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곤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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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짱깨'라 배척한 137년, 그 불편한 진실과 반성 '화교가 없는 나라' <화교가 없는 나라> 이정희 지음, 동아시아 펴냄 “노화교는 일본처럼 공립학교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한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각종 복지혜택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 ■짱깨·짱꼴라? 명동성당·약현성당이 화교 손으로 지어졌다 “짜장면과 우동 등 중화요리가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든 것은 해방 이후다. 변변한 외식이 없던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중화요리점은 최고의 외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화교 경영 중화요리점은 1960년대 말 전국에 약 2400개에 달해 화교의 70퍼센트가 이 직종에 종사했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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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난, 바다 끝 유배의 땅 ‘리조트 천국’이 되다 ‘동양의 하와이’라니….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海南)에는 왜 그런 화려한 수식이 붙었을까. 하와이와 비슷한 위도 상에 위치하고, 본토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역할을 해서일까.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편리한 해석은 아닐까. 실제 하이난의 첫인상은 화려한 원색보다 수수한 무채색에 가깝다. 중국과 동남아가 혼재된 느낌의 풍광. 거리는 평온하고 사람들 인상은 소박하다. 낯섦의 긴장감보다 익숙한 편안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그 수수하고 편안함이 여행지로써의 매력을 퇴색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짧은 첫인상 뒤에는 하나둘 속살을 내보이기 마련한다. 사계절 해수욕이 가능한 바다와 울창한 아열대 산림. 세계에서 두 번 째로 맑다는 공기와 유서 깊은 유적. 만족도 높은 리조트와 다양한 먹거리. 거기에다 안정적인 치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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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그 너머로 유혹하는 책표지에 대한 사색 '책이 입은 옷' <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펴냄 “내용에 걸맞은 표지는 내 말이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독자들과 만나러 가는 동안 내 말을 감싸주는 우아하고 따뜻하며 예쁜 외투 같다.” ********************** “책이 완성되고 세상에 입장하려 하는 순간에서야 표지가 나온다. 표지는 책이 탄생했음을 내 창조 과정이 끝났음을 표시한다. 내 손에서 독립해 자신의 생명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책에 쾅쾅 도장 찍는다. 작업이 마감됐음을 알려준다. 출판사에 표지는 책이 도착했음을 의미하지만 내겐 이별을 의미한다.” -2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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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역사는? '곡물의 역사' <곡물의 역사>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송소민 옮김, 서해문집 펴냄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 **************** “인류는 처음엔 땅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냥꾼과 채집꾼으로 문자도 필요없이 오랜 시간 머물러 왔다. 필요성이 없으니 도시와 국가를 세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최초로 식물을 재배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도 기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생활방식은 ‘재배식물 경작 ’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농부는 특정한 장소에 정주해 살아간 최초의 인류였다. 재배식물의 경작은 이후 조직된 국가의 존재와 문명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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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지중해·유럽을 압축한 공공기념물들 '도시는 기억이다' <도시는 기억이다> 주경철 ,민유기 ,김원중 ,남종국 ,염운옥 외 8명 지음, 서해문집 펴냄 “공공기념물은 도시가 기억하는, 기억하고 싶어 하는, 기억해야 하는 과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 역사 문화경관은 특정 시기의 정치상황과 맥락을 압축적으로 내포하기에 다양한 독해가 가능한 열린 텍스트다. -5쪽 피렌체 도시 구조의 핵심은 결국 정치를 위한 건물들이 건립돼 있는 도시 중심이었다. 그러므로 도시 내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 요인에 대해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했던 수도원들은 도시 외곽에 배치됐다. 이것은 타 수도원과 마찰 없이 활동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중심과 종교적 중심의 분리가 바로 피렌체의 독특한 특징일 것이다.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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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청춘의 가격' 언제나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청춘의 가격>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사계절 펴냄 “나의 생존이 나의 노동에 절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고도의 상품화 상태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노동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두리라는 뼈아픈 각성은 ‘누군가’를 취약하게 만든다.” ************** 나의 생존이 나의 노동에 절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고도의 상품화 상태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노동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두리라는 너무나 뼈아픈 각성은 ‘누군가’를 취약하게 만든다. 고도로 상품화된 세계에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생존하라!’라는 위협 아닌 위협에 시달려온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바로 그 ‘누군가’이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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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주 52시간 근무 시대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김영선 지음, 한빛비즈 펴냄 “‘어딘들 안 그렇겠어’ ‘다 그렇게 살아’라는 자조가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장시간 노동을 문제 제기의 대상이 아니라 견딜 만한 것으로 용인하게 만든다.” ************* 과로사를 심신이 허약한 사람의 문제로 보거나 ‘평소 건강 관리를 못했다’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례들이 많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건강 관리 잘 해야지’라는 대처도 마찬가지다. 진단과 대안 모두 ‘자기관리’ 담론 또는 ‘감내’ 프레임에 갇혀 있다. 과로사를 특정 집단의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보는 예외주의적 시선이나 문제의 원인을 개인화하는 자기관리 담론은 과로사가 착취적 생산관계에 따른 산물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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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한중일 역사를 한 줄로 꿴 '옆으로 보는 동아시아 삼국지'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 이희진 지음, 동아시아 펴냄 “반만년에 해당하는 역사를 정리하면서 느낀 점인데, 재정(財政)을 중심으로 한 내부 운영이 국가 존립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중원을 장악했던 대제국의 경우, 단순히 외부의 침략만으로 무너지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대부분 내부에서부터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을 받고 붕괴되었던 것이다.” ***************** 고려사회의 내부는 폐쇄적으로 운영되었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문화적으로 동경하던 송과 활발하게 교류했음은 물론, 정치적으로경계하던 거란 등 북방 민족과의 무역도 폐쇄된 것은 아니다. 활발한 대외교류의 결과, 개경의 외항인 벽란도에는 중국, 일본, 아라비아, 페르시아 등지의 상인들이 와서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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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삶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펴냄 “나는 진실하게 쓰이고, 대단히 조직적이면서 깊고도 개인적인 무엇을 전달하는 음악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 나는 위대한 대가들의 작품을 연주할 때면 나도 음악처럼 체계와 조직을 갖추고 소통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게 음악은 되고 싶은 존재의 모범 같은 겁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을 제자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음악처럼 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음악은 무엇일까요? 간단한 대답은 감정의 언어라는 것이 되겠죠. 나는 진실하게 쓰이고, 대단히 조직적이면서 깊고도 개인적인 무엇을 전달하는 음악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꼭 클래식 음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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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법 '이것 좋아 저것 싫어' <이것 좋아 저것 싫어>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펴냄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 “만약 인생의 위기를 마주친다면 죽은 척을 합니다. 그 어떤 불행이라도 한순간 눈을 돌릴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끈질긴 불행이라도 방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한순간에 미끈미끈 달아나 살아남읍시다.” -94쪽 “내가 지금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루스삭스를 그야말로 마구 신고 싶다. 발뒤꿈치에 질질 끌릴 정도로 커다란 양말을 신고 싶다. 신으면 되잖아. 하지만 그것만은 치마와 양말 사이의 맨살 부분 때문에 안 됩니다. 게다가 교복이라니, 카바레의 요괴가 될 것이다. 머지않아 루스삭스도 유행의 그늘로 사라지겠지. 사십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 내 평생의 원통함 중 하나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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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사전이 소멸하는 시대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지음, 사계절 펴냄 “<표준국어대사전>은 그 밖의 모든 한국어사전을 ‘비표준’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비표준’ 사전들은 차례로 소멸의 길로 들어섰다. 나는 어떤 표기를 사용할지는 언중이 선택하는 것이며, 국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조재수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장)“어느 나라라도 철자법 같은 규범은 지켜야 하는 것이죠.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표준어라는 족쇄에 붙잡혀 있는 것이 문제인데, 표준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표준어를 계속해서 늘려나가야 한다는 거죠.”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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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이 한 줄 책 청바지 한 벌에 15개국이 얽혔다?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 <일곱 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 조철기 지음, 서해문집 펴냄 “우리가 입는 옷을 생산하는 데는 수많은 국가가 관여하고 있다. 우리는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지리를 입고 있는 셈이다.” **************** 영국의 한 청년이 입고 있는 청바지의 상품사슬을 따라가 보면, 훨씬 복잡한 경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청바지 역시 “메이드 인 튀니지”라는 라벨이 붙겠지만, 실은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이 청바지를 만드는 데 관여한다. 청바지 생산에는 튀니지를 비롯한 미국, 베냉, 독일, 이탈리아, 터키, 프랑스, 일본, 파키스탄, 나미비아,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헝가리, 스페인, 쿠웨이트까지 15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단 청바지뿐일까? -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