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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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통합과 공존의 이민정책 2021년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의 숫자는 약 200만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250만명을 넘었다가, 이후 각 나라의 국경통제로 숫자가 줄었다. 줄었다 해도 올해 인구통계에 따른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숫자가 5100만명이므로 전체 인구의 4% 정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을 가진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앞서 본 숫자에 한국국적을 취득한 귀화자,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 일부 미등록 체류자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OECD 기준에 따른 공식적 다인종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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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피터 선생님의 스승의날 늦은 밤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유명한 커피판매점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는 기프티콘이었다. ‘피터/임금체불/○○학원/필리핀/2020’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발신인을 보며 누구일까 한참 생각했다. 이주민센터에서 전화로 첫 상담을 하는 경우 사건 내용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서 연락처를 저장할 때 사건의 내용과 국적, 상담 연도 등을 적는 습관이 생겼다. 발신인도 전화 법률상담을 했던 이주민인데, 이름을 보고 얼굴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을 몇 장 넘기다가 교회 앞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서야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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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달력에 슬픔이 가득한 4월 4월은 가장 슬픈 달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란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구절을 옮겨오지 않더라도 12장 달력 중 네 번째 장은 종이 한 가득 슬픔이 배어 있다. 세상은 온통 초록빛 생명의 기운으로 시끌벅적한데, 달력에 남겨진 과거의 4월에는 슬픔의 기록이 가득하다. 지난 3일은 제73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그동안 유해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었던 지워진 시간이었다. 16일은 4·16 세월호 참사 7주기였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커다란 배가 뱃머리만 남기고 물에 잠기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TV로 생중계되었고, 얼마 뒤 사람이 남아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계 초침이 멈춰서고 발밑이 무너지는 충격과 공포였다. 7년이 지났지만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것만으로도 나에게 4월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아득한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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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차별이라는 것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 2교시가 끝나면 급식시간이었다. 당번들은 2교시가 끝나기 전 빵창고에 뛰어가 초록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빵과 우유를 교실로 배달했다. 급식당번은 한 달마다 다시 뽑았는데, 나는 늘 급식당번 1순위 지원자였다. 당번은 공짜우유를 하나 먹을 수 있었다. 매달 바뀌는 다른 반 급식당번들보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나는 빵창고까지 가장 단시간에 돌파할 수 있는 최단코스를 익히게 되었고, 북적거리는 빵창고에서 우리반 컨테이너를 재빠르게 낚아채서 숫자를 빠르게 확인하는 요령도 생겼다. 특히 소시지빵이나 크로켓과 같이 인기가 많은 빵이 나오는 날 기술이 빛을 발했다. 한 걸음 늦게 빵창고에 가면 빵이 늘 한두 개씩 부족했는데, 그럴 때면 곰보빵이나 팥빵을 대신 받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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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유감스러운 ‘인신매매 금지법’ “노예제는 미합중국의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12월18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수정헌법 제13조의 내용이다. 이로써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흑인 노예를 사고파는 방식의 전통적인 거래는 사라졌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제도’는 이후에도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 특히 여성과 아동, 이주노동자 등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온 국제사회는 결국 2000년 11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합의에 이른다. ‘인신매매, 특히 여성 및 아동의 인신매매 예방·억제·처벌을 위한 의정서’라 불리는 ‘유엔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가 세계 159개국의 동의로 채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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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일본이 외면하는 진실과 정의 지난 1월8일 한국 사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성 노예제(이른바 ‘위안부’) 생존자 12명이 일본국(日本國)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가해자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역사적인 판결이다. 법의 언어로 확인된 역사의 진실이 법정에서 낭독될 때, 경청해야 할 피고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불출석한 피고를 위해 판결문은 법원 게시판에 공시되었고, 피고가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첫 ‘위안부’ 소송은 이제 더 이상 법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되었고, 소송 당사자인 피고 일본국은 판결을 이행할 법적 의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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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주노동자 속헹의 죽음 사람이 죽었다. 이름은 속헹(Sokkheng). 캄보디아에서 온 31세의 이주노동자다. 한국 정부는 포천의 농장주에게 그녀를 4년10개월 동안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노동은 방치되었다. 농장일을 마치고 그녀가 돌아와 쉴 수 있는 숙소는 논밭 구석에 세워진 비닐하우스였다. 난방도 제대로 안 됐다.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가 한파 경보가 발령된 지난 19일, 혼자 비닐하우스에서 잠들었던 그녀는 다음날 오후 추위를 피해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돌아온 동료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전해진 부검결과에 따른 사인(死因)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 전문가들은 간질환을 앓고 있다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열악한 숙소의 추위로 급격하게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녀의 죽음은 2020년 한국에서 노동하는 이주노동자의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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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바다에 붙잡힌 사람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 생선이 싸고 가장 맛이 좋을 때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들은 서민들의 저녁 밥상을 지켜주는 든든한 국민 반찬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생선들은 누가 잡을까? 고기를 잡는 어부의 절반은 외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이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발간한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선원 중 외국인의 비율이 원양어선의 경우 10명 중 7명(65%), 20t 이상 연근해어선의 경우 10명 중 4명(38%) 수준이다. 현재 일하는 한국인 선원들이 대부분 50~60대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어선원 중 외국인노동자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은 어떨까? 한마디로 중세 지주의 땅에 묶여 살았던 농노와 같이, 바다에 묶여 사는 노예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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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재활용 분류장을 아십니까 스물셋 줄리안은 가나에서 온 유학생이다. 유학생 비자로 한국어학당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3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로 월세와 식비 등 생활비에 쓰고 남으면 모아뒀다가 몇 달에 한 번 고향에 보낸다. 줄리안이 일하는 곳은 ○○자원환경, 재활용쓰레기를 분류하는 사업장이다. 경기도에서 수거한 재활용쓰레기를 가져다가 그중에서 진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캔 등을 골라내는 일이다. 재활용쓰레기 중에서 다시 재활용쓰레기를 분류하는 일이라니 말이 이상하다. 사실, 우리가 버리고 있는 재활용쓰레기들 중 실제 재활용되는 양은 많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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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차별은 교육이 될 수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부모들은 매일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학교에 오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그 부모들 같다고. 교실 안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 아이들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했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하는지 이미 다 알아버린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덜컥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 및 초·중학교 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아동특별돌봄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외국 국적 학생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말이다. 기사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게 될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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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철창 너머 사람이 가득 찼다 우리나라 정부기관 이름 중 단 하나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게 1순위는 ‘외국인보호소’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긴 하지만, 이처럼 형식과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이름도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보호’란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이나 곤란이 없도록 보살피고 지원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국인보호소’는 구금시설이다. ‘수용소’나 ‘구치소’라는 이름이 아니라 해서 내부시설이 다른 것은 아니다. 보호소 내부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호실은 쇠창살로 구분되어 있는데, 군대 생활관 구조의 좁은 공간에 10명에서 많게는 15명의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하루 종일 갇혀서 생활한다. 철창 사이로 난 작은 통로로 식판에 담긴 식사가 오고가고, 사복도 입지 못한다. 등판에 ‘보호외국인’이라는 글씨가 적힌 옷은 한 번 받으면 2주 동안 입어야 한다.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보통 주 2회 30분 정도 시설 내 마련된 야외공간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마저 취소되어 호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보호라는 말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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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을 논밭에 재우지 말라 비가 무섭게 내렸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비가 올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소낙비가 내렸다. 피해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 속에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폭우로 대피한 이재민의 80%가 외국인이라는 기사였다. 집중호우로 경기도 이천의 한 저수지가 붕괴되면서 근처 논밭이 물에 잠겼는데, 인근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가 대부분 논밭에 있는 비닐하우스라서 이재민이 많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마 전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이 여당의 주도로 신속하게 통과되었다. 앞으로 한국에 전세가 소멸될 것이라는 순진한 주장이 널리 회자되고, 임대인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임차인에게 공정거래 위반행위(임대인 갑질)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은 사유재산에 대한 정부의 위헌적 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