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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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하버드 나온 윤석열’에게 목맨 국민의힘 ‘꼭두각시의 반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갈등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다. 국민의힘은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세 번의 경선 끝에 김문수를 대선 후보로 뽑았다. 하지만 ‘쌍권’(권영세·권성동)을 비롯해 친윤석열계 지도부 누구도 그를 정식 대선 후보로 대우하지 않는다. 당 회의실 백드롭에 그의 이름도 사진도 없다. 친윤 입장에서 김문수는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탄핵정권 2인자 한덕수를 당 간판으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바지 후보였다. 친윤계는 김문수 캠프에 위장취업했다. 김문수를 밀어 ‘독고다이’ 홍준표를 잘라냈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을 쳐내는 데도 성공했다. 그런데 꼭두각시 인형이 당무우선권을 주장하며 퇴장하라는 지시를 안 따르니 친윤계로선 미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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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다 윤석열이 12·3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지 122일 만이다. 위헌적 계엄 선포, 국회 봉쇄와 의결 방해,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 체포 지시,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윤석열 세력의 위헌적 행태는 차고 넘쳤고, 온 국민이 그것을 목격했고, 계엄군들이 증언했다. 그럼에도 경고성 계엄이라는 궤변, 윤석열에 의해 ‘계몽된’ 극우세력의 발호, 윤석열과 함께 무너질까 두려운 여당·검찰·관료 세력의 저항으로 심판의 시간은 지연됐다. ‘탄핵심판의 ABC 수준인 기초적인 사건’(이석연 변호사) 선고를 두고 헌법재판소는 111일이나 끌었다. 지난 넉 달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체제가 우리가 믿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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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이재명의 중도보수 고백을 환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원래 진보가 아니라 중도보수 정당이란 선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 찬반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은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준비된 발언이다. 특히 조기 대선 캠페인용 포지셔닝 작업 중 하나다. 우선 국민의힘을 극우로 밀어내려는 의도가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민의힘의 극우적 행태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 ‘극우 파시즘’으로 꾸준히 호칭하고 있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행태는 극우 정당으로 기울고 있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전제주의를 가리키는 4가지 신호로 헌법·선거제 등 민주주의 규범 거부, 폭력 조장이나 묵인, 정치 경쟁자 부정, 언론 등 비판자의 기본권 억압을 들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런 신호가 모두 확인되고 있다. 중도보수의 넓은 들판을 버리고 극우라는 좁은 골목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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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란 세력의 방어 무기, 진영논리와 양비론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니는 잘했나.” 가수 나훈아가 고별 콘서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해서 던진 말이다. 테스형의 균형 잡힌 한마디가 아니라 무지성 또는 위선이다. 독재 대 민주주의, 헌법 대 반헌법의 대결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나훈아의 좌우 비유는 내란의 본질을 외면하는 무개념이고 본인이 인식하든 못하든 배경에는 사악한 의도가 숨어 있다. 마치 성폭행범을 심판하는 자리에서 피해자의 품행이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미친 소리와 다를 바 없다. 개념 없음을 넘어 문제를 상대화해 성추행범의 형량을 줄이려는 못된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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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동훈, 내란 수괴의 후계자가 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선택했다. 무너지는 권력의 후계자가 되기로. 그래서 그는 내란 수괴의 보호자가 됐다. 대통령 윤석열은 지난 3일 밤 국회가 범죄자 소굴,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괴물이 됐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 역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비상계엄이란 단어의 등장에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다. 대통령 담화에 척결, 처단이란 살벌한 단어가 계속 등장했다.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동됐다.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은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고 했다. 그제야 공포가 밀려왔다. 그리고 최정예 특수부대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들어와 본회의장 장악을 시도했다. 다행히 심야에 신속하게 국회 담을 넘은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self-coup)는 6시간 만에 하룻밤의 악몽처럼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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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승만 시대를 사는 무사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부터 ‘데드덕(권력공백)’ 위기를 맞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9%로 취임 후 최저를 찍었다. 민주화 이후 임기 반환점을 맞는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 하야, 탄핵이란 단어가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987년 민주항쟁과 개헌을 통해 우리 사회는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된 인물이 대통령이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되면 사회를 얼마나 후퇴시킬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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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략도 용기도 없는 한동훈식 차별화 정치 “국민의 마음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23 전당대회 직후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여당 수장을 맡아 총선에서 역대급으로 패하고도 몇달 만에 다시 당대표에 나선 그를 받아들였다. 아마도 여당의 변화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 없는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여당으론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이 넘게 지난 지금 한 대표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여론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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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대명’ 민주당의 모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완성됐다.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재선에 성공했다. ‘친명횡재’ 공천에 총선 압승까지 거머쥔 민주당은 지난 4개월간 두 방향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나는 막 나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다. 22대 국회 들어 벌써 특검법 10개, 탄핵안 7개를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강경해졌고 무서울 게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결국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여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또 하나는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 마무리 작업이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의 대선 후보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만들고, 부정부패 연루자 직무정지 규정은 정치검찰 독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예 폐기했다. 강령에는 이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하고, 당헌엔 대표 자문위원을 신설했다. 전당대회는 이재명 ‘총재’ 시대를 알리는 형식적 세리머니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역대 최고인 85.4% 지지를 받았다. 이제 이재명은 민주당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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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조국혁신당은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오는 20일 치러진다. 4·10 총선 돌풍에 비하면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진다. 조국 대표가 다시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결과가 뻔한 탓도 있지만, 혁신당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혁신당의 존재감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총선 직후 14%까지 올랐던 혁신당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7월 2주 조사에서는 8%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에서 12석 비교섭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는 예상 가능하다. 혁신당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총선용 프로젝트 정당으로 막을 내릴까. 혁신당에 아쉬운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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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봄꽃은 지고 윤석열의 시련은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총선 참패가 본인에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한 듯하다. 108 대 192. 탄핵선 근처까지 몰린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는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간 직면하게 될 현실이다.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상황을 뒤집고 말 잘 듣는 의원들을 앞세워 국회를 틀어쥐려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야당 협조 없이 굵직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해외 순방이나 다니면서 정책 결정권 없이 내각제하의 대통령처럼 집권 후반기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제 여론을 무시하며 100% 본인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다가는, 처지를 부정하며 ‘격노’만 하다가는 중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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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견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여론은 49%, 지원 선거이기를 바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는 조국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지만, 그 바탕에는 지난 2년간 국민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 악취가 심해도 코를 막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투표를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년은 긴 시간이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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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재명은 민주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총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총선이라면 대통령 지지율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여당을 지지해 정권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야당을 키워서 정권을 심판하고 견제할지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 지지율×3’ 공식이 있다.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는 대통령 지지율의 3배 정도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7%까지 상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획득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수준이었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