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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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의 조건’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킬 최소조건조차 없다면, 과거 노동자를 갈아넣던 ‘노동 정글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노동 조건을 선택하는가. 삶이 하나의 출구뿐인 미로에 갇혀 있다면, 그 출구를 향한 조급한 걸음을 자유라 할 수는 없다. 노동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그런 미로에 가두지 않으려는 투쟁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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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의 조건’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킬 최소조건조차 없다면, 과거 노동자를 갈아넣던 ‘노동 정글 시대’와 다를 바 없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의지로 노동 조건을 선택하는가. 삶이 하나의 출구뿐인 미로에 갇혀 있다면, 그 출구를 향한 조급한 걸음을 자유라 할 수는 없다. 노동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그런 미로에 가두지 않으려는 투쟁의 역사였다. -
여적 변동불거(變動不居) 언스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서 고대로부터 미술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지만, 이를 진보로 여기는 건 “그릇된 해석”이라고 경계했다. 대신 “미술사는 기술 숙련도의 진보가 아니라 관념과 필요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 했다. 그에 따르면 변화는 곧 적응이다. 실상 변화의 압력은 미술만 아니라 인간 삶의 매 순간 모든 것에 마치 중력처럼 달라붙어 있다. -
여적 철학교수도 머리 흔든 ‘칸트 수능’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건 낡은 교훈이다. 적어도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엔 해당되지 않는다. 지름길을 찾지 않고 정도만 걷다보면 수능의 높은 성취는 신기루가 되고 만다. 권위 있는 철학교수조차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고난도 문항들이 빚어내는 역설이다. ‘칸트 수능’이라 할 만큼, 유독 칸트의 난해한 철학 개념들이 곳곳에 출몰해 수험생들을 고통스럽게 한 올해 수능도 예외는 아니다. 이충형 포항공대 철학과 교수가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 “수능 국어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는 글을 올렸다. 칸트 등 철학자들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해독하는 문제로 학원가와 수험생들이 모두 최고난도로 꼽았던 그 문항이다. 유명 독해·논리 강사조차 “면밀히 검토”한 후에야 이 교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니, 오답 여부 판단부터 능력 밖의 난제가 될 판이다. -
김광호 칼럼 ‘장동혁 정치’가 드러내는 불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연휴 일주일 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면회했을 때 정치권은 기습공격이라도 당한 듯했다. 전당대회 약속 이행이라지만, 애초 해선 안 될 이 약속을 차일피일 미룰 때 식언이 될 거라 여긴 때문이다. 여당은 손뼉을 치며 비난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무겁게 침묵했다. ‘이해 불가’였지만, “분열” 논란에 휘말릴까 속으로 삼켰다. 그저 화내고 황당해할 게 아니다. 그의 돌연한 변신이 ‘어떤 필요’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계산 없는 정치는 그에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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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장동혁 정치’가 드러내는 불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연휴 일주일 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면회했을 때 정치권은 기습공격이라도 당한 듯했다. 전당대회 약속 이행이라지만, 애초 해선 안 될 이 약속을 차일피일 미룰 때 식언이 될 거라 여긴 때문이다. 여당은 손뼉을 치며 비난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무겁게 침묵했다. ‘이해 불가’였지만, “분열” 논란에 휘말릴까 속으로 삼켰다. 그저 화내고 황당해할 게 아니다. 그의 돌연한 변신이 ‘어떤 필요’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계산 없는 정치는 그에게 없기 때문이다. -
여적 ‘잠재적 뇌물’과 ‘의례적 선물’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우리 법 중 드물게 허용되는 ‘선물’의 법적 성격과 한도를 담고 있다.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 목적’에 해당해야 하고, 1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공직은 물론 우리 사회의 선물을 고리로 한 일상적 부패 관행을 제대로 인식하고 근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회적 상례’에 맞는 선물과 ‘잠재적 뇌물’ 사이의 경계가 흐릿했기 때문이다. -
여적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불패’ 속설은 정책 실패의 다른 얼굴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부동산은 교육과 함께 ‘손대지 않는 게 상책’으로 여겨질 만큼, 정부 정책을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 대표적 영역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표변한 일관성 부재 탓이 크지만, 정책결정권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 자식들 필요에 맞춘 전두환 정권의 졸업정원제나 사회지도층이 대거 연루된 과거 부동산 투기 광풍은 시민들의 열패감과 정책 불신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정부 정책 반대로 가면 성공한다”는 냉소까지 나오겠는가. -
여적 트럼프의 ‘황금빛 투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 사랑’은 유별나다. 백악관 집무실은 컵받침부터 벽난로 선반, 벽면까지 황금으로 번쩍인다. 백악관은 “(미국의) 황금시대를 위한 황금 집무실”이라고 했다. 그의 뉴욕 자택이나 마러라고 별장도 온통 황금빛이어서 잡지 화보에 단골로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황금빛 페인트는 진짜 황금을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금색 장식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황금은 단순히 고풍스런 색깔 취향이 아니라, 진짜와 가짜가 분명한 ‘권위’ 그 자체다. 스스로를 왕처럼 느끼고, 권력과 지배를 과시하는 ‘브랜드’일 것이다. 예로부터 황금은 ‘권력의 색’이다. 당나라 이래 중국에서도 황금빛 곤룡포는 황제들만 입을 수 있었다. -
여적 과방위원장의 군색한 ‘양자역학 해명’ “정치인은 사적 동기를 공적 목적으로 포장해 자신의 존재를 공익으로 최대한 합리화할 줄 아는 이들이다.”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의 이 질타보다 정치인의 거짓을 ‘팩폭’한 말은 많지 않다. 때로 정치인의 허언은 거짓임을 증명할 수도, 참임을 입증할 수도 없다. ‘모호한 거짓’의 경계에 머물도록 하는 게 정치인 언어의 궁극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리 보면 정치인은 “진실을 말하되 비스듬히 말하라”(에밀리 디킨슨)는 조언을 비틀어 ‘거짓을 비스듬히 말’할 줄 아는 이들이다. -
여적 무궁화대훈장 대한민국의 56종 훈장(勳章) 중 최고훈장은 ‘무궁화대훈장’이다.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원수 및 배우자 또는 나라 발전과 안전보장에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원수 및 배우자’(상훈법 10조)에게만 주어진다. 공적을 따진 것이라기보다 상징적 ‘영예’에 방점이 찍힌다. 그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은 훈장이기도 하다. 대표적 논란이 12·12 군사반란 우두머리인 전두환·노태우였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두 사람의 20개 훈장 서훈을 취소하면서도 무궁화대훈장은 그냥 뒀다. 취소할 경우 대통령 재임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한 2023년 이들의 무궁화대훈장 박탈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김광호 칼럼 정청래 민주당의 ‘유능’한 길 개혁의 길은 험하고 위태하다. 개혁 깃발이 올라가면 한 사회는 모세의 지팡이에 홍해가 열리듯 두 쪽으로 갈라진다. 개혁 대상들은 급하면 칼날이라도 움켜쥐며 저항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퇴계 이황이 조광조의 죽음을 보며 “현자들이 위태로울 때 경계하지 않고 너무 앞으로만 나아갔다”고 탄식했을까. 개혁하려면 늘 ‘작은 생선 굽듯(若烹小鮮)’ 사려 깊게 ‘반동’을 염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