 핫도그를 배달하는 게 헌법이 부여한 부통령의 임무라고 농담했다. 하지만 어떤 대통령을 만나느냐에 따라 부통령의 역할은 크게 달라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딕 체니 부통령은 실세 역할을 했다. 리처드 닉슨 등 14명이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이 된 것을 봐도 무시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
경향의 눈 민주당에 ‘풀빵과 장미’를 2004년 4월15일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분노한 시민들이 여당에 표를 몰아줬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43년 만에 국회 권력이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 “근대사에 처음으로 개혁의 봄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는 3개월 만에 차갑게 식었다. 한길리서치의 7월3~4일 여론조사에서 우리당의 지지율(27.1%)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 지지율(29.5%) 아래로 내려앉았다. 2020년 4월15일 21대 총선에서 그들이 다시 의회를 장악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정을 택했고, 구태 야당을 심판했다. 그리고 3개월이 흐른 지난 1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9개월 만에 최저인 35.4%로 추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도 발생했다. 16년 전처럼 승리 3개월 만에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
여적 정치인의 눈 수술 사람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가 눈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도 있다. 기능적으로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가 월등히 많고 정확하다. 백문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나. 눈은 마음과 몸의 건강 상태도 보여준다. 눈이 첫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아파서 병원을 가면 의사들이 눈부터 확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상에서도 눈은 부귀빈천을 보는 곳이다. 눈을 빼면 나머지는 양념일 뿐이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눈 모양이 바뀌면 주변 사람들이 금방 알아보고 왜 바꿨는지를 궁금해한다. 정치인들이 눈 수술을 하면 더욱 그렇다. 치료를 위한 수술이라고 설명해도 인상이나 관상 개선용이란 억측이 끊이지 않는다. 2005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눈 수술을 하고 보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나 화제가 됐다. 눈꺼풀 처짐 현상의 하나인 상안검이완증 수술을 했다. 노화로 윗눈꺼풀의 피부가 밑으로 처져 눈을 덮으면서 시야를 가리고,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증상을 치료한 것이다. 하지만 쌍꺼풀 미용수술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혹자는 눈이 커졌으니 앞으로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민생을 살피라는 주문까지 했다. 정동영 전 의원도 민주평화당 대표이던 2018년 12월 눈 수술을 했다. 눈꺼풀이 눈 방향으로 뒤집어져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안검내반증 때문에 수술했다는 것이다. 인상이 확 달라져 못 알아봤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
여적 ‘접시깨기’ 행정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부엌으로 가서 놀자. (중략) 자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어지나. 자 그녀에게 시간을 주자.” ‘타타타’를 부른 김국환의 노래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 중 일부다. 1992년 12월 가요 톱10에도 들었던 노래다. 이 노래는 남편들도 부엌일을 함께하자는 말을 ‘접시를 깨자’고 표현했다. 서툴러서 접시를 좀 깨도 괜찮으니 설거지를 하자는 것이다. 점차 집안일에서 남녀 구분이 없어지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설거지하는 남편은 드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정부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은 그릇 깨는 정도의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요청이었다.
-
여적 담양 대나무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중 대나무를 노래한 부분이다. 사철 푸르고 곧개 뻗은 대나무는 군자의 품격과 기상을, 속이 텅 빈 줄기는 청렴을 상징한다. 문인들이 자주 그린 사군자(四君子)에 대나무가 들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성철 스님은 “대나무가 가늘고 길면서도 모진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나무처럼 살라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시련은 성장을 위한 마디로 생각하며 살라는 것이다.
-
여적 ‘황당 트럼프’ 폭로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역대 최고의 ‘피노키오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거짓말쟁이란 의미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폭로나 수모를 당하는 데서도 ‘역대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많이 괴롭힌 건 ‘러시아 게이트’ 수사방해 폭로다. 트럼프 집권 후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 바람에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됐고 2019년 12월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이 탄핵안을 부결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년 가까이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언론인 마이클 울프는 2018년 1월 <화염과 분노>에서 정신이상설까지 제기했다. 워터게이트 특종보도의 주인공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밥 우드워드는 같은 해 9월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등 5·6학년 수준의 이해력”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 사실을 침묵하는 대가로 13만달러를 받았다는 전직 포르노 배우의 폭로도 있었다.
-
여적 통합당의 1호 법안 1호라는 말에는 단순히 순서상 첫 번째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상징성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1990년 1월3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문을 연 맥도널드 1호점은 냉전시대 종식을 상징하는 명소가 됐다. 1호라는 말에는 중요함에서 제일 앞선다는 뉘앙스도 담겼다. 대통령 전용기를 공군 1호기로 지정하고, ‘KAF-001’이란 편명을 부여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1호라는 번호를 부여받기 위한 경쟁이 곧잘 벌어진다. 역대 국회 개원 때마다 1호 법안 타이틀 경쟁이 치열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법’이 1호 법안에 부여되는 의안번호 ‘2100001’을 받았다. 보좌진이 국회 본관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4박5일간 밤샘 대기를 한 결과다. 정치권은 1호에 주어지는 상징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총선 때마다 정당들은 당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지지를 확장하기 위해 영입인사 1호 선정에 공을 들인다.
-
여적 디즈니 성소수자 애니 백설공주, 피노키오, 인어공주, 겨울왕국, 주토피아. 누구나 줄거리를 아는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들이다. 디즈니는 1937년 첫 장편 <백설공주>를 시작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다. 기발한 상상력,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림체는 전 세계 어린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티 디즈니’ 운동도 힘을 얻었다. 시대를 좇아가지 못하는 낡은 가치관이 문제였다. 비현실적 몸매의 여린 공주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 이야기’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이다. 디즈니도 결국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인기를 유지하려면 캐릭터의 다양화를 통해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반영하는 노력이 불가피했다.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인종적 편견을 허무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1992년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유색인종 공주가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인어공주> 실사판의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여성의 역할도 주체적으로 바뀌었다. 2013년작 <겨울왕국>에서 위기의 공주를 구한 것은 왕자도 사랑하는 남자도 아닌 자매간의 사랑과 신뢰였다. 디즈니의 이런 노력은 성·인종·종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요자의 이해를 충족시킴으로써 상업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
여적 샤넬 오픈런 지난해 8월 미국의 회원제 할인마트인 코스트코가 중국 상하이에 1호 매장을 열었다. 개장을 기다리던 중국 고객들은 전동 셔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매장 곳곳에서는 고객들이 서로 먼저 물건을 사겠다며 몸싸움을 벌였다. 코스트코 측은 결국 개점 4시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또 10여년 전 아이폰이 중국 시장에서 신상품을 선보일 때면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요 애플스토어 매장에는 전날부터 수천명이 줄을 서곤 했다. 판매를 늦게 시작했다가 계란 세례를 받는 매장도 속출했다. 요 며칠 사이 한국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관찰된다. ‘샤넬 오픈런’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이 14일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하자 전국 유명 백화점에서는 개장 전부터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면 매장으로 뛰어들어가는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에서는 가방을 사려 3시간 넘게 기다렸고, 부산에서는 10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섰다.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인기 상품들은 아예 살 수 없다고 한다.
-
여적 해녀와 돌고래 유채꽃 피는 제주의 봄은 바닷속에도 온다. 바위에 붙은 초록의 해초들이 물살에 팔랑거리고, 바위틈에 숨었던 해삼들도 봄볕을 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 해녀들의 일상도 이때부터 바빠진다. 사철 바다에서 사는 해녀들이지만 3월 미역 채취를 시작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물질에 나선다. 해변 곳곳에서 테왁(해녀들의 몸을 띄워주는 두렁박)이 떠다니고, 가끔씩 물 밖으로 나오는 해녀들의 “호오~이” 하는 숨비소리가 들린다. 초보인 하군(똥군) 해녀들은 3~4m의 얕은 바다에서 일하지만 상군들은 10m도 넘는 깊은 바다로 잠수한다. 오후 들어 하나둘 밖으로 나오는 해녀들의 망사리에는 홍해삼과 전복, 돌멍게가 가득하다.
-
여적 선거보조금 농단 어떤 제도든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그 틈을 파고들어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도 늘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개정된 선거제도의 허점을 노린 편법과 꼼수 경연이 펼쳐지고 있다. 양당제 한계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한 선거법 개정의 취지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등장으로 빛이 바랜 것은 시작일 뿐이다. 의원 꿔주기에 이어 선거공영제를 위한 선거보조금 제도의 존재 이유를 회의하게 만드는 선거보조금 농단(壟斷)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를 낸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직전 선거 유권자 총수에 물가상승을 반영한 계상단가(올해 1047원)를 곱해 총액을 산정하고 정해진 원칙에 따라 배분한다. 올 총선에선 12개 정당에 440억7000여만원이 지급됐다. 지금까지 선거보조금 논란은 주로 ‘먹튀’가 문제였다. 2012년 대선에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27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은 후 선거 3일 전에 사퇴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2014년 6·4 지방선거 때도 32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통진당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광역단체장 후보 3명을 사퇴시키자 비난이 쏟아졌다. 먹튀방지법 제안도 나왔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여적 갈라파고스도 뚫은 코로나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태평양 쪽으로 약 1000㎞ 떨어진 곳에 19개의 섬들이 모여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다. 1535년 파나마 주교 토마스 데 베를랑가라는 인물이 페루로 가던 중 표류하다 처음 발견했다. 갈라파고스란 이름은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는 ‘갈라파고’에서 유래했다. 말안장 모양의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들이 많아서 붙여졌다. 수백만년간 외부와 차단된 무인도였던 갈라파고스는 고유종들이 넘쳐나는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찰스 다윈은 1835년 탐험선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찾아 생물들을 관찰한 후 진화론의 기원이 되는 <종의 기원>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