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신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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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기생충’과 1년 전 ‘극한직업’ 영화 <기생충>에서 살인이 난무하는 가든 파티의 근본적 원인은 선을 넘어오는 ‘기택(송강호)의 냄새’였다. 지하철 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 ‘봉테일’(봉준호+디테일) 감독답게 세트장에는 냄새까지 구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빈부(貧富)의 상징은 반지하와 저택이란 시각적 대비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수많이 계단이 비친다. 반지하 셋집에 쇄도하는 빗물의 계단, 대문에서 잔디밭을 지나 현관과 거실 및 2층 침실로 이어지는 화려한 계단까지. 그 계단들을 하나하나 오르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지하에 숨은 기택에게 아들 기우(최우식)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저는 근본적인 계획을 세웠어요. 돈을 벌겠습니다. 그리고 이 집을 사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계단을 올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현실 자본주의에서는 결코 작동할 수 없다. 그래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라는 기택의 역설이 명대사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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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주저앉은 유족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노력 2014년 4월의 잔인한 그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다음날 보고가 왔다.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그 배에 탔다는 소식이었다. 무작정 진도에 내려갔다.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서 작은 차를 하나 구해 타고 조용히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 근처에 가서 전화를 했다. 그러고도 한참이 더 지나 292번째로 아이는 두 달 만에 부모에게 돌아왔다. 그 잔인했던 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 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가끔씩 그 아빠인 직원도 TV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소속 계열사 대표를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아빠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 하도록 내버려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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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바닥이 다 드러났어, 싹 물러나야 돼”라는 그 말 “부동산 인플레이션 지긋지긋해서 문 정권을 지지했었는데, 싹 이번에 다 물러나야 돼. 여당이나 가릴 것 없이 싹 물러나야 돼. 바닥이 다 드러났어. 용서할 수가 없어요.” 강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즈음해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방송된 한 시민의 울분에 찬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분노가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이제 좌절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감정원 발표를 보면, 지난달 서울 집값은 전달보다 0.5% 올라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부 규제책에도 끄덕하지 않고 있다. 전셋값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0.14%로 최근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집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꿈틀대기 시작했다. 당시엔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9·13 대책 등 규제책이 나올 때마다 잠시 주춤했을 뿐 상승세는 계속됐다. 그렇게 내내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로또복권 1등이 돼도 사지 못할 수준이 됐다. 당첨 확률이 814만분의 1인 로또복권 1등보다 뽑힐 가능성이 더 높고 받는 돈도 더 많으니 서울 강남권 청약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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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부모 배경 사회’에 막힌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Q : 만일 윤씨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왜 하필 그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 A : 윤씨는 고아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돈 없고 빽 없으니 변호인도 제대로 쓸 수 없었고 어떻게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지 몰랐다. 가혹행위를 당해도 경찰에 달려가 ‘왜 우리 애 고문시키냐’며 난리쳐줄 부모가 없는 거다.(중앙일보 10월8일자,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청주교도소에서 20년간 옥살이한 윤씨를 담당한 교도관 인터뷰 중)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았더라면 윤씨는 지금도 억울함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1988년 9월 경기도 화성의 한 가정집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8차 사건은 화성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을 붙잡았고 ‘모방 범죄’로 결론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씨는 이춘재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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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조국 블랙홀’의 탈출구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 30여명 중 어느 누구도 현재 검찰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고발이 들어온 사건인 데다,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게 검찰이 할 일이다. 특히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거악을 척결하는 것은 검찰의 최대 존재 이유이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거론되는 조 장관의 의혹 규명은 어떠한 외압도 견뎌야 할 사명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검찰이 정치의 과정에 뛰어들었고,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극대화된 건 사실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날 즈음 늦은 밤 조 장관(당시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조 장관에 대한 수사는 대한민국 이슈의 대부분을 ‘조국 블랙홀’로 끌어들였다. 한 현역 원로 정치인은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의 공천은 검찰의 손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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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조국,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4·19가 나던 해 세밑/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4·19 혁명은 5·16 군사쿠데타로 완성되지 못했고, 이 땅의 민주주의는 긴 잠을 자야 했다. 그러나 1987년 정점을 이룬 민주화 운동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고,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첫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냈다. 그 결실들은 정권교체의 뿌리가 됐다. 1980년대 대학생에게는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이들이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경제는 호황이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낙관적 경기 전망이 대세였다.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당시 30대를 사람들을 ‘386세대’라 불렀다. 지금은 50대가 됐고, 간단히 86세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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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과거를 바로잡는 비용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들을 처리하는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과거발(發) 이슈들로 사회는 용광로처럼 뜨겁다. 그렇지만 갈등은 녹지 않고 숙제처럼 쌓이기만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맺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비롯됐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갈등은 이명박 정부가 교육에 경쟁과 효율이라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을 접목시킨 결과였다. 22조원이나 강바닥에 뿌렸던 4대강 사업은 완공 후 유지보수 비용으로 매년 5000억원을 쓰면서도 ‘녹조라테’ 등으로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방송 장악을 위해 대선 캠프 인사가 사장이 돼 남긴 후유증에 방송은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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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노무현의 꿈, 김훈의 노래 “유족이신가요?”(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아니요, 취재 나온 기자입니다.”(김훈 한겨레신문 기자) 신문과 방송에서만 보던 두 유명인사를 실제 처음 봤던 곳은 무수한 죽음의 참사 현장이었다.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던 2002년 4월15일. 승객과 승무원 166명을 싣고 베이징에서 이륙한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추락했다. 당시 사건·사고를 주로 취재하는 사회부 사건팀 기자였던 필자는 현장에 급파됐다. 이곳에 소설 <칼의 노래>의 김훈 작가도 사회부 기자로 왔다. 그해 1월, 화려한 언론 경력의 54세 베스트셀러 작가는 사건기자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한 일간지는 “그의 <칼의 노래> 주인공 이순신 장군처럼 ‘백의종군’한 셈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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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국가와 싸우지 말고 대기오염물질과 싸워야 할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국가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대기오염물질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동까지 미세먼지 문제를 아는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미세먼지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그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미세먼지 간담회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오염원의 과학적 규명은 명명백백하게 해야 하지만, 책임을 서로 미루며 실천을 망설여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을 향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이 심각하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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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김수현과 어공들,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중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장관들,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면 인사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수현 실장은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정부가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같은 자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관료들에 대해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했다. 공직의 특성상 ‘일 잘하는 장관’과 ‘복지부동하는 관료’는 양립할 수 없다. 관료들이 일을 안 하는데 장관이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날 리도 없고, 일 잘하는 장관 밑에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공무원은 없다. 대통령은 장관들을 신뢰하고 있는데 정책실장은 부처 공무원들이 정권 말이라도 온 것처럼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니 분명 모순이다. 얘기가 맞건 틀리건 관료들이 술렁이는 건 당연하다. “현 정권도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 “관료는 손발만 되라니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큰소리치는 것 말고 무슨 노력을 했나”는 불만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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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대통령님, 이들을 장관으로 들이실 겁니까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통계가 현실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유명한 경구가 여전히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통계가 빠진 현실은 체감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자들은 발표되는 각종 통계치를 뒷받침해 줄 사례를 찾지만 적당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 때는 숫자가 갖는 의미만 겨우 담아 지면에 실을 수밖에 없다. 엊그제 보도된 ‘빚으로 마련하는 신혼집’ 통계가 그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이후 결혼한 청년세대의 50.2%가 신혼집을 구하려고 대출을 받았다. 집값이 뛰면서 생긴 우울한 그림자다. 월세로 신혼을 시작한 청년세대는 16.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1998년 이전 결혼한 부모세대에서는 13.8%에 불과했던 ‘자가’(自家) 신혼부부의 비율도 청년세대에서 34.9%로 최고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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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공은 국회로, 문성현 “2번의 불참, 엄중 인식”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제3차 본위원회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위원들의 불참으로 탄력근로제 등 심의 안건을 의결하지 못한데 대해 “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11일 3차 본위원회 무산 후 기자회견을 갖고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은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고, 오늘 의결 예정이었던 안건은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위원장은 “지난 2차 본위원회 이후, 저를 비롯하여 한국노총 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수차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들을 만나 탄력근로제 합의 내용과 위원회 운영상의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계층 대표들은 본위원회 참석을 약속했다”면서 “계층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고,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