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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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차별·빈곤 직시하고 희망·연대로···“어려운 물음을 공유”한 ‘올해의 책 10권’ 가족 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일상 속 숨겨진 혐오와 차별을 생생하게 드러냈던 저자가 이번엔 한국의 ‘가족제도’를 해부한다. 가족제도 안에 내포된 차별과 배제를 성소수자 이슈가 만들어내는 균열을 좇아 추적한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차별금지법 반대 슬로건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며느리’가 남편과 시부모의 지배를 받는 가족 내 ‘직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출생을 우려하면서도 ‘출생의 자격’은 엄격히 따져 비혼출산에 낙인찍고, 혼혈아를 해외입양 보내고 장애인에게 불임시술을 해온 역사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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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비’ ‘경조사비’ 월급 차감···‘전태일 책’ 만들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사회평론과 민음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국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22일 발표했다. 출판노조는 지난 19일 받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 처리 결과를 이날 성명으로 공개했다. 출판노조는 “근로감독 결과 2개 사업장 모두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취업규칙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고 했다. 민음사는 그간 노동자가 지각하면 분 단위로 월급에서 차감하는 식으로 ‘무급처리’를 해왔다. 또한 사내 임직원 경조사 때는 노동자들에게 대장을 돌려 부조 금액을 적게 한 뒤 월급에서 차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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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교수 별세···전세계 ‘작은 사람들’ 편에 최후까지 서려 했던 디아스포라 미술사학자이자 디아스포라 학자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최재혁 연립서가 대표는 “서 교수가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쯤 자택이 있는 일본 나가노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떴다”고 19일 알렸다. 연립서가는 지난해 2월 <서경식 다시 읽기>를 펴냈다. 고인은 1951년 2월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게이자이대학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일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했다. 2006년부터 2년간 성공회대학에서 연구교수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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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인간과 너무 비슷해서 사랑’은 이제 그만···너스바움 ‘동물을 위한 정의’ 이번 주 ‘책건문’은 마사 누스바움(출판사는 ‘너스바움’으로 표기)의 <동물을 위한 정의>(이영애 옮김, 알레)입니다. 법철학자로 유명하죠. 정치철학, 윤리학,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써왔습니다. 이번엔 동물이 주제입니다. 책을 감수한 생태학자 최재천은 “마치 평생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다 철학으로 전향한 학자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평했습니다. 여러 현장 사례가 나옵니다. 누스바움의 딸 레이첼 누스바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레이첼은 동물보호단체 프렌즈오브애니멀즈의 덴버 지역 야생동물 분과에서 일하다 47세 나이로 2019년 사망했습니다. 모녀는 동물법 등을 두고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레이첼은 미국의 동물원으로 밀매되는 코끼리, 목장주들로부터 도태 위협을 받는 야생마, 멸종 위기의 들소 등 야생동물의 법적 문제를 다루는 일을 맡았습니다. 모녀는 해양 포유류의 법적 지위와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논문을 함께 쓰기도 했습니다. 누스바움을 딸을 두고 “나의 멘토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말합니다. 책은 딸에게 보내는 애도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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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 치과가 싫어할 책, 독자가 좋아합니다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서출판 말) 표지만 보고는 치아 건강 정보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 소개하는 책으로 지레짐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금-인레이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치아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데도 놀랐다. 치료되지 않은 충치도 많았다.” 2022년 11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공장 등지로 건강검진을 다니는 는 예방치학 전문가 김광수가 현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50~60대 노동자 중에 틀니를 한 이도 많다고 한다. 돈이 없거나 시간을 낼 수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해 벌어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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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에로 방화’는 오직 퇴행적?···‘친민중적 메시지’도 있다 <민중의 시대>(빨간소금)는 학술 영역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1980년대 문화를 조명한다. ‘에로 방화’와 ‘동성애 소재 영화’, ‘SF 소설·만화’, ‘대중음악’ 등 ‘민중사’를 서술할 때 분석 대상에서 밀려난 대중문화를 새로 적어나간다. ‘에로 방화’와 ‘민중’이 무슨 관계일까. 이윤종(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은 ‘진보와 퇴행 사이 역진하는 영화, 에로 방화’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본다. 1980년대 한국 에로 영화 장르는 “‘영화 산업의 건강한 사회의식에 대한 음모’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한국 영화의 병폐’라 일축됐다”. 1980년대의 1세대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근원적으로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이 성적·정치적 지배를 이념적으로 영속시키는 성 착취적 기획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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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착한 일본 제국주의’하에서 명랑하게 애국하며 살기···최규진 ‘포스터로 본 일제강점기 전체사’ “동전에도, 우표에도, 책 표지와 깃발에도, 포스터에도, 그리고 담뱃갑에도, 어디에도 쫓아오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빅 브러더의 텔레스크린 일상 감시를 묘사하며 쓴 구절입니다. <1984>가 나오기 10년 전인 1939년 조선총독부 사무관인 도모토 하야오는 잡지 ‘조선’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람의 눈길이 닿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선전매체로 이용한다. 보기를 들면, 현수막, 스탬프, 연초 카드, 그림엽서, 영화자막, 애드벌룬, 전광판, 달력, 지도 등이다. 조선전매국에서 담배 속에 시국에 관한 표어 등을 적은 카드를 넣어서 시국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어디든 쫓아가 감시하고, 선전하려는 게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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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문장 “작은 행동이 쌓여 차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미국 철학자 로버트 C 솔로몬은 ‘우리’가 정의의 실행을 제도나 시스템에 너무 일임하면서, 정의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사라졌다고 본다. 냉소주의도 퍼졌다. 그는 “세상은 정의롭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 자신은 정의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 ‘마음을 열고’ ‘인류를 위해 눈물 흘린다’ 같은, 우리가 세속적 지혜 속에서 혐오하도록 배워온 그 모든 감상적인 진부함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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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반공·일본 기사회생·미국 동아시아 지배 정식화”···‘동아시아와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 출간 <동아시아와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3개의 분단과 2개의 정전을 넘어서>(진인진)가 나왔다. 3개 분단은 ‘냉전 분단’ ‘식민지 분단’ ‘현대 민족국가의 분단’이다. 서재정(도쿄 국제기독교대학 교수)이 ‘포츠담에서 샌프란시스코로-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삼중 분단 구조’에서 분단 문제를 짚는다. 남기정(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청일, 러일전쟁, 6·25전쟁이라는 3개의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이라는 2개의 정전”이 동아시아의 기본적인 구조를 꿰뚫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비평화체제의 성립-두 개의 전후와 두 개의 아시아’에서 전쟁과 정전이 동아시아에 끼친 문제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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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학회 설립자 김종건 교수 별세····‘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옮기고 해설서도 ‘제임스 조이스’ 연구자인 김종건 고려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가 지난 2일 오후 7시30분쯤 별세했다. 향년 89세.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에 다닐 때 조이스를 접했다. 첫 번역은 1968년 낸 <율리시스>다. 이 책은 2016년판까지 네 번 개역했다. 2012년엔 <피네간의 경야>를 번역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 나온 번역서다. “난해한 문장과 신조어 등으로 ‘읽을 수 없는 책’ ”이라는 평가를 받던 책이다. 고인은 그해 주해서도 함께 냈다. 1979년 ‘한국 제임스 조이스 학회’를 설립하고 1987년 ‘제임스 조이스 저널’을 창간했다. 별세 전까지 ‘한국 제임스 조이스 학회’ 고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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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선’ 범우사 윤형두 회장 별세 범우사 창업자인 윤형두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고인이 지난 3일 별세했다고 4일 알렸다. 고인은 193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1956년 월간 ‘신세계’ 기자로 일했다. 1961년 민주당 당보 ‘민주정치’ 기자도 했다. 1963년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인 1966년 범우사를 설립했다. 이듬해 첫 책을 냈다. 1970년대 범우고전선, 루이제 린저 저작선집, 사상신서, 에세이문고, 사르비아문고 등을 기획·발간했다. 1980년대부터 비평판 세계문학선, 범우문고 등을 내며 국내외 고전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2000년대에도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등을 발간했다. 협회는 “국민교양과 학술발전에 도움이 되는 양서를 발간해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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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성윤 에세이’ 추천에 국민의힘 “선거공작 사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친문(친문재인)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에세이를 추천하자 국민의힘은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죄부터 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지냈지만, 지금 검사들의 세상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검사 이성윤의 야생화 이야기”라며 에세이 <꽃은 무죄다>를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야생화를 찾아주고, 아내는 그 꽃을 화폭에 담아 꽃 세밀화를 그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야생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사를 관조하는 마음의 깨달음에 이 책의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