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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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대명’ 민주당의 모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완성됐다.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재선에 성공했다. ‘친명횡재’ 공천에 총선 압승까지 거머쥔 민주당은 지난 4개월간 두 방향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나는 막 나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다. 22대 국회 들어 벌써 특검법 10개, 탄핵안 7개를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강경해졌고 무서울 게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결국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여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또 하나는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 마무리 작업이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의 대선 후보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만들고, 부정부패 연루자 직무정지 규정은 정치검찰 독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예 폐기했다. 강령에는 이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하고, 당헌엔 대표 자문위원을 신설했다. 전당대회는 이재명 ‘총재’ 시대를 알리는 형식적 세리머니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역대 최고인 85.4% 지지를 받았다. 이제 이재명은 민주당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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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조국혁신당은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오는 20일 치러진다. 4·10 총선 돌풍에 비하면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진다. 조국 대표가 다시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결과가 뻔한 탓도 있지만, 혁신당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혁신당의 존재감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총선 직후 14%까지 올랐던 혁신당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7월 2주 조사에서는 8%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에서 12석 비교섭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는 예상 가능하다. 혁신당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총선용 프로젝트 정당으로 막을 내릴까. 혁신당에 아쉬운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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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봄꽃은 지고 윤석열의 시련은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총선 참패가 본인에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한 듯하다. 108 대 192. 탄핵선 근처까지 몰린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는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간 직면하게 될 현실이다.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상황을 뒤집고 말 잘 듣는 의원들을 앞세워 국회를 틀어쥐려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야당 협조 없이 굵직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해외 순방이나 다니면서 정책 결정권 없이 내각제하의 대통령처럼 집권 후반기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제 여론을 무시하며 100% 본인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다가는, 처지를 부정하며 ‘격노’만 하다가는 중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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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견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여론은 49%, 지원 선거이기를 바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는 조국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지만, 그 바탕에는 지난 2년간 국민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 악취가 심해도 코를 막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투표를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년은 긴 시간이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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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재명은 민주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총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총선이라면 대통령 지지율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여당을 지지해 정권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야당을 키워서 정권을 심판하고 견제할지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 지지율×3’ 공식이 있다.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는 대통령 지지율의 3배 정도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7%까지 상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획득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수준이었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 -
아침을 열며 정권심판 표심 왜곡하는 ‘이준석 신당’ 지난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27%였다. 총선이 4개월여 남은 시점인데 여전히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무당층이 확인된다. 거대양당에 실망하고 정의당도 대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거대양당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 이들을 바탕으로 권력을 창출하려는 소위 제3정당들은 아파트 분양을 앞둔 시점 떴다방처럼 생겨날 조짐이다. -
아침을 열며 강서구청장 선거의 세 갈래 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사실 결과는 뻔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사면해 그 선거에 다시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오만함은 이미 패배를 예고했다. 안철수 의원의 여당 후보 지원 유세를 보고 한 시민이 “지랄하고 자빠졌네”라고 했을 때 이미 선거는 끝났다. 그건 그저 야당 지지자의 비난이 아니라 다수 강서구민의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구청장 보궐선거 하나에 정치권 전체가 술렁이는 것은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에서 치러진 마지막 민심 테스트에서 여야 격차가 17%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여당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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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재명의 싸움과 민주당의 싸움은 분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이 대선 패배 후 인천으로 가 초선 배지를 달고 여의도 정치에 입성해 제1야당 대표를 맡은 지 1년이 됐다. 평가가 이어지겠지만 이 대표가 받을 1년 성적표는 낙제 수준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이 정부·여당 견제와 수권 능력 제시라는 제1야당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는 이는 적다. 일본이 수백만t의 원전 사고 오염수를 30년 넘게 바다로 흘려보내려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반대 한번 못한다. 독립 영웅들은 좌파 이력을 찾아 역사에서 지우고 일제 만주군 출신 백선엽은 복권을 추진한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고위 당국자 하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제1야당의 존재감은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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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염수 방류와 국가의 역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도쿄를 통과하는 아라카와강에 방류할 수 있을까. 중국이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서해에 방류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받아들일까.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 안전하다며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겠다는 일본과 이를 묵인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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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덜 나쁜 놈’ 고르는 선거에서 벗어나야 83 대 7. 5월 셋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다. 여야 지지층 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 차이가 76%포인트나 된다는 의미다. 정치 양극화의 실상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 정치가 늘 그랬지라며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갤럽 조사 기준 여야 지지층 간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 비율 차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최대 격차를 보면 김영삼 정부 39%포인트, 김대중 정부 48%포인트, 노무현 정부 62%포인트, 이명박 정부 64%포인트, 박근혜 정부 75%포인트, 문재인 정부 85%포인트를 기록했다. 한때 지지 정당이 다른 이들 사이에서도 국정운영과 관련해 공론이 모이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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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회식정부 1년 윤석열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 대통령이 되어 뭘 하려고 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지 곧 1년이 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려니 의문부터 생겼다. 두 번도 못하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이고 임기의 5분의 1이 지났는데도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왜 되려고 하나.” 윤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공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권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의) 부름을 제가 확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 같고….” 국민이 원한다니 해보겠다는 취지다. 내용도 대통령보다는 검찰총장이 되려는 이유에 더 가깝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과 싸우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대통령이 되어서 뭘 하려는지에 대한 정립된 인식은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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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술 취한 삼촌’ 같은 대통령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묘사할 단어를 고르라고 했더니 ‘술 취한 삼촌’이 거론됐다. 가끔 명절에 집에 찾아오는 술 취한 삼촌처럼 볼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게 되고 말하는 걸 듣기도 싫은 후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거짓말쟁이’로 묘사했다. 정치적 술수로 살아왔고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이란 취지다. 이들 중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국 시민들의 난감함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