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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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뭄 때 수영장 관광 대신 멈춤·공감의 여행을 2024년 가을 태국에 100년 만에 가장 큰 홍수가 났다. 치앙마이엔 10만 채가 물에 잠겼다. 저지대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려면 쪽배를 타거나 헤엄을 쳐야 했다. 당시 임영신 작가도 현장에 머물렀다. 그는 “모든 재난이 일주일 동안 폭우처럼 다 쏟아졌다”고 말했다. 호텔같은 고층 건물이 많은 님만해민은 재난 너머 세상 같았다. “여행자거리와 침수지역이 10~20분 떨어진 거리였어요. 한쪽에서는 집이 잠기고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수영장과 야시장을 찾느라 분주했어요.” 유럽에서도 가뭄 상황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22년 가뭄 때 네덜란드나 이탈리아는 분수를 멈추고, 가드닝과 세차 시간도 제한했죠. 도시 호텔 수영장은 물이 가득했죠. 수영장 급수를 중단한 건 스페인 카탈루냐 주가 유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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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김정희원의 말 김정희원이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설마 내가 대학교수라서 감사해야 하는 건가?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 놓여있고, 그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법학 발전도 크게 해친다며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열람은 전문 공개가 아니다. 키워드 주변 몇 줄을 “생색내듯” 보여준다. 방문 열람도 어렵다. 열람이 가능한 곳은 전국에 일산 법원도서관뿐이다. 판결문 검색 전용 컴퓨터 여섯 대가 놓였다. 일주일에 이틀만 예약 가능하고, 예약 신청은 2주 주기에 맞춰야 한다. 방문 열람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아니다. 위계가 있다. 대상자 1호가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그가 ‘고마워해야 하냐’고 반문한 건 이 규정 때문이다. 2호는 중앙 및 지방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기관장 또는 단체장 의뢰로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얻은 공공기관의 임직원, 3호는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언론사 소속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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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이 아니에요”···불의·불법의 송출·수령 ‘K-입양’ 70년 국제입양 아동을 받는 국가는 수령국, 보내는 국가는 송출국이다. 송출은 ‘사람을 해외로 내보냄’보다는 ‘물품, 전기, 전파, 정보 따위를 기계적으로 전달함’이란 뜻이 강하다. 수령은 ‘돈이나 물품을 받아들임’이란 뜻뿐이다. 뜻을 다시 들여다본 건 이경은 국경너머인권 대표가 <국민을 버리는 나라>(글항아리)에 적은 문장 때문이다. “나는 물건이 아니에요.” ‘나’는 생후 15일 된 아기 ‘SK(이름 머리글자)’다. 이 대표는 책의 한 장에서 꿈 형식을 빌려 SK를 대변한다. SK는 2012년 6월 한국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양될 뻔했다. 와중에 미국 난민아동수용소에 보내질 위기에도 빠진다. 당시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이던 이 대표가 미국 법정에도 서 가며 송환에 앞장섰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법무부나 외교부 고위 간부들은 SK를 ‘불법에 연루된 자’ 취급했다. 외교부는 미국 고위급이 연락하기 전까지 ‘나 몰라라’ 했다. 주한 미대사관 직원 등 미국인을 상대한 것도 이 대표였다. 이 대표는 “이빨 하나를 맞바꿀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책은 법무부와 외교부 등 힘 있다는 부처의 몇몇 공무원들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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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조선인 내쫓으려 만든 악법 70년 계승한 게 출입국관리법”···난민·구금이주민 변호사 이한재 ‘강제 퇴거 대상 외국인에 대한 최장 20개월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골자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뒤 여러 일이 벌어졌다. 우선 ‘진보’를 표방한 정당 의원들이 사과했다. 윤종오 진보당 대표는 통과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 등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표결에 임했다”며 사과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주구금제도로 고통받고 싸우고 계신 분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찬성 표결이 옳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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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깃든 류영모의 하늘’…다석학회 13일 첫 학술대회 다석학회가 창립 20년 만에 첫 학술대회 ‘다석 류영모(사진) 솟난 135해돌, 2025년 다석학회 알맞이 말톺-한글에 깃든 다석 류영모의 하늘’을 13일 오후 2시 연다고 11일 알렸다. ‘솟난’은 탄생(誕生), ‘해돌’은 주년(週年), ‘알맞이’는 철학(哲學)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다석은 “우리말과 글로써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다석학회는 “‘훈민정음’의 글꼴에 ‘뜻’을 심어 철학하기를 수행한 다석의 사상세계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윤정현 신부, 김우영 철학박사, 황준필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 글꼴 멋짓이(디자이너)가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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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깃든 다석 류영모의 하늘’···다석학회 창립 20년만에 첫 학술대회 개최 다석학회가 창립 20년만에 첫 학술대회 ‘다석 류영모 솟난 135해돌, 2025년 다석학회 알맞이 말톺-한글에 깃든 다석 류영모의 하늘’을 13일 오후 2시 연다고 11일 알렸다. ‘솟난’은 탄생(誕生), ‘해돌’은 주년(週年), ‘알맞이’는 철학(哲學)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다석은 “우리말과 글로써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신학자, 철학자, 그래픽디자이너, 타이포디자이너가 다석의 ‘한글 철학’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다석학회는 “‘훈민정음’의 글꼴에 ‘뜻’을 심어 철학하기를 수행한 다석의 사상세계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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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고투 ②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외로워하며 살았다···결박 벗어낸 김나영의 한 생애 “걸을 줄 몰라”. 김나영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새내기 활동가 조아라를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이다. 2014년 3월 어느 날 김나영은 한 노인요양병원 침대에 결박된 상태였다. 묶여 지내다 걷는 방법을 까먹었다. 지적·정신장애를 가졌다. 환청, 환시에도 시달렸다. 이 아픈 사람을 두고 병원은 치료와 돌봄보다는 ‘손쉬운’ 감금과 결박을 택했다. 1967년 10월 18일 태어났다. 부모가 누군지, 집이 어딘지 모른다. 어렸을 때 대전 한 보육원에 간듯하다. 유성초·유성여중을 졸업했다는 기록은 남았다. 다시 같은 도시 정신요양원으로 갔다. 언제, 왜인지는 알 수 없다. 2006년 발바닥행동의 김정하와 송효정이 인권실태 조사를 하러 정신요양원을 찾아가기 전까지 김나영에 관한 기록은 이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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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도 없이 잊혀진 독립운동가…칼로 새기고, 가슴에 품습니다” 이동환의 경기 파주 작업실 창문엔 ‘탄핵이 답이다’를 새긴 목판화 작품 하나가 걸려 있다. 이 글 가운데 놓인 건 뱀 한 마리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차용한 뱀 뱃속에 들어 있다. 뱀 아래위 글귀는 ‘사악한 것들 다 삼켜버려!’다. 이동환은 두 목판화 작품을 을사년 연하장으로 지인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수년 전 성탄절에 강경구(전 가천대 교수)에게 카드를 보냈는데 목판화 작품을 답장으로 받았다. “어, 목판화가 이런 거구나” 하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고 묵직한 목판화의 매력을 새삼 느꼈다. 이듬해부터 자기도 신년이면 지인들에게 목판화 작품을 만들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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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과 강주룡, 원산 총파업까지···칼로 새긴 독립전쟁 이동환의 경기도 파주 작업실 창문엔 ‘탄핵이 답이다’를 새긴 목판화 작품 하나가 걸려 있다. 이 글 가운데 놓인 건 뱀 한 마리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차용한 뱀 배 속에 들어 있다. 뱀 아래위 글귀는 “사악한 것들 다 삼켜버려!”다. 이동환은 두 목판화 작품을 을사년 연하장으로 지인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수년 전 크리스마스 때 강경구(전 가천대 교수)에게 카드를 보냈는데 목판화 작품을 답장으로 받았다. “어, 목판화가 이런 거구나” 하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고 묵직한 목판화의 매력을 새삼 느꼈다. 이동환은 이듬해부터 자기도 신년이면 지인들에게 목판화 작품을 만들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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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대해부 “반지성주의 병리적 증상에 응답한 젊은 폭도들에 주목해야”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지구와사람 대표)가 지난해 7월 출간한 <도덕감정의 사회학>(한울아카데미)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극우의 부상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지금 상황을 진단한 책 같다. 김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보수 자리에 극우, 언론 자리에 유튜브 요설꾼, 종교 자리에 사이비 교주, 정치 자리에 선동과 거짓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이들 반지성주의 동맹의 병리적 증상에 한 무리가 응답한 게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라며 ‘젊은 폭도’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의 극우화 문제를 두고 추가로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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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화와 소외 탓…극우 청년과 우익 노인 부분적 세대 동맹” [주간경향]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지구와사람 대표)가 지난해 7월 출간한 <도덕감정의 사회학>(한울아카데미)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극우의 부상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지금 상황을 진단한 책 같다. 김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보수 자리에 극우, 언론 자리에 유튜브 요설꾼, 종교 자리에 사이비 교주, 정치 자리에 선동과 거짓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이들 반지성주의 동맹의 병리적 증상에 한 무리가 응답한 게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라며 ‘젊은 폭도’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의 극우화 문제를 두고 추가로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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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고투 ①‘한인 최초 볼셰비키 혁명가’의 33년 짧은 삶 1885년 2월22일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김수라)이 ‘노령 연해주 추풍 영안평’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시베리아 우수리스크의 시넬리코보다. 33년 뒤인 1918년 9월25일 하바롭스크에서 죽었다. 죽음의 형식은 ‘위인’을 이루는 요소가 되곤 한다. 김알렉산드라는 반혁명세력인 러시아 백군에게 총살당했다. 사형장 부근 아무르강(헤이룽강)에 버려졌다. 혁명의 한길에서 비슷한 시기 죽음을 맞았다는 점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를 떠올린다. 둘 다 “영웅적으로” 죽고, “야수적으로” 살해당했다. 룩셈부르크는 김알렉산드라 처형 이듬해인 1919년 1월15일 독일 우익 민병대 자유군단에게 고문당해 죽었다. 두 사람 시신 유기 장소는 물속이다. 룩셈부르크는 베를린 란트베어 운하에 내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