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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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게임 내 성희롱, 단지 ‘말’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온라인 게임에서 여성 이용자를 성희롱한 게임 이용자에게 성폭력특별법 제13조에 근거하여 벌금이 선고됐다. 언론들은 주로 벌금액이나 처벌 자체에 주목했지만, 이 판결은 여성들의 게임 진입장벽으로 지적되어 온 성희롱 문제를 ‘성희롱’ 그 자체로 처벌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온라인 게임 채팅상의 성희롱을 성폭력특별법이 아닌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다루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 여성 이용자들은 문자 채팅이나 보이스 채팅을 통해 성적 욕설이나 성차별에 근거한 모욕을 당했을 때 이를 모욕죄로 신고할 수 있는 팁을 공유해오곤 했다. 상대방이 피해자를 특정하는 표현을 써야 한다, 공연성이 성립하려면 친구나 주변 사람이 이를 목격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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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아동학대 보도 방식의 문제점 아동학대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 사회적 공분과 대책 요구가 빗발치곤 한다. 특히 SNS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해시태그를 이용해 분노를 공유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인아 미안해’는 미루어져 왔던 아동학대 관련 법안에 대해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해시태그 운동은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문제를 다뤄왔던 방식이 지닌 한계 역시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동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참혹한 비극이 발생하면, 시민들이 공분하고, 관련 보도가 폭증하고, 갑자기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정부대책이 발표되는 일련의 과정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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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플랫폼의 혐오 표현 규제 기준 분명해야 우리 사회에선 개인에 대한 모욕과 거친 표현만을 혐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유머나 이미지가 중심인 예술 장르의 표현물에 대해 혐오표현 논란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표현물의 혐오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자주 등장한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작품을 둘러싼 논쟁, 웹툰의 여성혐오 논쟁 구도가 바로 그러하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인격의 실현을 위해 중요한 권리다. 하지만 이 논쟁이 수년간 반복되는 것은 한편으론 혐오의 해악을 단지 모욕과 욕설에 한정하려는 인식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국가규제가 아닌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금지와 처벌의 틀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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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성평등 노동정책’ 언론의 의제 설정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론이 이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28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면서, 돌봄 문제에 대한 보도 비중이 전체 코로나19 위기 관련 보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도 내용에서도 ‘워킹맘’ ‘직장맘’ 등의 표현을 통해 돌봄을 여성에게 한정했고, 공적 돌봄 체계가 멈췄을 때 그 대안을 가족의 책임으로 미루는 담론을 생성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즉 언론이 ‘돌봄 공백’으로 표상한 현실의 이면엔 성별 분업을 자연화하고, 공적 돌봄 체계를 여성의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 구성해온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의제를 설정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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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여성의 목소리가 빠진 낙태죄 보도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한 판결이었다. 당시 여성들의 목소리가 온라인 공간에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여성에 대한 처벌과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는 안도의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7일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헌재 판결의 의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임신중단(낙태)과 관련해 여전히 여성을 범죄자로 만드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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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차별·비하 발언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 성소수자 가족을 포함하는 내용, 성에 대한 비교적 직접적인 묘사가 있는 어린이 대상 성교육 도서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먼저 그것이 정말 ‘문제’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무슨 이유로 문제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러한 숙고의 과정은 생략한 채 주장 자체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 특히 그런 주장들이 정치인의 입을 통해 나올 때 더욱 그러하다. ‘나다움 어린이책’ 중 <엄마 인권 선언> <아빠 인권 선언> 및 <아이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비롯한 10권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목소리와 궤를 같이한다.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쓰는 순간 무수한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 사회의 여성운동, 인권운동 단체들의 슬픈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너무나 익숙한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동성애를 미화, 조장한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곱씹어볼수록 요령부득이다. 이성애가 조장되는 것이라서 동성애‘도’ 조장될 수 있다는 의미인지, 동성애를 비참하거나 나쁜 것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동성애’를 무슨 물건이나 추상적인 실체물로 여기는 것은 분명하다. ‘동성애’는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일컫는 말인데, 이를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범죄 혹은 범죄의 매개물처럼 여기는 생각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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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개인의 의견을 사회적 현상으로 몰아가지 마라 지금 언론 보도 방식 중 대표적 문제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개인의 의견을 마치 온라인 공간 전반에 널리 알려지고 공유된, 의미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이 온라인 공간 속에서 미처 주목하지 못한 시민의 의제를 발굴, 보도하는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페미니스트 논란’ 프레임을 통해 여성 연예인의 일상을 논란으로 부각하는 언론 보도들은 공공성을 지닌 사회적 의제 발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통상 언론이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기사화할 때는 대중의 주목을 끌 소재인지를 먼저 고려한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주목 소재 중 하나가 ‘페미니스트 논란’이다. 페미니즘 자체를 문제시하면서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언론이라면, 한 여성이 페미니스트여서 문제라는 온라인상의 주장을 그대로 유통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먼저 질문해봐야 한다. 그러나 몇몇 언론의 경우 보도 가치와 공공성에 대한 판단보다는 페미니스트와 여성 연예인을 결합할 때 나오는 주목 효과에만 몰두하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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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언론의 ‘보도 가치 체계’ 다시 점검해야 지난 22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라는 제하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언론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사건과 무관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2차 피해 개념이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 요강’에 담기기도 했지만, 이러한 보도 준칙은 여전히 현장의 기자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2차 피해는 피해자가 사회적 시스템과 주변 환경 때문에 다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현재, 언론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행위자가 되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사건과 무관한 유명인이나 고인의 지지자가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 작성한 글을 무차별적으로 중계하는 데 있었다. 누가 말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주목하면서 ‘누구’에 초점을 두는 것은 결국 진영 논리에서 이 사안을 부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개인들 간의 설전 또는 정치적 진영 간의 공방을 중계하는 보도 양태는 이 사건의 원인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가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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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사회적 합의’ 논의의 장, 언론이 마련해야 코로나19로 인해 6월 개최 예정이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연기됐다. 대신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인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가 진행 중이다. 해시태그를 통해 상호 연결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의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하게 꾸민 아바타들이 함께 걷는 이미지가 연출되는 온라인 축제이다. 하지만 해시태그를 통해 검색된다는 특성을 이용해 성소수자를 모욕하는 표현들이 등장하면서 ‘시각적으로’ 행진을 방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참여자들은 “혐오표현이 등장하니 이제야 진짜 퀴어 퍼레이드” 같다는 감상을 남겼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오랜 기간 외면해온 동안 일상생활과 축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할 것 없이 혐오표현과 차별 행위가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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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혐오표현 규제는 사회적 평등의 출발점 SBS는 지난 5월22일부터 3회에 걸쳐 한국의 트랜스젠더 인권에 관한 연속 기획 보도를 방송했다. 방송 뉴스라는 제약 때문에 긴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려웠지만, 일상 속의 차별, 성별 정정이라는 법적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하는 문제들을 간결하게 잘 짚어냈다. 불행하게도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여전히 성소수자 존재를 부정하는 악의적 혐오 표현으로 가득하다.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몇몇 드라마에서 호기심을 끌기 위한 소재로 등장하거나, 올해 초 변희수 하사의 경우나 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사건처럼 사회적 논란거리로 소비되기 일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 인권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리는 보도가 오히려 온라인상에서 혐오표현을 양산하는 계기가 되는 일이 반복되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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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논란’ 프레임 ‘성폭력 범죄는 사회구조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에 비정상적인 한 개인의 일탈로만 간주해서는 안된다.’ 성폭력 범죄 대응에서 여성단체들이 줄기차게 강조했던 주장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언론사들이 포털 서비스 내 ‘픽(pick)’ 기사 선정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울산 초등학교 교사의 성희롱 사건 기사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해당 보도들은 전형적인 ‘논란 기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논란이 있다’로 시작해서, 해당 교사의 언행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소개한 다음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문제적 발언과 행위를 불필요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하기도 했고, 해당 교사가 온라인상에 게시한 반론을 단독 기사로 다뤄주기도 했다. 관습적으로 누리꾼 반응을 인용하는 것 또한 여전했다. 다양한 주체들의 반응을 나열하면서 ‘논란’으로 이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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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성착취 보도, 피해 생존자의 ‘미래’를 말하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미디어 보도들에서는 기존 성폭력 범죄 보도와는 다른 양상이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적 요인을 다층적으로 다루는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미투 운동 이후, 여성 기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가해자 중심의 보도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범죄자의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SBS의 조주빈 신상 정보 단독 보도 이후 다수 언론사가 범죄자의 일상과 주변인의 반응 등을 ‘단독’ 타이틀을 달고 양산했다. 어떤 보도는 잔혹한 범죄 수법을 세세히 묘사한다. 다른 보도는 가해자가 평범한 사람 혹은 모범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가해자 신상 보도가 과연 보도의 공익성을 지니는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