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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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화석상 1위’ 대한민국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핏빛 노을을 배경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인물을 담고 있다. 비명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 착각이 들 만큼 생생하다. “해 질 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서서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뭉크가 붙인 제목은 ‘자연의 절규’였다. 1893년 작품임을 생각하면 그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역대급 폭염·홍수가 되풀이되고 식량·식수난에 ‘기후플레이션’까지 삶을 옥죄는 현재를 살아내는 인류는 뭉크의 이 ‘절규’가 실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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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낙동강 ‘녹조 독소’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짙은 녹색으로 뒤덮인다. 빛 하나 들어갈 틈 없는 녹색의 강을 보노라면 무더위만큼이나 숨이 턱 막힌다. 낙동강 녹조(綠潮)가 물 밖으로 나와 대기에 머물며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독소의 인체유입 연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등의 연구 결과 22명의 주민 중 11명에게서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들은 재채기·후각이상과 눈·피부 가려움증,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미국 마이애미 의대의 한 전문가는 공기 중 녹조에 장기 노출될 경우 치매·파킨슨병 등을 유발할 수 있어 “ ‘조용한 살인자’로 불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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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확증편향 정부의 벌거벗은 임금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권한은 있는데 책임은 없다’고,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 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세번째 국정브리핑(8월29일)은 ‘확증편향 정부’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트렸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한국 정부가 확증편향에 갇혀 있다”는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의 비웃음에도 주저했지만, 이젠 그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경제·재정, 외교·안보, 사회개혁을 망라해 살뜰하게도 자화자찬하는데, 그 동떨어진 민심과의 거리는 대통령 말마따나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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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회만 없으면…” 김문수의 망발 국회가 없다면, 장관은 필요할까. ‘권력자 1인과 나머지’뿐인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KBS 1라디오에서 “국회만 없으면 장관 할 만한 것 같다”고 또 한번 ‘황당 발언’을 했다. “인사청문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또 “국회에 나오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어제, 그저께도 계속 (예산) 결산심사 때문에 국회에 나왔다”고 했다. 진행자의 ‘국회 경시 발언’ 우려에 김 장관은 “국회를 너무 중시해서 아주 무겁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결국 듣기 싫은 소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피하고 싶다는 것인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기사만 안 쓰면 기자도 할 만…’처럼 술자리 농담이면 몰라도, 국무위원 공개 발언으로는 몹시 부적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항의를 우려해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을 ‘패싱’한 첫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의식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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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헌법 위의 ‘시위세(示威稅) 발상’ 집회·시위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일까. 14년 전 이탈리아 로마를 ‘민주주의 논쟁’으로 빠트렸던 ‘시위세’ 주장이 26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등장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시민단체의 집회·시위로 경찰력이 동원돼 예산이 쓰이는 만큼 “대가를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세 원칙의 하나인 ‘수익자 부담 원칙’을 빼들었다. 국민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헌법 21조)를 수호해야 할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망언이다. 표면적으로 김 최고위원은 잦은 시위로 인한 행정력 부담을 거론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시위세 주장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약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발언 하나하나를 살펴봐도, 국민 기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양식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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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교토국제고의 우승 야구는 유독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경기장 외야를 감싸던 플라타너스 신록이 짙은 광채를 뿌릴 때 야구의 열정은 절정이었다. 국내 고교야구팀이 다 모인 봉황대기나 만화·영화로 접한 일본 야구 문화의 정수 고시엔(甲子園)이 여름에 열린 것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전교생 130여명의 작은 한국계 학교가 100년 전통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울림이 한·일 양국에서 작지 않다. 청춘의 열정 같은 고시엔의 서사는 기적을 갈망하기 마련이고, 이번엔 교토국제고가 주인공이다. 한때 폐교를 걱정하던 학교가 반전을 만들려 시작한 야구부가, 첫 경기 0-34의 참패 후 25년 만에 오른 고시엔 정상이다. 외야까지 60~70m의 정상적 타격·수비 연습조차 어려운 교정에서 이뤄낸 성취였다. 전국 3441개 학교 중에서 지역예선을 뚫고 49개교만 출전하니 본선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미 ‘작은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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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검찰 정권의 무너진 ‘법 앞의 평등’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11조)고 선언한다. 누구든 성별·종교·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으며,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정수를 담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한가. 혹여 “누더기를 걸치면 숭숭 뚫린 구멍으로 티끌만 한 죄악도 들여다보이지만 대례복이나 모피 외투를 걸치면 모든 게 감춰지”(<리어왕>)는 그런 사회는 아닌가. 국민 셋 중 두 명은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로 ‘사법·행정’에 대한 불신(56.7%)이 가장 컸다. 불공정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7.8%)가 첫 순위로 꼽혔다. 시민들이 느끼는 법은 그 위에 군림하는 ‘특수계급’ 때문에 삐뚤빼뚤하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국가의 철학>에서 “한국 현대사는 법 위에 서려는 통치자와 (그) 지배층을 법 아래 놓는 고투의 과정”이었다고 했는데, 이 결과대로면 한국 사회의 퇴행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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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최장 열대야와 폭염백서 한반도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17일까지 28일째 열대야를 겪으면서 2018년(26일)을 제치고 최장 연속 열대야 기록을 경신했다. 19일부터 비 소식이 있지만, 열대야를 꺾기엔 역부족이라고 하니 한 달 연속 열대야가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이 지난 30년간 가장 가파른 폭염 증가세를 보인 도시였다는 영국 국제개발환경연구소 분석결과가 실감나는 올해다. 부산과 제주도 각각 24일째, 34일째 열대야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현재 전국 평균 열대야일은 15.9일로 역대 2위(2018년 16.6일)는 물론 1위(1994년 16.8일)도 넘어설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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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Z세대의 ‘발랄’ 올림픽 1996년생부터 2010년까지 출생한 이들은 통칭 ‘Z세대’로 불리는데, 그들 스스로는 ‘젠지(Gen Z)’라고도 한다. 10대 중·후반과 20대 전부가 해당되니 2024 파리 올림픽은 ‘Z세대의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젠지들의 올림픽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실력과 품격은 물론 근성과 낙관까지, 대표팀의 ‘젠지’들이 보여주는 ‘쏘~쿨’한 긍정 에너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펜싱 사브르 대표팀 네번째 선수, 즉 후보 도경동(25)이 단 한 차례 주어진 기회에서 내리 5점을 따내는 활약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밝힌 소감이다. 16세 총잡이 반효진은 10m 여자 공기소총 결선에서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남기려 독하게 쐈다”고 했다. 펜싱 사브르 개인 결승에서 넘어진 상대에 손을 내밀어 일으켜준 오상욱은 “펜싱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했다. 여자 양궁 3관왕 임시현은 시상대에 설 때마다 기발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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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제2부속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2018년 아프리카 순방 때 보좌 실패를 이유로 미라 리카델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경질을 요구하자, 백악관은 다음날 즉각 실행했다. 미국 전기작가 케이트 마턴은 대통령 배우자를 ‘역사를 완성하는 숨은 권력자’라고 했다. 1987년 법률로 퍼스트레이디가 백악관 직책이 된 미국과 달리, 한국 대통령 배우자는 권한·의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민간인이다. 현실은 다르다. 늘 최고 권력자의 지근거리에 있기에 마지막 조언자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대통령 배우자의 위치다. ‘문고리 권력’에 앞서 ‘여사 권력’이 운위되는 이유다. 그래서 법적 위상과 별개로 공식 보좌를 받으며, 역대 정부에서 그 역할을 한 곳이 제2부속실이었다. 박정희 정부 때 육영수 여사의 대외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1·2 부속실로 분리한 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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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올림픽 10연패 한국 양궁이 세계에 ‘무서운’ 이름을 알린 것은 1979년 독일 베를린 세계선수권 때였다. 18세 여고생 김진호가 무려 5관왕에 오르면서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스포츠가 세계 1등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온 나라가 들썩인 건 당연했다. 1959년 수도여자중 체육교사 석봉근이 청계천 고물상에서 우연히 만난 서양식 활로 양궁의 씨가 뿌려진 지 20년 만이었다. 한국 양궁이 전설을 썼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 28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서 대회 10연패를 달성했다. 단체전이 시작된 서울 올림픽부터 36년간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올림픽 11연패에 도전하는 미국 남자 수영 400m 혼계영팀과의 ‘전설 경쟁’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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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윤·한의 결정적 순간 여권은 지금 ‘갈등의 지옥도’ 속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난데없이 던져진 ‘김건희 여사 문자’가 파노라마처럼 드러낸 풍경이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에게 역정을 내고, 그의 부인이 ‘문자 사과’를 하고, 대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권력은 체면을 잃고 권력답지 않으며 국정 협력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배반’의 아우성에 파탄은 현실이다. 4·10 총선 이후 세 달,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는 기이했다. 여권 주류는 콕 집어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지목하며 한 전 위원장 총선 참패 책임론을 부각하고,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의 식사회동 제안을 뿌리쳤다. 무산되긴 했지만 전대 규칙에 ‘2인 지도체제’라는 기묘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절윤(윤 대통령과 연을 끊음)·패윤(패륜) 등 온갖 배신 논쟁이 끓더니 전대를 코앞에 두고선 문자 사태까지 터졌다. 모두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 ‘한동훈 견제’다. 문자 속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라는 십수년 관계가 한순간 왜 이리 돌변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