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고단한 40대

오창민 논설위원

인생의 대차대조표는 간단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지만 나이를 X축, 호주머니 사정을 Y축으로 하면 ‘적자→흑자→적자’ 흐름을 보인다. 유아기나 유년기엔 돈을 벌지 못하지만 쓰기만 하므로 적자다. 노년에도 고정 수입이 없으면 자녀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적자다. 경제 활동을 하는 중장년 시기는 소득이 소비보다 많으므로 전체적으로 흑자를 보인다.

통계청이 2021년 기준으로 작성해 27일 발표한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태어나자마자 적자로 출발한 인생은 17세 때 3527만원으로 최대 적자를 기록한다. 대입을 앞두고 사교육 등 교육 소비가 크지만 소득은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20대 중반 사회에 진출해 직장을 잡는 시기가 되면 소득이 소비보다 많아지면서 인생이 흑자에 진입하고 43세에 1792만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때부터 내리막길이다. 40대 후반엔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늘면서 흑자 폭이 점점 줄다가 61세부터 죽을 때까지 평균적으로 적자 인생이 이어진다. 인생 80여년 동안 흑자 기간은 30년 남짓이고, 그중에서도 40대 초·중반이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그러나 40대는 힘겹다. 공자는 나이 마흔이 되면 불혹(不惑)의 경지에 오른다고 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유혹이 많고 고단한 시기다. 조직에서는 50대 선배들에게 견제받고 30대 후배들에게 치이면서, 동년배들과는 치열한 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한국 같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는 발 한 번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굴러떨어진다. 이마저도 40대 후반이 되면 10명 중 7~8명은 무조건 직장에서 밀려나 재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여성은 이미 마흔 안팎에 임신과 독박 육아로 비자발적 퇴직을 하고 ‘경력단절’이 된다.

40대의 흑자 인생은 기실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아래로는 자녀를 양육하고, 위로는 부모를 봉양한다. 그 어떤 연령층보다 세금도 많이 낸다. 출생률 하락으로 경제 인구가 급감하면서 40대는 선배 세대보다 일도 더 많이 오래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은 빈약하다. 지금 이 순간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40대 798만여명에게 박수를 보낸다.

1인당 생애주기 적자

1인당 생애주기 적자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