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 사회부기자입니다. 경제, 문화부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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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여성’스럽지도 ‘소녀’답지도 않게 껄껄대며 웃었다 “친구가 볼펜을 집더니 공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돼지들! 멱을 따도 할 말 없어. 고추가 잘려도 할 말 없어. 그러고는 배꼽을 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여성’스럽지도 ‘소녀’답지도 않게 천박하게 껄껄대며 웃었다. 구내식당의 다른 모든 테이블은 희미해지고 구석 자리의 우리 테이블만 사방을 환하게 비추며 공중으로 부양했다.” <제로섬> 수록작 ‘끈적끈적 아저씨’ 중, 하빌리스 -
책과 삶 뉴욕과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사이…불시착하다 코인야스민 자헤르 지음 | 진영인 옮김 | 민음사 | 292쪽 | 1만7000원 “알다시피 나는 가방이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폭력만이 목소리를 내는 장소에서 왔다. 그러다 별안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싶은 물건을 가진, 다른 사람이 연출하고 싶은 모습의 여자가 된 것이다… 때로는 아주 작은 부분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문이 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뉴욕에 정착한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는다. 여유로운 이민자의 모습을 한 그는 어머니가 물려준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이세이 미야케 정장 혹은 미우미우 팬츠, 쿠치넬리 캐시미어 스웨터를 걸친다. 자본주의의 첨병, 뉴욕이라는 도시에 걸맞은 모양새다. -
옥주현·성시경 논란에…문체부 ‘미등록 기획사 등록 계도기간’ 운영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2월 31일까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일제 등록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가수 옥주현, 성시경의 소속사 등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른 기획사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다가 적발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문체부가 자발적 등록 독려에 나선 것이다. 옥주현과 성시경의 소속사는 최근 미등록 운영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자 “법령에 대한 인식 부족”했다며 사과한 바 있다. -
SF 작가 켄 리우 “기술 없는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개미집 없이 개미라는 종을, 벌집 없이 벌을 생각하기 어렵듯이 이제 기술 없이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SF 문학 거장 켄 리우(49)는 15일 서울시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계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1회 MCT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았다.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그의 대표작 ‘종이 동물원’(2011)은 결혼을 통해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의 이야기다. 국제 매매혼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밀도 높게 담았다. 어머니가 종이로 접어준 호랑이가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은 환상성을 높인다. -
‘빨간 마후라’ 부른 쟈니브라더스 멤버 진성만 별세 1960년대 히트곡 ‘빨간 마후라’를 부른 남성사중창단 쟈니브라더스 멤버이자 영화 제작자인 진성만이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족과 생활하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940년 3월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1년 ‘예그린악단’(이하 예그린)의 합창단원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63년 동아방송 1기로 성우 활동에 나섰다. 배우 사미자와 김무생 등이 그의 동기다. -
책과 삶 ‘삼체’ 세계관의 시작…우주에 관한 퍼즐 맞추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은, 무언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느냐에 달린 거란다.” 천둥 번개가 몰아치던 어느 날, 천은 열네 번째 생일을 맞는다. 아들의 생일 축하를 위해 어머니와 아버지는 작은 케이크에 초를 켰다. 인생에 대한 아버지의 가르침이 이어진다. 평화로운 분위기는 갑작스레 집 안으로 날아든 ‘그것’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 “농구공만 한 크기에 희미하게 붉은빛을 띤 그것”은 바로 ‘구상섬전’이다. -
“암흑기·상처 직접 대면…한국 작가들 부럽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암흑기나 상처를 작가들이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상처 같은 경우는 작가가 직접 대면하기 어렵습니다.”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중국 문학계 거장 옌롄커는 11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문학은 (사회의 상처를 얘기하는데) 약간의 구속을 받는다.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하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중국 문학계 거장’ 옌롄커 “암흑기나 상처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한국 문학 부러워” “한국에서는 한국의 암흑기나 상처를 작가들이 직접 대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상처 같은 경우는 작가가 직접 대면하기 어렵습니다.”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중국 문학계 거장 옌롄커는 11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문학은 (사회의 상처를 얘기하는데) 약간의 구속을 받는다.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하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
옌롄커부터 김혜순, 김초엽까지…9월 내내 전국서 ‘대한민국 문학축제’ 옌롄커, 세라 핀스커, 김혜순, 김초엽, 성해나 등 국내외 유명 작가가 참여하는 문학 축제가 9월 내내 전국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2∼25일 서울 대학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한국문학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한다. -
“호러의 물결이 오고 있다”…늦더위 식히는 ‘귀신 앤솔로지’ 늦더위를 식혀줄 ‘귀신’ 앤솔로지가 연이어 나왔다. 전설을 재해석하고 전통의 세시풍속을 기반으로 풀어낸 호러 소설들은 현시대 인간의 고민과 욕망을 공포와 함께 녹여낸다는 점에서 매력이 배가된다. <귀신새 우는 소리>(북다)는 2018년 호러 작가 몇몇이 결성한 창작 그룹 ‘괴이학회’ 소속 작가인 박소해, 류재이, 이지유, 유상, 무경, 위래 등 6명의 작가가 ‘전설의 재탄생’이라는 콘셉트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
김혜순, 3년 만에 신작 시집…“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내 몸에서 끝없이 돋아나는 천 개의 줄/ 물속인 듯 물 없는 공중에 일렁이는 기나긴 줄// 이 줄로 아무것도 묶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매달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줄을 흔들고 싶어// 나는 그냥 해삼 말미잘 문어 뱀장어 여자/ 내게서 솟아나는 수생식물을 내가 먹는 여자”(‘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중) -
“한국 영화 심폐 소생 필요”…문체부 내년 영화 예산 80%↑ 한국 영화 산업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영화 분야 예산 정부안이 올해 대비 669억 원(80.8%) 증가한 1498억원으로 편성됐다. 문체부는 영화 기획개발지원액을 지난해 대비 33억 증액한 80억원으로 확대하고, 2023년까지 이어왔던 개봉 실적이 있는 제작사에 차기작 기획개발비를 지원(17억원)하는 예산을 별도로 편성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중예산영화의 제작지원액도 200억원으로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