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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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거와 좌파 바람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벌써 1년6개월이 넘었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을 회복하려는 나라들도 하나둘 이어지고 있지만 전염병의 공포와 봉쇄로 인한 경제난은 여전하다.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균열은 점점 더 심각해졌고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정치의 최대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불안과 불평등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의 시민들은 어떤 정치세력을 선호할까. 지난달 26일 치러진 독일 총선을 이런 관점에서 주목해보자. 독일 선거에서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기사당 연합을 꺾고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로써 독일도 중도좌파 정당이 연정을 이끌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같은 그룹에 끼게 됐다. 앞서 13일 노르웨이 총선에서도 노동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진영이 승리하며 2013년 이후 8년간 이어온 중도우파 집권을 끝냈다. 이에 따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 이어 노르웨이까지 북유럽 4개국 모두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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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 백신 제약사와 선진국의 위험한 거래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특수를 누리는 기업들이 있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거대 제약사들이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 백신 매출액 전망치를 335억달러(약38조6590억원)로 설정했다. 모더나의 올 상반기 매출은 62억9100만달러(약 7조2100억원)로 전년 대비 84배 증가했다. 모더나에선 43억달러의 재산을 신고한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 등 다수의 억만장자가 탄생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개발한 스타트업 바이오엔테크의 CEO 우구르 사힌은 40억달러(약 4조6760억원) 상당의 재산을 모았다. 코로나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미지의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신약을 신속하게 개발한 기업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연구·개발의 대가를 챙기는 것도 당연하다. 시민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산업 분야별 호감도 조사를 보면 팬데믹 이전까지 제약산업은 늘 꼴찌였다. 갤럽의 2019년 조사에서 제약산업에 대한 호감도는 27%에 불과했다. 생명이나 사회적 책임은 뒷전이고 오직 이윤만 추구하는 거대 독점 제약사들은 탐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인 올 3월 이뤄진 진보 싱크탱크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의 조사에서는 56%의 응답자가 제약산업에 호감을 드러냈다. ‘팬데믹 영웅’의 등장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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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진핑의 굴기에 없는 세 가지 중국 공산당이 지난 1일로 창당 100년을 맞았다. 1921년 당원 53명으로 출발해 이제는 당원 9200만명의 세계 최대 정당이 됐다. 공산당이 이끌어온 중국은 그사이 눈부신 성장으로 글로벌 ‘넘버투’가 됐다. 중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14조7200억달러로 미국(20조9300억달러)의 71%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보다 많은 해군 전투함을 보유하는 등 군사력 성장도 확연하다. 5G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선 미국을 앞섰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창당 100주년 연설은 강렬했다. 그는 톈안먼 망루 위에서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를 발아래 두고 전면적인 샤오캉(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 완료를 선포했다.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중화민족의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천명했다. 그리고 “누구라도 중국을 압박하려는 망상을 품는다면 만리장성에 부딪쳐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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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11일 전쟁’이 남긴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의 전쟁이 11일 만에 휴전으로 일단락됐다. 양측은 지난 21일 오전 2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갔다. 이집트의 중재를 양측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을 멈춰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해결된 것 하나 없이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갔다. ‘11일 전쟁’이 남긴 교훈을 짚어본다. 우선 국제사회의 갈등에 대한 강대국의 관여 특히 미국의 인도주의적 관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식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고립주의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부는 종교자유 보고서를 내고 중국과 북한을 최악의 종교자유 침해국이라고 비난하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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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얀마의 내전만은 막아야 한다 3월27일은 미얀마 국군의날이다. 1945년 3월27일 일본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이 그 무장항쟁의 주축이었다. 국군의날 76주년이던 지난달 27일 미얀마 군의 총구는 외세가 아닌 자국 시민들을 향했다. 군부는 전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무차별 총격에 어린아이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SNS상에는 피 흘리는 아이들과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났다. 이날 하루에만 114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그야말로 ‘피의 일요일’이었다. 군부는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대규모 국군의날 기념 열병식을 갖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중국, 러시아, 태국,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라오스 등 8개국 대표단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에 참석해 쿠데타 세력의 집권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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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로나19 음모론과 정치의 책임 위기의 시대에 음모론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팬데믹, 곧 전염병의 대유행은 대표적 위기다. 14세기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진 유럽에서는 유대인들이 기독교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유대인 공동체 1000곳 이상이 공격당하고 주민들이 학살당했다. 19세기 초 영국인들에 의해 전 세계로 번진 콜레라는 각지에서 ‘콜레라 봉기’를 일으켰다. 1832년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콜레라 환자가 대량 발생하자, 정부가 하층민들을 몰살시키려 한다는 음모론이 퍼져나갔다.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에서 묘사한 혁명의 배경엔 콜레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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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굿바이, 트럼프 4년 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1월20일 워싱턴에는 새벽부터 겨울비가 내렸다. 아침 7시쯤 워싱턴 외곽에서 지하철을 타고 취임식이 열리는 연방의회 의사당 광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은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새긴 빨간 모자를 쓴 인파가 넘쳐났다. 전국에서 모여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들뜬 얼굴로 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10시쯤 의회 광장에서 뒤를 돌아보니 내셔널몰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취임식장에서 만난 이탈리아계 미국인 빌 디오데스는 “트럼프는 고액 기부자들만 만나고 큰 도시만 생각하는 힐러리와 다르다. 그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트럼프는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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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중대재해법과 비통한 자들의 정치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첫 정기국회 ‘입법 잔치’가 끝났다. 민주당은 다수의 힘으로 야당의 필리버스터까지 무력화시키며 권력기관 개혁 3법 등 130개 법안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평가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노동자가 일하다 부서져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공동체의 윤리강령을 만들자는 기본적인 요구조차 외면하는 개혁에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 한국의 산업재해 현실은 부끄러운 수준을 넘어 참담하다. 산재 사망자 수는 23년 중 2년만 빼고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6명이 일을 하다 죽는다. 매일 노동자들이 기계에 끼여 죽고, 떨어져 죽고, 불에 타 죽고, 질식해 죽고, 감전돼 죽고, 과로로 죽고, 화학약품에 중독돼 죽는다. 그럼에도 재해 발생 사업장 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산재 사망으로 기업이 낸 벌금은 평균 400만원이다. 사업주들은 안전조치를 하는 것보다 사람이 죽으면 벌금을 내는 게 더 싸다. 그러니 산재 재발률은 97%에 달한다. 구조적 살인이 용인되는 야만의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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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필리버스터의 새 풍경 2012년 몸싸움을 금지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연말이면 어김없이 연출되던 ‘동물국회’ 풍경은 사라졌다. 이 법은 대신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보장했다.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한 법 조항을 폐기하고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당초 16세기 ‘해적선’을 일컫는 스페인어로, 스페인의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러다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일부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 정치적 의미로 쓰였다. 한국에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4년 동료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종료까지 5시간19분 동안 연설한 게 첫 필리버스터로 꼽힌다. 한국과 달리 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발언도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위해 성경은 물론 요리책, 전화번호부를 읽기도 한다. 1957년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의 24시간18분이 최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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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모사드의 암살 뮌헨 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1972년 9월.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잠입해 인질극을 벌이다 11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했다. 대외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신의 분노’라는 이름의 작전으로 6년에 걸쳐 테러의 배후 11명을 추적해 암살한 것이다. 모사드의 이 작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뮌헨>으로 잘 알려졌다. 히브리어로 ‘기관(institute)’을 뜻하는 모사드의 정식명칭은 ‘중앙공안정보기관’이다. 모사드란 이름에는 암살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특히 모사드의 팔레스타인 주요 인사 표적살해는 악명이 높다. 1970년대부터 팔레스타인의 테러 등 저항운동이 거세지자 이스라엘도 암살로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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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바이든 시대의 트럼피즘 미국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일부 주의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11일(현지시간) 이미 선거인단의 절반이 넘는 279명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선거를 도둑질했다며 불복하고 있지만 결과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바이든은 이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가 설치한 황금색 커튼을 걷어낼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나는 분열이 아니라 단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을 치유할 시간이 왔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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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매케인의 승복 연설 2008년 11월4일 밤(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친구들, 긴 여행이 끝났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대선 승복 연설을 시작했다. “미국인의 뜻은 확고했다. 조금 전 버락 오바마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둘 다 사랑하는 이 나라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야유하는 지지자들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오바마를 축하해줄 뿐 아니라 그가 필요한 화합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아들딸과 손자손녀들에게 우리가 물려받은 나라보다 더 나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오바마에게) 우리의 선의와 노력을 보내자.”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오바마의 경험부족을 비판한 그였지만 이날엔 시종일관 승자를 치켜세웠고 지지자들에게 화합을 강조했다. “오늘밤 여러분이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일은 그걸 넘어서야 한다.” 지지자들은 조금씩 연설에 몰입했고, 이윽고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