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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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견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여론은 49%, 지원 선거이기를 바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는 조국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지만, 그 바탕에는 지난 2년간 국민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 악취가 심해도 코를 막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투표를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년은 긴 시간이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보자. 2022년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이전 약속은 “시민 불편”을 이유로 파기했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1조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가 명분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2년째 신년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았다. 역술인 천공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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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재명은 민주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총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총선이라면 대통령 지지율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여당을 지지해 정권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야당을 키워서 정권을 심판하고 견제할지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 지지율×3’ 공식이 있다.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는 대통령 지지율의 3배 정도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7%까지 상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획득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수준이었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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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권심판 표심 왜곡하는 ‘이준석 신당’ 지난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27%였다. 총선이 4개월여 남은 시점인데 여전히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무당층이 확인된다. 거대양당에 실망하고 정의당도 대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거대양당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 이들을 바탕으로 권력을 창출하려는 소위 제3정당들은 아파트 분양을 앞둔 시점 떴다방처럼 생겨날 조짐이다. 가장 떠들썩하게 영업을 시작한 곳이 ‘이준석 신당’이다. ‘반윤석열 빅텐트’를 표방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영호남을 오가고 연일 언론과 만나며 신당 띄우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을 좋게 본다는 응답이 38%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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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강서구청장 선거의 세 갈래 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사실 결과는 뻔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사면해 그 선거에 다시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오만함은 이미 패배를 예고했다. 안철수 의원의 여당 후보 지원 유세를 보고 한 시민이 “지랄하고 자빠졌네”라고 했을 때 이미 선거는 끝났다. 그건 그저 야당 지지자의 비난이 아니라 다수 강서구민의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구청장 보궐선거 하나에 정치권 전체가 술렁이는 것은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에서 치러진 마지막 민심 테스트에서 여야 격차가 17%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여당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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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재명의 싸움과 민주당의 싸움은 분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이 대선 패배 후 인천으로 가 초선 배지를 달고 여의도 정치에 입성해 제1야당 대표를 맡은 지 1년이 됐다. 평가가 이어지겠지만 이 대표가 받을 1년 성적표는 낙제 수준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이 정부·여당 견제와 수권 능력 제시라는 제1야당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는 이는 적다. 일본이 수백만t의 원전 사고 오염수를 30년 넘게 바다로 흘려보내려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반대 한번 못한다. 독립 영웅들은 좌파 이력을 찾아 역사에서 지우고 일제 만주군 출신 백선엽은 복권을 추진한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고위 당국자 하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제1야당의 존재감은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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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염수 방류와 국가의 역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도쿄를 통과하는 아라카와강에 방류할 수 있을까. 중국이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서해에 방류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받아들일까.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 안전하다며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겠다는 일본과 이를 묵인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가 파괴됐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원자로 안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이 발생하자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닷물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도 하루에 90t 정도의 오염수가 발생한다. 10여년간 오염수를 커다란 탱크 1000여개에 모아오던 도쿄전력은 이제부터 알프스라는 필터로 핵종을 걸러낸 후 태평양에 그냥 버리겠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알프스 처리 오염수는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해양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방류가 시작되면 30년 이상 오염수 수백만t이 공유지인 태평양으로 밀려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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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덜 나쁜 놈’ 고르는 선거에서 벗어나야 83 대 7. 5월 셋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다. 여야 지지층 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 차이가 76%포인트나 된다는 의미다. 정치 양극화의 실상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 정치가 늘 그랬지라며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갤럽 조사 기준 여야 지지층 간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 비율 차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최대 격차를 보면 김영삼 정부 39%포인트, 김대중 정부 48%포인트, 노무현 정부 62%포인트, 이명박 정부 64%포인트, 박근혜 정부 75%포인트, 문재인 정부 85%포인트를 기록했다. 한때 지지 정당이 다른 이들 사이에서도 국정운영과 관련해 공론이 모이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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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회식정부 1년 윤석열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 대통령이 되어 뭘 하려고 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지 곧 1년이 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려니 의문부터 생겼다. 두 번도 못하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이고 임기의 5분의 1이 지났는데도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왜 되려고 하나.” 윤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공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권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의) 부름을 제가 확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 같고….” 국민이 원한다니 해보겠다는 취지다. 내용도 대통령보다는 검찰총장이 되려는 이유에 더 가깝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과 싸우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대통령이 되어서 뭘 하려는지에 대한 정립된 인식은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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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술 취한 삼촌’ 같은 대통령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묘사할 단어를 고르라고 했더니 ‘술 취한 삼촌’이 거론됐다. 가끔 명절에 집에 찾아오는 술 취한 삼촌처럼 볼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게 되고 말하는 걸 듣기도 싫은 후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거짓말쟁이’로 묘사했다. 정치적 술수로 살아왔고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이란 취지다. 이들 중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국 시민들의 난감함을 알 수 있었다. 지난 한국 대선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여야 유력 후보 둘의 이미지도 트럼프, 힐러리와 닮아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술 취한 삼촌 같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거짓말쟁이 같았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무식(無識)’이라고 공격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무법(無法)’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정파성이 약한 중도층은 정말 투표하기 싫은 선거였다. 선거 결과 미국처럼 술 취한 삼촌이 간발의 차이로 선택됐다. 그리고 대선 1년이 지난 지금도 시민들은 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가 된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무시하고, 여당은 힘으로 억누르고, 남의 문제는 파헤치고, 본인 문제는 외면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비리 의혹으로 끝없는 검찰 수사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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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은 ‘이재명 로펌’ 말고도 할 일이 많다 ‘재야정당의 준말로, 정당 정치에서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은 정당이다. 여당과 대립되는 말로, 여당의 정책이나 시책 등에 대하여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하여 여당의 잘못된 독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인 폐해를 막는다.’ 야당이 무엇인지에 대한 <21세기 정치학대사전> 설명 중 일부분이다.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할 정당은 전체 의석의 절반이 넘는 169석을 보유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현 정부 출범 후 한국 사회는 퇴행하고 있다. 노사 법치주의를 명분으로 친기업 반노조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다. 파업은 불법화하고 협박과 응징으로만 대응한다. 주 69시간으로 노동시간 연장도 추진된다. 시장주의 교육 정책은 위험천만하다. 교육당국은 상품으로서 인적 자본 확보에만 관심이 있고 공교육 강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국가정보원이 간첩단 사건이라며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공안정국도 예상된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여당 전당대회에도 노골적으로 개입한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주요 권력기관에 포진했다. 민주화 이전 군사독재와 비슷한 검사독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1990년대도 아닌 198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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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누가 국가의 품격을 떨어트리는가 윤석열 정부 들어 부쩍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국격이다. “이번 국격 훼손은 국제적 망신을 넘어 국익 훼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제노동기구(ILO)의 화물연대 파업 개입을 두고 한 말이다. “국격이 무너진 일주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께 사과하기 바랍니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에 나온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이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사례도 있다. 윤 대통령이 월드컵 대표팀 환영 만찬을 여는 등 묵혀뒀던 청와대를 잇달아 사용한 후 대통령실은 국격에 맞는 행사에는 청와대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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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험한 공통점 한국에서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전직 대통령이 경호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공산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경호원에 이끌려 돌발 퇴장했다. 일어나지 않으려는 후진타오와 완력으로 그를 일으키려는 경호원, 경호원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린 후 무표정하게 앞만 바라보는 시진핑과 모른 척 외면하는 당 간부들. 그리고 후진타오의 퇴장 장면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삭제됐고 관련 언급도 완전히 차단됐다. 중국 내 사회적 파장도 전혀 없다. 시진핑 집권 3기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