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신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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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구중궁궐에서 빨리 나와야 할 사람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에 시동을 걸었다. 권력의 구중궁궐에서 나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에 누가 반대하랴만, 섣부르고 성급한 ‘공간 이동’으로 생기는 안보 공백과 이전 비용 논란에 여론의 지지는 뜨겁지 않다. 결국 이전 배경에 풍수지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합리적 주장과 반론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중대사에 불통과 비(非)과학이 등장하는 모양새가 씁쓸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기술로 세계 곳곳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역시 풍수에 민감하다. SK그룹 서울 종로 서린빌딩 사옥은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의 명당으로 유명하다. 건물 네 기둥에 거북 발 모양의 상징이 있고, 청계천 쪽 정문 앞에는 거북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 돌, 후문 쪽엔 꼬리를 뜻하는 삼각 문양이 있다. 건물 전체를 거북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를 만든 것이다. 삼성 또한 창업주 이병철 회장 때부터 풍수와 밀접한 기업이었다. 2008년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이전한 서초동 사옥은 여러 계곡의 물이 고였다가 천천히 나가는 ‘취면수(聚面水)’ 형상으로서 돈이 모이는 자리라고 한다. 이전 당시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도 풍수 자문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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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새 대통령에게 견제부터 필요한 이유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처럼 혀를 끌끌 차면서도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4인의 5차례 TV토론을 모두 봤다.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에서도 그야말로 막장 싸움이 펼쳐졌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다 종료 20분 전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대장동 개발 특혜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아찔한 설전이 이어졌다. 두 후보는 “예의가 아니다” “이거 보세요” 등 감정 섞인 날선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 개발독재 시대의 선거는 ‘돈선거’였다. 유권자에게 선물 공세와 현금 투척으로 그야말로 표를 사들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에서 돈선거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김운범 신민당 후보는 공화당이 뿌리고 간 고무신·와이셔츠 선물과 현금을 공화당 이름으로 되돌려받자는 ‘선거 책사’ 서창대의 전략 덕분에 반전에 성공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80년대 4개 선거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선거가 있던 분기에 통화(본원통화)는 4.7%가량 크게 늘었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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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설 밥상에 이재명·윤석열만 오르겠는가 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다. ‘창조적 파괴’로 혁신을 추구하고 ‘야성적 충동’으로 세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 위대한 기업에는 ‘기업가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과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익만 좇는 탐욕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달 초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보면서 든 의구심이었다. 이 영화는 6개월 뒤 거대 혜성과 충돌해 멸망할 위기에도 선거만 신경 쓰는 정치, 대중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는 언론, 돈벌이 궁리만 하는 기업 등 사회 시스템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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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저널리즘의 올해 주요 뉴스를 뽑으며 “뉴스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 배우는 창이다. 우리는 각자 삶을 살기 위해 뉴스가 필요하다. 저널리즘은 지금 어떠한 일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해 사회가 고안해낸 시스템이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저술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을 다루는 언론계에는 올해 어떤 뉴스가 있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에서 주요 뉴스를 선정해봤다. ① 언론중재법, 민주당의 독주. 권력에 언론은 성가신 존재다. 언론중재법 파동은 자기(편)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하는 이러한 권력의 속성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난 8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는 법안에 정작 가짜뉴스의 온상인 유튜브는 제외됐다. 언론의 명백한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과 기준도 너무 모호했다. 진실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탈(脫)진실의 시대’. 권력은 언론중재법을 적극 활용해 언제든 자신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 국경없는기자회 등 해외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이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폭주기관차처럼 밀어붙였다. 토론과 숙의는 없었다. 민주주의가 퇴보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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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불행의 바닥이 어디까지인지 알아간다는 것일까. 경제부처 출입기자 시절 ‘잠시 친했던’ 서기관이 있었다. 체격도 좋은 데다 배려심 많고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휴일 아침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일하다 우연히 마주친 날, 날씨는 왜 그리 화창했던지. 자연스럽게 ‘신세 한탄’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급작스럽게 부음을 들었다. 심장이 좋지 않았는데 과로가 원인이라고 했다. 빈소에는 중학생 외아들이 상주로 앉아 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오래 살아주는 것도 아버지의 역할이다 싶었다. 과로사한 지인도 처음이었지만 꿈이 커갈 시기에 아버지를 잃은 충격이 얼마나 클까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소년소녀가장도 있습니다. 어머니 말씀도 잘 듣고 더 잘 커야 합니다. 그래야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안심할 거예요.” 주제 넘은 줄 알면서도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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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부터 디지털 전략까지…“국장, 이의 있습니다” 열린 토론 지난해 창간 기념일이 한 달여 지나고 초판 기사 마감을 마친 오후 7시 편집국 회의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편집국장 : 앞서 전두환 광주 재판 때 호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로 변경했다. 대통령 호칭을 붙이는 게 적절한지 부장회의에서 논의했고 대통령 예우가 박탈돼서 형이 확정된 사람은 ‘씨’로 표기하자고 결정했다. 독립언론실천위원회위원(독실위원)1: 씨로 바꾸는 의미는 무엇인지… 법적 예우는 단순히 법적인 문제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파면됐을 때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전 대통령으로 썼다. 공천개입 사건이 유죄로 확정돼서 씨로 쓰고 있는데 누군가가 보기에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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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화천대유, 도둑맞은 자영업자의 절망 “에잇, 다 때려치우고 장사하면 되지.” 쥐꼬리 월급에 아니꼽고 치사하고 때로는 억울하더라도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위해 분을 삭이던 월급쟁이들이 내뱉던 말이었다. 장사는 ‘역전의 한 방’을 모색하는 인생의 피난처 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만 하면 굶기야 하겠어”라며 불안한 미래의 바닥을 가늠하기도 했다. 이제 이런 말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서울에서 20년 넘게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인들은 “거의 가게에서 먹고 살다시피 하며 일만 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가게 월세와 직원 급여를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전남 여수에서 치킨집 ‘사장님’이, 지난 1월 대구 닭꼬치집 ‘사장님’이, 8월엔 경기 성남시 주꾸미 식당 ‘사장님’이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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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언론중재법, 공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 아닌가 수년 전 여당 중진의원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에서 교육위를 지망했다고 했다. 경력상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선거를 치르는 입장이다보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교운영위 등 지역사회에서 입김이 강한 그룹과 공개적으로 만날 기회가 많고, 교육청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역 숙원사업도 꽤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사익을 공익적으로 추구하는 게 현장 정치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폭주 기관차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 과정을 보면서 그 만남이 떠올랐다. 빙공영사(憑公營私). 언론중재법이 ‘공익으로 포장된 사익 추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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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기술을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 모델로 글로벌 진출 발판 네이버와 대기업간 합종연횡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9일 신세계 이마트와 첫번째 협력 프로젝트를 공개한데 이어, 20일에는 CJ대한통운, 대한항공과의 협업 시너지를 연이어 발표했다. 네이버가 다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이유는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경쟁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물류 서비스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의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쿠팡처럼 직접 물류 시장에 진출해 직매입 구조를 구축하는 대신, 기존 플레이어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주 공개한 데이터 풀필먼트(상품 보관·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 플랫폼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물류 업체들이 직접 판매자를 만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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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민주당, 지금 ‘힘자랑’할 때가 아니다 집값이 또 날뛰려나 보다. 무엇보다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이달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1년 후 집값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CSI’는 112로 전달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9월(19포인트 상승) 이후 가장 높게 뛴 것이다. 막차라도 타겠다며 집을 구하기 위해 내는 은행빚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6·17 부동산 대책’은 ‘땜질 처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포·파주 등 비규제 지역은 물론이고 잠실 등 규제지역도 집값이 뛰었다. 2000년 이후 ‘역대급’ 대책이 나오면 한동안 잠잠하다 다시 꿈틀거리는 현상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2번째 대책을 준비해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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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민주당은 ‘안개의 나라’를 만들 것인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로만 여겼다. 쓰레기봉지로 만든 방호복 말이다. 지난해 여름 재난탈출액션을 표방하며 개봉한 <엑시트>에서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주인공 조정석과 임윤아는 쓰레기봉지로 온몸을 싸맸다. 영화에서 코믹적 요소였을 ‘쓰레기봉지 방호복’이 현실에서, 그것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의료진의 동아줄이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미국에서는 방호복이 없어 쓰레기봉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던 간호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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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 다시, 저널리즘 지난 주말 EBS 프로그램 <세계의 명화>에서는 2016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를 방송했다. 공중파 주말 영화 라이벌 프로그램인 <OBS 시네마>에서도 바로 전주에 같은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폭로한 미국 ‘보스턴글로브’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의 이야기다. 정의와 진실을 밝히는 ‘기자 정신’을 충전하기 위해 2015년 개봉 당시 극장을 찾아 봤던 영화지만 TV에서 보는 맛도 깊었다. 기자들은 성폭력 피해자들과 변호사, 주교와 교구청 등을 다각적으로 취재하며 자료를 찾아내고 증거를 수집한다. 기자들은 사건의 핵심이 몇몇 사제들의 일탈이 아니라 기득권층의 은폐와 사회적 묵인 아래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임을 밝힌다. 특히 기득권 세력의 회유와 견고했던 침묵의 카르텔에 맞서면서 사회적 약자들과 교감하는 기자들의 모습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