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최신기사
-
미디어세상 여성기자 온라인 괴롭힘, 사회적 대응구조 절실하다 202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여성기자 온라인 괴롭힘에 관한 저널리즘 사회학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성소수자 등 기자 정체성에 따라, 그리고 젠더·정치 및 법조 등 기사 주제에 따라 온라인 괴롭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유네스코에서도 지난 3년간 “The Chilling(섬뜩한)”이라는 표제로 여성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축 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들 보고서는 여성기자에게 더 많이 가해지는 온라인 폭력이 어떻게 오프라인 폭력으로 이어지는지와, 이에 따라 언론인이 자기 검열을 하게 돼 보도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저속한 욕설 유통을 막아야 한다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론 형성을 막는,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
미디어세상 여성 일상을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것들 지난 10월30일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과 정치인들이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이 대폭 감축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문제가 제기되었다. 여성가족부 측에서는 정책 수행의 실효성을 따져 중복 사업을 줄이고자 예산을 감축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예산 삭감에 따라 피해자 지원이 실질적으로 어려워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답을 하지 못했다. 현장 활동가들은 중복 사업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피해자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력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미디어세상 성평등, 정부가 외면한다고 언론도 따라 하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다가 결국 후보자가 사퇴하는 결말을 맞았다. 청문회장에서 성평등 정책과 관련된 부처의 비전 등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도 못했다. 정책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장관 후보자가 우리 사회의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물론 외려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안을 제외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부처는 존속하게 되었지만, 사실상 성평등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부처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지적하고 비판해온 바와 같이, 여성과 성평등 관련 의제는 주요 정책 과제에서 삭제되는 중이며, 각종 예산 삭감에 따라 소수자 보호와 구조적 성차별 해소를 위한 사업 역시 축소되었다.
-
미디어세상 성평등 보도, 단순 전달 넘어 비판적 접근 절실 최근 들어 성평등과 젠더 이슈에 관련된 언론 보도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량은 물론, 보도 내용과 방식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현 정부가 성평등 관련 정책의 수립,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역시 성평등을 위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단순 전달에만 그치고 있다.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는 언제나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모으는 민주적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언론은 특히 우리 사회의 성평등 관련 의제에 대해서 이러한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사실 정보와 다기한 입장들을 충실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미디어세상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지난 8월12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는 4차 집회가 열렸다. 교사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 집회에 대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2학기 교육 준비에 전념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이 집회는 교사와 학생 모두의 입장에서 일상인 학교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자리인데 말이다. 이 집회에 대한 보도 역시 ‘또 거리로’와 같은 통상적 은유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집회가 있었다는 단순 사실만 전달하여, 시민들이 교육 현장과 거리를 별개로 인식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의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교사와 학생의 일상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주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보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교권 침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보도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하여 발생한 정쟁을 단순히 중계하는 데 그치는 보도가 다수였던 점이 문제이다. 이제까지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시켜 정당 간 정쟁의 도구로 삼아왔고, 이것이 이 사안에도 반복되면서 발생한 논란을 그저 전달하기만 했다.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서는 현재 학교에서의 생활지도 및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는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논의하기 어렵고 교육당국의 책임과 구조적 문제 역시 다룰 수 있는 공론장이 만들어질 수 없다.
-
미디어세상 노동 보도서 반복되어온 형식과 언어 바꿔야 실업급여 폐지를 거론하며 ‘노는 사람이 더 번다’ ‘여성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 액세서리를 산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현 여당과 정부 담당자의 발언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업급여 수령자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이러한 발화들은 현 정부가 반노동 정책을 기조로 삼아 노동자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을 펴고 ‘노동자’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아쉽게도 다수 언론 보도는 ‘노동자 비난’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거나, 여야 간 정쟁으로만 다루면서 우리 사회가 노동에 대해 논의할 공론장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과 삶,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공교육의 기회조차도 편향된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아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 노동과 삶에 대한 의제를 ‘파업 갈등’과 ‘노동자 비난’을 넘어서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미디어세상 ‘난장판’ 야기한 성소수자 차별 의제화해야 인천여성영화제를 진행해 온 (사)인천여성회 측은 지난 16일 인천시가 퀴어 영화를 상영작 리스트에서 제하라는 등 상영작 선정에 개입한 것에 항의하며 인천시의 보조금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천시 담당자는 민원 발생 가능성이 높은 퀴어 영화를 영화제 상영작 목록에 올리지 말거나, 퀴어 영화와 ‘탈동성애 영화’를 같이 상영하는 게 어떻겠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는 결국 진행될 수 있었지만, 대구 시장이 ‘성다수자의 권익이 중요하다’면서 퀴어문화축제 반대를 표명하고 보수단체의 퀴어문화축제 저지 시도를 지지해 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17일 대구에선 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하게 시행되는 집회이므로 진행돼야 한다는 경찰과, 대구시의 행정대집행 명령을 근거로 이를 막으려는 공무원의 충돌이 일어났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역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권리’가 강조되면서 서울문화광장 사용이 불허되었다.
-
미디어세상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으려면… 지난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 디씨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 차단 문제에 대해 유해 정보가 있는 사이트이긴 하지만 차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자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16일 한 청소년이 고층 건물에서 투신하는 과정을 SNS로 중계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해당 청소년이 디씨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남성으로부터 성착취 피해를 당했다는 점이 드러났고, 이달 5일에도 해당 갤러리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청소년이 자살 시도를 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경찰이 임시 폐쇄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에 대한 심의였다.
-
미디어세상 다양한 가족구성권,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지난 4월26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도 가족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을 대표 발의하였다. 친밀한 관계의 유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법적 가족의 범주가 제한되어 있어 주거와 건강, 돌봄과 같은 기본권의 행사가 제한된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2022년 10월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시·도편)’에 따르면 2050년에는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유형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고령 가구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증가가 맞물리고 저출생 현상 역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이성애 결혼만 인정하는 혈연관계 가족을 넘어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논의 틀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족 구성권의 보장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온 사항이기도 한데, 이미 다수의 국가에서 법률에 따른 가족구성 선택권을 이성애 부부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여 법률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
미디어세상 노동자 파업에 ‘불편’의 틀,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파업에 대한 언론 보도가 파업의 원인을 조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강조하면서 갈등을 부각하여 노동 운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언론은 객관적 위치에서 사건을 보도하는 것처럼 하면서 정부나 기업 등 권력을 가진 편의 입장을 주로 반영해 왔다. 노동자의 단체 행동을 보도할 때 “국민을 볼모로 삼는다”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3월31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다수 언론들은 “밥 대신 빵” “학생들 배고파요” “이 식단에 만족하십니까” “학생만 피해”와 같은 기사 제목을 통해 파업의 이유나 노동 현장의 문제가 아닌 파업 때문에 생긴 차질에 주목하는 보도를 했다. 이번 파업의 주요 이슈는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이다. 급식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폐암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 사례가 알려지고 조합원의 건강 검진 결과 폐암 의심군이 30%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더욱 중요한 노동 의제가 되었다. 물론 열악한 처우 문제가 새롭게 부상한 의제는 아니다. 급식 노동자가 대량의 식자재와 조리기구를 다루면서 근골격 관련 질환을 경험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긴 업무 시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뚜렷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이 노동이 평가절하되어 그 사회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현실이 있다.
-
미디어세상 저출생 보도, 인식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수 언론이 저출생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인구 절벽을 중요한 의제로 삼은 언론사도 여럿 있었고, 각종 시사 프로그램도 저출생의 원인과 대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대응 2030 청년과 긴급간담회’를 개최하였는데, 이 간담회 내용에 대한 언론 보도도 쏟아졌다. 그런데 이 간담회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인생 과업인데 걸림돌이 있을 뿐’이라는 전제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언론사가 여전히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세상 난방비 문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난방비 대란’에 대한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록적 한파를 기록하고 있는 겨울 날씨와 맞물려, 언론은 급증한 난방비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사안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보도보다는 난방비 증가액이 얼마인지만 강조하거나, 정치권의 책임 공방을 중계하듯 보여주는 기사가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난방비 증가액 자체가 우리 국민 전체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언론이 사례 보도를 통해 문제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 짚어야 할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