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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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외교의 ‘다른 말’, 키신저 작전명 ‘폴로’. 1971년 7월1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비밀 방중 작전에는 700년 전 중국을 여행한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이름이 붙었다. 당시 리처드 닉슨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키신저는 외부엔 아시아 순방이라고 해놓고 파키스탄으로 갔다. 7월8일 키신저는 야히아 칸 파키스탄 대통령 초청 만찬 도중 복통을 핑계로 ‘휴식’에 들어간다. 그렇게 기자들을 따돌린 그는 다음날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저우언라이 총리와 마오쩌둥 주석을 만났다. 그의 방중은 이듬해 2월 닉슨 대통령과 마오 주석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이 극비 작전은 미 국무부도, 중앙정보국(CIA)도 몰랐다고 한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세계 외교사에 영원히 남을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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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허경영과 불로유 윤씨는 등산 모임에서 만난 친구로부터 개벽교를 알게 된다. 친구는 “개벽교 영상을 보고 따라 한 뒤 암이 나았다”고 했다. 윤씨는 친구가 보내준 동영상 속 남성을 따라 해보기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 조상의 공덕에 감사한 후 3분 뒤에 숯과 소금을 먹는 생활을 반복한다. 개벽교 모임에 나가게 된 뒤부터 윤씨는 변해간다. 결국 윤씨는 숯가루가 위와 장에 달라붙고, 소금을 너무 많이 먹어서 신장이 망가지는 지경에 이른다.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 ‘개벽’ 줄거리다. 사이비 종교나 집단생활 피해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신빙성이 없더라도 철석같이 믿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교주에게 가스라이팅(세뇌)당해 효과를 알 수 없는 만병통치약을 먹고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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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메가시티, 서울 아닌 비수도권에 절실…최소 세 군데는 만들어야” 서울이 지금보다 덩치를 더 키워서 ‘초광역도시’가 된다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될까. 국민의힘이 띄운 ‘김포의 서울 편입’이 단번에 정치 이슈가 돼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시작은 김포였는데, 서울과 맞닿은 경기 인접 도시까지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팽창은 안 그래도 심각한 수도권 편중을 가중시킬뿐더러, 국토 균형발전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반론도 크다. 여당은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를 만들어 서울·김포 통합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균형발전 정책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부산과 광주에도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덧붙였다. 이젠 김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판은 커졌는데, 진정성과 정책 방향에 물음표가 달린다. 메가시티 논의는 과연 현실화할 수 있을까, 아니면 총선용 표심을 노린 ‘정치쇼’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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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롤드컵’ 거리응원 1, 4, 10. 올해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만든 기록이다. 동시 접속 1억명·누적 시청 4억명, 그리고 단 10분 만에 서울 고척스카이돔 좌석이 매진됐다고 한다. 롤드컵은 9개 지역의 22개 클럽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투는 e스포츠 대회다. 월드컵 축구만큼 인기가 있어서 ‘롤드컵’으로 불린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은 롤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19일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행사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e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거리응원이 열렸다. ‘원정 응원’을 온 국외 팬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인파가 최대 약 1만명에 달했다. CGV는 전국 100여개 상영관에서 결승전을 생중계했다. 수많은 팬들이 ‘페이커’ 이상혁이 뛰는 T1이 중국팀 ‘웨이보 게이밍(WBG)’을 꺾고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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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포항 배상 판결 딱 이맘때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관측 사상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1명이 사망했고 117명이 다쳤다. 특히 수능 하루 전날 발생해 시험이 일주일 뒤로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져 전국적 혼란을 가져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듬해 2월에도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가 이어졌다. 당시 지진 전문가들은 진앙 인근에 짓고 있던 포항지열발전소에 주목해 인공지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는 1년간 조사 끝에 2019년 3월 “포항지열발전사업에서 지하공간에 과도하게 물을 주입하면서 지진이 촉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포항시민들은 시민단체와 공동소송단 등을 통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재판 도중 피해 구제·지원 방안 등을 담은 ‘포항지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1년 4월 시행에 들어갔지만 소송을 취하한 시민은 거의 없었다. 긴 법정 다툼 끝에 16일 법원은 시민들 손을 들어줬다. 2019년 8월26일 첫 재판이 열린 지 4년여 만이고, 포항지진 발생 후 6년 하고도 하루 지난 날이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는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토대로 지열발전에 따라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며 “1인당 최대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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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숏컷’ 혐오 폭력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 지난 4일 밤, 경남 진주시 한 편의점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근무 중인 또래 여성에게 페미니스트냐며 시비를 걸고, 마구 때리는 일이 있었다. 말리던 손님도 폭행을 당했다.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여성의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였다. 그는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사건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선 짧은 머리 스타일인 ‘숏컷’을 한 여성을 지지하는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여성-숏컷-캠페인’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짧은 머리 인증 사진을 올리며 피해자와 연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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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제사 간소화 스웨덴 언론인 카트리네 마르살은 책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 해묵은 경제이론을 논쟁의 장으로 끌고 나온다. ‘보이지 않는 손’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경제학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마르살은 천만의 말씀이란다. 그가 ‘잊은 게 한 가지 있다’는 것이다. 푸줏간·양조장·빵집 주인을 일터에 내보내기 위한 여성들의 ‘노동’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혼자 산 스미스가 빵집 등 주인의 도움 없이 어떻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겠느냐는 반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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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을 모기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다산 정약용도 모기한텐 당해낼 재간이 없었나 보다. 오죽했으면 모기를 증오하는 시 ‘증문(憎蚊)’을 남겼을까. 이마에 울퉁불퉁 혹을 돋게 하고, 제 뺨을 제 손으로 치게 하는 모기에 다산이라고 별수 있었겠는가. 이 시는 몇백 년이 흐른 지금도 모기 얘기를 할 때마다 인용되곤 한다.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들을 모기에 빗대 풍자했다는 해석이 있지만, 탐관오리만큼이나 모기가 성가신 존재인 건 맞으니 그대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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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제국의 위안부’ 무죄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쓴 <제국의 위안부> 초판이 2013년 8월 나오자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그동안 밝혀진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책 출간 후 한국 사회는 찬반으로 갈라져 치고받았다. 그리고 싸움은 학문의 공론장을 넘어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201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은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 교수는 책에서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건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등 표현을 써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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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감 나온 ‘발달장애인’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얼굴이 없는(가오나시)’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얀 가면을 쓴 가오나시는 이름은커녕 목소리도 없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을 가오나시에 비유한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유령과 같은 대우를 받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지난 5월 한국피플퍼스트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전시회-발달장애인은 유령이 아니다’에서도 가오나시 복장을 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뼘 넓어지긴 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드라마처럼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 문석영씨도 그랬다.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시설에 맡겨진 문씨는 그곳에서 25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젠 시설을 나와 중증장애인의 취업을 돕는 ‘동료지원가’로 활동한다. 그가 23일 동료지원가 187명을 대표해 국정감사장에 섰다. 그가 국감장에 나온 이유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동료지원가 사업’으로 불리는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이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전액 삭감돼 폐지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최초로 국감장에 선 문씨는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들을 돕는 동료지원가가 되고 나서야 “내가 쓸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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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실패의 자랑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소득 수준이 대단히 높은 것도 아니고,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닌데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에릭 와이너의 책 <행복의 지도>는 아이슬란드에서 찾은 행복의 이유로 실패에 관대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에는 유독 예술가와 작가가 많다고 한다. 이들에게 작가로 성공했는지 아닌지, 책을 출판한 적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책에서 아이슬란드인은 말한다. “우리는 누구보다 착하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들이 실패한 건 냉혹하지 못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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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K푸드 김밥 김밥은 한때 짜장면 같은 추억의 음식이었다. 소풍날이면, 김밥을 툭툭 말아놓는 어머니 옆에서 속 재료가 삐져나온 김밥 꼬투리에 저절로 손이 가곤 했다. 맛도 맛이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더해져 한층 맛있게 느껴졌을 게다. 누군가의 ‘솔푸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특별한 날 먹던 김밥 위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1990년대 중반, 김밥 체인점들이 생기면서다. 김밥 체인점의 대명사인 ‘김밥천국’은 중국산 찐쌀로 만든 1000원짜리 김밥을 내놓았다. 저렴한 비용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어 인기를 끌었고, 비슷한 저가 김밥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랬던 김밥은 ‘분식’에서 속 재료를 기호대로 넣어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한 ‘요리’로 또 한번 진화한다.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이 생겨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