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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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기억하시라, 부동산 정의 그 어느 때보다 ‘부동산’ 얘기가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임대기한이 돌아오는 동료의 일은 모두의 큰 시름이 되었다. 제발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기를 함께 간절히 빈다. 나도 집을 사야 하나 궁리하고 주변 시세를 탐색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절망한다. 누가 어떻게 집, 대출 때문에 곤욕을 치렀고, 어떤 이유로 전셋집에서 밀려나왔고 등 백인백색의 ‘부동산’ 얘기가 넘쳐난다. 자산도 부채도 소득도 높은 서울, 수도권의 삶은 아슬아슬하고 팍팍하고 절망적이다. 그래서 더 정책과 대선 후보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분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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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너에게 가는 길, 차별금지법 세월호, 촛불혁명, 미투운동, 코로나 팬데믹. 많은 이들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들이다. 이 순간들을 계기로 사회적 인식의 질적 전환, 시대정신이 달라졌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정치를 견제하는 민주적 장치 중 하나가 국민동의청원이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 뜻을 제대로 대의하지 못할 때 직접 구체적인 책무를 부여하는 제도가 국민동의청원이고 이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기초한다. 이 때문에 국민동의청원의 무게는 무겁다. 지난 6월, 10만명의 국민들은 헌법적 권리를 발동하여 국회에 직접 입법 책무를 부여했다. 모두의 평등은 시급한 생존의 문제이고, 그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을 했다. 국회가 헌법기관으로서 책무를 시급히 이행할 것을 청원방식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2번의 연장기일 동안 논의조차 않더니 결국 21대 국회 끝까지로 심사기한을 연장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헌법 위에 국회가 군림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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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극심한 남아선호와 성차별이 만든 위험 가부장제의 상징인 호주제 폐지운동의 출발점에 심각한 ‘남녀 성비 불균형’ 현상이 있었다. 1997년 1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대한여한의사협회와 함께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를 열어 성비 불균형의 원인으로 남아선호에 의한 반인권적 여아 낙태 문제를 제기했고 주범인 호주제 폐지를 역설했다.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나타내는 출생 성비는 1990년(116.5명)부터 2002년(109.9명)까지 110명 수준이었다. 셋째의 경우 200명을 넘긴 때도 많았고 넷째의 경우 1993년엔 235.2명이나 됐다. ‘2030세대’가 한국 정치의 중요한 열쇳말로 등장했다. 특히 올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매우 이례적인 ‘성별 격차’ 투표 양상이 나타난 후 ‘20대 남성’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폭발했다.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 생각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력하게 내재화하고 있는 20대 남성은 공교롭게도 남아선호가 극에 달했던 1990~2000년 즈음에 태어난 세대다. 또래 여성보다 35만명쯤 더 많고, 이는 세대 인구의 10% 수준이다. 뿌리 깊은 성차별 결과로 선택받고 비대칭 조건에서 성장한 20대 남성의 인식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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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공감의 역설, 혐오를 없애려면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10만 동의 청원이 성사된 지 두 달이 넘었다. 청원 후 이상민·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평등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6월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 국가인권위의 평등법 시안까지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평등법안은 4건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8월13일부터 전국 16개 지역에서 차별금지·평등법의 쟁점과 의미를 짚어보고, 일상의 다양한 차별 경험을 나누며 지금 당장 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를 확인하는 시민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차별금지·평등법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많다. 시민공청회는 왜곡된 정보 때문에 오해와 우려를 갖게 된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오해를 불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공청회에서 어떤 시민은 차별금지·평등법이 윤리와 도덕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우려했다. 윤리와 도덕은 고정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조선시대엔 ‘남녀칠세부동석’이 윤리와 도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했던 악습이라 평가한다. 과거 미국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결혼을 금지했다. 역시 윤리와 도덕을 해치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리와 도덕은 절대적이거나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 시대에 따라 다르고 변화하며 끊임없이 성찰되고 갱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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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재검토해야 할 ‘검증’의 관점 7월24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는 9명이다.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4명, 무소속 3명이며 모두 남성이다.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각 정당과 무소속 후보까지 따지면, 대통령 후보는 최소한 2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봉건시대의 군주, 조선시대의 왕의 자격은 ‘적장자(嫡長子)’면 충분했다. 인성, 가치관, 능력,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표’를 투표로 선출하기 시작한 근대국가 이후 누가 ‘대표’가 될 자격이 있는지, ‘대표’의 자질은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 질문을 얼마나 진지하게 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는 ‘대표’의 자격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검증 목록은 늘려왔지만 정작 누구의 관점인가, 필요하고 적절한 기준인가 등의 핵심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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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난 아닌데’ 아니라 ‘나부터’ 차별금지법 “나도 67세는 처음이야.”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의 말이다. ‘인생어록’이란 공감이 많다. 매일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라 생각하지만 풍경, 사람, 상황 모두 같은 적은 없다. 늘 ‘처음’을 살고 있다. 그런데 ‘처음’을 살고 있는 나는 ‘과거’의 나이다. 대체로 알 수 있는 상황, 세상과 만나지만 생각지 못했던 장면과 순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당황하고 혼란스럽고 분노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 잘 대처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실수하거나 실패하기도 한다. 인생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깨달음과 실수해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동시에 언제나 ‘과거’의 나를 성찰하고 또 다른 ‘처음’을 잘 살아내야 한다는 무게감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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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김학의 사건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 ‘김학의 사건’을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은폐되고 있다. 2013년 김학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이후 줄곧 드는 생각은 ‘검찰 참 대단하다’이다. 가해자와 조직을 보위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권력과 수단을 동원하는 검찰을 보면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020년 11월6일, 검찰은 37개 여성단체가 고발한 김학의 성폭력 사건 수사 부실 은폐 책임자들의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을 통지했다. 2019년 12월18일 여성단체들은 김학의와 윤중천을 성폭력 혐의로 재고발하면서 동시에 수사권을 남용하여 김학의·윤중천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검찰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2020년 7월에는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조서와 다르게 불기소처분 이유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추가 고발장도 제출했다. 그런데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공소시효 만료일을, 주말을 제외하고 단 이틀 남겨두고 검찰이 내놓은 결론은 역시나 불기소였다. 이 기막힌 결과를 받은 다음 접하게 된 소식이 지금 한창 시끄러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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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발언대 역설적인 건강가정기본법, 시급히 개정해야 예전에 지인이 내 옷차림을 보고 ‘단체 대표가 그런 옷 입고 다녀도 돼?’라고 한 적이 있다. 스치듯 한 말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옷을 입을 때면 그 ‘말’이 떠오르고 스스로 검열하는 나를 발견했다. ‘말’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말’은 그 사회 문화, 구성원의 의식과 사고, 사회구조와 통념을 반영하고 그것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말’은 지켜야 하는 ‘규범’이 되고 스스로를 검열하는 ‘기준’이 된다. ‘말’은 스스로 자책하고 죄의식에 빠지게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과 낙인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된다. ‘말’은 차별과 배제, 혐오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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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고인들을 기억하며 남은 우리가 할 일 오늘, 3월8일은 ‘세계 여성의날’이다. 1908년 거리에서 여성의 참정권과 노동권 보장을 외친 미국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고 연대하며 현재를 바꾸자고 지정한 날이다. 이날 여성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는 ‘인권’ 개념에 왜 여성은 없는지를 질문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참정권과 노동권이 왜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지 질문했고 부당한 현실을 드러내고 변화를 촉구했다. 그래서 3·8 세계 여성의날은 ‘여성’만을 위한 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조건과 개념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인권의 의미를 확장하고 갱신해가야 하는 날이 바로 3·8 세계 여성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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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낙태죄’ 처벌 시대는 끝났다 이제 나흘 후에는 형법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상실한다. 동시에 모자보건법 제14조도 의미를 잃는다. 지지와 지원을 위한 입법 없이 12월31일을 맞이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단지 임신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처벌하던 형법 ‘낙태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 끈질긴 투쟁이 67년 동안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통제를 당연하게 여기고 순응하지 않는 여성을 형벌로서 다스리던 불평등한 법을 바꿔냈다.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는 시작일 뿐이다. 입법을 핑계로 미뤄놓은 과제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 어떤 해법도 출발점은 여성들의 삶과 경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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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여성노동자 김진숙의 복직은 성평등 정의 ‘김진숙’. 내가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011년이다. 그녀를 떠올리면 ‘크레인 고공농성’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승리’가 연관 검색어처럼 자동으로 연상된다. 그녀가 309일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의 부당한 해고가 계속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최근 복직투쟁 과정에서 그녀에게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35년, 아니 한진중공업에 입사했을 때부터, 그 긴 세월 동안 그녀가 겪었을 무수한 차별과 폭력, 그 순간들에 느꼈을 분노와 좌절…. 그것들이 그녀의 몸 어딘가에 쌓여 질병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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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낙태죄’ 정부 개정안, 여성들 ‘모욕감’ 느꼈다 10월7일, 정부는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은 그대로 두고 270조 2항을 신설해 허용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낙태죄’를 부활시킨 정부안에 대해 여성 인권을 퇴행시킨 위헌적, 기만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졌고 전국적인 항의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다. 그러나 입법안은 그 무엇도 충족하지 않았다. 그동안 여성들은 ‘낙태죄’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단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비싼 수술비를 내고 불법적인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전후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나 상담, 돌봄 등을 받을 수 없었고 의료사고나 후유증이 발생해도 법적 구제를 받지 못했다.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소년이나 저소득 여성들은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단을 못하고 끝내 시기를 놓쳐 출산하는 경우 영아 유기 내지 살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만을 처벌하는 차별적인 법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