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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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돈이 아닌 존엄 위해 일한다고…떼창으로 이 사회에 울림 키우겠다” 싱어송라이터 하림은 ‘야심가’다. 본업에만 머물지 않고 연주자로, 공연기획자로, 사회운동가로 여기저기서 활약한다. 2004년 2집 발표 후 침체기를 겪는가 싶던 그는 주류 가요계와는 동떨어진 길을 걸었다. 노래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 것이다. 그러곤 혼자 살겠다고 바둥대는 대신 외연을 넓혀 함께 사는 것을 택했다. 2020년 그가 길어 올렸던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챌린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힘이 됐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2010년 충남 당진의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노동자를 기리며 제페토 시인이 쓴 시에 하림의 멜로디가 더해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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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공인중개사 찬바람 부동산중개사무소가 복덕방(福德房)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복덕방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이 있는 방이란 뜻이다. 과거엔 어르신들이 심심풀이 삼아 복덕방을 냈다. 복덕방에선 동네 노인들이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며 하루를 보내다가 사람들이 오면 안내를 했다. 방 한 칸이라도 계약이 성사되면 수고비로 복비(福費)를 받았는데, 술값·담뱃값 수준으로 주는 대로 받았다. 소설가 이태준의 <복덕방>에도 복덕방 주인 서 참의 등 노인 3명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들은 언제 누가 집 보러 가자고 할지 몰라 늘 밖을 내다본다. 1960~1970년대 복덕방은 사랑방과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정보 교류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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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머독의 퇴장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중반 한 측근에게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에 대해 했다는 말이다. 이 얘기는 뉴욕타임스 조나단 마틴·알렉산더 번스 기자의 공저 <디스 윌 낫 패스>에 담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묘사한 대로 머독은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전 세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와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 더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의 모회사다. 미디어 제국의 ‘황제’ 머독이 올해 말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한다. WSJ는 21일 머독이 오는 11월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에서 물러나고, 장남 라클런이 직위를 승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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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언론자유 핵 ‘비닉권’ 1972년 6월17일,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는 전화를 받았다. 워터게이트 호텔에 침입한 혐의로 체포된 5명을 취재하라는 지시였다. 미국 정계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시작이었다.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은 ‘고위 관리’ 제보에 따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하던 비밀공작반이 민주당 선거회의를 도청했다는 보도를 한다. 거짓말까지 한 닉슨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은 감시견으로서 언론의 존재이유를 보여줬다. 하지만 가장 큰 기여자는 ‘딥 스로트’라 불리는 내부고발자였다. 제보자가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닉슨 대통령 재선 후 정부와 수사기관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취재원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끝까지 함구했다. 그의 신상이 밝혀진 것은 33년이 지난 200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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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기후동행 교통카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있는 스웨덴에선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비행기 여행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플뤼그스캄(Flygskam)’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항공편 대신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의 ‘탁쉬크리트(Tagskryt)’라는 말도 있다. 이 운동이 지지를 받는 것은 비행기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 285g, 자동차 158g, 기차는 14g이다.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과 짧은 이동 시간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차보다 비행기 여행을 선호한다. 지난 7월 그린피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서 같은 노선을 비교했을 때 기차 요금이 비행기보다 평균 2배 비쌌다.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해도, 개인의 선의만으론 한계가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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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K-라면 60년 라면은 한국인에겐 단순한 음식이 아닌 ‘솔 푸드’다. 배고파서, 속쓰려서,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늘도 라면을 먹는다. 세계라면협회가 조사했더니 지난해 한국인 한 명이 77개를 먹었다고 한다. 한동안 안 먹으면, 생각나는 것도 라면이다. 허기진 저녁, 코를 자극하는 라면 냄새에 당할 자가 있을까. 면을 후후 불어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작가 김훈은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그 맛의 놀라움은 장님의 눈뜸과도 같았고 ‘불의 발견’과 맞먹을 만했다”고 했다. 지금이야 매운맛을 부각시킨 ‘신라면’이 최강이지만, 국내 라면 원조는 삼양라면이다. 1958년 일본에서 처음 만든 인스턴트 라면을 국내에 들여온 사람이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회장이다. 그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죽’을 사먹는 사람들을 보고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계·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15일 국내 첫 라면을 출시했다. 가격은 10원이었다. 초기엔 닭 육수로 맛을 낸 하얀 국물이었는데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국민 입맛을 사로잡은 건 소고기 육수로 바뀌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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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하림 노래 ‘우사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이 노래는 2010년 9월 철강회사 용광로에 떨어져 스물아홉 청년이 숨진 날, 그 기사 댓글에 달린 시인 제페토의 시에 가수 하림이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이다. 하림이 2020년 ‘당진 용광로 사고 10주기 기억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곡한 이 노래는 당시 많은 시민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시태그(#)를 다는 식으로 ‘함께 부르기’ 챌린지에 동참해 큰 주목을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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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에너지 정책 역주행…재생에너지 안 늘리면 사람 죽고 경제도 죽어” 올여름 한반도엔 폭염과 31일간의 장마가 몰아쳤고, 홍수·가뭄·산불이 세계 곳곳을 덮쳤다. 자연이 보내던 경고를 우리가 무시한 사이, 기후재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 그림자는 일상을 파고들었다. 극한기후가 일으키는 해수면 상승·침수 우려로 고지대 집값이 오르고, 쌀·커피 등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매운 소스 ‘시라차’(스리라차) 가격이 오른 것도 멕시코 지역 가뭄 때문이라니, 빙하 조각 위 위태로운 북극곰 얘기보다 더 정신이 번쩍 든다. 부쩍 잦아지고 세진 극한 기상현상은 기후위기가 먼 미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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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려인들의 홍범도 애도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국방부가 지난달 31일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결정하자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다음날 페이스북에 올린 자작시 일부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제목의 시는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라며 끝난다. 홍 장군이 흉상 철거를 봤다면 느꼈을 심경을 적은 것이다. ‘날으는 홍범도’로 불린 홍 장군은 독립영웅이다. 그는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카자흐스탄에 정착했다. 고려인들의 큰 어른 역할을 하다 1943년 숨졌다. 고려인들은 장군의 묘역을 조성해 ‘민족 지도자’로 기려왔다. 옛소련 붕괴 후 남북은 서로 홍 장군 유해를 봉환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2021년에서야 홍 장군의 유해가 돌아와 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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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장애인 택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하루 운동을 마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를 다는 문화가 유행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오운완’으로 검색하면 수백만건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기성세대 건강 관리가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 같았다면, 이들에겐 즐기면서 하는 놀이로 바뀐 것이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숫자로도 알 수 있다. 통계청 ‘2022 한국의 사회 지표’를 보면 주 1회 이상 생활체육에 참여한 10세 이상 국민 비중은 61.2%로 조사됐다. 10년 전에 비해 18%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그런데 그 속에서 장애인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어쩌면 비장애인들은 헬스클럽에 장애인이 없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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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3분의 1’ 된 청년 결혼 긍정자 불안한 일자리, 과도한 빚, 주거 불안…. 지금 한국 사회 청년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다 같지는 않다. 부모의 경제 상황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다. 가난한 청년들은 포기할 게 많다. 한번 쓰러지면 일어서기 힘드니 더 고통스럽게 스펙을 쌓아야 한다. 그들에겐 결혼도 힘겨운 선택지에 불과하다. 집값 상승은 소득 상승을 훨씬 앞지르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도 혼자 힘으론 어림없으니 가정을 꾸리는 문턱마저 부모 도움 없이는 넘기가 쉽잖은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정부는 지난달 ‘혼인자금 증여 공제 확대’를 발표했다. 양가 부모로부터 받은 결혼자금 중 3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이 늘면 혼인을 더 많이 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내놓은 정책인데, 그런 능력 있는 부모도 중상류층 이상이고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작용할 소지도 크다. 무엇보다 결혼을 조건으로 증여세 감면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조세 형평에 어긋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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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자폐 스펙트럼 ‘별이’ “붕붕, 크레인, 유조차, 자동차 좋아~” ‘별이’는 자동차 박사다. 어려운 자동차 이름도 척척 맞힌다. 하지만 자동차 경적 소리에는 예민하다. 별이 세상에선 소리는 더 크게, 빛은 더 밝게 느껴진다. 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 붉은 단발의 ‘줄리아’는 블록 만들기를 좋아한다. 줄리아는 그림 그리기에 열중할 땐 친구들이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갑자기 웃거나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줄리아도 자폐증을 앓고 있다. 별이와 줄리아는 자폐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또래 아이들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사실 두 아동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별이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18일부터 새로 합류하게 됐다. 이보다 앞서 전 세계 아동교육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2016년 처음 선보인 자폐 캐릭터가 줄리아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다채로운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캐릭터를 출연시킨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