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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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술핵 배치와 주한미군 철수의 맞교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눈에 띄게 잦아지자 또다시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보수성향의 전문가와 정치인들 중심으로 “핵무기를 배치할수록 비핵화 협상력이 커진다” “사생결단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전술핵 전진 배치, 핵억지력 강화 방안이 비핵화 협상에 반영돼야 한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한국을 보호해주겠느냐”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핵의 균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공론의 장으로 한층 나온 느낌이다. 핵무장은커녕 전술핵이라도 남한 내에 반입되면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덩달아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며 북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시킬 압박과 명분 역시 사라짐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게다가 전술핵이 들어오면 여섯 차례 핵실험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관에다 대못을 박는 셈이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과(後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위협과, 최악의 경우 단교(斷交)까지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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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965년과 2020년 일주일 전 찾은 교토의 여름은 무덥고 습했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일 두 나라가 연일 주고받는 날선 언어와는 달리 교토에서 만난 지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대화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악화 일로를 걷는 한·일관계로 이어졌다. 짧은 시간에 문재인 정부와 아베 내각 간 출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회의적 의견이 다수였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일본 지식인층에서조차 한·일관계를 논할 때는 냉철한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실종된다고 개탄했다. 그 자리를 ‘신념의 언어’가 차지했다. 한·일관계가 서울 출발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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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비핵화, 서둘지 말고 집중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외 통신사들의 서면인터뷰(6·26)에서 영변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했다(청와대는 하루 뒤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가는 입구’라고 수정). 작년 11월 조윤제 주미대사가 영변 핵시설만이라도 서로 합의하고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하자고 일찌감치 ‘애드벌룬’을 띄울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핵 목록이나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폐기를 핵프로그램 폐기라고 볼 수 없다”부터 “영변 비핵화로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중단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 “전체 핵신고가 필수”라는 주장 등을 제기했다. 어떤 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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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국 외교,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국가전략의 부재 또는 빈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했지만 5년 단임 정권을 책임진 주체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 87조에 따라 제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을 포함한 어느 법령에도 ‘국가안전보장’ 및 ‘국가안보’의 정의는 없다. 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벤치마킹하여 2004년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발간, 국가이익(국가목표)을 “국가의 생존, 번영과 발전 등 어떠한 안보환경하에서도 지향해야 할 가치”로 정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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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백석은 마음으로 읽는다 백석은 1936년에만 세 번 통영에 왔다. 1월, 3월, 12월. 짝사랑하는 여인 박경련을 만나러. 세 번 다 얼굴은커녕 그림자도 못 봤다. 세 번째는 무작정 그녀의 어머니에게 딸을 달라고 떼쓰러 간 것이었다. 1936년 3월 바보 같은 스물다섯 백석이 박경련(시에는 ‘난’으로 썼다)을 못 만나고 슬퍼서 슬퍼서 낮술 먹고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통영 2’를 쓴 충렬사 돌계단에 나도 한참 앉아본다. 83년 전 백기행(백석의 본명)아, 너나 나나 참 한심하다. “난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는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통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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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핵무기는 ‘로열 플러시’가 아니다 작년 초 이 칼럼(2018·3·27)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되던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았던 동인(動因)으로 첫째, 문재인 정부의 선제적이고 치밀한 준비, 둘째,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마지막으로 오랜 제재로 인한 북한 내구성의 약화를 들었다. 그러면서 대화로 포장된 길이 낭떠러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사족으로 달았다. 이후 계절이 네 번이나 바뀐 지금 사족이 점점 불길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판문점회담과 평양회담(9·18~20)에서 남북이 공동 승리자였다면 북·미 정상들이 최초로 마주한 싱가포르회담은 북한의 완승으로 끝났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발언에서 북·미 양국은 금방이라도 행동 대 행동으로 나아갈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싱가포르회담 합의문을 두고서 미국 국가안보 엘리트들의 역풍은 예상보다 훨씬 거칠고 집요했다. 뉴욕타임스(2018·6·12)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보다 한 수 아래”였으며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98% 줄이도록 규정한 이란 핵합의보다도 훨씬 못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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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미 공조 대 우리민족끼리, 승자는? 하노이 회담 결렬(2월28일) 이후 미국과 남북한 간 주고받은 조치들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자석, 책받침, 그리고 쇳가루였다. 책받침(한국)을 가운데 두고 그 아래 자석(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책받침 위에서 대오이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쇳가루(북한) 말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복기하다 남북이 당면한 처지에 깊이 비감했다. #1.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1개월 즈음 상부의 지시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인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3월22일). 미국이 협상 조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자 불만의 표시로 감행한 북한식 성동격서(聲東擊西)였다. 정부는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북측의 철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복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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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누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죽였나 트럼프, 김정은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을지라도 비핵화가 순조롭게 실현되기란 힘들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 회담은 A4 용지 두 장의 짧은 합의문이라도 있었지만 하노이 회담에서는 예정된 오찬마저 취소하고 합의문도 없이 헤어졌다. 산토사 회담은 성공했고, 하노이 회담은 실패했다. 어긋남은 이미 예견됐다. 북은 일관되게 단계적 비핵화를, 미국은 핵무기에다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내지 해체까지를 포함하는 비핵화를 요구했다. 다행히도 트럼프와 김정은은 헤어지면서도 애써 적의(敵意)를 감추려 했다. 어디서 틀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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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용접외교’ 이후를 생각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 비핵화의 세부 이행계획이 합의문에 포함되느냐 여부이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북한 비핵화의 범위, 방법(순서),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된다. 비핵화 과정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도 그랬다. 김일성이 계획한 핵무기 개발의 뿌리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평안북도 영변의 구룡강 근처 ‘가구공장’ 위장 간판을 달고 출발한 핵센터가 불편한 진실의 씨앗이었다. 이후 북한은 영변핵센터를 핵 단지(일명 ‘분강지구’)로 확장하면서 여기에다 핵무기 관련 시설들을 짓기 시작, 현재 건물만 390개에 달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5㎽ 흑연감속로를 착공 7년 만에 가동한 1986년부터였으며 이후 영변 핵시설들은 미국 정찰위성의 표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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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누가 한·미동맹의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사람들 상당수는 그것이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여준 파격적인 언행은 장삼이사의 이야기 소재로 오래 회자됐다. 한반도에 핵이 없는 평화의 시대가 바야흐로 열릴 것으로 모두 가슴이 부풀었다. 그땐 그랬다. 이젠 한·미동맹이 위기라고들 수군거린다.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 샅바를 잡고 혈투를 벌이는 데 ‘아마추어’ 인사들이 국가안보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어 한·미 간 의견조율이 제대로 되질 않아 핵협상 교착을 자초했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외교부 ‘워싱턴스쿨’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대거 퇴진이 동맹위기 지표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불이 났는데도 유능한 소방수가 없다는 장탄식도 함께 터져 나온다. 진실의 실체에 얼마나 근접한 주장인지 알 수는 없지만 미국통으로 불리는 외교부 고위급 인사 다수가 약속이나 한 듯 세종로 청사를 떠났거나 한직으로 밀려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2차장 모두 이전부터 북핵과 한·미 문제에 천착한 전문가들이 아니기에 ‘청와대 정부’에 미국통이 없다는 주장을 억견(臆見)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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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정은 위원장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지난봄 광활하게 보였던 북한 비핵화 공간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시야가 탁해지더니 갑자기 눈에 띄게 축소됐다. 판문점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훈풍이 돌던 한반도가 어느새 짙은 매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방치할 경우 한반도라는 공간 속에 사는 수천만명의 생명까지 위험해진다. 서둘러 매연을 빼내고 굳게 닫혀있는 공간도 최대한 열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북한 내 일체의 핵무기와 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등과 같은 핵물질의 완전한 제거 또는 국외 이전, 이와 관련된 재처리 및 농축시설 등의 폐기, 그리고 핵무기 제조 등에 관여한 과학기술자의 소개(疏開)’로 정의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를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동네 이삿짐 옮기듯 핵무기와 핵물질을 이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북한 간 핵무기 비대칭성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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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트럼프의 ‘스노글로브’ 미국 중간선거 유세 풍경은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흔드는 ‘스노글로브’(snow globe)를 연상케 했다. 트럼프가 한바탕 휘저어 놓은 의료보험, 이민, 관세, 무역, 인종, 남녀차별 등 복합적이고도 민감한 이슈들은 금세 ‘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이분법적 구도로 전환됐다. 스노글로브 속의 눈가루가 모두 내려앉은 현재, 트럼프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민주당 지배의 하원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2020년 재선을 도모하는 트럼프로서는 와신상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