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박영환 정치부장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견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여론은 49%, 지원 선거이기를 바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는 조국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지만, 그 바탕에는 지난 2년간 국민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 악취가 심해도 코를 막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투표를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년은 긴 시간이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보자.

2022년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이전 약속은 “시민 불편”을 이유로 파기했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1조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가 명분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2년째 신년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았다. 역술인 천공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7월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안을 보고했다. 신속히 방안을 강구하라던 윤 대통령은 성토가 이어지자 한발 뺐다. 박 부총리는 임명 재가 35일 만에 사퇴했다. 지난해 3월에는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흐지부지 물러섰다. 윤 대통령은 연금·교육·노동 개혁을 강조했지만 아직 정부안도 없다.

10월29일. 핼러윈을 맞아 서울 이태원동에 10만 인파가 몰리면서 좁은 골목길 경사로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9명이 숨졌다. 후진국형 대참사였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속속 드러났지만, 서울경찰청장만 기소됐고 그 위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아직 철수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3년 6월28일.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약탈적 이권 카르텔’을 거론하며 “나눠먹기식 R&D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2월21일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보다 5조2000억원 삭감한 2024년 예산안을 내놨다. 야당이 반대했지만 결국 4조6000억원 삭감된 채 통과됐다. 33년 만에 처음 R&D 예산이 삭감됐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8월18일.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승인했다. 국민 다수의 반대와 우려에도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도 일본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 남북 대화는 끊겼고 북한은 헌법에서 ‘통일’을 지우기로 했다.

11월28일. 김건희 여사가 한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대통령 배우자의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사과도 없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가족은 법치에서 예외다.

2024년 1월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말하던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끌려나갔다. 윤 대통령에게 R&D 예산 감축에 항의하던 카이스트 졸업생도 ‘입틀막’을 당했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보고서는 한국 민주주의가 2021년 17위에서 2023년 47위로 30계단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독재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3월18일. 윤 대통령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 가격이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875원은 대통령 방문에 맞춰 할인에 할인을 더해 만들어낸 비현실적 가격이었다. 치솟는 물가에 고통받는 시민들이 보기엔 코미디였다. 윤 정부 2년 연속 연간 소비자물가는 3% 이상 상승했다.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다.

이외에도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와 관련한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도피성 출국 등 윤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벌인 일은 한두 건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을 앞세우다 힘에 부치자 “반성합니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만시지탄이다. 이번 총선은 윤 정권 중간평가 선거일 수밖에 없다. 선거가 끝나면 자주 머리기사로 걸리는 문구가 있다. ‘민심은 무서웠다.’

박영환 정치부장

박영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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