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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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몸의 한계 넘어서는 발레의 기쁨 …나만의 춤 만들 경험이 중요” 성공 못할 줄 알면서도 하는 도전이 있다. 과정에서 얻는 기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성인 발레가 그렇다. 몇년을 연습해도 풀업, 턴아웃, 포엥 같은 기초동작조차 제대로 해내기 쉽지 않은데 취미발레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최대 발레 커뮤니티 ‘레오타드를 입는 사람들’ 회원은 1만5000명에 달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출신으로, 2000년대 국내 성인발레를 개척하고 ‘김현우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김현우 단장을 지난 9일 서울 신촌 발레조아학원에서 만났다. 김 단장은 “내 몸의 한계를 조금씩 극복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면서 “자기만의 춤을 만드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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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갈매기 호텔 ‘갈매기 호텔’이 지난 3월 잉글랜드의 작은 항구도시인 로위스토프트에 문을 열었다. 3개 동에 430쌍이 머물 수 있다. 주 고객은 발이 검고 작은 세가락갈매기다. 한국에도 겨울 철새로 들르는데, 1970년대 이후 기후위기와 먹잇감 감소로 개체군이 40%나 줄어들어 2017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 등급으로 올라있다. 호텔은 이곳 해상에 풍력발전 설비를 지으려는 민간전력사들이 지었다. 절벽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세가락갈매기의 서식이 교란될 것에 대비했다고 한다. 호텔이라지만 사실상 이재민 시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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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헤이그 아동입양 협약 고백건대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 성공한 해외입양인 기사를 작성하며 문제의식이 없었다. 선진국이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뿌리가 잘린 아이가 인종도 문화도 다 이질적인 땅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 헤아리지 못했다. 해외입양 신화는 ‘한민족’과 ‘정상가족’에 집착한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편리한 허구였다.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GI 베이비(미군과 한국인 사이 혼혈아)를 미국에 많이 보내는 게 최고의 복지사업”이라고 했을 정도다. 1960~1970년대에는 혼외출산이나 빈곤가정의 아이들을 내보냈고, 1990년대 민주화 이후에는 비혼모가 낳은 아이들이 대상이었다. 이렇게 70년간 20만명의 아이들이 1인당 수천달러 수수료에 ‘수출’됐다. 1984~1988년엔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1% 이상이 국제선 여객기에 실렸다고 한다. 국가는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외면했고, 입양은 산업화됐다. 민간기관들이 수수료를 챙기려 부모 있는 아이도 고아로 서류조작했다는 혐의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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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예능의 윤리 나만 옳다고 고집하면 반발을 산다. 상대방의 생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도덕적으로 ‘멸균된 세상’을 지향하면 자칫 다양성과 창의성을 잃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문화콘텐츠의 옳고 그름에 대해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하나의 원칙만은 지켜져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도구화하는 콘텐츠는 용납돼선 안 된다.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이 논란이다. ‘섹드립’(야한 농담)의 달인 신동엽과 통역을 맡은 가수 성시경이 ‘성(性)진국’ 일본 AV(성인영화) 배우들을 인터뷰하고, 직접 성인용품점을 둘러보는 ‘19금’ 콘텐츠다. 문제는 성 산업을 오락적 관점에서만 다룬다는 점이다. 일본 AV산업은 사회 경험 없는 20대 전후 여성들에게 ‘연예인이 될 수 있다’며 사기 계약한 뒤 출연을 강제하는 인권침해 문제가 10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해 ‘AV 출연피해방지 구제법’이 제정됐을 정도로 성 착취가 심각하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성+인물>은 여배우들의 직업 선택이 자발적이었다고 강조한다. 가혹한 성행위를 강요받고 고통받아도 연기의 일부로 여기고 소비되는 문제도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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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낚시 면허 아버지는 요즘도 봄이 오고, 가을 지날 때 낚싯대를 메고 조용한 물가를 찾아 낚싯줄을 드리우신다. 운수 좋은 날엔 별미 붕어찜이 밥상에 올랐다. 빈손인 날도 괜찮았다.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과 교감하는 데 낚시만 한 취미가 없는 듯했다. 낚시예능 <도시어부> 인기에 바다로 출조하는 인구도 크게 늘며 낚시 인구가 이제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강태공이 이렇게 많아도 낚시가 지속 가능할까. 3200만 등산 인구를 위해 등산로 관리와 입산 규제를 하는 것처럼, 낚시에 면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낚시 면허제도’는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한 경우에만 낚시를 허용하는 것으로 미국·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민물 및 바다 낚시 면허는 연간 각각 30달러(약 4만원) 수준이다. 무면허로 낚시하다 걸리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독일은 낚시 자격 시험까지 봐야 한다. 낚시인들이 낸 수수료는 낚시 환경을 개선하고 어족 자원을 보호하는 데 쓰인다. 낚시산업 육성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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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원전제로’ 독일 독일은 ‘원전 후발주자’다. 1957년 서독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만 동참하겠다는 ‘괴팅겐 선언’을 하면서 독일 내 원전건설의 시동이 걸렸다. ‘오일쇼크’가 있던 1973년에는 1차 에너지 계획을 통해 원자력 비중을 14%까지 높이고 원전 40기를 짓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975년 주민들이 뷜 원전 건설 예정부지를 점거하자 대규모 경찰 병력이 물대포를 쏘며 폭력 진압한 사건을 계기로 반대운동이 본격화됐다. 반민주적 원전 정책에 반발하며 전국에서 모인 시민 2만8000명이 9개월간 점거 시위를 벌이며 연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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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직지의 ‘타향살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인 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이 1377년 인쇄된 곳은 충북 청주 흥덕사다. 제작 비용을 전담한 이는 ‘묘덕’이라는 법명의 비구니로 전해진다. 왕실이나 문벌귀족 출신으로 추정되는 그는 이듬해 여주 취암사의 직지 목판본 간행 비용도 시주했다. 역대 부처와 조사의 가르침을 모은 직지의 원작자는 고려 말 승려인 ‘백운화상’ 경한이다. 54세의 늦은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가 불교를 배운 그는 다양한 수행법을 포용하며 무심(無心)한 경지에 오르는 것을 강조했다. 공민왕이 왕비 노국 공주를 기리려 창건한 흥성사 주지를 지낸 그는 ‘이르는 곳이 모두 돌아갈 길이요, 만나는 곳이 모두 고향’이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입적했다. 이후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스승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려 금속판본 작업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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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학폭의 최대 문제는 학부모…교사에게 더 많은 권한 줘야” 학교폭력은 학교라는 공간, 학생이라는 시기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는 어른이 돼도 몸과 마음의 후유증을 겪는다. 가해자의 반사회적 성향은 가정과 직장에서도 이어진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방 안의 코끼리’처럼 모두가 알지만 여러 차례의 정부 대책으로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학교폭력 예방 전문가인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난 4일 세종시에서 만났다. 성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학교폭력 문제의 중심에는 자녀의 인성과 가치관 그리고 사회성에 큰 영향을 주는 학부모가 있다”며 “이들이 특권의식으로 아이들의 따돌림 문화를 조장하고, 해결 가능한 학폭 문제도 변호사를 동원해 사안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폭 문제에 있어 담임교사 역량 강화와 함께 더 많은 권한 부여가 필요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전문가 비율을 올려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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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청부살인 영화 <길복순>의 배경은 청부살인 대기업 ‘MK엔터’이다. “살인 한 번이면 참을 인(忍) 세 번을 면한다”고 회사 대표는 말한다. 킬러들은 기존 <레옹> <존 윅>을 비롯한 대중문화 상품에서처럼 미화된다. 그러나 돈과 살인이 교환되는 위험천만한 실제 현실은 비루할 뿐이다. 청부살인 의뢰인들은 상대방만 세상에서 없어지면 문제도 사라질 것으로 여긴다. 1996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대낮에 주부가 피살된 사건은 50억원의 위자료를 놓고 이혼소송 중이던 재력가 남편이 국제 갱단에 사주한 경우였다. 2002년 한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이 망상에 빠져 무고한 사돈 조카 이화여대생을 공기총으로 살인토록 교사한 사실은 피해자 유족의 끈질긴 조사 끝에야 뒤늦게 드러났다. 2014년에는 금품수수 사실이 폭로될 것을 우려한 현직 서울시의원이 재력가의 살인을 교사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18년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70대 노인 강도피살 사건은 돈문제로 남편과 다툰 부인이 지인에게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사귄 여자친구를 “집착이 심하다”며 청부살인한 남성이 술자리에서 떠벌려 붙잡힌 경우도 있다. 대다수의 청부살인은 갈등 해결 능력이 턱없이 미숙한 이들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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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노옥희·천창수 ‘부부 교육감’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별세한 노옥희 전 울산시교육감의 남편인 천창수 후보가 5일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61.94% 득표율로 당선했다. 사상 첫 부부 교육감이다. 조용한 외조자였던 그는 아내가 못다 이룬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개혁을 이어가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유권자는 이에 압도적 지지율로 답했다. 노동운동가이자 교사 출신인 천 당선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978년 유신체제를 비판하다 고문·수감된 이력 때문에 1982년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이후에도 교직 발령을 받지 못했다. 이에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이듬해 울산 현대중전기에 취업했다. 1984년 대형 산재를 당한 제자의 사건을 조사하던 현대공고 교사 노옥희를 만나 도움을 주면서 가까워졌다. 1989년 결혼 일주일 전에는 사측의 노조탄압 테러로 심한 허리부상을 입어 고생했고, 부부 모두 해직자였던 신혼 때에는 신문배달을 함께 하며 생계를 겨우 유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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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광주가 품어준 전두환 손자 혈육의 끔찍한 과거 범죄를 직면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유태인 학살을 주동한 나치 게슈타포의 수장 하인리히 힘러의 딸 구드룬은 일생을 ‘나치즘의 공주’로 살았다. 그는 자신을 끔찍이 사랑했던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역사를 외면했다. 반면 나치 치하 폴란드 총독으로 강제수용소를 운용했던 한스 프랑크의 아들 니클라스는 언론인으로서 부친의 과거 행적을 파헤쳤고, “아버지는 권력에 눈이 먼 기회주의자였다”고 책으로 기록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3남1녀는 역사에 눈감은 쪽이다. 전씨가 2017년 회고록에서 ‘북한군 개입설’ 음모론까지 빌려 자신의 학살을 정당화했을 때도, 2021년 사죄 없이 사망한 이후에도 침묵했다. 막대한 비자금과 ‘광주 폭동’이란 왜곡된 역사인식을 대물림한 일가의 침묵을 깬 것은 차남 재용씨의 아들 우원씨였다. 신앙을 통해 각성했다는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할아버지는 학살자”이고, “나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라고 선언했다. 지난 28일 미국에서 입국한 그는 스스로 공개한 대로 마약 혐의 피의자로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다. 그러곤 바로 “5·18 유가족과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고 했고, 귀국 전 약속대로 3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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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외국인 가사도우미 1960년대 서울에서는 두 집에 한 집꼴로 ‘식모’를 두었다. 건축업자들은 집을 지을 때 주방 옆에 식모가 기거하는 조그만 방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가난한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어린 여성들은 낮은 보수에 손빨래를 하며 삼시세끼를 차렸다.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처럼 돌봄노동도 했다. 24시간 호출 대기 상태로 제대로 자지도 쉬지도 못했다. 계를 들어준다는 미명하에 임금을 떼이는 건 다반사였고, <영자의 전성시대>처럼 성폭력 피해를 입고 쫓겨나기도 했다. 식모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공업이 발전하면서다. 식모로 일하던 여성들이 대거 공장으로 옮겨갔다. 부엌 구조가 개선되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대중화하며 ‘시간제 가사근로자’로 고용 형태가 바뀌고 처우가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