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영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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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잘 벼른 펜으로 시대의 정곡 찔러 이 책은 잘 벼려낸 ‘그때’의 뉴스다. 한 아들의 에세이고, 분야를 망라한 문화평론이다. 또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 위인전이다. ‘묵언’은 이름 석 자로도 충분히 ‘다방면’인 김택근의 칼럼집이다.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과 20여년 동안 발표한 산문을 담았다. 한 줄로 세상의 정곡을 찌른 편집기자, 등단 시인, 칼럼니스트. 대표할 수 있는 직함만도 여러 개다. 그의 펜이 어디로 어떻게 향하느냐가 그의 수식어를 결정한다. 김택근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DJ 김대중이다. 자서전이라는 고리로 지근거리에서 그를 읽어내고 말년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날 김대중이 울었다. 나는 그 눈물을 지금도 받쳐 들고 있다.” 저자는 생의 끄트머리에서도 민주주의를 외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고 그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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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양희도 기자, 제253회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제253회 이달의 편집상 문화스포츠 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양희도 기자(사진)의 ‘테스트냐 베스트냐’를 선정했다. 월드컵을 앞둔 벤투호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선택지를 고민하는 감독의 상황을 여덟 글자로 압축, 재치 있게 전달했다. 문화일보 권오진 기자의 ‘女權과 政權의 격돌…이란에 타오른 人權’이 종합 부문, 경남신문 강희정 기자의 ‘내가 Green 지구 함께 Green 내일’이 경제사회 부문, 한국경제 윤현주 기자의 ‘난 내 食대로 살래’가 피처 부문, 경기일보 김혜수 기자의 ‘멀어지면 세대차이 다가서면 우리사이’가 기획이슈 부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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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가족의 비극에 짓눌린 중2의 성장통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낫겠지? 뭐랄까, 비극의 사이즈가 크잖냐.” 들어버렸다. 통화 중인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를. 선생님을 기다리던 현수는 교실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그 무섭다는 열다섯 ‘중2’ 현수가 두려워하는 건 본인의 존재감이다. 누군가에게 인식되는 게 싫다. 아니 더 정확히는 집이 망해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를 둔 최현수, 엄마까지 알코올중독자인 가여운 최현수가 되는 게 끔찍하다.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깊은 슬픔에 침식당한 현수의 5년에 관한 이야기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동생 혜진이의 실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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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경진·조현준 기자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제249회 이달의 편집상 피처·기획 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홍경진 기자의 ‘가지 맛은 뻔하다? 가지가지 맛에 반하다’와 조현준 기자의 ‘42년, 풀지 못한 그날의 진실…오월 광주가 묻습니다’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가지 맛은 뻔하다?…’는 중의적 제목과 이미지 활용으로 직관적이면서도 재치있게 가지의 맛을 지면에 담아냈다. ‘42년, 풀지 못한…’은 독자 참여형 지면 편집으로 5월 광주의 의미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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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버들 기자 ‘안 보이는 대선’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제245회 이달의 편집상 종합 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편집부 손버들 기자(사진)의 “이렇게 ‘안 보이는 대선’ 처음입니다”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안갯속 대선 판세를 이미지와 제목으로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다. 경남신문 주재옥 기자의 “커피 타다 분위기 타다”가 경제·사회 부문에, 서울신문 유영재 기자의 “내일, 일내!”가 문화·스포츠 부문, 매일신문 남한서 기자의 “역사가 바로 설 때까지…위령비는 일어날 수 없다”가 각각 피처 부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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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현준 기자 ‘이달의 편집상’ 수상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제243회 이달의 편집상 종합 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편집부 조현준 기자(사진)의 ‘여성이 상주 완장 차고, 영정 들어도…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를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덤덤한 묘사로 기사 내용을 한눈에 전달했을 뿐 아니라 ‘상주=남성’이라는 편견에 일침을 날렸다는 평을 받았다. 경남신문 주재옥 기자의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이 경제·사회 부문에, 서울경제 김은강 기자의 ‘굽이굽이 겨울로 가는 길…굽이진 삶 위로하다’가 문화·스포츠 부문, 한국경제 조영선 기자의 ‘몸을 깎는 예술, 身의 창조/헬스 했다가 핼쑥…’이 피처 부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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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편집부 권기해 기자 ‘이달의 편집상’ 수상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제243회 이달의 편집상 종합 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편집부 권기해 기자(사진)의 ‘중도 호감·청년 공감·지지층 결속감…‘감’ 잡는 자, 웃는다’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감 잡다’는 표현을 대선 변수와 엮어 정보와 재미 둘 모두 잡는 제목을 만들어 냈다. 한국경제 윤현주 기자의 ‘금리 인상기, 대출은 고정하시옵소서’가 경제·사회부문에, 이데일리 한초롱 기자의 ‘이 호박…점 점 빠져든다’가 문화·스포츠부문, 매일신문 남한서 기자의 ‘MOON 앞 다가서다’가 피처부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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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창작을 내려놓고 부려놓은 고백들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파주 어딘가에서 동거인과 기거하며 4월엔 토요일마다 목포행 열차에 몸을 싣는 여자 사람. ‘일기’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그냥 시민1, 행인1, 독자1로 살며, 살아가며 써 내려간 황정은의 첫 산문집이다.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비자발적 은둔을 선물했다. 선이 아닌 점이 돼버린 일상. 다행히 새로 얻은 집 주변에 공원이 있었고, 디스크 환자이기도 한 그는 일부러 먼 길을 택해 걷고 또 걸었다. 원고료와 인세 수입보다 중한 건 ‘정좌를 유지할 수 있는 근력’이라 말하는 그는 운동을 이렇게 권한다. “운동을 하고 아픈 것이 운동하지 않고 아픈 것보다는 개운하게 아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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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한인·흑인 두 가정으로 본 인종갈등 엄마가 총에 맞았다. 그녀 이름은 이본 박. 그런데 이상하다. 뉴스에 ‘한정자’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28년 전 흑인소녀 에이바를 죽인 살인범이란다. 부모님은 그때 한인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1992년 LA 폭동의 단초가 된 라타샤 할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가상의 인물들로 ‘죄와 벌’을 그렸다. 한정자의 딸인 그레이스와 에이바의 동생인 숀은 의도치 않게 서로의 삶에 엮인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일까. 뻔히 보이는 답은 답이 아니다. 1991년 미국의 한 도시. 숀은 누나와 우유 심부름을 나섰다. 마트에 들어섰는데 주인 여자의 시선이 심상찮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이바는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가장 신선한 것으로 골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계산대로 가는가 싶었는데 여자가 누나의 멱살을 잡았다. 평소 한 주먹 하던 누나는 바로 상대를 가격했다. 그리고 쓰러진 건 에이바. 돌아서는 누나를 한정자가 총으로 쏜 것이었다. 선 채로 굳어버린 숀의 신발에 우유와 핏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정자는 임신 중이었고 흑인이 두려웠으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백인 판사는 과실치사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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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기울어진 세상 속에서 찾는 진정한 나 “언제까지나 이 구역의 미친년으로 남고 싶어. 그게 내 바람일 뿐이야. 흥.” 저자의 말이다. 더 정확히는 이 산문을 쓴 시인의 속내다. 서정적인 제목과 몽환적인 표지 사진에 혹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반전 매력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는 새 영역에 발을 들인 백은선 작가의 온갖 엄살과 겸손으로 시작한다. “무섭지만 어쩔 거야…불만 있으면 읽지 마. 혹은 제발 잘 좀 봐주세요.” 글투는 격식 없이 시원시원하지만 그가 뱉는 이야기 하나하나엔 ‘줄기’가 있다. ‘왕따’로 유소년기를 보내고 남은 건 눈치, 잃은 건 자존감이라는 고백. 기득권 남성들이 틀 지운 ‘문학소녀’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누구보다 냉소적이며 회의에 가득 찼었다는 고백. ‘남자에게 여자는 변기’라는 말 따위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성평등에 무지했다는 고백. 고백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술회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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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제나의 세상은 ‘누더기’가 아니었다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니.” 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까 고작 십여년이 생의 전부인 아이들이 서로 묻고 답한다. “넌 빨강, 빨간 석류처럼 반짝거리거든”, “넌 비닐봉지, 뭘 생각하는지 다 보이니까”. 대답에 따라 까르륵 소리가 나기도 하고 울음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장난은 애들한테 그저 재미난 놀이였다. 단 한 사람, 제나만 빼고. “누더기.” 제나는 듣고 말았다. 두 친구의 귀엣말이었지만 똑똑히 들었다. 은지가 아무래도 소문을 낸 것 같다. 북한에서 왔다고. 제나의 엄마는 탈북민이고 아빠는 중국인이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제나는 북한에서 온 것도, 중국에서 온 것도 아니다. 담당 형사 아저씨 표현법으론 ‘중도 입국자’다. 사실 제나는 이도 저도 다 싫다. 그저 오롯이 ‘엄마의 딸’이고 싶다. 제나는 성당의 시설에, 친아빠의 옥수수 농장에 그렇게 두 번 버려졌다. 아니 엄마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 있는 지금도 엄마는 애증의 대상이다. 살갑지 않은 엄마, 전화마저 공포스러운 친아빠, 엄마를 괴롭히는 새아빠의 엄마, 그리고 “어른들 걱정시키지 말라”는 선생님까지. 제나에게 어른들이란 구름 낀 하늘 같은 그런 존재들이다. 그런데 콩 사장과 콩 여사는 달랐다. 학교를 땡땡이치고 무작정 올라탄 버스의 종점 마을 두부집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다. 구멍난 호주머니 하나에도 ‘깔깔깔’ 즐겁고 나를 ‘아가’라고 불러준 최초의 어른들. 제나는 훗날 두부집으로 진짜 가출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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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생과 사의 고비…삶은 똑같이 ‘전진’ ‘한 고비만 넘기면 진짜 내 인생 나올 거라며 청춘을 다 보내고 보니, 그 고비가 그냥 내 인생이었다.’ 쉰에 들어선 아기를 지운 날. 수진은 병실에 누워 생각했다. 일하는 식당 단골손님 임 소장의 첫 반응은 “그럴 리가 없는데…”였다. ‘고독사였다. 뉴스에서나 듣던 말을 내가 쓰게 될 줄이야.’ 생선 썩은 내가 나더라니. 계단 청소일을 하는 진아는 그렇게 처음으로 죽음을 목도했다. 퇴근한 그는 누워서 고시원 벽을 두드린다. 작가 언니의 방이다. 살아 있음을,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