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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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네 발의 ‘군사 로봇’ 육군 특전사와 전방 사단에 킬러 로봇이 시범 배치됐다. 개처럼 생긴 이 로봇은 주야간 카메라가 장착돼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총기 등을 달아 전투용으로도 쓰인다. 시속 4㎞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로봇은 병력이 투입되기 전에 건물 내 적의 위협을 확인하고, 적을 제압하거나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군사 로봇도 총이나 칼처럼 인간이 만든 무기의 일종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할 땐 스스로 타깃을 정해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무기와 차원이 다르다. 처음에는 군견처럼 현장 군인의 결정과 명령을 따르겠지만,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작전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자율적으로 인간 표적을 공격하도록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 로봇이 이런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킬러 로봇 개발·제작에 제약이 없다. 기술력과 자본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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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울대의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 스스로 모순에 의해 쓰러질 것이라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1990년대 동구권의 몰락으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 마르크스가 떠받들던 노동자들의 혁명성과 계급성도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자들은 자본주의하에서 이뤄진 생산력 발전 덕분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당·선거제도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키운다. 땡볕에서 일하는 농민과 새벽 버스에 몸 싣는 노동자, 모두 열심히 일하지만 평생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부자는 매일 골프를 쳐도 통장에 다달이 이자가 쌓인다. 이런 자본주의 해악을 구조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전쟁과 제국주의, 다국적 기업의 독과점과 갑질, 기후 위기에도 멈추지 않는 환경 오염, 여성·청년 착취 등도 마르크시즘은 간명하게 설명한다. 19세기 유럽에서 활약한 마르크스는 2024년 한국의 쿠팡이나 티메프 같은 정보통신기업 존재를 상상조차 못했지만, 이들 기업에서 일어난 노동 착취나 그림자 금융 폐해를 <자본론> 등 저작물을 통해 너무나도 정확히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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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전자상거래업체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5~6월 국내외 2500종 여행 상품의 대대적인 판촉을 벌였다. 회원은 5% 쿠폰 할인에 8% 카드사 할인을 더해 최대 13% 깎아준다고 홍보했다.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껴볼 요량으로 사람들이 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티몬이 여행사에 지금껏 대금 지급을 안 했고, 소비자들은 여행사로부터 일정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갑작스럽게 받았다. 휴가를 망친 건 둘째 문제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티몬은 최근 상품권도 대폭 할인 판매했다. 티몬 캐시를 10% 할인했고, 해피머니상품권 5만원권을 4만6250원에, 컬쳐랜드상품권 5만원권을 4만6400원에 각각 판매했다. 배달앱 요기요 상품권도 7∼8% 싸게 팔았다. 그런데 티몬의 대금 지급을 의심하는 제휴사들이 일제히 티몬에서 판매한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다. 은행들도 선정산을 위한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소비자들은 애가 탄다. 티몬에 전화해도 받지 않고, 전자메일로 항의해도 응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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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띠 장마와 물 폭탄 날씨가 확실히 달라졌다. 장마도 올해와 작년이 다르다. 출근길에 지인을 만나면 “밤새 안녕하셨냐”는 인사가 절로 나온다. 올핸 ‘띠 장마’가 등장했다. 지난 8일 기상청 위성사진을 보면 동서로 좁고 길게 형성된 띠구름대가 중부 지역에 걸쳐 있다. 이 지역엔 시간당 10~50㎜의 폭우가 내린다. 구름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이날 경북 상주에 2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동안 달성과 김천 등지는 10㎜ 안팎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작은 땅덩어리의 나라지만 비가 오는 곳과 그러지 않는 곳의 날씨는 극과 극이다. 띠구름대 지역엔 호우특보, 그렇지 않은 곳엔 폭염특보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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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삼성전자 첫 파업 ‘무노조 경영’은 삼성의 흑역사였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던 그룹 창업자 이병철의 유훈을 지키기 위해 삼성은 무리수와 꼼수를 쓰고,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노조 설립 기미가 보이면 주동자를 감시하고 회유·협박했다. 어용·유령 노조를 만들어 먼저 설립 신고를 하는 수법도 불사했다. 공무원 매수는 기본이었다. 노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보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2020년 5월6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준법 경영’ 선언을 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 회장은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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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영국 노동당 14년 만의 귀환 영국 노동당이 돌아왔다. 보수당이 역대 최악의 참패를 기록하면서 영국에 14년 만에 좌파 진보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전체 650석 중 노동당 412석, 보수당 121석, 자유민주당 72석 등을 차지했다. 영국은 총선 결과 발표와 총리 임명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접견한 뒤 곧바로 총리로 취임했다. 영국 노동당의 뿌리는 19세기 중반 참정권 획득을 위한 노동자들의 차티스트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0년 처음으로 2석을 얻어 의회에 진출했다. 러시아 혁명 지도자 레닌은 영국 노동당이 사회주의 혁명을 포기했지만 지지의 뜻을 밝혔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연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지난 100여년간 노동당의 붉은색은 탈색됐다. 1918년 채택한 ‘생산수단 공동 소유’ 당헌을 20세기 후반 ‘제3의 길’을 주창하며 폐기했다. 2010년대 들어 ‘좌클릭’ 행보를 보였지만 2019년 총선 패배 후 중도 실용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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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검사장들의 ‘비분강개’ 2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지난 5월13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들에 대한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방 출장 중이었다. 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방해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이 총장이 보인 반응은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7초간 침묵한 것이 전부였다. 지금껏 김 여사 사건 수사엔 진전이 없을뿐더러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검사장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총장은 당일 직접 기자실로 찾아와 30분 넘게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수뇌부도 들고일어났다. 다음날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나를 탄핵하라”고 썼다.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는 형식이지만 공개적인 의사 표명이나 다름없다. 송 고검장은 2022년 5월부터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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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통령 탄핵’ 청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동의한 시민이 1일 8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새 10만명 넘게 늘었다. 청원이 진행 중인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는 1~2시간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IT 강국 대한민국의 국회 홈페이지가 트래픽 초과로 멈추는 게 이해되지 않지만 시민들은 불편함과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새벽 3시에 접속하면 10분 안에 할 수 있다” “유튜브로 드라마 한 편 보면 차례가 온다”는 등의 글이 넘쳐난다. 청원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로 회부되며 상임위 심사에서 타당성이 인정되면 본회의에 부의된다. ‘n번방 방지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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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수입만능론자’ 이창용 총재 한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언제부턴가 ‘수입만능론자’가 된 듯하다. 체감물가를 낮추는 방안으로 농축산물 등 생필품의 수입을 또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이 총재는 18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식료품, 의류 등 필수소비재 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의 해법은 수입이다. 그는 ‘금사과’와 ‘대파 파동’이 일었던 지난 4월에도 “통화·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농산물 수입’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물자뿐 아니라 사람도 수입할 것을 주장한다. 지난 3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이 일을 이주노동자에게 맡기고 임금을 낮추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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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건희 논문’과 차기 숙대 총장 기말고사 기간이지만 숙명여대 학생들의 요즘 최고 관심사는 학내 총장 선거에서 최다 득표한 문시연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총장 취임 여부다. 최종 결정은 오는 20일 숙대 법인인 숙명학원 이사회가 내린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숙대 석사다. 숙대는 김 여사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의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2022년 12월 본조사에 착수했지만 지금껏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문 검증’을 공약으로 내건 문 교수가 현 총장인 장윤금 교수(문헌정보학과)를 제치고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 교수는 총장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김 여사 논문 검증과 관련해 “총장이 되면 진상 파악부터 해보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96%가 넘는 학생들의 지지를 얻었고, 교수와 동문들로부터도 56~5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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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마처세대와 캥거루족 청년 3명 중 2명이 ‘캥커루족’이라고 한다.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따로 살더라도 경제적·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5일 발표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보고서를 보면 25~34세 가운데 캥거루족 비율은 2020년 기준으로 66%에 달했다.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서 비율이 높고,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고 한다. 걱정스럽게도 30대 캥거루족 증가세도 도드라지고 있다. 부모에 대한 의존도 정서적·심리적 요인보다 경제적·물질적 요인이 커지고 있는 방증일 수 있다. 실업 상태이거나 독신이면 캥거루족이 되는 확률이 더 높아지고, 부모와 말 한마디 안 하는 ‘은둔형 외톨이’식 캥거루족도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한 지붕 밑에서 사는데 즐거움이 없다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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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성장률 통계 ‘착시’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 성장률(속보치)을 놓고 뒷말이 많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배 가까운 1.3%가 나온 것이다. 올 3개월 만에 지난해 1년 치 성장(1.4%)을 달성한 셈이다. 숫자는 반갑지만 당혹스럽다. 경제 주체들의 체감과 간극이 너무 크다. 평소 50~60점을 받는 학생이 공부도 열심히 안 하면서 9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온 격이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 1분기 수출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늘었고, 달러당 1300원이 넘는 고환율 덕에 수출 대기업들 실적도 호전됐다. 그러나 내수가 반등했다는 분석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8% 증가해 2년여 만에 가장 높다.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가 침체일로인 상황을 감안하면 체감하기 어려운 통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