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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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 출판사들의 착취 민음사가 노동자가 지각하면 분 단위로 월급에서 차감하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임직원 경조사 때는 노동자들에게 대장을 돌려 부조 금액을 적게 한 뒤 월급에서 덜어냈다. 사내에는 “지각비가 없으면 열심히 출근하는 사람이 손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을들 간의 적대와 경쟁도 제대로 부추긴 셈이다. 출판계의 비극은 민음사 같은 경우 그나마 노동조건이 다른 출판사보단 나은, 아니 덜 나쁜 곳이라는 점이다. 출판노조로부터 북라인드(Book-lind)에 오른 제보 사항을 전해 받았다. 지각비 등을 고발한 곳이다. 노동조건이나 근로기준법 관련해선 “직원 갈궈 쫓아낼 때는 권고사직 인정 안 해줌” “급여 날 안 지켜줌” “야근은 5일 중 5일” “야근비 안 줌” “상사 퇴근 전 퇴근 못함” “편집자가 카드 뉴스 제작” 같은 내용이 올랐다. “5인 사업장인데 1년에 5인 나감” 같은 글도 있다. 사주나 상사에 관한 글도 많다. “어른들 심기 건드리면 절대절대 안 되는 곳”, “사장이 분노조절 장애” “사장은 창업주 동생” “회장님 손자”, “딸이 물려받을 예정”. “메신저 자리 비움 기능 체크” 같은 사측의 감시에 관한 글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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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인 것’ 착취하는 금융자본” 맞선 “투쟁의 절대적 민주주의” “오늘날 민주주의는 단지 땅(토지 및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대와 대면할(그리고 그것에 맞설) 뿐 아니라 무엇보다 금융지대, 즉 다중에 대한 통치의 근본 도구로서 화폐를 전 지구적으로 동원하는 자본과 맞서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타계한 안토니오 네그리(사진)가 <‘대위기’ 상황에서 지대에 관한 몇 가지 고찰>에서 한 말이다. 네그리가 2008년 금융위기를 두고 쓴 글이다. 네그리는 ‘금융화’가 “자본주의적 명령의 현재적 형태”라며 이렇게 썼다. “명백히 금융화는 여전히 지대와 연결되어 있으며 자본주의적 착취의 모호함과 모순뿐 아니라 폭력적 의도 모두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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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남자 집권 보안법’부터 ‘친일 반민족주의’까지···‘올해의 문단과 문장들’ 이번 주 경향신문 ‘책과 삶’ 지면은 ‘올해의 책’입니다. 이번 주엔 ‘올해의 책’을 정리하느라 따로 읽은 책이 없습니다. ‘책건문’은 제가 서평 일로 읽은 책들 중에서 ‘올해의 문단(문장)’을 골라봤습니다. 책건문에 소개한 책들은 제외했습니다. 기사 링크도 전합니다. 더 자세히 읽고 싶은 분들은 보시면 될 듯합니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소설과 시가 여럿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다룬 건 하종오의 40번째 시집 <“전쟁 중이니 강간은 나중에 얘기하자?”>(도서출판b)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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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문장 “그저 존재함의 재능” 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장애학과 돌봄 분야 이론가 에바 페더 키테이는 “(딸 세샤의) 상당한 인지장애와 신체적 장애는 내가 전문 철학자가 된 이래 철학에 대한 내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고 말한다. 장애학을 철학에 끌어와 “세샤의 자리”를 만든다. 기존 철학은 의존하는 이들을 무능하고, 미숙하며 도태된 존재로 여긴다. 플라톤은 ‘결함이 있는 아기’는 죽도록 놓아두라고 명령했다. 로크와 칸트는 이성이 모자란 사람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정의했다. 장애인 등을 ‘결여된 존재’로 보는 관점은 현대 철학에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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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성공으로 가는 길, ‘믿음’에서 찾아라 팜젠사이언스 회장 한의상이 쓴 ‘신뢰받는 조직, 신뢰 가는 구성원을 위한 믿음 경영 이야기’다. 폐병에 시달리던 가난한 소년 용접공은 성공의 비결로 ‘신’을 꼽는다. 책 제목으로 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뜻하는 ‘믿을 信’을 잘 섬겼다. ‘몸 身’이나 ‘신하 臣’일 수도, 초월자 ‘神’도 섬김의 대상이었다. 책은 “불신은 대단히 비싼 대가를 치른다. 스스로를 믿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이라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도 믿지 못하는 세태를 이야기한다. 한국은 ‘맹신 사회’에 ‘종교 백화점’으로 불리는 곳이다. 불교, 기독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에서 긍정적 믿음의 가능성을 끌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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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차별·빈곤 직시하고 희망·연대로···“어려운 물음을 공유”한 ‘올해의 책 10권’ 가족 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일상 속 숨겨진 혐오와 차별을 생생하게 드러냈던 저자가 이번엔 한국의 ‘가족제도’를 해부한다. 가족제도 안에 내포된 차별과 배제를 성소수자 이슈가 만들어내는 균열을 좇아 추적한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차별금지법 반대 슬로건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며느리’가 남편과 시부모의 지배를 받는 가족 내 ‘직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출생을 우려하면서도 ‘출생의 자격’은 엄격히 따져 비혼출산에 낙인찍고, 혼혈아를 해외입양 보내고 장애인에게 불임시술을 해온 역사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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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비’ ‘경조사비’ 월급 차감···‘전태일 책’ 만들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사회평론과 민음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국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22일 발표했다. 출판노조는 지난 19일 받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 처리 결과를 이날 성명으로 공개했다. 출판노조는 “근로감독 결과 2개 사업장 모두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취업규칙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고 했다. 민음사는 그간 노동자가 지각하면 분 단위로 월급에서 차감하는 식으로 ‘무급처리’를 해왔다. 또한 사내 임직원 경조사 때는 노동자들에게 대장을 돌려 부조 금액을 적게 한 뒤 월급에서 차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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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교수 별세···전세계 ‘작은 사람들’ 편에 최후까지 서려 했던 디아스포라 미술사학자이자 디아스포라 학자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학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최재혁 연립서가 대표는 “서 교수가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쯤 자택이 있는 일본 나가노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떴다”고 19일 알렸다. 연립서가는 지난해 2월 <서경식 다시 읽기>를 펴냈다. 고인은 1951년 2월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게이자이대학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일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했다. 2006년부터 2년간 성공회대학에서 연구교수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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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인간과 너무 비슷해서 사랑’은 이제 그만···너스바움 ‘동물을 위한 정의’ 이번 주 ‘책건문’은 마사 누스바움(출판사는 ‘너스바움’으로 표기)의 <동물을 위한 정의>(이영애 옮김, 알레)입니다. 법철학자로 유명하죠. 정치철학, 윤리학,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써왔습니다. 이번엔 동물이 주제입니다. 책을 감수한 생태학자 최재천은 “마치 평생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다 철학으로 전향한 학자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평했습니다. 여러 현장 사례가 나옵니다. 누스바움의 딸 레이첼 누스바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레이첼은 동물보호단체 프렌즈오브애니멀즈의 덴버 지역 야생동물 분과에서 일하다 47세 나이로 2019년 사망했습니다. 모녀는 동물법 등을 두고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레이첼은 미국의 동물원으로 밀매되는 코끼리, 목장주들로부터 도태 위협을 받는 야생마, 멸종 위기의 들소 등 야생동물의 법적 문제를 다루는 일을 맡았습니다. 모녀는 해양 포유류의 법적 지위와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논문을 함께 쓰기도 했습니다. 누스바움을 딸을 두고 “나의 멘토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말합니다. 책은 딸에게 보내는 애도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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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 치과가 싫어할 책, 독자가 좋아합니다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서출판 말) 표지만 보고는 치아 건강 정보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 소개하는 책으로 지레짐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금-인레이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치아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데도 놀랐다. 치료되지 않은 충치도 많았다.” 2022년 11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공장 등지로 건강검진을 다니는 는 예방치학 전문가 김광수가 현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50~60대 노동자 중에 틀니를 한 이도 많다고 한다. 돈이 없거나 시간을 낼 수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해 벌어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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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에로 방화’는 오직 퇴행적?···‘친민중적 메시지’도 있다 <민중의 시대>(빨간소금)는 학술 영역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1980년대 문화를 조명한다. ‘에로 방화’와 ‘동성애 소재 영화’, ‘SF 소설·만화’, ‘대중음악’ 등 ‘민중사’를 서술할 때 분석 대상에서 밀려난 대중문화를 새로 적어나간다. ‘에로 방화’와 ‘민중’이 무슨 관계일까. 이윤종(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은 ‘진보와 퇴행 사이 역진하는 영화, 에로 방화’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본다. 1980년대 한국 에로 영화 장르는 “‘영화 산업의 건강한 사회의식에 대한 음모’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한국 영화의 병폐’라 일축됐다”. 1980년대의 1세대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근원적으로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이 성적·정치적 지배를 이념적으로 영속시키는 성 착취적 기획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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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착한 일본 제국주의’하에서 명랑하게 애국하며 살기···최규진 ‘포스터로 본 일제강점기 전체사’ “동전에도, 우표에도, 책 표지와 깃발에도, 포스터에도, 그리고 담뱃갑에도, 어디에도 쫓아오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빅 브러더의 텔레스크린 일상 감시를 묘사하며 쓴 구절입니다. <1984>가 나오기 10년 전인 1939년 조선총독부 사무관인 도모토 하야오는 잡지 ‘조선’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람의 눈길이 닿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선전매체로 이용한다. 보기를 들면, 현수막, 스탬프, 연초 카드, 그림엽서, 영화자막, 애드벌룬, 전광판, 달력, 지도 등이다. 조선전매국에서 담배 속에 시국에 관한 표어 등을 적은 카드를 넣어서 시국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어디든 쫓아가 감시하고, 선전하려는 게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