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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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쟁(爭)보다 화(和)를 추구하는 외교를! 2025년 트럼프 집권 후 발생한 미국의 대내외적 정책 변화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근본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는 삼권분립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공식을 흔들었다. 행정권력은 강화되고 권력은 트럼프에 집중됐다. 자유주의의 주요 기제인 제도는 약화됐다. 노골적인 미국 중심·일방주의적인 형태로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를 대외관계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외교 분야에서는 이념과 가치를 탈각시키고 거래주의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 그 파장은 엄청나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APEC이 드러낸 미·중관계와 한국 외교의 보수화 APEC은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삼중 전환’ 국면에서 진행되었다. 첫째,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패권 체제에서 미·중 양극 체제 혹은 다극 체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패권안정이론이 예측하는 ‘공공재 공급 감소’와 국제 리더십 부재가 현실화되고 있다. 둘째, 자유무역과 상호의존 체제에서 ‘무기화된 상호의존’으로 전환됐다. 코헤인·나이의 복합상호의존론이 가정했던 평화적 효과는 사라지고, 경제적 연계가 오히려 강압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강대국들의 경제보복은 일상화되고 있다.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가 붕괴 직전이다. 셋째, AI, 반도체,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새로운 패권경쟁의 축으로 등장했다. 바이든 시기 “작은 영역, 높은 울타리” 전략으로 정의했던 미국의 선택적 디커플링은 트럼프 2기 들어 전면적·제도적 기술 블록화로 확대되고 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APEC 정치와 진퇴양난의 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약 1주일 후 한국 경주에서 개최된다. 이 협의체는 1989년 호주에서 장관급으로 시작해 1993년 미국 회의를 기점으로 정상급 회의로 발돋움한 아시아·태평양 연안 지역의 최대 경제협의체다. 이번 회의가 특별히 의의를 지니는 것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 점차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와 시진핑이 동시에 참석하는 첫 다자회의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이 회의를 통해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의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실용외교의 좌표를 찾아서 이재명표 실용외교가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 300여명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불법적인 체류와 직업 행위의 명목으로 체포됐다.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이 생생하게 중계됐다. 새로운 한·미관계의 한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듯해, 많은 국민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이 주도한 2차 세계대전 전승 8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면서까지 미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미 정상회담은 대체로 성공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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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트럼프가 바꾼 세계 트럼프의 미국은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됐다.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세계 어디를 가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은 구질서 파괴와 새 질서의 문법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 국력의 3대 요소인 군사력, 경제력, 소프트파워에 시장 규모라는 새로운 국력의 요소를 제시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접근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들에 관세라는 수단을 통해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대부분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전례 없는 요구에 반발하면서도 일견 순응하는 듯하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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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이재명표 실용주의 외교와 도전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엄청난 국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 위기는, 기존의 적성국이나 경쟁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생존의 근간이라 생각했던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증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 현실주의 해법인 우적(友敵) 관계와 동맹 여부가 기준이 아니다. 미국은 안보우산 철회와 막대한 소비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무기로 세계 모든 국가에 미국에 봉사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추진해온 동맹국들에 더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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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대외정책 제언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간 수많은 좌절과 분노, 고뇌의 시간들이 있었다. 다행이다. 그는 일성으로 승리의 공을 국민들에게 돌렸고,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국민통합을 달성할 것이라 재차 강조했다. 지난 6개월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포함해 터무니없는 상황들이 전개됐다. 그나마 잘 정리됐다. 다만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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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외정책을 찾아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은 시대착오적이었던 대외정책을 전환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한 가치외교는 설 자리를 잃었다. 가치외교는 미국 바이든 정부 초기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라는 대외전략을 답습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중기에는 미국조차도 이를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고집스레 이에 집착했다. 실패한 계엄이 아니었다면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었을 것이다. 최근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의 방미 외교활동은 시대역행적이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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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야만의 시대 우리는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가? 야만의 시대란 질서와 규범의 부재 상태를 의미하고, 상시적인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행위자들은 도덕적·규범적 제약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이 최우선이며, 이를 정당화하는 세상이다. 인류의 역사는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국제정치 역시 예측 가능하고 안정성 있는 질서를 추구해왔다. 이를 진보라 명명한다. 역사의 기록마저 거의 없는 중국 주나라가, 공자마저 자주 인용하고, 오늘날 중국의 형성에 막대한 역할을 한 것은 종법 질서를 통해 자연과 인간, 통치자와 피치자의 관계를 정리한 덕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오늘날 소프트 파워를 주도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의 법가가 융성한 것은 법과 규범의 설정을 통해 당시 무질서한 국내사회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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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격변의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기존 국제정치 구조와 관념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19세기 말 약육강식에 입각한 강대국 국제정치는 제국주의적인 팽창과 충돌을 겪으면서 세계적인 규모의 1차·2차 대전으로 귀결된 바 있다. 전승국들은 이 참화의 재연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 질서를 수립하고, 영토와 주권의 존중을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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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망국에 이르는 길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시도는 실패했지만 친위 쿠데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은 건국 이래 성공적인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과정을 밟으면서 서구권에 비견하는 국가역량을 갖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K팝, K문화, K푸드, K드라마·영화 등이 연달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소프트 파워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게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무역역량, 군사력을 고려하면 단군 이래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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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절벽 위에 선 대한민국 오호통재라!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 시도는 그가 추구한 “글로벌 중추구상”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한 당당한 외교안보 정책을 내세웠다. 윤 정부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바이든 초기의 국제정치 인식을 세계에서 가장 전폭적으로 수용하였다. 중국과 대등하고 당당한 외교를 펼치겠다고 하면서, 중국이 핵심이익이라 주장하는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를 수시로 언급해 중국을 자극하였다. 유엔 헌장에 반하여 영토를 불법적으로 침략한 러시아와의 대립도 주저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본인도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자유진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였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외교적 갈등 중이던 역사 사안들에 대해서는 백기를 들었다. 북한에 대해서는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을 표방하면서 갈등을 노골화하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였고 평양에까지 드론을 날려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윤석열 외교에 호평이 이어졌고, 대신 러시아, 북한, 중국과의 관계는 거의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