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최신기사
-
시선 불안정 제도가 만든 취약한 삶 외국인 유학생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범죄집단은 유학생의 불안정한 취업경로와 체류자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등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지만, 유학생이 범죄에 이용되는 걸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책의 사각지대 속에 청운의 꿈을 품고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한순간에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되거나 본국으로 쫓겨나고 있다.
-
시선 이주노동자권리협약만 남았다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방지협약)이 지난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7년 제3차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UPR) 심의에서 우리 정부가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가입 권고를 받고, 2018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수용 의견을 밝힌 이후 4년 반이 걸렸다. 대한민국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선언하고 있어 앞으로 강제실종방지협약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을 개정하는 후속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
시선 가족보다 중요한 이익은 없다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이 지난 9월 기준 217만명을 넘어섰다. 2019년 25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코로나19로 감소한 이후 올해부터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정부도 내년 외국인노동자 입국 허가 인원을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결정했다. 2025년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가 250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이주배경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공식적으로 다인종 국가로 분류되는데 한국도 정말 머지않았다.
-
시선 분단 맞서 통일 바라던 사람들 ‘국적’이란 개인이 소속된 ‘국가’의 기록이다. 국가라는 공동체는 국적을 가진 구성원을 국민으로 보호하고, 국민은 의무를 부담한다. 개인에게 최초 국적은 어떤 의미에서 고정적이다. 생물학적으로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국적은 변경될 수 있다. 국적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운명과 함께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없어지면 구성원의 국적도 함께 바뀐다. 8·15 해방 이후 일본에서 연합군총사령부는 일제강점기 일본에 살고 있던 조선인의 일본 국적을 박탈하고 ‘조선적’이라는 외국인으로 등록하게 했다. 외국인은 보호를 받을 국적국이 있어야 하지만 당시 외교적으로 조선이라는 공동체는 없어졌고 아직 남한과 북한이라는 국가공동체는 생겨나기 전이었다. 따라서 ‘조선적’이라는 국적은 법적으로 유효한 국적일 수 없고, 공동체 구성원이 아닌 배제 집단을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적 분류기호에 불과했다.
-
시선 감옥에서도 차별받는 외국인 구치소에 수감된 외국인 A씨의 변호인 접견을 마치고 서류를 정리하면서 구치소 생활은 괜찮은지 물었다. 묻고 나서 속으로 아차 싶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에 연루되어 먼 타국의 감옥에 갇혀 있는 삶이 괜찮을 리 없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국적으로 한국어 대화가 서툴러 영어와 한국어 그리고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A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러곤 잠시 망설이다, 배가 좀 고프다고 했다. 구치소에서 밥을 많이 안 주느냐고 물으니, 한국식이 아니면 한 끼에 빵 2개와 잼 1개를 받는다고 했다. 무슬림인 A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한국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음식을 배식받으면 김치와 밥만 먹는데 그것도 양이 많지 않아 늘 배가 고프다고 했다.
-
시선 이주민엔 높기만 한 은행 문턱 외국인 주민들이 자주 차별을 경험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외국인 주민의 유형과 생활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여성가족부에서 2만5000여가구를 조사한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바로 ‘직장(일터)’이다. 직장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66.9%에 달했다. 그다음은 상점, 은행과 같은 경제영역이었다. 응답자의 44%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거리와 동네와 같은 일상 공간, 주민센터와 같은 공공기관보다 차별을 경험한 빈도가 높았다.
-
시선 시급 440원과 인간다움 20년 전 이야기다. 혈기왕성했던 대학교 새내기 시절, 선배들이 사주는 술자리가 좋아 일주일에도 몇 번씩 기숙사 통금시간을 지키지 못해 새벽까지 학교 학생회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곤 했다. 이불도 없이 외투를 덮고 눈을 붙이다 보면 새벽 4시쯤 인기척에 자연스럽게 잠을 깨곤 했다. 학교 복도에 부산스럽게 울리는 소리는 파란 플라스틱 통을 끌고 다니며 학교 곳곳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놀랐고, 서 너번 지나자 왜 따뜻한 집 말고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가,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때쯤 숙취에 괴로워하던 나에게 한 아주머니께서 꿀물 한 잔 먹겠느냐며 말을 건넸다.
-
시선 이주노동자의 ‘깻잎투쟁기’ 깻잎. 들깨의 잎사귀를 부르는 말. 민트, 바질과 같은 꿀풀과 식물로 독특한 향이 있어 ‘코리안 허브’ 또는 ‘한국형 고수(향신료)’로 불린다.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줄여주고 가격도 저렴해 상추와 함께 대표적인 국민 쌈채소로 사랑받고 있으며, 영양소가 많아 나물 반찬이나 장아찌, 깻잎김치 등 밑반찬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시선 고문은 보호가 아니다 법무부가 지난 25일 ‘외국인보호규칙’을 일부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외국인보호규칙’이란 이름만 보면 외국인에게 필요한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보호’는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에 대한 ‘구금’이다. 법무부가 개정하겠다는 핵심내용도 외국인보호소에서 수용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결박장치(계구)와 관련된 것이다. 작년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사건’ 이후 추진되는 개정이라 구금되는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가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
시선 지금 필요한 건, 국회 정상화 5월이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스며든 봄이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뽐내는 때다. 연둣빛 새싹이 포근한 봄볕을 받아 건강한 초록 잎이 되고, 잡초와 덤불로만 생각했던 곳에 장미, 철쭉과 같은 꽃들이 피어나 제 이름과 향기를 알리고 있다. 어린잎이 성장하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법(法)이라는 한자는 ‘물(水)’과 ‘가다(去)’라는 한자가 모여 만들어졌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곧 법이라는 옛 선인의 지혜다.
-
시선 그들은 죽으러 오지 않았다 로펌에서 나와 비영리단체에서 상근변호사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건을 맡았다. 벌써 6년도 넘게 지난 일이지만, 처음 전화를 받았던 그 순간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유난히 날씨가 추운 이른 새벽이었다. 말이 새벽이지, 오전 7시 대림역 근처 인력소개소 분위기는 일을 마치는 퇴근시간과 비슷해 새벽 출근의 부지런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
시선 보이지 않는 ‘이민정책’ 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주 치러진 사전투표 투표율이 36.9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한다. 지난 19대 대선 사전투표율(26.06%)과 비교해도 무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 선거 당일을 피해 미리 투표소를 찾은 사람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추운 날씨에도 일찍부터 투표소 밖으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엔 지난 선거와 다른 긴장감이 팽팽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편 나뉜 민심을 다시 하나로 모으기 위한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