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
최신기사
-
김흥규의 외교만사 외교안보 정책 결정, 민주화가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향을 보여준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주요 정책들과 단절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방안, 부동산 문제, 노동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들과 일관성을 가지는 분야가 있다. 우적(友敵), 즉 ‘우리’와 ‘너희’를 확연하게 구분하면서 ‘너희’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아마 노무현 정부 이후 강화된 이 전통이 지속된다면, 정권이 바뀌면 그 ‘우리’도 확연히 배제될 것이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격변의 국제정치, 자강이 그 답이다 새해 벽두부터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적 도전은 설상가상이다. 우선, 남북한 간 대립의 파고가 심상찮다. 북한과 한국은 모두 국제정치에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대칭적 대응방식(tit-for-tat)을 넘어서서 위기를 격상시키는 전략을 채택한 듯하다. 북한은 이미 2022년 9월8일 핵무력 정책법령의 채택을 선포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의지는 불가역적이라 선언했다.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을 대폭 강화시켰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고, 주한미군을 방어 불능의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은 거의 도발의 자유재량권을 확보한 듯하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겸허함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 미국과 중국에서 변곡점이 될 수도 있었던 정치 일정이 일단 일단락되었다. 중국에서는 제20차 공산당 대회가 개최되었고,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있었다. 모두 일반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난 결과들이 나왔다. 시진핑의 3연임은 일반적으로 예측하였으나, 이토록 권력을 집중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하원에서 겨우 승리하였고, 상원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주도하게 되었다. 국제정치로 가면 그 예측은 더더욱 어려운 영역이 된다. 국내정치 변수는 물론이고,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 변수는 더 많아져 전문가의 분석이나 예측은 종종 빗나간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이 2019년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듯이 국제정치의 대이론이나 이론가들은 실제 상황을 이해하는 분석틀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제안이나 예측들이 실제와는 괴리가 큰 이유이다. 특히 소련과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중국의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생, 미·중 전략경쟁이 이처럼 극적으로 심화될 것인지와 같은 대사건들은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시진핑 3기 체제의 등장과 한국의 선택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중국발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시진핑 집권체제가 성립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측 못했을 것 같다. 중국 핵심 지도부는 리창, 차이치, 왕후닝과 같이 시진핑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기준으로 채워졌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이 향후 보다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중국만의 방식으로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언명이나, 군사력의 지속적인 강화, 대만에 대해 비평화적 방식의 통일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여전히 중용된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의 이상이 원(元)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영감을 안겨주고 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태평성대가 저물어가는 시대의 외교전략 태평성대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관점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시대였다. 이념적으로 자유와 민주는 보편적인 가치로 고양되었고, 외교안보적으로는 동맹 체제로,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세계화로, 그리고 경제 발전과 분쟁은 세계은행·IMF·WTO 등의 기구들을 통해 관리하였다. 강대국 간의 전쟁 없이 이념적 적수였던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냈고, 소련과 사회주의권은 붕괴되었다. 전통적으로 강대국들이 자신의 세력권을 주장하면서 상호 치열하게 싸웠던 지정학 국제정치는 부차적인 사안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의 자유주의적인 패권질서하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는 급속히 발전하는 경제의 혜택을 보았고, 한국은 이 가운데에서도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차례로 이룬 가장 성공적인 나라였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한·중 수교 30년…보완적인 어제, 불분명한 내일 8월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지난 10일 개최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서른이 되면 어떤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된다)이라는 성어를 인용해 한·중관계 30년을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한·중관계는 극도로 불확실하며 불안정하다.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30년은 냉전시대 30년처럼 다시 적성관계로 전환할지, 우호적인 관계로 재설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수교 30년의 역사는 거의 양자 관계의 기적이라 부를 수 있다. 1992년 64억달러이던 대중 교역은 2021년 3000억달러가 넘어 47배로 급성장했다. 2021년 중국은 한국의 1위 교역대상국(24%)이다. 한국은 중국의 세 번째 주요 교역대상국이다. 중국은 한·중 수교를 톈안먼(天安門) 사태(1989년)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사회주의권 붕괴의 위기에서 탈피하고, 한국과 경제적 상호 보완관계를 맺으면서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기틀로 삼았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플랜B가 필요하다…공감외교를 추진하라 지난 한 달 국제정치에서 큰 획을 그을 만한 두 가지 사안이 발생했다. 하나는 나토 정상회의의 개최이고 다른 하나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암살이다. 이 두 사안은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미국 중심의 탈냉전 국제질서 종언 과정에서 큰 전환점이 되리라는 데에 맥락이 닿아 있다. 지난 6월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우선 러시아를 명백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였다. 중국은 유럽-아틀란틱 안보에 대한 체제적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명시하였다. 이번 회의는 나토가 그간 주 위협의 대상으로 간주하던 러시아, 미국이 주요 도전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여 미-나토 간 공동의 대응책을 강구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관철시켰다. 동시에 유럽이 중심이던 나토의 영역을 확장하여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안보 공간을 결합하려는 명백한 노력이 있었다.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맹방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동시에 초대되었다. 이 회의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냉전적 대립을 공식화한 분기점으로 역사는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직면한 도전들 2022년은 과거 어느 시기 못지않게 많은 변화와 외교·안보적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북한은 기존의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하던 태도를 바꿔 이미 수차례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였다. 핵실험마저 조만간 실행할 기세이다. 북한은 한·미의 현재 및 가까운 미래 방어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역량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미국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유사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주저하게 할 역량도 갖추었다. 한국에서는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현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기존의 맹목적인 대북 평화추구 전략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명백한 반발이다. 금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간 미·중 전략경쟁에 온통 집중되었던 국제정치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는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미·서 유럽과 러시아 간의 대립도 존재한다는 점을 재인식하였다. 전문가들조차도 대체로 당연시한 러·중 동맹과 쿼드가 실제로는 보다 복잡한 국제정치적 셈법에 의해 작용한다는 것도 드러났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 그 빈 공간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실현’이라는 외교·안보 정책 비전을 제시하면서 5월10일 출범한다. 그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 시기 외교·안보 정책의 부정에 가깝다. 북한과의 평화와 협력보다는 비핵화와 억제에 더 방점이 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는 기존 대북 군사동맹을 넘어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협력해 나가는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대폭 강화하려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친중이라 종종 비난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하고, 상호 호혜성에 입각해 상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인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와 한반도 평화·번영 구상은 사실상 버려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쏠린 그간의 비판을 생각하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국민공감대 기반한 외교안보정책 추진하라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을 가늠할 인수위가 출범했다. 인수위 인적 구성, 윤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 과거 정권들의 관행으로 보면, 일단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전면 부정(Anything but Moon)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외교안보2.0 버전이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비판이 벌써 개진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사드 관련 발언, 선제타격, 한·미동맹에 대한 언어구조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는 기존의 윤 캠프를 대표한다고 믿어지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나 표면에 드러난 다른 전문가들의 언어와도 사뭇 결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인식구조와 언어가 그대로 배여 있어, 윤 당선인 이면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과거의 국제정치 인식과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직면한 새로운 국제정치 대변환의 시대와 초불확실성에 과연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선한 의도와 이상적인 가치 추구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운 가장 뼈아픈 교훈이다. 국제정치는 종종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방향은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와 또 다른 유사 결과를 벌써 배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심상치 않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국론을 결집하고 플랜 B를 모색하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제 러시아의 군사행동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던 주요 변수가 사라졌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긴장과 군사적 대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미국이 주도하였던 자유주의 패권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는 이제 크게 세 개의 서로 다른 국제질서 패러다임이 상호 충돌하면서 각축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분법적 진영관에 입각해 있다. 그 전략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단일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트럼프 말기 냉전적 세계관을 계승하면서 민주주의 세력 대 권위주의 세력의 진영 간 경쟁을 추진하였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화하여, 중국-러시아-북한-이란-시리아로 이어지는 권위주의의 축에 맞설 것을 설득한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외교안보, 정책 대결로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추구해온 종전선언을 거부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 즉 북한과의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은 어느 정부보다 강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전환이 필요할 때, 전환하지 못하고 집착했다. 외교에 생사존망이 걸릴 수도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시했다.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