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진용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
1-5 뒤집은 LG의 대역전극, 시작도 마무리도 신민재의 ‘발’이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LG 대 KIA의 잠실 대첩, 승부를 가른 건 LG 신민재의 발이었다. 추격의 물꼬를 튼 것도, 극적인 역전 득점을 올린 것도 신민재의 발이었다. 26일 잠실 KIA전, LG는 5회까지 무기력했다. 3회 집중타를 허용하며 4실점 했고, 4회 추가실점 했다. 1회말 오스틴의 3루타로 선취점을 냈지만 이후로 타선이 침묵했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나 5회부터 승부가 기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1-5로 끌려가던 1사 2루, 신민재의 타석. 2B 2S에서 네일의 7구 슬라이더가 바깥쪽 낮은 코스 ABS존을 통과했다. 포수 김태군이 공을 떨어뜨려 낫아웃 상황이 되긴 했지만, 공을 주워 1루로 던지기만 한다면 손쉽게 타자를 아웃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볼 카운트를 착각한 것인지, 김태군은 주운 공을 1루가 아닌 투수에게 던졌다. 김태군의 등 뒤로 슬쩍 돌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가 했던 신민재가 바로 그때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공을 넘겨받은 네일이 강하게 1루로 공을 뿌렸지만 발 빠른 신민재가 먼저 도착했다. 2사 2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1·2루가 되고 말았다. 네일이 당황스럽다는 듯 김태군을 바라봤고, 김태군은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염경엽 감독이 바라본 김도영 “S급 타자들이 갖춘 그걸 갖고 있다” 김태균, 이정후, 이치로 스즈키. LG 염경엽 감독이 KIA 김도영을 칭찬하며 꺼내든 이름들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타자들이다. 그만큼 올 시즌 KIA 김도영의 타격이 완성도 높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26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올 시즌 김도영이 맹타를 휘두르는 비결로 타격 자세를 말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김도영이 달라진 점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히팅 포인트가 정말 좋아졌다”면서 “왼쪽 벽이 잘 형성돼 있다. 이 벽이 무너지면 히팅 포인트가 절대 앞으로 올 수가 없는데, 그게 잘 유지된다”고 답했다. 타격 자세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어떤 코스로 공이 오든 어렵잖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20승 선착, 양현종 17승, 김도영의 10-10까지··· 쏟아진 기록에도 차분한 초보 감독 “베스트 컨디션 만드는 데만 집중” 2024시즌 독주 채비에 나선 KIA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기록을 쏟아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20승(7패) 고지에 올랐고, 베테랑 에이스 양현종이 개인 통산 170승을 기록했다. 젊은피 김도영은 시즌 10호 홈런을 때려내며 KBO 사상 첫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세웠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출발이지만, 사령탑은 담담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2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도영이 같은 경우야 4월이 지나면 할 수 없는 기록이었으니 충분히 축하를 한다”면서도 “현종이는 170승으로 끝날 게 아니지 않나. 현종이도 200승을 목표로 도전할 테고, 170승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승 선착에 대해서도 “20승을 먼저 갔다고 30승도 먼저 가는 건 아니다. 20승은 빨랐지만, 30승은 오히려 늦을 수도 있다”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데만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
양의지 없이 승률 0.267, 올해의 두산은 다를까··· 이적생 김기연에게 쏠리는 기대 두산 양의지(37)는 지난 시즌 129경기에 출장했다. 포수로 98경기, 지명타자로 29경기, 대타·대수비로 2경기를 나갔다. 양의지가 선발 마스크를 쓴 날, 두산은 56승 2무 40패로 승률 0.583을 기록했다. 시즌 전체 승률 0.521보다 훨씬 높았다. 2위를 기록한 KT(0.560)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명타자로만 나간 경기는 13승 16패, 승률 5할을 밑돌았다. 양의지가 빠진 15경기 결과는 참혹했다. 4번을 이겼고, 11번을 졌다. 양의지는 리그 최고의 포수다. 팀 내 비중도 절대적이다. 양의지가 포수로 나선 날과 그렇지 못한 날, 아예 경기에서 빠진 날 성적의 차이가 극단적인 수준이다. 말 그대로 ‘양의지의 위엄’이다. 한편으론 양의지의 뒤를 받쳐야 할 백업 포수들이 그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제구 갖춘 영건들의 존재감 증명, ‘로켓’ 이동현의 역설 “구속 올리는 게 제구 잡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야구는 결국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경기다. 160㎞가 아니라 170㎞를 던져도, 사각존 안에 공을 넣지 못한다면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구속 혁명’의 시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느냐에 자연히 먼저 눈길이 쏠리지만, 그럼에도 ‘투수의 기본은 제구’라는 걸 보여주는 영건들이 있다. 키움 김인범(24)의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 투구가 그랬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김인범은 단 60구를 던지며 5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8㎞, 가장 빠른 공도 140㎞에 그쳤다. 핵심은 우타자 기준 바깥쪽 제구였다. 이날 방송 중계를 하며 경기 내내 김인범을 극찬한 이동현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최근 리그에 바깥쪽 제구 잘되는 선수가 많지 않은데 김인범은 달랐다”고 말했다.
-
스경X인터뷰 오심 은폐 아픔 딛고, ‘4전 5기’ 첫 승··· 어쩌면 그보다 더 반가울 이재학의 제3구종 NC 이재학이 ‘4전 5기’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3회 두산 김기연에게 맞은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9회 위기를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이재학이 승리 확정 후 비로소 웃었다. 열흘 전 초유의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오심 은폐’의 아쉬움도 홀가분하게 털어졌다. 이재학은 이날 92구를 던졌다. 직구가 36개, 주 무기 체인지업이 32개였다. 그리고 커터를 21개 던졌다. 이재학 입장에서 어쩌면 시즌 첫 승보다도 ‘제3구종’ 장착이 더 반가울지 모른다. 어느덧 프로 15년 차, 긴긴 시간 동안 ‘투피치 피처’라는 꼬리표가 그의 뒤를 따랐다.
-
선발 붕괴 두산, 반전의 완벽투로 다시 희망 살린 최원준 “지난 부진 나보다 형들이 더 안타까워했다” 개막 첫 2차례 선발 등판에서 도합 8이닝 11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퓨처스리그로 내려갔고 보름여 만에 돌아왔지만, 복귀 첫 경기에서 역시 난타를 당했다. 3이닝 동안 7안타를 맞으며 5실점 했다. 평균자책점 13.09라는 기록으로 두산 최원준이 25일 잠실 NC전 선발 마운드 위에 올랐다. 호투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성적인 건 분명했다. 더구나 상대는 이날 전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던 외국인 1선발 대니얼 카스타노였다. 반전이었다. 최원준이 최고의 투구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6.2이닝 동안 안타 2개로 1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삼진 6개를 잡아내며 사사구 2개만 허용했다. 시즌 2승째를 올린 최원준에게 주장 양석환이 물세례를 퍼부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마음껏 기뻐하라는 의미였다.
-
모처럼 다시 만난 NC ‘손·박·박’ 라인, 오늘은 ‘박·손·박’으로 지난 시즌 NC 공격을 이끌었던 ‘손·박·박(손아섭·박민우·박건우)’ 라인이 다시 모였다. 박민우, 손아섭의 순서만 살짝 바뀌었다. NC는 2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번 박민우, 2번 손아섭, 3번 박건우로 상위 타선을 꾸렸다. 주로 3번을 쳤던 손아섭과 5번에서 뒤를 받쳤던 박건우가 전진 배치됐다. 1번 박민우와 3번 손아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던 권희동이 감기 증상으로 결장한 여파다. 강인권 NC 감독은 “권희동 선수가 아직 몸살 회복이 안돼서 스타팅 라인업은 어려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NC는 1번 박민우(2루)-2번 손아섭(좌익)-3번 박건우(우익)-4번 데이비슨(1루)-5번 김성욱(중견)-6번 오영수(지명)-7번 서호철(3루)-8번 김형준(포수)-9번 김주원(유격)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
알칸타라 팔꿈치 통증 1군 말소··· 두산,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겹겹이 악재다. 두산 외국인 1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25일 엔트리 말소됐다. 오른팔 피로감을 꾸준히 호소해왔고, 최근 병원 검진에서 염좌 소견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잠실 NC전을 앞두고 “본인이 안 좋다고 한다. 팔꿈치가 안 좋다고 하더라”며 알칸타라 말소를 전했다. 이 감독은 “저희도 오늘 급하게 (얘기를) 들었다”며 “사실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알칸타라는 지난 21일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직후 팔꿈치 통증을 알렸고, 캐치볼 등 기본 훈련도 소화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
벨린저 갈비뼈 골절 날벼락··· 화려한 부활에 부상 눈물까지 닮아가는 왕년의 두 MVP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와 코디 벨린저(시카고컵스). 화려한 비상과 처절한 몰락, 반등과 재기, 그리고 최근 부상까지. MVP 출신 두 슈퍼스타들의 행보가 기묘하게 겹친다. 새 시즌 맹활약하던 두 사람이 차례로 부상자명단(IL)에 이름을 올렸다. MLB닷컴 등은 컵스 중견수 벨린저가 10일자 부상자명단에 올랐다고 25일(한국시간) 전했다. 벨린저는 전날 홈 휴스턴전에서 외야 수비를 하다 리글리필드의 외야담장 벽돌 벽에 부딪혔다. 충돌 직후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벨린저도 “내가 아니라 벽이 괜찮은지 봐야 할 것”이라고 농담할 만큼 여유로웠지만, 막상 검진했더니 갈비뼈 골절 판정이 나왔다.
-
올라올 KT는 올라온다. 감독은 5월을 바라본다. 올라올 KT는 올라온다. 지난 2년간 이 명제는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지난 시즌 KT는 51경기를 치른 6월 6일까지도 3할대 승률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 전 시즌도 7월이 다되도록 승률 5할 아래에서 허덕였다. 그러나 KT는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2022시즌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KT는 올해 역시 혹독한 봄을 보내는 중이다. 개막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일주일 만에 최하위로 추락했다. 24일에야 간신히 9위로 올라섰지만, 언제 다시 내려갈 지 모른다. 선발들이 고전 중이고, 불펜은 화약고가 됐다. 부상 선수도 적지 않다.
-
“류현진 100승 도전 알았지만 내게도 갚을 빚이 있었다” 오늘도 8이닝, 개인 최다 11K 완벽투 KT 벤자민 KT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타이인 11삼진을 뽑아내며 24일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지난달 31일 3이닝 11실점으로 난타를 당한 한화가 상대라 더 의미 있는 승리였다. 24일 만에 완벽한 설욕에 성공한 셈. 벤자민은 이날 수원 한화전 선발로 나서 8이닝 2피안타(1홈런)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1회 첫 이닝 요나단 페라자에게 선제 1점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단 한 차례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한화 타선을 틀어막았다. 지난 한화전 워낙 난타를 당한 탓에 벤자민도 남다른 각오로 이날 마운드 위에 올랐다. 벤자민은 “다시 한화를 만나기 전에 많이 노력 했고, 계획도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