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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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카타르 월드컵에 매몰된 인권 한국 축구대표팀이 올해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시리아를 2-0으로 이겨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어진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211개 회원국 중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5개국밖에 없을 정도로 대기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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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법 밖의 아이들 세밑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25년 가까이 법 밖에서 살아온 세 자매가 ‘발견’된 것이다. 작년 기준 24세, 22세, 15세의 세 자매는 집에서 태어났고, 출산 후 어머니의 몸이 아파 바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자매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예방접종을 비롯해 병원 진료를 한 번도 받지 못했고 몸이 아프면 약국에서 상비약을 사 먹었다. 초·중·고등 정규교육 과정에 입학하지 못해, EBS나 인터넷 강의로 공부했다. 검정고시 공부를 했지만 주민번호가 없어 응시하지 못했다. 자기 이름으로 휴대폰이나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없었고, 코로나19 백신도 맞을 수 없었다. 다행히 자매들은 건강한 상태이고 신체·정서적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전자 검사를 거쳐 뒤늦게 출생신고를 할 예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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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최저임금 아래에 사는 사람 내년 최저임금이 한 시간에 9160원이다. 하루 8시간 일을 하면 일당으로 7만3280원을 받을 수 있고, 주 40시간씩 한 달 일하면 월급으로 191만4440원을 받게 된다. 그 돈이 다 통장에 찍히는 것이 아니다. 4대 보험과 소득세를 떼면 실제 받는 돈은 172만650원이다. 한 달에 일백칠십이만원. 계산을 해본다. 한 인터넷 구직사이트 설문조사를 보니 직장인 평균적 점심값이 식당 기준 8049원이었다. 사실 요즘 8000원에 식당에서 한 끼 먹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치자. 우리는 사람은 하루에 세끼를 먹는다고 배웠으니 하루 기준 식대가 2만4000원, 한 달(30일)이면 약 72만원이다. 아침을 안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치킨이나 편의점 맥주는 사 먹을 테니 계산하면 얼추 비슷하다. 잔액이 백만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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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일상회복에 남겨진 숙제들 긴 터널 끝에 조금씩 빛이 보이는 기분이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관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와 공존을 선택한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선 우리나라도 지난 13일 ‘일상회복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지침을 시작했다. 정부의 외국인정책도 빠르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주 코로나19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11월 말부터 비전문취업(E-9)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해외입국자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로 입국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국가와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하여 입국하는 인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했다. 어느새 한국 사회는 제조업 공장은 물론이고 농어촌과 심지어 동네음식점과 같은 자영업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한 산업구조가 되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시작되자마자 신속하게 외국 인력 도입 정상화가 결정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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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을 대하는 방법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운다. 수갑이 채워진 손발을 다시 밧줄을 사용해 등 뒤로 당겨 묶는다. 서 있는 자세에서는 불가능하다. 얼굴을 바닥에 향하도록 눕혀야 한다. 밧줄로 당겨진 무릎이 하늘로 치켜세워지고, 정강이와 허벅지가 들린다. 활처럼 묶인 몸의 모양이 새우를 닮아서 일명 ‘새우꺾기’라고 불린다고 한다. 바닥에 누워 자세를 따라 해보았다. 손발이 묶여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당장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얼굴로 피가 몰려 머리가 멍해지고 눈이 새빨개졌다. 몇 분 버티지 못했다.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 눈물이 났다.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빼앗긴 굴욕적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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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아웅 틴툰을 기억하며 우리의 첫 만남은 작은 시민단체의 후원주점이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다양한 소식을 전해주는 이주민방송의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일일주점이었지요. 그날 국적별로 안주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이 틴툰 선생님이 만드신 미얀마 전통 닭튀김이었습니다. 닭도 맛있었지만, 그보다 처음 만난 저에게도 쉴 새 없이 질문과 이야기를 하셨던 수다스러운 선생님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양손과 시선, 표정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은 듣는 누구나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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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아띤타바 미얀마! 올림픽이 한창이니 올림픽 이야기를 해보자.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정치행사는 아니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에 때로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도 그랬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독일에서 열린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조선 사람 손기정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기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조국은 일본이 아닌 조선이라고 말했지만, 가슴에 커다란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순간 굳어버린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손기정 선수의 사진은 결국 일장기가 지워진 채 신문에 실렸다. 이 사건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고초를 겪고 신문은 무기한 정간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국 독립의 열망을 꺼지지 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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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회적 낙인 지난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 외국인 밀집지역인 영등포 대림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긴급 현장방역점검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함께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에게 방역 안내전단과 마스크를 직접 나눠주었다. 이날 방문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도 동행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방역활동에 힘쓰는 박 장관의 민생행보를 널리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법무부 공식 SNS에 사진과 함께 “대림시장을 비롯한 전국 구석구석 국민 건강과 민생경제 활력을 위해 코로나19 현장방역에 힘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수많은 언론에서 이 일을 기사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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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통합과 공존의 이민정책 2021년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의 숫자는 약 200만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250만명을 넘었다가, 이후 각 나라의 국경통제로 숫자가 줄었다. 줄었다 해도 올해 인구통계에 따른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숫자가 5100만명이므로 전체 인구의 4% 정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을 가진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앞서 본 숫자에 한국국적을 취득한 귀화자,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 일부 미등록 체류자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OECD 기준에 따른 공식적 다인종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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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피터 선생님의 스승의날 늦은 밤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유명한 커피판매점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는 기프티콘이었다. ‘피터/임금체불/○○학원/필리핀/2020’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발신인을 보며 누구일까 한참 생각했다. 이주민센터에서 전화로 첫 상담을 하는 경우 사건 내용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서 연락처를 저장할 때 사건의 내용과 국적, 상담 연도 등을 적는 습관이 생겼다. 발신인도 전화 법률상담을 했던 이주민인데, 이름을 보고 얼굴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을 몇 장 넘기다가 교회 앞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서야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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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달력에 슬픔이 가득한 4월 4월은 가장 슬픈 달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란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구절을 옮겨오지 않더라도 12장 달력 중 네 번째 장은 종이 한 가득 슬픔이 배어 있다. 세상은 온통 초록빛 생명의 기운으로 시끌벅적한데, 달력에 남겨진 과거의 4월에는 슬픔의 기록이 가득하다. 지난 3일은 제73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그동안 유해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었던 지워진 시간이었다. 16일은 4·16 세월호 참사 7주기였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커다란 배가 뱃머리만 남기고 물에 잠기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TV로 생중계되었고, 얼마 뒤 사람이 남아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계 초침이 멈춰서고 발밑이 무너지는 충격과 공포였다. 7년이 지났지만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것만으로도 나에게 4월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아득한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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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차별이라는 것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 2교시가 끝나면 급식시간이었다. 당번들은 2교시가 끝나기 전 빵창고에 뛰어가 초록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빵과 우유를 교실로 배달했다. 급식당번은 한 달마다 다시 뽑았는데, 나는 늘 급식당번 1순위 지원자였다. 당번은 공짜우유를 하나 먹을 수 있었다. 매달 바뀌는 다른 반 급식당번들보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나는 빵창고까지 가장 단시간에 돌파할 수 있는 최단코스를 익히게 되었고, 북적거리는 빵창고에서 우리반 컨테이너를 재빠르게 낚아채서 숫자를 빠르게 확인하는 요령도 생겼다. 특히 소시지빵이나 크로켓과 같이 인기가 많은 빵이 나오는 날 기술이 빛을 발했다. 한 걸음 늦게 빵창고에 가면 빵이 늘 한두 개씩 부족했는데, 그럴 때면 곰보빵이나 팥빵을 대신 받아가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