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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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비혼모 위해선, 보호출산제보단 텅 빈 지원체계 갖추는 게 우선” 비혼모의 영아살해 뉴스로 떠들썩하다. 정부가 출생 미등록 영·유아 전수조사에 나섰고, 내년 출생통보제 시행에 맞춰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선의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런 선의가 비혼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종종 간과된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를 지난달 20일 그가 법무사로 일하는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 대표는 “정부가 출생통보제에 이어 보호출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위기임신 여성을 위한 지원체계는 텅 비어 있다”면서 “오랜 민간 주도 입양산업으로 인해 비혼모가 ‘무책임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강화됐고 아동보호 정책은 공백 상태였다. 아이가 ‘뿌리를 알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엄마와 함께 자라려면 극단 처방인 보호출산제보다는 지원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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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호신용품 서울 신림역 주변에서 사상자 4명이 발생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 이후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22일 네이버쇼핑은 최다 검색어로 후추 스프레이, 호신용 삼단봉, 전기충격기 등이 올랐다고 집계했다.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2009년 강호순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때와 마찬가지다. 충격적인 강력범죄가 터지면 보통 자기방어 본능이 호신용품에 대한 궁금증과 수요로 나타난다. 과거와 달리, 이번 사건에선 여성·노약자가 아니라 건장한 체격의 20~30대 남성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남성들의 구매 문의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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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금쪽이 1990년대 학교 다닐 때 체벌은 일상이었다. 성적 나쁘면 복도에서 ‘오리걸음’ 하고 행실 나쁘면 ‘엎드려 빠따’를 맞았다. 이 광경에 충격받은 미국인 영어교사가 한국 교사와 대판 싸운 기억이 난다. 2020년대, 이제는 교사들이 학생에게 폭행당하고 학부모에게 시달린다. 지난 18일 발생한 2년차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도 교권 추락 영향으로 추정된다. 30년 새 극에서 극을 달린 이유가 뭘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10년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를 탓했다. “(학생이) 차별 금지와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며 조례를 고치겠다고 21일 말했다. 하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 운영의 묘를 찾아야지, 과거 회귀식으로 접근해선 답을 찾을 수 없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는 현행법을 고치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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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위기의 흑해곡물협정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의 연장을 17일(현지시간) 거부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쟁 와중에도 ‘세계의 빵바구니’ 우크라이나가 연간 3300만t의 곡물을 수출해온 바닷길이 막힌 것이다. 러시아는 약속과 달리 자국의 농산물 수출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네 번째인 연장에 어깃장을 놨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폭등한 국제 곡물가를 잡으려고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이 중재한 협정이 파기될 판이다. 당장 개발도상국이 걱정이다. “(흑해곡물협정은) 가장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79개국 3억4900만명에게 생명줄”이라고 국제구조위원회(IRC)는 본다. 지난 1년간 밀, 옥수수, 콩을 비롯한 곡물 수출량 절반이 개도국행이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소말리아를 비롯한 분쟁국에 지원해온 농산물 규모 2위가 우크라이나산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아프리카가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상황에서 곡물협정이 이대로 깨진다면 취약계층 수억명이 굶주림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적대로 “기아의 무기화”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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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교내 스마트폰 금지 네덜란드가 내년 1월부터 학교에서 휴대전화, 태블릿PC,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모바일기기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학교별 자율 시행이 미진할 경우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1위 브랜드였던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도 최근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 검토에 나섰다. 세계 최정상이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가 2006년 이후 줄곧 뒷걸음치자 나온 대책이다. 프랑스는 2018년, 중국은 2021년에 이미 교내 스마트폰을 퇴출했고 미국 학교도 77%가 사용을 규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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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프랑스의 이민자 시위 프랑스 이민인구는 전체의 10%로 독일(16%)보다 적고, 낮은 사회경제 지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민자 소요 사태는 독일보다 프랑스에서 빈번하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 ‘나엘’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10대들의 대규모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 확산되면서 2일까지 3000명 넘게 체포됐다. 1968년 프랑스 학생혁명 이후 최악의 사회혼란이던 2005년 폭동·시위를 떠올리게 된다. 그 당시에도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설, 높은 청년실업률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발화점은 경찰권 남용이었다. 파리 교외 방리유 지역에서 두 명의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경찰의 추격 단속을 피하려다 감전사하고, 시위 진압경찰이 모스크에까지 최루탄을 쏘자 수십년 묵은 불만은 폭동으로 터졌다. 연구에 따르면 1977~2002년 경찰에 의해 죽은 청년은 175명으로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지만, 단 한 명의 경찰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프리카계나 아랍계 남성이 경찰 불심검문을 5회 이상 받은 비율은 백인 남성의 9배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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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무(無)학과’ 대학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5명에 달하는 기술강국이지만 2000년대 이후 연구·개발(R&D) 실적이 추락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연구실적 점수는 3185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1만6753점)에 크게 못 미치는 5위에 그쳤다. 인구 대비 박사학위 취득자도 주요 7개국 중 6위로 한국(3위)보다 적다. 일본 내에서는 “ ‘인재입국’ 모델이 흔들리고 ‘저학력국’이 돼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버블경제의 붕괴 영향이라는 진단도 있지만 인문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문부과학성의 실패한 대학 구조개혁인 ‘도야마 플랜’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자 일본은 2004년부터 대학에 시장원리를 적용해 국공립 대학을 통폐합하고 경영성과에 따라 대학을 차등지원했다. 취업률을 비롯한 획일적 평가기준에 맞추느라 대학의 학문적 고유성이 흔들렸다. 2015년엔 ‘돈 안 되는’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가 논란이 됐다. 우치다는 “자유로운 연구가 이뤄질 수 없는 환경에서 혁신이 일어날 리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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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청소년 파고든 ‘펜타닐’ 청소년 10명 중 1명이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 것으로 22일 여성가족부 ‘2022년 청소년 매체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국내 청소년층에 펜타닐이 이미 상당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경우’가 94.9%에 달했다. 원칙대로라면 마약류 진통제는 의학적 근거 없이 10대에게 처방돼서는 안 되는 약이다. ‘다른 사람(성인)에게 얻어서’ 구매한 비율도 9.6%나 됐다. ‘좀비 마약’으로도 불리는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약효가 100배 강력하다. 원래는 암이나 수술 환자에게 쓰인다. 중추신경계 통증 전달을 억제해 쾌감을 유발하는데 잘못하면 인체의 엔도르핀 기능이 훼손된다. 단 1회 노출만으로도 중독성이 극심하다. 래퍼 윤병호는 펜타닐 중독 경험에 대해 “최악의 마약”이라며 “반송장이 된다. 철저하게 만들어놓은 지옥 같은 느낌이었다. 후유증 때문에 어금니 4개가 나갔다”고 말한 적 있다. 미국에서는 청년층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일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과다투약하면 호흡 정지로 숨진다. 미국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이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를 단속하라며 중국 정부와 ‘21세기판 아편전쟁’ 갈등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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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부산 돌려차기남과 정유정은 심신미약 아니다” 형사 정신감정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감경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판정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심신미약’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해진 상태를 뜻하고, ‘심신상실’은 그 같은 능력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5년간 일하며 230건 이상의 정신감정을 진행한 차승민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감정 제도의 목적은 오히려 죗값을 제대로 치르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의미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범죄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감정을 통해 범죄를 저지른 이가 치료를 받아 개선되고 재범하지 않도록 하는 게 결국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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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e북 해킹 책 빌려간 이는 곧잘 돌려주길 잊는다. 두어번 재촉하다 포기하기 일쑤다. ‘책을 빌려주는 것도, 빌린 책 돌려주는 것도 바보’라는 말도 있다. 책을 통한 지식 전파가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되고, 좋은 책일수록 필요한 이들이 많이 읽으면 좋다는 생각이 있어서 일 게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은 늘 책도둑에 시달렸다. 최초 기록은 페르시아인이 람세스 2세 도서관에서 파피루스를 훔친 일이다. 바르셀로나 ‘산 페드로 수도원 도서관’에는 옷자락에 숨겨 책을 빼돌리는 성직자들을 겨냥해 “지옥의 불길이 그를 영원히 삼키게 되리라”는 경고문이 걸려 있다. 19세기에는 중동 지역 도서관을 찾은 서방 학자들의 희귀본 도둑질이 성행했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책을 야금야금 찢어가는 이들을 막으려고 자료 이용 전후에 책 무게를 달기까지 했다고 한다. 유교 문화권은 서구보다도 책도둑에게 너그러운 편이다. 중국인들은 “책 훔치는 것은 아름다운 범죄”라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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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의 정원 전통적인 서양 정원은 주인공인 인간을 위해 자연을 복속시킨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한 정원이 대표적이다. 한눈에 파악되는 대칭적 파노라마 안에 기하학적 형태로 가공한 수목들을 규칙적으로 배치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 정원은 우주 질서를 따르고 재현하는 고도의 종합예술로서 자연과 사람이 주종관계를 이룬다. 자연에 대한 태도가 곧 정원의 형태가 된 것이다. 한국은 한발 더 나간다. 정원이 곧 자연이었다. 인위적인 기교는 최대한 절제하면서 연못이나 계곡을 중심으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조선 왕조의 창덕궁 후원조차 울창한 숲 사이로 물이 흐르는 원래의 지형지물에 인간이 겸손하게 깃든 형태다. 사대부들은 세속에서 더러워진 심성을 자연의 순리 안에서 회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한국의 정원에는 유독 ‘씻다’ ‘맑다’ 뜻의 단어가 많다. 대표적 한국 정원인 담양 ‘소쇄원’은 이름 뜻 자체가 ‘맑고 깨끗함’이다. <조선미술사>(1929)를 쓴 독일인 안드레 에카르트가 말한 한국의 ‘미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각’이 극대화되는 공간이 바로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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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름이 두려운 사람들 체온 유지는 인간의 생명권과 직결된다. 인체를 구성하는 정교한 단백질은 37도 안팎 정상체온에서만 기능한다. 35도 이하면 저체온증이다.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련과 환각,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을 겪다가 사망에 이른다. 40도 이상은 열사병이다. 열에 가장 취약한 부위인 뇌가 손상되면서 체온 조절 기능이 정지되고 열을 몸 밖으로 배출하지 못한다. 치사율이 90%에 이르는데 생존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되거나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기후위기, 특히 폭염은 체온 조절을 어렵게 한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3개월간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3만5000명 넘게 숨졌다. 올해 스페인 폭염은 “4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빈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열대몬순 기후인 태국의 일부 지역은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체감온도가 50도를 넘어섰다.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기록적인 지구촌 폭염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