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학
경향신문 기자
곰곰 생각하는 기자가 되려 합니다.
최신기사
-
속보 조국 “국민이 승리…윤 대통령 국민께 사과해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0일 “국민이 승리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국민이 승리했다”며 “국민들께서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바로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며 “창당한 지 한 달 남짓한 조국혁신당에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방송3사는 출구조사 결과 조국혁신당은 12~14석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④ 아프면 쉬라고 도입하는 ‘상병수당’…신청하다 더 아플 지경 살면서 한 번도 안 아플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아프다고 밝히기는 쉽지 않다. 아프면 참는 게 먼저다. 아프다고 해도 도움을 받기 힘들고, 오히려 ‘잘못된 몸’ ‘쓸모없는 몸’으로 여겨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잘 아플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구성원의 인식이나 문화의 변화와 함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보건의료·노동계에서는 잘 아플 수 있는 사회,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기본적인 제도로 ‘상병수당’을 꼽는다. 상병수당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아플 때 받는 돈’이다. 아파서 일을 못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상병수당 제도가 있는 나라는 163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만 이 제도가 없다. 다만 미국에선 뉴욕 등 일부 주 차원에서는 운영 중이다.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④ “아픈 게 왜 두려운지 생각해보면 잘 아플 수 있는 사회 해답 나와” “보통 한국 사회를 규정할 때 ‘남성’ ‘비장애인’ ‘선주민(먼저 살던 사람)’ 중심 사회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덧붙여 ‘건강 중심’ 사회라고 말해요. 모든 사람이 건강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사회죠.”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47)는 지난달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픈 몸은 질병을 가진 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 중심 사회에서 배제된 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한 대표는 본인이 난치성 질환을 갖게 되면서 산업화·경제성장이 압도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아픈 몸들을 위한 ‘언어’가 없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가 잘 아플 권리, 즉 ‘질병권’을 이야기하는 운동을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이다.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④ 매일 10년 넘게 약 챙겨 먹지만…괜찮다 말하는 아픈 몸들 흔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건강은 최선을 다해 추구해야 하는 절대 가치이자 선인 것이다. 반면 질병은 비극의 시작으로 예방이나 치료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악으로 여긴다. 질병이 없는, 아프지 않은 몸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같은 명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완치가 힘들거나 불가능한 질병을 가진 이들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매해 5만여명의 희귀 난치질환자가 새로 등록된다. ‘건강이 최고’라는 프레임은 물리적 통증에 더해 사회적 통증을 가중한다. ‘몸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천벌 받은 것’ 등 가족이나 지인, 주변의 반응은 아픈 몸을 가진 이들의 자책에 무게를 더한다.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③ 당신의 몸은 몇점인가요? 점수로 표현되는 몸 장애가 있는 몸은 점수로 수치화되기도 한다.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에 의해서다. 혼자 할 수 없는 게 많을수록 높은 점수가 매겨지고, 이 점수를 바탕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결정된다. 점수를 매기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적 편의 때문이다. 정부는 2019년 장애인을 1~6급으로 판정하는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했다. 의학적 손상으로 나누는 판정 기준이 너무 제한·획일적이라 사회보장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실은 폐지라기보다 단순화 또는 통합에 가까웠다. 여섯 단계를 ‘중증’과 ‘경증’ 두 단계로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1~3급만 받던 활동지원서비스의 대상을 등록장애인 전체로 확대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혼자 일상·사회 생활 등을 하기 힘든 장애인에게 매달 일정 시간 활동지원사를 통해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③ “장애 통해 다름 보는 시선, 깨달음 얻었죠” 몸은 한 개인을 구성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다. 그러나 몸에 장애,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있는 이들은 다르게 취급받는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다른 정체성은 모두 압도당하고,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묶여버린다. 장애의 개념은 국가나 사회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는 개인의 건강 상태뿐 아니라 의도적 따돌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정책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장애에 포함하는 등 장애의 범주를 확대하는 추세다.
-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③ ‘춤추는허리’ 서지원 단장 “몸 부딪치며 다른 점 알게 됐죠” “배우분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우셨죠?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고, 누워서 편안하게 힘을 느껴볼게요. 허리가 바닥에 잘 닿았는지 느껴보고, 허리가 편안해지기 위해 옆에 있는 도구를 쓰거나 다리를 세우셔도 좋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동구 장애여성극단 ‘춤추는허리’(춤허리) 연습실에서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과정공유회로 이름 붙인 이 공연은 ‘이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여기서 이동은 ‘움직임(移動)’뿐 아니라 ‘다르게 움직임(異動)’, ‘다르면서도 같음(異同)’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제2의 강남’ 송도의 역설…“강남 쏠림 강화할 베드타운 우려” 서울 강남이 한국 사회 쏠림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부동산과 교육으로 압축된다. 도로가 직선으로 뻗어있고, 주거와 상업지구가 사각형으로 구획된 신도시는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고공 행진했다. 강북에 있던 ‘명문고’들이 이전하자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노리는 학부모들이 뒤따랐고 이들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열렸다. 부동산과 교육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남의 인기를 끌어올리면서 사람과 일자리, 인프라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의 장으로서 강남의 ‘성공’은 대한민국 도시 발전 모델로 자리 잡았다. 전국 곳곳에서 ‘제2의 강남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경기 분당과 광교, 인천 송도,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 대전 유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곳들은 인근 지역보다 부동산 가격이 월등히 높고, 학원 등 사교육 업체가 집중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공공주택 최고…강남일수록 공공임대 단지 더 늘어야”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규모 개발에 밀려난 도시 철거민들의 절규가 이어진 끝에 1989년 영구임대주택이라는 세입자 대책이 발표됐다. 이후 30여년이 흐르는 동안 국민임대·행복주택·장기전세·매입임대·전세임대·청년안심주택 등 다양한 공공임대 형태가 도입됐다. 2020년 기준 공공임대는 전국에 약 170만호로 전체 주택의 8.0%, 전체 임차 가구의 20%에 달한다. 특히 서울·수도권 지역에선 주거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공공임대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SH의 2차 청년안심주택 241호에는 2만4079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99.9 대 1을 기록했다. 집값이 전국 최고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도 공공임대가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 공공임대 단지에 각각 살고 있는 유검우씨(38)와 박지선씨(38)는 정부의 주택 정책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공임대 위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악화하는 공공성…경기·인구·기후 변화 대처할 장기 대안 시급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주도하는 규제 완화 흐름을 타고 전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도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게 해주는 대신 주택 공급과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강남 지역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강남 재건축의 추세는 대단지·고급화다.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인 강남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통해 가격이 더 상승할 공산이 크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투자로 움직이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은 시장을 측정하는 척도이자 변동성을 키우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이 부동산을 둘러싼 각종 문제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으려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익환수법)’ 등 현존 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주택금융시장을 개편하고 장기적으로 인구·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자녀 없고 직장 멀어도 강남…재건축으로 다시 태어나는 강남 서울 구로구에 사는 40대 정영훈씨(가명)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직장은 강서구에 있다. 교육에 신경 쓸 자녀가 없고, 직장이 서울 반대편에 있는 정씨지만 “삶의 목표”가 강남 아파트를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증권사를 다니다 이직한 정씨는 증권사 퇴직금과 근로소득을 지난 10년간 주식에 꾸준히 투자했다. 주식 투자는 성공적이어서 수억원을 굴리고 있다. 주식 투자를 계속하려던 정씨는 얼마 전부터 생각을 바꿨다. 집을 사기로 한 것이다. 정씨는 “지난번 부동산 가격 폭등을 보며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면서 “틈틈이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한 결과 강남 아파트가 내 삶의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 강남 60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남 집중 올해는 서울 강남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1963년 1월1일 박정희 정권은 서울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때 서울 성동구로 편입된 경기 광주군 일대가 바로 오늘날 강남이다. 강남 개발의 주요 목적은 사대문 또는 강북에 밀집된 인구 분산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동반했지만 인구 분산 측면에서 보면 30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강남은 1990년대부터 교육·부동산을 필두로 각 분야에서 서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기업과 자본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이 됐다. 강남의 눈부신 변화는 특정 분야 또는 지역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도모하는 불균형 발전 전략의 대표적 결과이다. 쏠림과 집중의 구심점 강남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쏠림 현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