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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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일학개미의 비명 값이 싸면 많이 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외국 돈도 마찬가지다. 100엔에 1000원이던 것이 900원 안팎으로 떨어지자 지난해부터 많은 사람들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도 늘었다. 지난 3월 말까지 일본 증시 투자 금액이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닛케이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난 1분기까지 일학개미 대부분이 짭짤한 이익을 거뒀다. 일본 투자는 거의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보다 환차손이 더 클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특히 미국 채권 상품에 투자한 일학개미들 사이에선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수익을 기대하고 ‘미국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와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했는데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엔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한다. 엔화 반등의 환차익과 채권값 상승 수익을 동시에 노렸지만 현재로선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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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삼성 임원 ‘주6일 근무제’ 삼성그룹 임원들이 이르면 이번주부터 주 6일 근무에 들어간다. 평일 외에 토·일요일 중 하루를 더 일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미 주 6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이 이번주부터 참여하고,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임원들도 동참을 검토 중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지침을 내리지 않았지만,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죽 어려우면 이럴까 싶으면서도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15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들 먼저 정신 재무장을 통해 올해 반드시 위기 극복을 해내자는 결의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신 무장이 토·일요일에 출근해야만 되는 것인가. 사실 대기업 임원들은 일과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삶을 산다. 사무실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회사 생각만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걸 ‘6일 근무제’로 틀 짓고 강박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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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환율 1400원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도 환율 상승과 함께 시작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했다는 소식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연일 연고점을 높이던 원·달러 환율이 16일 한때 1400원 선까지 올라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데다 중동 지역에 전운이 드리운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해 주가가 급락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자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한국 주식을 내다팔았고, 그것이 다시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 폭을 키웠다. 당국은 환율 방어와 금융시장 안정에 사력을 다했다. 이례적으로 신중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공동으로 나서 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이날 하루는 그런대로 약발이 들었지만 앞으로도 시장이 반응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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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과는 죄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 사과값을 잡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정부 지원으로 1.5㎏ 봉지에 6230원에 판매 중인 사과를 살펴보며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현장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현 정부 경제관료들이 총동원됐다. 사과값이 많이 오르긴 했다. 도매가격은 2배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생산량이 평년 대비 20% 줄어든 탓이다. 작년 4~5월 개화 시기엔 서리가 내렸고, 여름엔 폭우와 폭염이 심했다. 9월엔 탄저병이 돌았고, 수확기인 10월엔 때아닌 우박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사과는 억울하다. 가계 소비에서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0.23%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1만원을 지출할 때 사과에 쓰는 돈이 23원 정도라는 얘기다. 그런데 사과 때문에 물가가 폭등하고 민생이 어려운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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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안 보이는 김건희 지난해 3·1절 기념식에서 김건희 여사는 단연 눈에 띄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참석자들까지 온통 검은색 차림인 행렬 앞줄에서 그는 홀로 하얀 옷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그런 그가 올해 3·1절 기념식엔 불참했다. 대통령 부인의 국경일 행사 불참은 그 자체로도 드문 일이다. 지난 1월1일과 2월 설 명절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새해가 되면 대통령 부부가 한복을 차려입고 국민에 인사하는 게 관례다. 김 여사가 안 보인다. 지난해 12월15일 네덜란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3일까지 79일째다. 지난달 중순 대통령 부부의 독일·덴마크 순방이 돌연 취소된 것도 그의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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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태아 성감별 1990년은 ‘백말띠’ 해였다. 말띠 여아는 팔자가 드세다는 근거 없는 속설이 기승을 부렸다. 1980년만 해도 여아 100명당 남아 105.3명으로 자연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에 가깝던 신생아 성비가 1990년 116.5명으로 뛰었다. 둘째·셋째 아이로 갈수록 성비는 더 올라갔다. 둘째 아이 117.1명, 셋째 아이 193.7명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은 공포 그 자체였다. 셋째 아이 이상 성비가 대구 392.2명, 경북은 294.4명이었다. 그해 태어난 남아가 34만9617명, 여아가 30만121명이었다. 자연성비를 고려하면 1990년 한 해에만 3만명 이상의 여아가 태어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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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숫자 너머 사람을 보라 통계청의 ‘2023년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내구재(0.2%)는 소폭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나 의복 같은 준내구재(-2.6%) 판매는 급감했다.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자영업자는 전년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개인사업자의 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은 2022년 4분기 3.31%에서 지난해 3분기 7.49%로 올랐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숫자는 추상적이다. 그 자체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숫자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봐야 한다. 통상 소매판매액은 매년 증가한다. 이것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영업자들이 대거 시쳇말로 ‘폭망’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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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판 우생학 부영그룹에 이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IMM도 억대 출산장려금을 직원들에게 주기로 했다. 앞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70명 모두에게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연년생 자녀를 출산한 직원, 쌍둥이를 출산한 직원에게는 2억원씩 지급했다. 기업의 출산장려금은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다. 한국 사회 최고 난제인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회사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석유화학과 HD현대, 현대자동차 등도 출산장려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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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전두환의 교육개혁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방법의 하나는 상관과의 협력이다. 상관의 관심사를 파악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보고서를 적절한 시점에 들이미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독재자 전두환의 영향력을 가장 잘 이용한 사람은 일군의 교육학자와 관료가 아닐까 싶다.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주권을 찬탈했지만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불안했다. 정국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환심을 사려면 뭐든 해야 했다. 당시에도 학부모들은 자녀 과외비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과외만 잡아라, 그러면 대통령도 시켜준다”는 게 민심이었다. 군인들은 무지막지했다. 전 국민 과외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교 수준을 넘어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는 방안까지 구상했다. 교육개혁을 꿈꾸는 학자와 관료에겐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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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지현 검사의 ‘미투’ 서지현(전 검사)이 졌다. 형사도 지고 민사도 졌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성추행 가해자 안태근(전 검사장)은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형사와 별도로 서지현은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해 손해를 입었다며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1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성추행 사건은 시효가 지났고, 안태근의 직권남용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2018년 1월 현직 여성 검사가 TV 뉴스에 직접 나와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이던 서지현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안태근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서지현은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했지만 어떤 사과도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2015년에는 법무부 검찰국장인 안태근에 의해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지현의 폭로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각계각층에서 미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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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합계출산율 0.65명 문제가 뭔지 알고 그 해답도 아는데, 해결을 못하고 상황만 더 나빠지는 사안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암울한 소식이 쏟아지더니 또 하나의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50년 뒤인 2072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16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난 해는 1971년 102만4773명이다. 1972년에는 95만2780명이 태어났다. 통계청 추계대로라면 100년 사이에 신생아 출생이 5분의 1 아래로 줄어드는 셈이다. 한 명의 여성이 생애 동안 낳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내년 0.7명 밑으로 내려가고, 2025년에는 0.65명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수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인구수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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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한국의 ‘대입 배치표’ 전 세계에서 ‘대입 배치표’가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X축엔 대학, Y축엔 커트라인. 이 단순한 사각 행렬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학벌 폐습을 응축해 보여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50만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운다면, 배치표는 197개 대학 1만3000여 학과를 서열화한다. 국내 6개 대형 입시업체는 연중 5~6명의 실무진을 배치표 발간에 투입한다. 수능이 끝나면 난도를 예측해 원점수 기준으로 배치표를 선보이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환산하는 등 기존 자료를 보완해 최종판을 내놓는다. 제작 과정은 얼추 다음과 같다. 대학들이 공개한 성적 자료에 자체 데이터를 조합하고, 여기에 학생들의 선호도와 사회의 평판 등을 종합해 대학 순위를 정한다. 최고점이 450점 안팎인 표준점수를 1점 단위까지 세분화하고 대학별 수능 과목 반영 비율 등을 고려해 학과별 예상 합격점을 정한다. 근사하게 표현하면 ‘통계의 예술’이지만 주관적 판단은 물론이고, 업체의 이해관계도 섞여 있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왜 A대학이 B대학보다 위에 있는지, 왜 C대학 내에선 물리학과가 수학과보다 우월한지 근거가 박약하다. 근본적으로 대학과 학과의 순서를 매긴다는 게 가당한 일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