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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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말에 격분해 도시가스 호스 자른 40대 남성 붙잡혀 사실혼 관계인 여성과 싸우다 가스 호스를 자른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의정부경찰서가 가스 전기 등 방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8시쯤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이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동거인이 가위로 도시가스 고무 노즐을 자르고 밸브를 열어놨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동거인 A씨를 붙잡았다.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가스 차단다도 잠갔다. 아파트 복도로 가스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고 한다. A씨는 동거인 여성 B씨와 말다툼을 하다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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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김건희와 미소지니’부터 ‘트렌스젠더 적대’, ‘넥슨 여혐’까지···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의 새 책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교양인) 제목은 2005년 낸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따온 겁니다. 다시 도전하려는, 즉 맞서 싸우려는 대상은 ‘일부 여성주의자’ ‘여성주의 진영 일각’도 포함하죠. 정희진은 “이제는 남성 문화뿐만 아니라 동료, 여성주의자. 여성들과 내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다른 의견 중 하나가 ‘피해자 중심주의’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정희진은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수사 기관의 태도 문제를 먼저 지적합니다. “사기나 절도 범죄에는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하기 때문이다. 어느 범죄나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 말부터 듣는 게 상식”이죠. 성범죄도 “다른 범죄처럼 범죄의 심각성과 상황, 죄질에 의해 판단”하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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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 빈곤과 급진적 변화에 대한 열망···조문영의 빈곤 연구 2023년 ‘올해의 인권 책’ 수상작은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글항아리)다. 조문영(연세대 교수)과 ‘빈곤의 인류학 연구팀’이 지은 책이다. 인권연대는 “주거권을 위협받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월세보다 4배나 높은 월세를 지급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의 고초를 조명함으로써 주거권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국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할 까닭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자’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조명받지 못하는 권리 주체로서 쪽방촌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보편적인 사회의 의제로까지 확장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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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책, 모비 딕’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읽다···여성·자연에 대한 착취 문명 반대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글들 허먼 멜빌의 <모비 딕>(1851)은 ‘남성의 책’으로 여겨졌다. 소설 주요 인물 중 여성은 없고, “남성 포경선 선원들의 거친 포경 현장”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미숙(영문학 박사. 몸꿈춤 공간 미류 대표)은 “동시대 인기 작가 너새니얼 호손은 여주인공 헤스터와 목사의 간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주홍글자>를 출간해서 페미니즘 비평의 텍스트로 꾸준히 연구되어왔는데, 멜빌이 호손과 진지하게 교류하며 일 년에 걸쳐 다시 고쳐 쓴 <모비 딕>에서는 왜 여성 인물을 배제했는지도 오랫동안 의문스러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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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출신 저항시인 다룬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 일본서 출간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등 대표적 저항 시인과 이석성, 정우채, 박준채 등 나주 출신 저항 시인을 함께 다룬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가 최근 일본 아카시쇼텐(明石書店)에서 출간됐다고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29일 알렸다. 1부와 3부에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의 작품과 한일 연구자의 글을 실었다. 1부는 이석성(본명 이창신)의 ‘제방공사’, 정우채의 ‘단결하자’, 박준채의 ‘회상’ 등 모든 작품을 완역했다. 3부는 ‘이석성의 육필원고를 접하고―그 놀라움과 감동의 언어’ ‘눈 내리는 동토에도 꽃은 피는가’, ‘이석성―저항시에서 저항소설로’, ‘정우채의 삶과 문학’ 등을 관련 글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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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 삶 앞에서 이번 주 ‘책건문’에 소개할 신간은 세 권입니다. 각각 어머니, 형, 친구를 잃은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죽음, 슬픔, 상실, 애도를 다루지요. 공통점은 또 ‘예술’입니다. 필립 케니콧의 <피아노로 돌아가다>(정영목 옮김 | 위고)는 바흐 음악, 후아 쉬의 <진실에 다가가기>(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는 얼터너티브 록 등 대중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줄기에 흐릅니다.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김희정·조현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미술 작품에 관한 감상도 곁들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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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문장 “남자는 모든 암컷의 교활함, 어리석음, 음탕함의 속성을 여자 안에 한꺼번에 투사한다”···최강욱 ‘암컷’ 발언의 기원 “여자? 아주 간단하지”라고 단순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여자란 자궁이고, 난소이며 암컷이다. 여자를 규정하기에 이 말이면 충분해.”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암컷’이란 수식어는 모욕 같은 울림을 갖는다. 그렇지만 남자는 자기의 동물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가 “저건 수컷이야!”라고 말하면 자랑스러워한다. ‘암컷’이란 말이 경멸적인 이유는 여자의 동물성을 강조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를 그녀의 성(性) 안에 가둬 놓기 때문이다. ……남자는 모든 암컷 동물의 무기력하고 성마르고 교활하고 어리석으며, 무감각하고 음탕하고 사납고 굴종적인 속성을 여자 안에 한꺼번에 투사해 버린다. <제2의 성>(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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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플라스틱 ‘흑마법’의 이유 3D와 첨가제···‘플라스틱 테러범’ “단조로움을 허락하는 최초의 마법 같은 재료.”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양동이뿐 아니라 보석까지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라스틱을 두고 한 말(1957년 <현대의 신화> 중)입니다. <플라스틱 테러범>(최린 옮김, 열린책들) 저자 도로테 무아장은 1950년대 플라스틱 열풍을 전하려 바르트 말을 인용합니다. 플라스틱은 그리스 어원인 ‘plastikos’가 의미하듯 “원하는 대로 주조하고 반죽할 수 있으며 상상하는 모든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특성을 가진 재료”였습니다. 곳곳으로 퍼져나가 ‘대동맥’을 이룬 게 당연해 보였죠. 1950년 생산량은 200만t입니다. 2020년 4억t으로 200배 이상 늘었죠. 이 성장세가 유지되면 2050년 생산량은 10억t이 넘어설 것이라고 저자는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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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 AI 이후는 디스토피아인가, 레이버피아인가 ‘AI 시대 노동과 일자리’ 문제를 다룬 책 발간이 이어진다. 11월 둘째 주에는 <일자리 그 위대한 여정>(지베르니)과 <인공지능, 플랫폼, 노동의 미래>(빨간소금)가 나왔다. <일자리 그 위대한 여정> 부제는 ‘AI 시대 우리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가’다. “AI를 적극 도입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25년 안에 일할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샘 올트먼 오픈AI CEO) 같은 예측이 나온다. 백완기는 예측이 실현된 이후 세상이 “AI에 의해 일터에서 밀려난 인간들이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하는 디스토피아”일지 “인간이 노동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노동 유토피아’, 즉 ‘레이버피아(laborpia)’”일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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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비 경쟁 아니라 축소한 적도 있다···남한은 ‘전술핵 도입’, 북한은 ‘공업 노동력 확보’로 이어져 이동원(서울대 역사학부 조교수)의 <정전협정 이후 남·북한의 군비 축소와 ‘평화’ 담론>은 1950년대 후반 남북한의 군비 축소(이하 군축)를 다룬다. 북한은 1956년 8만 명의 병력 축소를 공약했다. 남한은 1958년 9만 명을 줄였다. “남북 관계의 교착 상태”에도 군축이 이뤄진 것이다. “남북의 대외원조 상황, 미소의 ‘평화 공세’, 중국 인민지원군과 주한미군의 철군 및 감축, 외국군 주둔 비용 및 국방비 부담, 전후 재건 지원을 위한 군 병력의 예비군 전환” 같은 여러 현실 문제가 작용한 결과다. 소련은 1955년부터 평화공존 전환을 선언했다. 중국도 그해 ‘평화 5원칙’을 천명했다. “흐루쇼프의 ‘평화공존’과 국제관계의 긴장 완화에 대한 믿음”에서 북한은 이듬해 5월 31일 자로 성명을 내고 “8월 31일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중에 8만 명을 축소한다” “상기 무력 축소에 적응하여 군사 장비와 전투 기재를 축소하며 해당한 군사비를 평화 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에 충당시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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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경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인간 너머의 지구법학’ 국제 콘퍼런스 17·18일 개최 ‘인간 너머의 지구법학’ 국제콘퍼런스 주제 중 하나는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지구 위험 한계선이라고도 번역한다)’다. 행성 경계는 지구 환경의 한계선에 관한 9개 지표로,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생지화학’ ‘해양 산성화’ ‘토지 이용률’ ‘담수’ ‘오존지수’ ‘대기오염’ ‘화학오염’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350PPM이 기후변화의 경계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줄이자는 환경 캠페인도 벌어진다. 요한 록스트롬이 이끄는 29명의 환경과학자 그룹이 “인류를 위한 ‘안전한 활동 공간’을 정의하는 구체적이고 대중적인 비전”으로 2009년 행성 경계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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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건진 문단 박정희-김대중 ‘남성성’과 운동권의 ‘로맨스·조국통일’····야거 ‘애국의 계보학’ <애국의 계보학>(조고은 옮김, 나무연필) 저자는 한국학 연구자이자 동아시아 역사가인 실라 미요시 야거입니다. 미국 오벌린 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합니다. 시카고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과정을 밟던 1987년 샤머니즘 연구를 하러 처음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가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해 6월 민주항쟁을 보고는 연구 주제를 바꿉니다. 한국 학생운동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이 박사 논문을 2003년 미국에서 책으로도 냅니다. 20년이 지나서야 번역이 됐네요. 한국에 관한 영어책만 보고 쓴 책이 아닙니다. 야거는 한국어 능통자라고 합니다. 한글 번역본 각주까지 하나하나 다 확인했다고 하네요. 다만 ‘논문’이 바탕이다 보니 개념어가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난해한 말로 도배된 책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