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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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한국 영화들이 훌륭한 이유? 훌륭하지 않은 사회 때문이다” “바바바밤, 바바바밤, 바바바밤….” “따라단~ 따라다라다라따라단~” 이 선율을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도 ‘주말의 명화’ 세대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당신은 주말 밤마다 KBS <토요명화>, MBC <주말의 명화> 주제곡이 TV에서 울려 퍼지면 어떤 걸 봐야 할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2007년부터 차례로 폐지돼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과거 이런 영화 프로그램들이 영화광들을 설레게 했다면 지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평론가 피어스 콘란(한국명 권필수)은 이 점을 아쉬워한다. 말하자면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K콘텐츠는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영화 소비 방식이 OTT로 바뀌면서 그만큼 미래의 영화광들에겐 다양한 취향을 가질 기회를 뺏는다는 것이다.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에서 영화와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그는 “OTT 플랫폼에는 인기 많은 작품만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 역시 일본 영화인 줄 알고 잘못 고른 DVD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었고, 이 실수 덕에 한국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대학 졸업논문으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대해 썼는데, 영국 햄버거 가게에서 봉 감독을 만난 건 지금 생각해도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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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세사기 ‘법정 최고형’ 평생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집을 구했다. 근저당권 설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중개업소에서는 ‘주인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서 1억원도 안 되는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사기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경매 접수문이 우편함에 꽂힌 뒤였다. 사기 일당은 토지매입이나 건설 비용은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피해자들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곤 빚을 안 갚아 집을 경매에 넘겨버렸다. 알고보니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벌인 조직적인 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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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울의 봄’ 정선엽 병장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제? 안 있나? 인간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주길 바란다니까.” 1979년 12월12일 신군부의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전두환 역)은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군가는 전두광 자신이다. 그의 관점에서 굳이 말하자면,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인데, 진짜 이유는 바로 알게 된다. 전두광은 반란군 지휘부가 집결한 경복궁 30경비단 화장실에서 노태건(노태우 역)에게 말한다. “저 안에 있는 인간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그거 묵을라고 있는 기거든. 그 떡고물 주딩이에 이빠이 처넣어줄 끼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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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소방관의 죽음 지난달 31일 저녁,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퇴로를 찾지 못한 소방대원 2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갔다가 당한 참변이다. 이들과 함께 들어간 2명의 다른 소방관은 갑자기 불이 커지자 1층에서 창문을 깨고 빠져나왔다.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2명은 3층 계단실 입구까지는 다다랐으나 내려오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1일 새벽 두 구조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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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공공의료 늘리지 않고…의대 정원 확대만으론 사막에 물 붓기” 지난해 6월 초,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찾던 태백병원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7월부터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봤는데, 사정상 빨라도 9월 중순이 돼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면 서류를 제출할까 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부에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그다음 날엔 병원에서 전화를 했다. “서류 꼭 제출해주세요. 임용일자는 면접 이후에 결정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도 태백병원에 지원서가 도착한 것은 ‘서류를 왜 안 내느냐’고 병원 측에서 독촉 전화를 한 이후였다. 지원서를 보낸 인물은 뜻밖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파티’ 의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이력이 화려했다. 몇번의 공고에도 아무도 지원을 안 해서 번번이 허탕치던 자리에 그의 ‘스펙’은 넘쳤다. 주인공은 의사 김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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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장 우울한 나라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1920~1994)는 한평생 마음대로 살았다. 주정뱅이, 바람둥이, 노름꾼이었다. 묘비엔 ‘애쓰지 마라’(Don’t Try)라고 새겨넣었다. 그런데도 그는 서점에서 시집이 제일 많이 도난당하는 시인이다. 부코스키는 성공 따위에는 신경을 끄고 살았다. 그에겐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이 있었다. 야망 없는 삶이라니,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부코스키 같은 인물이나 넘볼 수 있는 경지 아닌가. 작가이자 크리에이터 마크 맨슨은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신경 끄기’ 모델로 부코스키를 꼽았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바심에 우울하다는 사람들에게 그는 ‘엉망진창이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신경 끄기부터 해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면 그만큼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일 터이다. 특히 남 신경 쓰느라 우울한 한국인들에게 와닿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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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개 식용 금지 조선 개국 후 밥상의 가장 큰 변화는 육식의 확산이다. 불교를 숭상한 고려와 달리 조선은 ‘육식 금지’를 철폐했다. 당시 양반들 사이에선 소고기가 최고 인기였던 모양이다. 소의 씨가 마를 것을 우려한 왕실이 ‘소 도살 금령’(우금령)까지 내려 열풍을 잠재우려 했음에도, 밀도살만 성행했다고 한다. 고기 맛을 알아버린 지배층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니 실효를 거둘 리가 없었다. 개고기를 서민들이 단백질 공급원으로 즐겨 먹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양반들 역시 개고기를 즐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책 <조선의 탐식가들>을 보면, 의외의 ‘개고기 애호가’는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이 개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음은 흑산도로 유배 간 형 약전에게 보낸 편지로 알 수 있다. 다산은 형에게 개 잡는 법에서 요리하는 법까지 알려주며 보신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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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생활인구 이제는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조어 ‘지방 소멸’의 기원은 일본이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일본 전 총무상은 기초자치단체 절반이 인구 감소로 2040년까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 책 <지방 소멸>은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연구원이 2015년 이 책을 토대로 분석했더니, 한국도 2040년이면 전국 지자체 중 30%가 기능을 상실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 지역의 인구 감소 추세는 심각하다. 인구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 소멸 문제는 자칫 남의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 소멸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동안 서울 같은 대도시가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유입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소멸은 대도시권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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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어떤 새해 소망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나라마다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우리는 떡이나 만두를 넣은 국을 먹는다. 새해 염원을 담아 보신각에서 33번에 걸쳐 제야의 종을 친다. 스페인에서는 자정의 종소리에 맞춰 12알의 포도를 먹는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여행으로 가득한 한 해를 위해 빈 캐리어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고 한다. 필리핀에선 둥근 모양의 과일을 사는 것으로 새해를 맞는다. 12개의 둥근 과일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새해 풍경은 제각각이지만,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 가지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새해가 없다면, 우리도 시베리아 농부처럼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병에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어느 순간 곡괭이를 집어던지고 태양의 서쪽을 향해 하염없이 걷다가 쓰러져 죽는다는 병 말이다. 그러니 새해 의식이 ‘미신’이면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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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조선학교 차별은 역사·인권문제…30년 묵은 이념잣대 왜 들이대나” 일본은 2010년부터 추진한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 고급학교 10개교를 쏙 뺐다. 무상화 지원금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등에 의해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반발한 도쿄·오사카·히로시마·나고야·규슈 등의 조선학교 5곳이 2013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일본 정부 조치가 재일 조선인 사회에 대한 차별이라고 맞선 것이다. 2017년 오사카 지법은 1심 판결에서 조선학교의 손을 들어줬으나, 원고들의 청구는 최고심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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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교황청 ‘동성 커플’ 승인 “결혼이나 교회 의식 아니면 가능합니다.” 교황청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선언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교황이 교회의 전통을 뒤집고, 사제가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단서를 달았다. 교회 공식 행사에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교황청은 “‘모든 피조물’이 축복의 대상”이라고 했다. 교황의 한마디는 그 자체로 큰 가르침을 준다. 역사적으로는, 오랫동안 동성애를 죄악시해온 가톨릭교회의 개혁과도 연결돼 있다. 역대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차별금지를 강조해왔다. 2013년 동성애자 사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누구를 심판하리오”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교황청은 2021년 동성 결합(결혼)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축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비판을 받았다. 교황의 이번 결정은 이를 번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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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치매환자 주치의 ‘100세 시대’ 인간에게 치매는 공포다. 집을 못 찾고, 용변 실수를 하고, 가족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조차 잊게 만든다. 고령층에겐 암보다 무섭다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안 그래도 아픈 곳 천지인데, 냉장고 문을 열고 우두커니 서 있거나 아파트 비밀번호를 깜빡깜빡하는 일들이 거듭되면 가슴이 철렁한다. 이런 증상이 단순히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인지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치매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들 때 많이 쓰는 ‘하세가와 척도’라는 게 있다. “오늘은 몇년 몇월 며칠이죠?” “100에서 7을 빼보세요” 같은 문항으로 이루어진 검사인데 일본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가즈오가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치매의 주원인은 노화다. 치매 권위자인 그도 88세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일본은 2004년 ‘치매’라는 단어가 모멸감을 준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인지증’으로 명칭을 바꿨다. 우리도 용어 변경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