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신문국장
세상에 유익한 신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신기사
-
여적 기후 인플레이션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이 있다. 주요 커피 생산국 브라질에서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리면 커피 생산량이 늘어나 원두 가격이 낮아지면서 스타벅스의 이익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서로 무관한 상황이 실제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나비효과를 설명할 때도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대중국 무역전쟁 선봉에 섰던 피터 나바로가 2000년대 초반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점차 현실화하는 기후변화는 이제 나비효과보다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금사과’에 이어 대파 등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이나 정부재정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
1945년 윌리엄 쇼클리 ‘반도체 현상’ 첫 이론화…챗GPT 등 인공지능 등장으로 ‘변곡점’ 1945년 미국 AT&T 벨연구소에 근무하던 윌리엄 쇼클리가 어떤 물질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면 반도체가 되는 현상을 최초로 이론화하면서 반도체의 역사는 시작됐다. 2년 뒤인 1947년에는 벨연구소 월터 브래튼과 존 바딘이 게르마늄에 금속조각을 붙여 전류가 흐르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벨연구소는 1948년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고 발표했다. 트랜지스터는 아주 작은 전자 스위치라 할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노벨상을 받게 된다. 집적회로(IC) 칩 또는 반도체라고 부르는 것은 실리콘 위에 수백만~수십억개의 미세한 트랜지스터를 넣은 물건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차일드와 댈러스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두 회사에서 처음 만들어냈다. 이 중 페어차일드는 쇼클리가 1955년 창업한 회사에서 뛰쳐나온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 등 엔지니어 8명이 만든 회사이다. 이들 중 일부가 이후 인텔을 창립했고 지금까지 반도체 강자로 남아 있다. 최초 반도체 칩에는 4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었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반도체 전쟁, 아직 초입국면…중국의 ‘굴기’ 주춤한 지금이 기회”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치열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반도체 굴기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4일 일본·유럽연합(EU)과 함께 구형 반도체까지 제재키로 하고, 한국과 대만에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으라고 압박한다. 한국에서 반도체는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최대 기간산업이다. 한국에 중국은 최대 반도체 시장이고, 미국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미·중 틈바구니에서, 또 일본·대만과의 시장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금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를 놓고 세계는 왜 이토록 전쟁을 방불케하는 경쟁을 벌이고, 그 속에서 우리의 길은 무엇일지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에게 들어봤다. 그는 “본격적인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초입 국면”이라며 “반도체는 이제 안보와 직결된 전략물자가 됐고, 각국은 이를 주권(Sovereignty)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반도체 전쟁으로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춰지는 사이 우리는 기술 개발로 예전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여적 ‘춘래불사춘’ 꽃축제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어 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푸르도다.”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로 시작되는 가사 문학의 효시 정극인의 ‘상춘곡’ 일부다. 복숭아꽃, 살구꽃, 버드나무꽃이 만발한 산과 들로 오늘 꽃구경 가자고 재촉한다. 조선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연소답청(年少踏靑)’에도 절벽과 젊은 여인의 머리에는 분홍 진달래를 그려 넣었다. 흥겨운 봄나들이나 봄을 노래할 때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꽃이다.
-
여적 1억 비트코인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필명)가 첫 비트코인을 채굴한 날은 2009년 1월3일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탈중앙화된’ 가상통화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가상통화가 가치가 있을지, 얼마일지 논란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1년여 뒤인 2010년 5월5일 첫 거래가 성사됐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프로그래머 라즐로 하니예츠가 피자 2판을 배달시키고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한 것이다. 당시 피자값이 30달러 정도 했으니 비트코인 1개당 0.003달러였던 셈이다. 2011년 초반까지도 1달러 안팎 동전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5월 2000달러를 돌파하고 가파르게 치솟더니, 그해 12월18일에는 2만달러에 육박하는 투자 자산으로 변모했다.
-
여적 끝 모를 ‘애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1927~2019)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을 막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남북전쟁 이후 최고 수준인 연 21%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반면 물가 상승을 막을 기회를 놓친 아서 번스(1904~1987)는 최악의 연준 의장으로 꼽힌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 기류에도 금리 인상을 꺼리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굴복해 금리를 내리기까지 했다. 결국 미국 물가 상승률은 13%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물가는 한번 고삐가 풀리면 다시 잡기가 매우 어렵고, 고금리 극약처방과 고통도 피할 재주가 없다. 번스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만만히 본 셈이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삼프로TV 김동환 “주식 열풍 당분간 지속…그러나 조금씩 조심할 시점”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려는 듯 일본 닛케이지수가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S&P50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호조세다. 비트코인 가격도 6만7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한국 정부도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증시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증시의 급등을 맛본 ‘동학개미’들 사이에선 대세 상승을 놓칠 수 없다는 ‘포모(Fear Of Missing Out·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도 엿보인다.
-
여적 반노동과 흑자, 쿠팡의 두 얼굴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4개월째 일하던 장덕준씨가 2021년 10월12일 새벽 퇴근 뒤 숨졌다. 당시 27세이던 장씨는 오후 7시부터 8~9시간의 ‘심야노동’을 했다. 근무 기간 몸무게가 15㎏ 줄었다. 유족들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2020년 3월 쿠팡 소속 택배노동자가 배송 중 숨진 후 1년간 쿠팡 물류센터·택배 업무를 하던 6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쿠팡은 사고 발생 때마다 ‘과로 환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7월 쿠팡 노조는 무더위 속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첫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80%가 더위·추위·먼지에 고통받고 있다”는 노조원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에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CFS가 기피 인물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일용·계약직 노동자 1만6450명을 6년 넘게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팡 측은 회사 고유권한인 인사평가라 반박하며 법정 공방에 나섰다. 힘들고 숨막히는 사업장의 상징이 된 것이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일터를 “현대판 막장” “21세기 평화시장”이라고 자조한다.
-
여적 백만명 청약 ‘로또 아파트’ 전쟁이 끝나고 모두 가난하던 시절부터 2000년대 초까지 복권의 대명사는 주택복권이었다. 1969년 9월15일 처음 발행된 주택복권 한 장의 값은 100원이고,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괜찮은 주택 가격이 20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요즘말로 ‘똘똘한 한 채’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었다. 2002년 12월부터 로또가 나오면서 주택복권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로또는 1등 당첨액이 수백억원도 가능했다. 2003년 4월12일 당첨금은 사상 최대인 407억2000만원이었다. ‘로또 광풍’에 사행성 시비가 일자 정부는 2004년 8월 복권 한 장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고 당첨금 이월도 2회로 줄였다. 그 후 1등 당첨금은 대체로 10억원대 중반으로 떨어졌지만, 전체 복권 판매액의 95%는 로또가 차지했다. 결국 주택복권은 2006년 4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위기 대책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짓눌렀던 지난 2년, 엔데믹이 되면 일상회복과 더불어 경제도 활기를 띠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금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임을 위해 유동성 회수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비난이 커져가던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공급 부족과 물가 상승은 더욱 심해졌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까지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도 커지고 있다.
-
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지금 이 글을 어디서 보고 계시나요. 우선 경향신문 2022년 5월13일자 26면 위쪽 지면에서 읽고 계셨으면 합니다. 칼럼이란 명칭의 유래도 그렇고, 아무래도 저는 신문쟁이니까요. 더 현실적으로는 경향신문 모바일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많이들 보셨으면 합니다. 그게 저희가 그리는 미래니까요. 종이 신문뿐 아니라 경향신문이 만든 여러 채널에서 뉴스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저희 뉴스를 믿고 찾는다는 의미지요.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을 통해 읽고 계신 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링크를 통해서 보시는 분도 있을 것 같군요. 이처럼 뉴스를 유통하는 주도권은 이미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보다 포털이나 SNS로 넘어간 지 오랩니다.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포털은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뉴스 배열 등 사실상 편집권을 행사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합니다. 포털이라는 매장에서 수많은 언론사들이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 뉴스로 경쟁하다 보니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도 생깁니다.
-
박재현의 한발 멀리서 구중궁궐에서 빨리 나와야 할 사람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에 시동을 걸었다. 권력의 구중궁궐에서 나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에 누가 반대하랴만, 섣부르고 성급한 ‘공간 이동’으로 생기는 안보 공백과 이전 비용 논란에 여론의 지지는 뜨겁지 않다. 결국 이전 배경에 풍수지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합리적 주장과 반론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중대사에 불통과 비(非)과학이 등장하는 모양새가 씁쓸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기술로 세계 곳곳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역시 풍수에 민감하다. SK그룹 서울 종로 서린빌딩 사옥은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의 명당으로 유명하다. 건물 네 기둥에 거북 발 모양의 상징이 있고, 청계천 쪽 정문 앞에는 거북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 돌, 후문 쪽엔 꼬리를 뜻하는 삼각 문양이 있다. 건물 전체를 거북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를 만든 것이다. 삼성 또한 창업주 이병철 회장 때부터 풍수와 밀접한 기업이었다. 2008년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이전한 서초동 사옥은 여러 계곡의 물이 고였다가 천천히 나가는 ‘취면수(聚面水)’ 형상으로서 돈이 모이는 자리라고 한다. 이전 당시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도 풍수 자문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