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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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제주2공항, 여론조사를 한다는데 대한민국은 확실히 서울공화국이다. 전 국민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 현안도 웬만해선 서울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 아예 모르고 지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을 둘러싼 여론조사가 딱 그렇다. 제주2공항 국책사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는 반대 여론이 커지자 제주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도민의 뜻을 묻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기로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했다. 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그 결과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조사를 대한민국은 모르고 있다. 여론조사에 응할 도민 2500명이 이 조사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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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세밑 광장에서, 정당의 실패를 보다 한 세기 전, 독일 출신 정치사회철학자 로베르트 미헬스가 <정당론>에서 과두제를 정당의 맹점으로 지목한 것은 지금 보아도 통찰이다. 그것은 오늘의 한국 정치에서도 적확한 지적이 된다. 국내 정당의 당원과 조직은 한낱 지도부의 뜻을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민주당은 5년 전 참신한 개혁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책임 불공천’ 당헌마저 지난달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그것도 전 당원 참여율 26%로. 또 내부적으로는 반대 의견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하는 독선과 불통의 정당이 되고 있다. 금태섭에 이어 조응천을 압박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의 의사는 ‘선호가 강한 열정적 소수’가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내부의 이견을 전제로 존재하는 것이 정당인데, 180석을 갖고도 당내 일사불란을 외치는 상황은 온전히 부조리극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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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선거불복종의 ‘한·미 동조’ 간혹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문제가 있다. 수개월째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에겐 그렇다. 대세와 무관한 잡음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나치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이들이 상전으로 모시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종하고 있어 그에 전염될 것이 우려된다. 미국의 불복종 움직임에 고무될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말 서초동 법원 청사 앞 시위 현장에서 본 이들의 모습은 선거불복에 관한 한 ‘한·미 공조’를 넘어 ‘동조’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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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100년 전 칼 폴라니의 월급 사용법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1909~2005)의 자서전에 그가 경제사회학자 칼 폴라니(1886~1964)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드러커가 김나지움을 막 졸업한 1927년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당시 유럽의 명성 있는 경제잡지 ‘오스트리아 경제’에 기고한 것을 계기로 편집진이 청년 드러커를 신년 특집호 제작회의에 초대했는데, 부편집장이 폴라니였다. 드러커가 회의 후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고 하자 폴라니는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폴라니의 집은 빈 시내에서 멀었다. 빈민가 종점으로 가는 전차를 타고, 그 종점에서 다시 전차를 갈아탄 뒤 공장과 창고가 늘어선 지대를 지나 또 다른 종점에서 내리고 다시 20분간을 더 걸어가서야 당도했다. 쓰러질 것 같은 판잣집들과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인 허름한 5층 집이었다. 껍질을 대충 벗긴 설익은 감자가 크리스마스 만찬의 전부였다. 하지만 드러커 ‘생애 최악의 식사’도 그를 놀라게 하기엔 일렀다. 폴라니와 부인, 장모 그리고 외동딸 등 네 가족이 다음달 생활비를 어떻게 벌 것인지를 놓고 벌인 논쟁에 그는 귀를 의심했다. 그날 낮 폴라니가 월급으로 거액의 수표를 받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참다 못해 드러커가 “박사님 월급으로 생활비는 충분하지 않나요?”라며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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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선거 불복종 부추기는 자 누구인가 지난 두 달여 동안, 중앙선관위원회를 둘러싸고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보수언론과 일부 의원들의 선관위 비판이 이어졌는데, 권순일 선관위원장에게 화살이 집중됐다. 지난 7일 권 위원장의 대법관 임기가 끝났으니 겸임하던 선관위원장 옷을 벗어야 함에도 자리에 남는 것은 물론 선관위 고위직 인사까지 하려 한다는 것이다. 좀 더 들어가면 권 위원장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때 문재인 정부 편을 들어줄 사람을 뽑는 역할을 맡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들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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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최재형의 실험, 지속되어야 한다 감사원장이라는 직책, 볼수록 어려운 자리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우면서 활력도 유지하고, 나아가 국가 재정의 효율성까지 챙겨야 한다. 그러면서 한 치의 의심도 사지 않는 광명정대한 처신으로 대통령부터 두루 만족시켜야 한다. 이회창, 한승헌, 김황식 등 당대의 인물들이 거쳐갔지만 ‘미스터 감사원’으로 불리는 사람이 없는 연유이다. 굳이 비슷한 사람이라도 찾으라면, 재직 시 안팎으로 서릿발 같았고, 퇴임 후에도 청렴결백했다는 박정희 때 이석제 감사원장(재임 1971~1976년)을 감사원 원로들은 꼽는다. 50년래 그만 한 감사원장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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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북핵보다 더 화급한 일 늘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위기의 징후를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람의 강도가 다소 커져도 풍향이 일정하면 새 기운을 포착하는 감각이 무뎌진다. 미·중 대결을 보는 작금의 한국이 그렇다. 어느새 두 강대국의 패권 경쟁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바라보고 있다. 정부 대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될까. 미국은 이미 남중국해와 중국 해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기록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미국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통보한 날, 남중국해와 황해에 미국 정찰기가 떴다. 그러자 대륙에서 날아오른 중국 군용기가 야간에 공습하듯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대만 전투기가 맞대응 출격했다. 다시 미 공군 정찰기가 선을 긋듯 대만해협 상공을 통과했다. 급기야 지난 26일엔 미 해군 대잠 초계기 P-8A가 푸젠성 연안 중국 영해기선에서 약 76㎞ 떨어진 해역까지 바싹 접근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일 당장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함포나 전투기가 불을 뿜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2001년 중국 하이난섬으로 접근한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 중국 조종사가 사망하고 미군 정찰기는 하이난섬에 비상 착륙했다. 그러나 이번 충돌은 그때처럼 우발적이지 않을 것이다. 충돌 국면이 일시적이지 않을 위험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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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그래도 한 번의 기회는 온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임을 계기로 분출하던 외교안보라인 쇄신론이 쑥 들어갔다. 김 전 장관에 이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교체는 결정된 듯한데 그 다음이 오리무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 뒤부터는 세간의 관심도 뚝 떨어졌다. 인책론까지 결부된 인사 얘기가 이렇게 급랭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유는 두 갈래다. 정부가 무엇을 하기가 어려운, 꽉 막힌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이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현상 유지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에 따라 새 사람을 기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인물을 돌려막는 인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쇄신론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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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천동설의 좀비들, 그 뒤에는 보수파 일각의 4·15 총선 불복이 계속되고 있다. 격렬한 경기가 끝난 뒤 판정 시비가 이는 것처럼, 치열한 선거전 뒤에 후폭풍이 생길 수는 있다. 선거부정론이 제기된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이 민주당 후보 노무현에게 졌을 때 한나라당은 전자개표 조작설을 제기하며 당선무효소송과 함께 재검표를 요구했다. 법원은 전국 80여개 구·시·군에서 재검표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물으나 마나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 불복은 과거와 다르다. 의혹 제기 양상이 사뭇 거친 데다 시민들의 주목도도 전과 다르다. 흡사 폐기된 천동설의 신봉자들이 사회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것 같다. 무시가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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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진짜 선거제 개혁, 지금부터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3주가 지났는데도 총선 결과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엊그제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집계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두 거대정당의 새 국회 점유율이 발표됐다. 민주당 180석, 통합당 103석 등 두 당의 의석이 283석으로 전체 의석 점유율이 무려 94.3%이다. 의원 100명 중 6명만 두 당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점유율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총선 결과 중 가장 높다. 13대 국회 62.9%와는 견줄 수도 없을 만큼 차이가 크고, 지난 20대 때 81.7%와 비교해도 편중의 정도가 심각하다. 가뜩이나 당론에 의원들의 손발이 묶이고, 다양성이 떨어지는 여의도에서 다른 목소리는 더욱 듣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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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연동형 비례제는 죄가 없다 일주일 후 실시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4년 전 또는 8년 전 총선처럼 이번 선거 결과도 다음 총선 즈음에는 우리 뇌리에서 희미해질 것이다. 대신 이번 선거는 ‘비례 꼼수 총선’ 또는 ‘코로나 총선’으로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례 꼼수’의 구구한 내용은 새삼 되풀이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한다고 나서더니 이내 본전 생각에 50%만 득표율과 연계시키는 준연동제로 돌아섰다. 그것도 모자라 연동 비례대표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했다. 뒤이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초유의 비례·위성 정당을 만든 뒤부터는 아예 고삐가 풀렸다. 꼼수는 또 다른 꼼수를 낳았고, 편법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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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칼럼 민주당, 시민을 믿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비례당(또는 연합) 창당 논의로 분분하다. 30석이라는 의석수를 맥없이 놓칠 수 없다는 민주당의 현실적 고민은 이해한다. 비례연합을 추진하는 인사들의 충정도 보인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혁을 열망해온 한 시민으로서 그 구상에 동의하기 어렵다. ‘꼼수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뜻이지만 결과적으로 선거구제 개혁을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비례연합 논의가 나오는 것은 민주당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선거구제 개편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간과했다. 선거구제를 개혁하기보다 다른 당과 타협하겠다는 취지가 더 컸던 탓이다. 정의당도 비례제의 당위성만 주장할 뿐 그 필요성을 유권자에게 이해시키는 데 소홀했다.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흔드는 미래한국당 꼼수에 속수무책이었던 선관위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