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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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내란의 늪에 빠진 ‘도로 친윤당’ 2024년 마지막 주말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를 가득 메운 태극기와 성조기 깃발은 어쩐지 섬뜩했다. 만일 계엄이 성공했다면 이들 ‘태극기부대’가 해방 공간에서 서북청년단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란 비약적 생각 때문이다. 그날 광장에는 상대 진영에 대한 맹렬한 적의와 내란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교차했다. 수만명이 운집해 ‘계엄 합법’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한동훈 배신자’를 외쳤다. 연단에 오른 한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님 계엄을 선포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탄핵을 막지 못했다”며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엽기적이다. 국민의힘의 사죄는 무장한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를 침탈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공포와 치욕을 느낀 국민에게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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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국민의힘 탄핵 반대, ‘보수 몰락’을 재촉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역시 ‘전두환 민정당’의 후예답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이라는 꼼수로 국헌을 문란케 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을 무산시켰다. 탄핵 반대는 곧 무력으로 국회를 침탈하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던 윤석열을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버젓이 놔두자고 한 것이다. 국민과 국회에 총부리를 겨눈 대통령을 결사적으로 지키려는 이유는 뻔하다. “탄핵 이후 혼란을 막기 위해서”란 건 변명일 뿐, 그들의 정권을 내놓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헌정을 유린한 심대한 문제 앞에서 “지금 탄핵하면 정권이 이재명에게 넘어간다”는 정략적 타산만 하고 있다. 정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내란 비호 세력’ 딱지를 자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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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윤석열’이 ‘이재명’을 살릴 것이다 사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덕지덕지 붙여진 ‘사법 리스크’는 여권의 방패였다. 정부·여당은 불리한 사안에 직면할 때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거부했다. ‘피의자 이재명’은 대화 정치 부재의 알리바이로 활용했다. 4·10 총선에서 거센 정권심판론에 맞서 내세웠던 게 그 ‘이·조 심판론’이었다. 오로지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기대어 변화와 쇄신 요구를 방기했다. 부풀어 오르는 탄핵 여론에 대해서도 ‘이재명’으로 방어했다. ‘탄핵으로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면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정권이 곧바로 들어설 것이다.’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와 ‘반이재명 정서’에 기대 비틀거리는 정권이 버티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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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민심과 싸우려는 ‘김건희 남편’ 대통령 어찌보면 일종의 내부자인 명태균(김건희 여사가 “완전히 의지하는” 선생님)과 김대남(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공적(?)이 지대하다. 그들의 ‘미필적’ 토설이 아니었으면 용산 구중궁궐 대통령 부부의 치부를 이리 날것으로 접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때 혼자 떠들고, 참모들 말은 안 듣고, 꼴통처럼 고집을 부리고, 그러면서도 부인 말은 잘 듣고, 극우 유튜브를 보며 심리적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그간 즉흥적이고 독단적 국정운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만큼 증언해주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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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한동훈은 “뛰어내릴” 수 있을까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에서 특이한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종종 ‘저게’ ‘꼴통’이라고 말하면서, 김건희에 대해서는 시종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일종의 두려움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에서 ‘영부인 권력’의 위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니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 하는 여사”를 위해 이른바 ‘한동훈 공격 사주’를 벌였을 터이다.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지금 진짜 죽으려고 하더라. 배은망덕한 거지. (한동훈) 그 XX. 다섯 번씩이나 문자를 보냈으면 답변을 한두번은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인간적으로 좀 배신감을 넘었다. 그 XX 키워준 사람 아니냐. 막말로 외국 갔다 오면 넥타이도 선물해주고 그랬다는 거 아니야. 근데 이렇게 밟고. 근데 또 이제 당 대표까지 해봐라. 이번에 그거 잘 기획해서, ‘서울의소리’에서 한동훈을 치면 아주 여사가 좋아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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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젠 윤 대통령이 무섭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반쪽으로 치러졌던 광복절 경축식,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정작 힘주고 싶었던 건 현실성도 없는 ‘통일 독트린’이 아니었을 것이다.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싸우자’는 메시지였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야당과 비판 세력을 “사이비 지식인” “반자유, 반통일 세력” “검은 선동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독기 어린 공격을 퍼부었다. 국정운영 동력이 흔들릴 정도로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반대 진영으로 돌리려는 심산이다. 자신에게 책임이 없으니 그간의 기조대로 독단·독선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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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한동훈 대표, ‘채 상병 특검’·‘김건희 문제’ 풀까 설마 그 김건희 여사가 사과를 했다고? 알고 보니 검찰의 ‘출장 조사’ 때 검사 앞에서 “심려를 끼쳐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 얘기였다. 그마저도 변호사의 전언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국민이 없는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우기는 꼴이다. 게다가 이런 사과가 “쉽지 않은 사죄이고, 진심 어린 마음”이란다. 그러니 진정한 사과로 받아달라는 건가. 지난 대선 때 ‘개 사과’를 방불케 하는 국민 우롱이다. 황당한 ‘대리 사과’ 소동이 소환하는 게 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초반에 공개되어 파란을 일으킨 김 여사의 ‘명품백 사과 문자’다. 정작 사과할 뜻이 없으면서, 사과하지 않은 책임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떠넘기기 위해 작성된 게 그 문자의 본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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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정권이 존립할 수 없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가스전을 발표했을 때 엄청난(?) 내용보다 그 발표에 대한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에 더 놀랐다. 아마도 지지율 상승과 국면 전환을 기대, 대통령이 직접 ‘동해 석유가스’ 국정브리핑을 했을 터이다. ‘매장량 최대 140억배럴’, ‘2200조원 가치’라는 어마한 장밋빛 발표는 잠시 주식시장을 격동시켰을 뿐 지지율에는 외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동해 석유가스전 발표’가 대통령 직무수행의, 긍정이 아닌 부정 평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수행한 미국 업체의 석연찮은 정체, 호주 에너지 대기업이 ‘장래성이 없다’고 철수한 사실 등이 드러나 대통령 발표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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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부끄러움을 모르면 못할 짓이 없다’ 지난 주말 용산 대통령실의 ‘일개 비서관’ 인사에 두 번 놀랐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에 박근혜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었던 정호성(당시 부속실 비서관)이 기용된 기괴한 모양에 경악했고, 그가 맡은 업무가 국민 공감과 국민 소통이라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검사 윤석열’이 구속 수사해 엄벌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을, ‘대통령 윤석열’이 다시 대통령실 참모로 불러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이 “지독한 자기부정”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러니 ‘탄핵 과정 예습용’이란 조롱이 반향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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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문다 22대 총선 뒤풀이가 요란한 가운데 무감하게 잊히는 정당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본령인 정의당이다. 지난주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이름 없는 ‘기타 정당’으로 분류될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집권’을 꿈꾼 게 엊그제인데,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총선 일주일 전 117명의 지식인들이 녹색정의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없는 한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녹색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터이다. 그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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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돌이켜보면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만큼 정권심판 민심을 표징하는 것도 없다.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조기 종식’ 구호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 만큼 심판 민심은 매서웠다. 여당이 108석으로, 간신히 탄핵 저지선을 지켰지만 내용상으론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임’에 가깝다. 내각제 같으면 총리가 물러나고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은 남은 임기 3년도 극한 여소야대 우산 아래 놓이게 됐다. 야당 협조나 양해 없이는 입법, 예산, 인사, 법제화가 필요한 정책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식물 대통령’이 실체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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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정치사에 남을 기막힌 반전이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혁신당) 현상’까지, 가로놓인 시간은 4년여다. 그새 2020년 21대 총선이 있었고, 2022년 대선을 치렀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 더불어민주당은 그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 심판의 씨를 뿌린 덕(?)에 그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조국 사태’의 주인공은 사법처리가 진행되어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식의 시선에선 ‘조국의 정치’는 끝나 보였다. 그간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민주당은 이재명당으로 재편을 가속해왔다.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까지 내세워 비명에 이어 친문 세력까지 배제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사실상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