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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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납북자가족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납북자피해자가족모임이 8일 임진각에서 파주시와 함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선언한다. 대북전단 단체들 중 살포 중단 결정은 처음이다. 남북의 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접경지 주민 안전과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반가운 소식이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전단 살포 중단 결정엔 새 정부의 정책 변화와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남중 차관의 ‘위로 전화’를 받은 뒤 모임 내 논의가 급진전됐고, 가족들의 전원 찬성으로 중단을 결정했다고 한다. 최성용 모임 대표는 지난 5일 “이 정부를 믿고 더는 소식지를 날리지 않겠다”고 했다. 대화와 신뢰구축이 남북 간에도 남남 간에도 평화를 향한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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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위원들에게 “국회에 가시면 직접 선출된 권력에 대해 존중감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국회 존중’을 당부했다. 국무회의 첫머리에 “국회와의 관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쏟아낸 작심 발언이었다. 국회를 콕 집어 ‘몸 낮출 것’을 주문했지만 대통령 자신이 선출 권력의 정점이니, 전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동거가 길어지면서 기강을 잡은 것이란 해석이 그리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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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호르무즈 해협 1980년대 한국에서 6000㎞도 더 떨어진 ‘호르무즈 해협’은 국민적 걱정거리였다. 이란·이라크의 8년 전쟁 와중에 한국으로 오는 석유의 80% 가까이가 지나는 이 해협의 안위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발도상국 한국의 경제를 휘청이게 만든 ‘2차 석유파동’(1979~1981년)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연일 전해지는 유조선 피격 소식과 호르무즈 봉쇄 우려는 사회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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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새 정부의 공직기강 잡기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20일 검찰의 업무보고를 30분 만에 퇴짜 놓았다. 해양수산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도 중도에 멈춰 세웠다. 전날 “전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겠다”고 공직 기강 해이를 질타하더니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점령군처럼 들쑤시고 다닌다”고 맹비난했다. 권력 교체 때마다 불거지던 ‘점령군’ 논란이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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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어쩌면 해피엔딩’의 해피엔딩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9일 연극·뮤지컬 분야 최고 권위의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6관왕에 올랐다. 가장 많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앞서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작품상 등을 휩쓸 때 돌풍은 예견됐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에 비견할 만하다. 한류 영역이 공연예술의 꽃이라는 뮤지컬로까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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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이재명 정부가 ‘역사의 필연’이 되려면 이재명 정부 탄생은 역사의 ‘필연’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서로 미워하고 제거하려는 전쟁 같은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했듯, 그것은 정치 변화의 소명에 답할 때 가능하다. 12·3 불법계엄 내란을 민주공화 정신에 따라 단죄해온 지난 반년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깨닫게 한다. 상상할 수 없던 파괴적 탐욕이 거친 행동으로 여과 없이 분출하고 공론장은 피폐하다. 필요한 것은 유능함과 정치 존중이다. 정치도, 정치를 감시해야 할 국민도 무능했기에 우리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전쟁 정치 종식’라는 제1공약을 실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자리에 존중 대신 갈등과 분열을 심어오고 짧게 잡아도 십수년 켜켜이 쌓인 ‘악습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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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문수표 ‘인천상륙작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3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인천 계양구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곳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역구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인천상륙작전’이라 했다. 선거 유세에 전략과 의미가 실리듯, 후보들은 투표 장소도 고심해서 고른다. 한 명의 지지자라도 더 투표장으로 이끌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다. 이를 두고 ‘투표의 정치학’이라고도 한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들과 서울 신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역구 경기 동탄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남 여수 주암마을회관에서 투표했다. 각각 ‘청년 시대’ ‘대역전’ ‘기후위기 극복’의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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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세계문화유산 ‘금강산’ ‘정선아리랑’의 첫 대목은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로 시작한다. 신의 솜씨 같은 자연의 신묘함과 불교 유적 가득한 믿음의 영산 ‘금강’의 진면목이 담긴 것이다. 지옥에 가지 않으려 살아 금강산 가보길 소원하는 ‘버킷리스트’였다 하니, 민초들 영혼의 이상향 같은 곳이다. 금강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금강산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이변이 없으면 7월 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확정되는데, 자연유산·문화유산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등재될 거라고 한다. 복합유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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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부활 서울대에서 지난해 사라진 ‘마르크스 경제학’ 강좌가 시민 강의로 부활한다. 학점을 인정받지 못하는 제도권 밖 강의지만,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의 어두운 이면을 비출 학문의 명맥은 이어지게 됐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기반으로 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부활은 학생들의 자생적 노력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8월 폐강 당시 ‘수요와 교수진 부족’을 이유로 든 대학 측은, 학생들이 연서명으로 수요를 증명하고 강성윤 서울대 경제학부 강사가 강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불온한’ 경제학을 말려 죽여 퇴출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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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식어버린 ‘보수의 심장’ 6·3 대선 초입에 후보들이 이례적으로 대구에서 격돌했다.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대구 유세에 나섰다. ‘국민통합 대통령’ 명분을 더하려는 이 후보, 보수 민심을 다잡으려는 김 후보, 보수정치 세대교체 토대를 놓으려는 이준석 후보의 욕망이 부딪쳤다. 윤석열 파면으로 열린 대선에서 예전 같지 않은 대구 민심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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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민주주의’ 고쳐 쓰기 세 번째 ‘대선의 봄’이 그리 따뜻하지 않다. 말문을 닫은 사람들 사이에서 흥은 실종되고, 정치의 온도는 좀체 오르지 않는다. 6·3 조기대선이 열리기까지 한국 사회는 모진 정치의 계절을 견뎌내야 했다. 역사의 심연 속에 박제했다 믿었던 온갖 어두운 기억들이 하룻밤 새 무진을 점령한 안개처럼 밀려오는 것을 목도하였다. 음험한 독재의 망령과 교활한 이념 내전의 유령들, 광기 어린 폭력의 악령들까지. 악몽의 밤들을 견디며 절감한 것은 “민주주의는 고쳐 쓰는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으며 언제든 고장 날 수 있기에 미리 살펴 예비하는 것 또한 지금 민주주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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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계엄 양비론’을 허용해선 안되는 이유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겨울도 봄도 아닌 3월의 시간처럼 한국 사회는 예상치 못한 ‘가치 전도’의 음울한 계절을 견디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선과 악의 판단 경계도 흐릿해진다. 공동체가 최소한으로 공유한다 믿었던 가치들의 앞날은 황사 낀 봄날처럼 뿌옇다. 보수의 일각일지언정 ‘비상계엄은 쌍방 과실’ 같은 주장이 횡행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에서 “뜬금없는 (비상계엄) 결정도 잘못이고 야당도 그런 결정을 하게끔 얼마나 정부를 못살게 굴었나”고 했다. 그래서 결론은 “둘 다 잘못”이란다. 어느 보수 신문 칼럼은 계엄이 대통령 윤석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한다. 대통령 탄핵을 폭행 사건의 시비를 가리고, 교통사고 보험 책임을 다투는 일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윤석열이 사고친 김에 눈엣가시 같은 이 대표까지 쓸어내고 싶은 속마음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뻔뻔함에도 지킬 선은 있다. 그나마 법원이 26일 선거법 위반 2심에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