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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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민주당, 지금 ‘힘자랑’할 때가 아니다 집값이 또 날뛰려나 보다. 무엇보다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이달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1년 후 집값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CSI’는 112로 전달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9월(19포인트 상승) 이후 가장 높게 뛴 것이다. 막차라도 타겠다며 집을 구하기 위해 내는 은행빚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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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민주당은 ‘안개의 나라’를 만들 것인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로만 여겼다. 쓰레기봉지로 만든 방호복 말이다. 지난해 여름 재난탈출액션을 표방하며 개봉한 <엑시트>에서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주인공 조정석과 임윤아는 쓰레기봉지로 온몸을 싸맸다. 영화에서 코믹적 요소였을 ‘쓰레기봉지 방호복’이 현실에서, 그것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의료진의 동아줄이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미국에서는 방호복이 없어 쓰레기봉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던 간호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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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다시, 저널리즘 지난 주말 EBS 프로그램 <세계의 명화>에서는 2016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를 방송했다. 공중파 주말 영화 라이벌 프로그램인 <OBS 시네마>에서도 바로 전주에 같은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폭로한 미국 ‘보스턴글로브’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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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기생충’과 1년 전 ‘극한직업’ 영화 <기생충>에서 살인이 난무하는 가든 파티의 근본적 원인은 선을 넘어오는 ‘기택(송강호)의 냄새’였다. 지하철 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 ‘봉테일’(봉준호+디테일) 감독답게 세트장에는 냄새까지 구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빈부(貧富)의 상징은 반지하와 저택이란 시각적 대비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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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주저앉은 유족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노력 2014년 4월의 잔인한 그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다음날 보고가 왔다.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그 배에 탔다는 소식이었다. 무작정 진도에 내려갔다.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서 작은 차를 하나 구해 타고 조용히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 근처에 가서 전화를 했다. 그러고도 한참이 더 지나 292번째로 아이는 두 달 만에 부모에게 돌아왔다. 그 잔인했던 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 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가끔씩 그 아빠인 직원도 TV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소속 계열사 대표를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아빠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 하도록 내버려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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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바닥이 다 드러났어, 싹 물러나야 돼”라는 그 말 “부동산 인플레이션 지긋지긋해서 문 정권을 지지했었는데, 싹 이번에 다 물러나야 돼. 여당이나 가릴 것 없이 싹 물러나야 돼. 바닥이 다 드러났어. 용서할 수가 없어요.” 강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즈음해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방송된 한 시민의 울분에 찬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분노가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이제 좌절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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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부모 배경 사회’에 막힌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Q : 만일 윤씨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왜 하필 그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 A : 윤씨는 고아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돈 없고 빽 없으니 변호인도 제대로 쓸 수 없었고 어떻게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지 몰랐다. 가혹행위를 당해도 경찰에 달려가 ‘왜 우리 애 고문시키냐’며 난리쳐줄 부모가 없는 거다.(중앙일보 10월8일자,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청주교도소에서 20년간 옥살이한 윤씨를 담당한 교도관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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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조국 블랙홀’의 탈출구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 30여명 중 어느 누구도 현재 검찰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고발이 들어온 사건인 데다,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게 검찰이 할 일이다. 특히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거악을 척결하는 것은 검찰의 최대 존재 이유이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거론되는 조 장관의 의혹 규명은 어떠한 외압도 견뎌야 할 사명으로 여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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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조국,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4·19가 나던 해 세밑/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4·19 혁명은 5·16 군사쿠데타로 완성되지 못했고, 이 땅의 민주주의는 긴 잠을 자야 했다. 그러나 1987년 정점을 이룬 민주화 운동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고,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첫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냈다. 그 결실들은 정권교체의 뿌리가 됐다. 1980년대 대학생에게는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이들이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경제는 호황이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낙관적 경기 전망이 대세였다.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당시 30대를 사람들을 ‘386세대’라 불렀다. 지금은 50대가 됐고, 간단히 86세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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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과거를 바로잡는 비용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들을 처리하는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과거발(發) 이슈들로 사회는 용광로처럼 뜨겁다. 그렇지만 갈등은 녹지 않고 숙제처럼 쌓이기만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맺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비롯됐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갈등은 이명박 정부가 교육에 경쟁과 효율이라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을 접목시킨 결과였다. 22조원이나 강바닥에 뿌렸던 4대강 사업은 완공 후 유지보수 비용으로 매년 5000억원을 쓰면서도 ‘녹조라테’ 등으로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방송 장악을 위해 대선 캠프 인사가 사장이 돼 남긴 후유증에 방송은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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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생각 노무현의 꿈, 김훈의 노래 “유족이신가요?”(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아니요, 취재 나온 기자입니다.”(김훈 한겨레신문 기자) 신문과 방송에서만 보던 두 유명인사를 실제 처음 봤던 곳은 무수한 죽음의 참사 현장이었다.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던 2002년 4월15일. 승객과 승무원 166명을 싣고 베이징에서 이륙한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추락했다. 당시 사건·사고를 주로 취재하는 사회부 사건팀 기자였던 필자는 현장에 급파됐다. 이곳에 소설 <칼의 노래>의 김훈 작가도 사회부 기자로 왔다. 그해 1월, 화려한 언론 경력의 54세 베스트셀러 작가는 사건기자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한 일간지는 “그의 <칼의 노래> 주인공 이순신 장군처럼 ‘백의종군’한 셈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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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국가와 싸우지 말고 대기오염물질과 싸워야 할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국가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대기오염물질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동까지 미세먼지 문제를 아는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미세먼지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그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미세먼지 간담회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오염원의 과학적 규명은 명명백백하게 해야 하지만, 책임을 서로 미루며 실천을 망설여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을 향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이 심각하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