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대학생 연합 기숙사

오창민 논설위원
대구 행복 기숙사 조감도. 교육부 제공

대구 행복 기숙사 조감도. 교육부 제공

대도시로 유학 온 대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거처를 구하는 일이다. 대학 기숙사의 수용률은 전체 학생의 10~30% 수준이다. 대학에 합격하기보다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해결책은 기숙사 증설이지만, 캠퍼스 안이나 인근에 부지를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부지와 예산을 마련해도 난관이 남아 있다. 대학 주변 임대업자나 상인들은 기숙사 확대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이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반대에 나서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를 의식해 인허가에 몸을 사리고, 기숙사 건립은 하세월이 된다.

대학가 방값은 예나 지금이나 비싸다. 수요가 공급보다 늘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80만원, 10만원이 넘는 관리비를 내야 4~5평 원룸에 겨우 몸을 뉘일 수 있다. 이보다 더 싼 곳은 ‘지옥고’(지하·옥탑·고시원)밖에 없다. 게다가 대학가 원룸 상당수는 주택을 불법 개조하거나 쪼개기 시공을 해 주거 여건도 최악이고, 각종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대도시에 태어나 자기 집에서 학교에 다니는 것도 ‘스펙’으로 친다고 한다.

30일 대구에서 16층짜리 ‘행복 기숙사’ 개관식이 열렸다. 특정 대학이 아닌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일종의 연합 기숙사다.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시유지에 사학기금, 대구시 예산 등을 합쳐 448억원을 투입해 지었다. 대구·경북 지역 19개 대학(전문대 포함) 1000명이 이곳에서 살게 된다. 비용은 관리비를 포함해 월 24만원이다. 기숙사가 있는 대구 중구 월세 평균액(42만4000원)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경기 고양시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대학생 연합 생활관이 이 기숙사의 모델이다. 이르면 내년 서울 용산역 부근 폐선 부지에도 기숙사 빌딩이 들어선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소재 시·군으로부터 받은 기부금(400억원)이 기숙사 건립 재원이다. 지상 15층 건물에 600명을 수용하는데, 원전 있는 지역 대학생들을 우선 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학생 연합 기숙사가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새 출발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안식과 희망을 주는 공동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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