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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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8) 예수정 “나에게 ‘연기’란 광활한 삶의 학원이죠” 인터뷰할 때 배우 예수정씨(67)에게서 외견상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표정이다. 그러한 표정의 8할은 그의 눈빛이 발산한다. 형형함에 희로애락이 교차하며 담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깊이 몰입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로 그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클로즈업하던 사진기자가 “눈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감정표현에 감정이입돼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화장기 하나 없는 민얼굴에 염색하지 않은 백발. 그는 “어느 순간부터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보면 주름살과 흰머리가 편안하게 느껴져 평소 스킨과 에센스만 바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듦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시간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오히려 그에게선 생동감이, 성찰적 삶을 살아온 이의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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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7) 은희경 “소설 속 인물은 또 다른 나…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 많죠” 소설가 은희경씨(63)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이 최근 100쇄를 찍었다. 1995년 1쇄를 찍었으니 27년 만에 이룬 영예다. <새의 선물>은 화자(話者)인 열두 살의 조숙한 소녀 진희의 시선을 통해 가족과 이웃,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아낸 성장 소설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새 작품을 발표해온 은 작가는 사람 간 관계의 상투성과 그로 인한 진정한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했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냉소를 경쾌한 농담과 시니컬한 문체로 담아냈다. 지난 7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북카페에서 은희경 작가를 만났다. 머리카락을 와인색으로 물들인 모습이었다. 그는 “작가 하면 연상되는 특정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선택한 색상”이라고 말했다. “한때는 붉은색으로 염색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안주하거나 고여 있는 삶 또는 사고를 거부하고 귀를 한껏 연 채 세상의 부조리에 의문부호를 표해온 작가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순세 살의 은희경은 27년 전 서른여섯 살 은희경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하는 질문을 품은 채 그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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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6) 정훈희 “‘안개’는 상복 많은 노래…딴따라로 태어나 행복해요”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관객들의 호평 속에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여러차례 밝혔듯이 이 영화의 모티브는 고(故) 이봉조 작곡가가 만들고 가수 정훈희씨(71)가 부른 노래 ‘안개’다. 영화는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박해일 분)가 변사자의 아내(탕웨이 분)에게 미묘한 감정의 떨림을 느끼며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는 서스펜스 멜로물이다. 전반부는 산, 후반부는 바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노래 ‘안개’는 1967년 열여섯 살 정훈희씨 버전과 70대의 정훈희·송창식(75)씨 듀엣 버전이 영화 중반과 엔딩 크레딧 자막이 올라갈 때 각각 배치돼 있다. 정훈희씨의 데뷔곡으로 1967년 발표된 이 곡은 같은해 개봉한 김수용 감독 연출, 신성일·윤정희 주연 영화 <안개>의 테마곡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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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5) 황보름 작가 “2쇄도 생각 못 해···그냥 마음에 편안함 주고 싶었죠” 무명의 작가가 쓴 첫 소설이 5개월여 만에 13쇄를 찍었다. 1월 17일 초판 3000부가 금세 동나더니 2쇄 5000부도 빠른 속도로 판매됐다. 3쇄부터 1만부씩 찍었고, 6월 28일 13쇄가 나왔다. 지금까지 11만부가 팔려나갔다. 유명 출판사도 아니고 1인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다. 순전히 독자의 입소문으로만 이룬 성과다. 황보름 작가(42)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이야기다. 황 작가는 이 소설을 2019년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먼저 연재한 후 전자책 구독서비스 ‘밀리의서재’를 통해 공개했다. 이후 독자들의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출간해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주 독자는 30~40대 여성들. “위로를 받는다”, “따뜻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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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남편, 내겐 더 혹독한 주문…들이받기도 했지만 오기로 내공 키워” 세상에는 네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남자, 여자, 성소수자, 예술가. 예술가는 철저하게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다. 이 때문에 예술가에게 공동체 안에서의 역할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연극 연출가 손진책(75)과 배우 김성녀(72). 이 두 예술가는 지난 47년간 부부이면서 동지로 살아왔다. 한솥밥 먹는 부부면 바깥에서라도 떨어져 지내고 싶을 터인데, 이들의 작품 절반은 남편이 연출하고 아내가 출연했다. 연극밖에 모르는 남편을 위해 생계를 책임진 아내의 희생이 컸다. 결과적으로는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평생의 버팀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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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유세 중 혼쭐나며 울컥…‘민주당 양심 좀 있어야’ 지지자 말 뼈아파” 승자가 아니다. 박빙도 아니었다. 일찍이 예견됐던 패배.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주목했다. ‘보수의 심장’ 경북에서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달고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임미애씨(56) 이야기다. 터무니없는 도전만은 아니었다. 그는 의성군의원 두 번에 4년간 경북도의원을 지낸 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역주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득표율 22.04%로, 77.95%를 얻은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다. 그의 행보가 관심을 끈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이른바 ‘86세대’다. 민주화운동이 절정이던 19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86세대가 거대담론을 앞세우며 중앙 정치에 나선 것과 달리, 그는 농촌으로 내려가 ‘풀뿌리 정치’를 실천해왔다. 임씨는 1992년 같은 길을 걷던 남편을 따라 경북 의성 농촌으로 들어갔다. 마늘과 고추 농사를 짓고 사과·자두 등을 재배해 도회지에 내다 팔았다. 2004년부터는 소를 키웠다. 민주당이 경북도지사 후보로 임씨를 공천한다고 발표하자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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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3) 최병성 목사 “지구 돌보는 일, 하나님이 주신 소명” 그에게는 ‘불독’, ‘1인 군대’, ‘꼬마다윗’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한번 물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불독’이고, 혼자 싸우지만 군대보다 화력이 더 세다고 해서 ‘1인 군대’다. ‘꼬마다윗’은 정부나 기업, 대형 로펌을 상대로 싸우는 그가 거인 골리앗을 이기는 소년 다윗과 같다 해서 붙여졌다. 성직자이지만 환경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최병성 목사(59) 이야기다. 그는 지난 23년간 사비를 털어 우리 산과 바다, 강의 푸르름을 지키기 위해 힘써 왔다. 환경부가 보호 습지로 지정한 데 이어 세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강원도 영월 서강 인근에 쓰레기매립장이 건설되는 것을 막아냈고, 쓰레기시멘트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속적 문제 제기와 함께 새만금 녹조 실태를 공개했으며 일본산 쓰레기와 산림청의 벌목 문제점을 집중 고발함으로써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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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2) 최재천 교수 “현 교육시스템 깨부수고 학생들에게 자유를” 사회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행동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68)가 최근 <최재천의 공부>(김영사)를 펴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교육개혁을 해야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주장을 담은 책이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가 묻고 최재천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 책에서 최 교수는 ‘국영수’로 대표되는 입시공부를 과감히 깨부수자고 말한다. 고교 때까지는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자는, 가히 ‘혁명적’인 주장을 펼친다.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란다. 그는 토론교육과 환경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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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1) “맨몸으로 숨 참으며…고래와 친해져야 촬영 가능하죠” “푸~~~욱하고 힘차게 내뿜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혹등고래 한마리가 물 위로 솟구친다. 나는 반사적으로 재빠르게 카메라를 잡아들었다. 그러곤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생각했던 대로 어미는 작은 새끼를 데리고 서서히 유영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나의 가슴은 두려워서인가 너무 좋아서인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혹등고래는 어린 새끼와 같이 있을 때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고래와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것을 알고 옆으로 길을 터주며 고래의 좌측으로 바짝 붙였다.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어미와 새끼는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진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다.”(사진작가 장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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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미술품, 이번 기회에 싹 정리해야” ‘청와대가 소장했던 미술품들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지만 청와대 소장 미술품은 여전히 종로구 청와대에 남아 있는 것으로 5월 12일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미술품의 용산청사 이전이나 관리 문제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새 청사로 미술품들을 옮겨오지 않더라도 앞으로 들어올 미술품들을 고려해 용산청사 내에 수장고는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청와대 총무비서관실·대통령경호처에 확인한 결과 청와대 소장 미술품은 모두 700여점(대통령비서실 606점·대통령경호처 135점)에 달한다. 이중 190여점만 정부 공식 관리 미술품으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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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연출가론 행복했지만 개인으론 소진…이젠 특정인 위해 일하지 않겠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49)은 10일 0시를 기해 공식 막을 내린 문재인 청와대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 5년 내내 국내외 각종 행사를 ‘기발’하고 ‘세련’되게 기획하고 연출하며 문 전 대통령을 빛냈다. 여당은 갈채를 보내고, 야당은 질투했다. 오래전(2007년) 출간된 책에 담긴 여성비하 논란에도, 야당과 여성단체의 끈질긴 압박에도, 문 전 대통령이 그를 끝내 놓아주지 않은 이유다. 2017년 5월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으로 청와대 업무를 시작한 그는 2019년 1월 사표가 수리돼 잠시 문 전 대통령 곁을 떠나 있었을 뿐, 24일 만에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2020년 5월에는 행사기획비서관 겸 의전비서관(1급)으로 승진해 같은 일을 해왔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그를 가리켜 ‘문재인의 남자’라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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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0) “제 옷 입은 배우가 무대서 빛날 때 가장 행복하죠” 공연에서 의상은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결정적 요소다. 대본 속 인물과 연기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배우를 극중 인물로 현실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연에 따라 수십~수백벌의 의상을 제작해야 한다. 안현주씨(50·쇼크레도 대표)는 국내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의상 감독 겸 디자이너다. 21년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헤드윅> 등 명작 뮤지컬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의 의상을 만들고 총괄해왔다. 디자인부터 시작하는 작품도 있고, 디자인을 제외한 제작부터 맡은 경우도 있다. 발군의 실력으로 그에게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2~3개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도 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