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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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8일 경향신문사 인터뷰실에서 청와대에서 보낸 5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탁 전 비서관은 “연출가나 기획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의 끝까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특정 정파나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8일 경향신문사 인터뷰실에서 청와대에서 보낸 5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탁 전 비서관은 “연출가나 기획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의 끝까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특정 정파나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49)은 10일 0시를 기해 공식 막을 내린 문재인 청와대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 5년 내내 국내외 각종 행사를 ‘기발’하고 ‘세련’되게 기획하고 연출하며 문 전 대통령을 빛냈다. 여당은 갈채를 보내고, 야당은 질투했다. 오래전(2007년) 출간된 책에 담긴 여성비하 논란에도, 야당과 여성단체의 끈질긴 압박에도, 문 전 대통령이 그를 끝내 놓아주지 않은 이유다. 2017년 5월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으로 청와대 업무를 시작한 그는 2019년 1월 사표가 수리돼 잠시 문 전 대통령 곁을 떠나 있었을 뿐, 24일 만에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2020년 5월에는 행사기획비서관 겸 의전비서관(1급)으로 승진해 같은 일을 해왔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그를 가리켜 ‘문재인의 남자’라 칭했다.

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9일 오후 6시에 청와대를 나왔다)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2019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문 전 대통령과 그가 임기를 마치기 전 진행된 인터뷰여서, 대화 중 호칭은 해당 시점에 따라 작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마지막 퇴근길을 마중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많은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마지막 퇴근길을 마중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많은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6일 서프라이즈 파티…모두 울컥하고 김 여사는 내내 울어
행사 끝난 후 대통령 뚜벅뚜벅 걸어오시더니 나를 꼭 안아

- 청와대를 떠나는 소회가 어떻습니까.

“나의 한 시절이, 사람들에게는 한 시대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5년간 해온 일에 아쉬움은 없나요.

“연출가나 기획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의 끝까지 다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연출가로선 무척 기쁘고 행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한 개인으로 보자면 다 소진한 느낌이에요. 수박으로 치면 흰 부위까지 전부 파먹고 얇디얇은 껍질만 남아 너덜거리는 상태 같은…. 그래서 지금은 새로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분명한 점은 앞으로는 특정 정파나 사람을 위해 일하지는 않겠다는 거예요.”

- 문 대통령과의 특별한 송별 이벤트는 없었습니까.

“비공개로 지난 6일 저녁에 청와대에서 비서관들이 사비를 모아 대통령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를 했어요. 대통령께는 전·현직 실장과 수석비서관들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불러 맥주 한잔하는 행사를 열겠다고 보고드렸어요. 예정대로 당일 오후 6시30분에 대통령 내외는 영빈관 2층에서 전·현직 참모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셨죠. 하지만 진짜 파티는 대통령 모르게 영빈관 1층에 준비해놨어요. 무대를 세팅해놓고 청와대 행정관과 행정요원들까지 모두 대통령 내외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 어떤 내용의 파티였나요.

“지난 5년을 돌아보는 여러 영상을 상영했어요.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신동호 (연설)비서관, 청와대에는 없었지만 문 대통령의 영원한 참모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 그리고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이 차례로 나서 소회를 밝히고 대통령과 이야기했어요. 유영민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18번인 ‘꿈꾸는 백마강’을 불렀고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가 울컥울컥하고 여사님은 내내 우셨어요. 그래도 나는 진행을 해야 하니까 끝까지 감정을 자제하려 했죠. 그런데 행사가 다 끝나고 ‘대통령께서 퇴장하시겠다’고 말하는데 대통령이 뚜벅뚜벅 걸어오시더니 나를 꼭 안으셨어요.”

- 결국 눈물을 쏟았군요.

“그랬어요. 사실 나한테 문 대통령과의 시간은 5년이 아니라 13년이거든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2009년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로 첫 인연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제19대 대선 도전 직전인 2016년 6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과 함께 한 달 가까이 네팔과 부탄에 머물며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2009년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로 첫 인연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제19대 대선 도전 직전인 2016년 6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과 함께 한 달 가까이 네팔과 부탄에 머물며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나한테 문재인 대통령과의 시간은 5년이 아니라 13년
‘대통령의 막내 같다’는 말 들어…실망하시지 않길 바랐다

공연기획·연출가 탁현민은 2009년 6월21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로 문재인(당시 노무현재단 상임이사)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11년 6월 <문재인의 운명> 출간에 맞춰 ‘북콘서트’를 기획해 전국적으로 성공시키며, 문재인이 단숨에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하게 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과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19대 대선 도전 직전인 2016년 6월 문재인, 양정철과 함께 한 달 가까이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기도 했다.

- 문 대통령을 보면 어떤 감정이 많이 듭니까.

“누가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너는 대통령의 막내아들 같다’고. 아마 그 말의 뜻은 내가 사고도 많이 치고 대통령을 불편하게도 했지만, 어쨌든 대통령이 나한테 애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또 나도 대통령을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일 거예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아요. 대통령으로서보다는 사람으로 좋아했고, 대통령이 나한테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 청와대에 있으면서 문 대통령과 둘만의 사적 자리를 갖기도 했나요.

“없지는 않지만 많지도 않아요. 주로 내가 힘들어 보인다거나 그만둔다고 하거나 사표 쓰고 안 나타난다거나 그럴 때였어요. 산책을 하거나 산에 오르거나 말없이 밥을 같이 먹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은 칸막이가 분명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대통령 문재인은 이전의 문재인과는 좀 달랐어요.”

- 어떻게?

“청와대 생활 초기에 나는 대통령을 엄청 친근하게 대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대통령이 칸막이가 있구나 느꼈죠. 의전과 행사 계획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나를 신뢰하셨어요. 하지만 내가 내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이야기를 꺼낼 것 같은 냄새만 풍겨도 확실하게 자르셨어요.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이후 조심하게 됐어요. 문고리 권력, 측근, 이런 공격에 대한 대통령의 방어기제였다고 봐요.”

- 얼마 전 라디오에 출연해 “퇴임 후 문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리겠다”고 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도 퇴임 후 수사 대상이 될까봐 염려되나요.

“예단하고 싶지는 않아요. 재임 중 있었던 일을 가지고 정치적으로든 법률적으로든 공격받을 수 있겠죠. 그런데 퇴임한 대통령에게는 힘이 없어요. 그냥 한 개인으로 버티는 수밖에…. 그러면 내가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물기라도 해야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소상공인이 만든 수제맥주로 기업인들과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소상공인이 만든 수제맥주로 기업인들과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5년간 국내 행사 1800여개, 해외 일정 53개국 680개 소화
현송월에 열병식 밤에 하라 해…북한 영상 연출 내 영향 좀 받은 듯

그는 지난 5년간 국내 행사 1800여개, 해외 일정 53개국 680개를 소화했다. 기업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 국정과제 보고대회, 신년 기자회견,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등 숱한 크고 작은 이벤트에서 분명한 메시지와 함께 문 전 대통령을 돋보이게 했다. 같은 진영에선 ‘최고의 기획자’라는 찬사를, 반대 진영으로부터는 ‘쇼’라는 공격을 받았다.

- ‘쇼’라는 야당의 폄훼 발언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대통령이 헬기에서 내려 쭉 걸어가는 장면을 제일 먼저 연출한 사람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에요. 레이건은 그 영상을 공개하면서 ‘더 쇼(The Show)’라고 했어요. 이후 모든 대통령이 그 장면을 연출하고 있죠. 대통령은 보여지는 존재이고,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하나의 메시지가 돼요. 그러니 의미를 담아 연출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걸 뭐라 하는 건 어이없죠. 그러면 윤석열 당선인의 예능 출연과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를 패러디한 장면 연출은 뭔가요?”

-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서로의 구역을 넘나드는 장면은 진영을 떠나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어요. 비록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는 곧 경색됐지만요. 2018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 등을 같이 준비한 현송월 북한 노동당 부부장 안부가 궁금할 것 같아요.

“가끔 보고 싶죠.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형 ICBM ‘화성 17형’의 시험발사 성공 영상을 보면서 좀 웃기기도 하고…. 김정은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잖아요. 거기에 내가 영향을 좀 주지 않았나 싶었어요(웃음). 2018년 현송월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현 단장은 연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결정권한이 있었어요. 마지막에 만났을 때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해줬어요.”

- 이유는요.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그래야 극적 효과가 연출되니까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밝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만들어버리면 되니까요. 그래서 밤행사가 낮행사보다 감동이 배가돼요.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했어요. 북한의 연출이 조금씩 세련돼져가고 있어요.”

2017년 12월 중국을 순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중 하나인 유탸오와 더우장으로 식사하고 있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이 장면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후 혐한 정서가 깊어진 중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 중국을 순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중 하나인 유탸오와 더우장으로 식사하고 있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이 장면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후 혐한 정서가 깊어진 중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그곳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 주는 것도 중요
김 여사 뇌출혈 증세 불구 이집트의 간곡한 요청에 피라미드 방문

종종 뒷말을 낳은 문 전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으로 질문을 옮겼다.

- 2017년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10끼 중 2끼만 중국 지도부와 식사해 ‘혼밥’ 논란을 겪었어요.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그 나라 대통령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그곳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필요해요. 일단 언론이 ‘혼밥’이라며 비꼰 사진은 전략적으로 보통사람들이 가는 식당에서 중국인들의 정서를 느끼는 모습을 연출한 거예요. 중국 언론 등 현지 반응도 좋았고요. 당시 중국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후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아주 안 좋았고 한류도 끊겼어요. 그런데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잖아요. 당장 우리가 아쉬운 입장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속으로는 설령 자존심 상해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신 거예요.”

- 김정숙 여사의 ‘외유(外遊)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부 언론에선 2019년 6월 노르웨이 순방의 경우 48시간 남짓 체류하면서 세계적 절경인 피오르 통과와 유명한 관광지 베르겐 ‘그리그의 집’, 그리고 뭉크미술관과 소냐왕비의 미술마구간 등을 방문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어요.

“국빈 방문은 기본적으로 수도+한 곳을 방문하는 게 관례예요. 그리고 모든 나라가 자국의 자랑거리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어 해요. 노르웨이도 똑같아요. 뭉크미술관을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오슬로에서 행사한 다음에 가장 보여주고 싶어 했던 곳은 베르겐이었고요. 우리의 이해관계하고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군수지원함 진수식이 그곳에서 열렸으니까요.”

- 당시 한국학교 관계자, 입양아 격려 등 역대 대통령 부인이 거친 주요 일정이 빠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해당 일정들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을 수도, 안 올라왔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 보라고 하는 행사예요. 김정숙 여사가 해외에 나가 그런 일정을 안 가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 디테일을 이야기하자면 의전비서관 입장에선 보는 각도가 달라요. 우리 국민이야 대통령이 한국민이 운영하는 한글학교와 태권도장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상대국은 달라요. 자기네 문화를 체험하기를 바라요. 따라서 적절히 대처해야 해요.”

- 지난 1월 문 대통령 중동 순방 당시 김정숙 여사가 피라미드를 비공개로 관람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어요.

“이제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여사님이 당시 엄청 아프셨어요. 열이 크게 오르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하셨어요. 주치의는 뇌출혈 같은 증세라며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는 다 비상이었죠. 그래서 원래 하려던 일정도 많이 취소했는데 내막을 모르는 이집트 측은 피라미드를 봐달라고 끝까지 요청했어요. 나는 여사님께 가지 말자고 했지만 여사님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니 잠깐이라도 다녀오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30분쯤 돌아보고 오신 거예요.”

- 지금은 건강이 괜찮은가요.

“귀국하자마자 정밀검사 받고 약도 드시면서 조금씩 나아지셨어요.”

김정숙 여사가 2017년 6월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직 주한미국대사 부인과 주한미군 부인들의 모임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입고 있던 분홍색 겉옷을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의 부인 조앤 허버드 여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옷은 전통 누비옷 장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청와대 제공

김정숙 여사가 2017년 6월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직 주한미국대사 부인과 주한미군 부인들의 모임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입고 있던 분홍색 겉옷을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의 부인 조앤 허버드 여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옷은 전통 누비옷 장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청와대 제공

옷값 논란? 여사님 생활비 너무 많이 써 부부싸움 안 하셨나 몰라
당분간 제주에 내려가 쉬다가 8월에 파리로 떠날 계획

-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도 있었죠. 옷 구입에 청와대 특수활동비 사용이 의심된다며 한 시민단체가 김 여사와 탁 의전비서관 등을 고발했어요.
“수사해 봐야 나올 게 있어야죠. 증거도 없이 의심과 주장만 있는데 어떻게 수사가 되겠어요? 누가 알아요? 예를 들어 어떤 이상한 시민단체가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아내에게 특활비를 줬을 수 있으니 김건희씨의 옷장을 뒤져봐야 한다고 주장할지. 그러면 지금 여사님이 당한 것과 다를 게 뭐예요? 그리고 나는 정황적인 것도 봤으면 좋겠어요.”
- 어떤?
“나는 여사님이 생활비를 그렇게 많이 쓰신 줄 몰랐어요(청와대는 지난 3월 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세후 총수입이 16억4700만원이고 ‘생활비 등’으로 13억4500만원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하면 5년간 월평균 2241만원을 생활비로 썼다는 얘기잖아요. 대통령도 놀랐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의문이 풀렸어요.”
- 옷값으로 썼다?
“내가 차마 말을 그렇게는 못하지만, 그 문제로 부부싸움은 안 하셨나 몰라요. 하하하….”
- 2020년 양산 평산마을 사저 부지 매입비(10억6401만원)도 대통령 사비에서 나갔으니 이 금액을 생활비에서 빼고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그건 개인적으로 빌려 쓰고 갚은 돈인데, 그걸 왜 생활비에서 빼요?”
- 얼마 전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최근 외교부 장관 공관을 다녀왔다고 밝히면서, 김건희 여사가 ‘나무를 자르면 좋겠네요’라고 했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어요.
“외교부 장관이 밥이나 먹자고 해서 여럿이 같이 간 거예요. 나무 이야기의 진실은 나도 몰라요. 관심도 없고. 나도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 들은 것뿐이니까요. 다만 당초 청와대 이전 TF에서 대통령 관저로 육군총장 공관을 쓰겠다고 했다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꾸었는데 김건희씨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헛소리라고 생각해요. 제 말은 살아야 할 사람이 먼저 보고 결정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데 왜 거짓말을 하냐는 거예요.”
- 이제 뭘 하며 지낼 생각인가요.
“단기간 계획은 있어요. 우선 제주도에 잠시 내려가 있다가 8월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갈 거예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어떤 큰 행사를 준비하는 기관에 면접을 보기로 돼 있어요.”
그는 당초 5월13일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해뒀었다. 하지만 그사이 일정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금은 공개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를 떠나기 전 탁현민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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