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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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험한 공통점 한국에서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이 경호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공산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경호원에 이끌려 돌발 퇴장했다. 일어나지 않으려는 후진타오와 완력으로 그를 일으키려는 경호원, 경호원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린 후 무표정하게 앞만 바라보는 시진핑과 모른 척 외면하는 당 간부들. 그리고 후진타오의 퇴장 장면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삭제됐고 관련 언급도 완전히 차단됐다. 중국 내 사회적 파장도 전혀 없다. 시진핑 집권 3기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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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대선서 78세 현 대통령 연임 성공할 듯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현 대통령(78)의 연임이 유력시된다. 오스트리아 방송사 ORF 등의 집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오후 8시6분 현재 52.5%의 개표율을 보이는 가운데 무소속 판데어벨렌 후보가 54.6%의 득표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극우자유당 발테 로젠크란츠 후보는 19.1%를 기록했다. 도미니크 블라츠니 등 나머지 5명의 군소후보들은 1∼9% 사이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사전 우편 투표 결과는 10일 공개될 예정이다. 사전 우편 투표까지 반영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선두를 달렸다. ORF가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진 진행된 투표 마감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에서도 판데어벨렌 후보는 54.6%를 득표해 18.9%를 얻는 데 그친 발테 로젠크란츠 후보를 누루고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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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계화라는 황금 구속복 벗어던진 미국 탈세계화, 세계화 후퇴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해왔던 세계화는 끝났다”고 자신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도 ‘세계화의 적들이 배회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10년 전만 해도 미국 정치에서 보호주의는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움직임에서 세계화의 후퇴는 분명히 확인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앞세우며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대선 공약과 달리 전 정부가 도입한 대중국 관세도 폐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에 돌입한 바이든은 연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친다. 그는 “미국 노동자들이 미국 공장에서 만든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건설하려는 미국의 미래”라고 말한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자유무역은 설 자리가 없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를 황금 구속복에 비유했다. 세계화를 통한 번영을 누리려면 규제 완화, 무역 자유화, 민영화, 관세 인하 등과 같은 구속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이제 그 구속복을 입고 있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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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3정당 실험이 반복되는 이유 숫자 3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안정이나 완전함을 상징한다. 주역의 정(鼎) 괘는 세발솥을 의미하는데, 이 솥은 세 개의 다리가 안정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국가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한다. 성서에서도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를 말한다. 3은 신화에서도 공통으로 등장한다. 게르만 신화에서 최초의 신들은 오딘, 빌리, 벨 삼형제다. 힌두 신화에서는 브라마, 비슈누, 시바 등 3대 주신이 있다. 정치에서도 3은 변화와 완전함의 추구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제3정당이 대표적이다. 양당 제도가 굳어진 미국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제3정당 운동으로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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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명박·오바마 2.0을 넘어야 한·미 정상회담과 후속 외교장관 회담을 거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목표가 확인됐다. 한·미 정상은 양국 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규정했고, 박진 외교장관은 미국을 찾아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을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각론을 뜯어보면 과거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과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말조차도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와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정책을 설계·집행했던 5인회 멤버가 국가안보실장(김성한), 국가안보실 1차장(김태효)으로 다시 키를 잡았으니 예견된 결과다. 때마침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이명박 정부 때 함께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조를 잇고 있다. 윤석열·바이든 시대 한국의 대외정책은 이명박·오바마 시대 대외정책의 2.0 버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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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레이트 디커플링’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마리우폴의 극장에 포탄이 떨어져 한꺼번에 수백명이 숨지는 등 민간인 희생자만 수천명이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철수하는 지역마다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흔적이 발견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전승일인 9일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전면전 선포 대 전쟁중단 선언이란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그의 정의롭지 못한 전쟁은 이미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수도를 점령하고 정권을 바꿔 친러시아 위성국가를 세우려던 초기 목표는 물 건너갔고,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동서로 분단시키는 것도 현재로선 쉽지 않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돈바스 지역 내 친러 공화국 두 곳의 분리독립이란 최소한의 목표를 이룬다 해도 그것을 위해 이런 엄청난 희생을 치렀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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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용산으로 가려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백악관을 모델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 됐으니 백악관 웨스트윙 같은 공간에 새 집무실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접근성과 개방성을 높이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앞뒤를 따져보면 이상한 부분이 많다. 백악관을 따라하면 소통이 잘될까.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1800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백악관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겉에서 보면 3층으로 보이는 중앙 건물은 대통령 가족들의 주거공간이다. 양쪽으로 대통령 부인의 사무공간인 이스트윙,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참모들 사무공간이 있는 웨스트윙이 연결돼 있다. 웨스트윙에는 언론 브리핑룸도 있다. 창밖에는 미국 대통령들이 카메라 앞에 자주 서는 로즈가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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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차이나 스탠더드’의 위험성만 보여준 올림픽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다. 여기에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 역량을 자랑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결제에서 기축통화인 달러화 의존을 줄이고 위안화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이어 14년 만이다. 디지털 위안화 구상이 보여주듯이 그사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기술, 산업, 무역은 물론 군사, 안보, 외교 등 전방위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일 정도다. 중국은 이미 현 국제정세를 ‘백년에 없는 대변동’ 국면으로 정의한 상태다. 서세동점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중국식 세계질서를 만들어 나갈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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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돌아온 미국과 재무장 노리는 일본 “미국이 돌아왔다.” 2021년 미국의 대외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올해를 ‘재건의 해’라고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이 망친 대외정책을 정상화하는 한 해였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들과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이란과는 핵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4자 안보협의체 쿼드 정상들과 회담을 열고, 새로운 3자 안보동맹 오커스를 출범시켰다. 110여개국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열고 ‘자유세계’의 단합을 과시했다. 재건은 하나의 목표에 맞춰졌다. 미국에 대한 미래의 최대 위협,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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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 ‘블라블라식’ 기후위기 대응으론 안 된다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이 영국 글래스고에 모여 2주가 넘도록 머리를 맞대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열어 내놓은 해법은 실망 그 자체다.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는 연약한 행성”(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당면한 기후위기에 비하면 합의문은 한가해 보일 정도다. ‘글래스고 기후조약’에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당초 석탄발전 중단에서 ‘탄소배출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 중단으로 후퇴했고 마지막에는 중단이 ‘단계적 감축’으로 완화됐다. 또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 제한’이란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했음에도 내년에 NDC를 다시 점검하겠다며 얼버무리고 넘겼다. 지금 상태라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은 2.2~2.7도에 이를 것이라고 유엔은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유한 나라들이 내기로 한 연간 1000억달러 기후기금 약속을 이행할 구체적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평가가 정확하다. “블라블라블라(Blah, blah, blah·어쩌고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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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쿠데타 주역…6·29선언으로 ‘승부수’ 직선 대통령에 마지막 군인 대통령 노태우(盧泰愚). 그는 군사 정부에서 민간 정부로,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 시대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6·29선언, 북방외교, 남북대화는 업적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12·12쿠데타, 거액의 비자금 은닉 등 그림자가 너무 커 공은 과에 묻혀버렸다. 국민들은 그를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의 주역으로 여긴다. 퇴임 후 이뤄진 역사적 단죄는 그의 시대적 위치와 한계를 보여준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12월4일 대구 동구 신용동 596번지, 팔공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대구공립공업학교(현 대구공고) 전기과에 입학, 경북고등학교에 편입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는 그보다 한 살 위였지만 대구공립공업학교에는 두 학년 아래로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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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사망 ‘보통사람’ 내건 군인 대통령, 수감·사면·투병까지 영욕의 86년 마지막 군인 대통령 노태우(盧泰愚).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군인 대통령 시대의 마지막 주자였다. 군사 정부에서 민간 정부로,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 시대의 대통령이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내 임기는 5년이었지만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전환기였다”고 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6·29 선언, 북방외교, 남북대화는 민주화 시대에서 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평가할 만한 업적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12·12 쿠데타, 거액의 비자금 은닉 등 그림자가 너무 커 그의 공은 과에 묻혀버렸다. ‘위대한 보통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던 본인의 희망과 달리 국민들은 그를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의 주역으로 여긴다. 퇴임 후 이뤄진 역사적 단죄는 그의 시대적 위치와 한계를 보여준다. 스스로 6·29로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 상당수는 그를 ‘전 대통령’으로 부르기조차 거부하는 것도 현실이다. 생의 말년인 2013년 9월에야 그는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완납했다. 16년만의 지각 납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