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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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 송경용 신부 “유족들 슬픔 치유할 공간, 정부가 제공해야” [주간경향] 지난 10월 30일 새벽, 송경용 신부(62)의 휴대전화가 쉴새없이 울렸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거였다. 믿기지 않았다. 사태 파악과 대응을 위해 그 역시 서둘러 여기저기 연락을 취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생명안전시민넷’은 시민사회단체 중 제일 먼저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족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피해자·유족의 인권 보호, 선정적 보도 방지, 의료진이나 소방관 등 구호자들의 안전 보장, 생존자·목격자·구조대의 심리적 치료와 치유 등에 대한 요구사항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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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 소설 쓰는 변호사 조광희 “이번엔 뮤지컬도 무대에” [주간경향] 백색의 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그는 작은 여성용 손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휴대전화 등 간단한 소지품을 넣고 다니기 편해 든다고 했다. 흔히 연상되는 중후한 중년의 남성 변호사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겉멋’보다 ‘실용’을 우선하는 이라고 생각했다. 조광희 변호사(56) 얘기다. 그는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2018년 여러 매체에 써온 글을 엮은 산문집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과 추리소설 <리셋>을 잇따라 펴냈고, 지난해에는 SF소설 <인간의 법정>을 출간했다. 100년 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치열한 법정공방을 통해 던지는 작품이다. 최근에는 그가 직접 각색한 뮤지컬 <인간의 법정>이 서울 대학로 무대(12월 4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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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 “제어할 수 없는 그 순간, 달항아리에 생명이 피어난다” [주간경향] 수개월 전 한 동양화가의 집에서 본 달항아리(백자대호)에 두고두고 마음을 빼앗겼다. 달항아리는 화가의 거실 한 켠 쪽창 앞 반닫이 위에 놓여 있었다. 커다란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는 것 같았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도 “내 뜰에는 한아름 되는 백자 항아리가 놓여 있다.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으로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다”고 예찬하지 않았던가. 김환기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 당시 달항아리를 그리면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영국의 유명한 현대 도예가인 버나드 리치(1887~1979)도 1935년 경성에서 조선의 달항아리를 구매하고 귀국하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간다”고 말했다. 그가 평생 애지중지하던 그 달항아리는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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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대중과 호흡 못하는 민중미술에 회의…나는 어디에도 갇히기 싫다” ‘임옥상’(72) 하면 많은 이들이 민중미술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의 이름 석 자를 수식할 단어는 많다. 그는 회화를 넘어 조각가이자 설치예술 작가이고 문화운동가이자 공공미술가다. 누군가는 그를 ‘흙의 예술가’라 칭하고, 어떤 이는 ‘거리의 예술가’ 또는 ‘환경미술가’라 부른다. 여느 민중미술계 작가들과 달리 제도권 갤러리에서 성공적인 개인전도 여러 차례 치른 스타작가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2023년 3월12일까지)이 개막했다.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한 작가 임옥상의 현재를 조명하며 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초·중기 작품과 작가노트까지 망라한 자리다. 미술작품으로는 ‘여기, 일어서는 땅’ ‘흙의 소리’를 비롯한 대규모 설치작 6점을 포함해 신작 10여점과 20여점의 과거 작품 등 총 30여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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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22) 뮤지컬 ‘믿보배’ 신영숙 “절절한 돌싱 연기, 다 ‘X’ 덕분이죠” [주간경향] “다올빠이어~?” 그가 무대 위에서 수화기를 든 채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순간 관객은 빵 터졌다. 코미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11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보모 할머니로 목소리를 꾸민 채 전화한 전남편에게 이름을 묻는 순간, 수화기 건너편에서 한 남성을 쫓던 여성이 “다 오빠예요!”라고 외치자 내뱉는 대사다. 신영숙씨(47)는 이 작품에서 철부지 남편과 이혼한 워킹맘 미란다 역으로 출연 중이다. 수시로 여장한 채 배꼽을 잡게 하는 남자 주인공이 중심인 이 공연에서도 그의 찰진 연기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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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약자와 여성 얘기에 관심…그들의 상처 치유하려 치열하게 그렸다” 지난 22일 강화도로 향했다.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작가 김금숙(51)을 만나기 위해서다. 2020년 <풀>로 세계 최고 권위의 만화상 중 하나인 미국 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한 그는 올해 <기다림>으로 다시 한 번 하비상 후보에 올랐다. <기다림>은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이들의 사연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래픽 노블은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출판 만화책을 일컫는다. 그는 그간의 작품에서 역사적 사건에 상처 입고 고통받는 이들이나 소외된 이웃, 여성의 삶과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작가의 관점을 담아 화자(話者)는 늘 여성이다. 쇼트커트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타난 김 작가는 말간 웃음을 자주 보였다. 인터뷰는 동네 책방 ‘국자와 주걱’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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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21)‘쇳밥일지’ 천현우 “거둬주세요, 하청 노동자 향한 연민의 시선” [주간경향] 청년 용접노동자 천현우씨(32)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한 출판사 대표가 공유한 그의 페이스북 글을 읽으면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이대녀(20대 여성)·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이 엇갈리면서 그것과 관련한 논쟁이 뜨거울 때였다. ‘대한민국 최하층에서 바라본 20대 남성들의 이반 투표’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그의 글은 존재하는지조차 잊고 있던 변방에서 날아온 통렬한 ‘비수’ 같았다. 그가 얼마전 자신의 이름으로 첫 에세이를 펴냈다. <쇳밥일지>(문학동네)다. 용접노동자로 일하면서 주간경향에 연재한 ‘쇳밥일지’와 ‘쇳밥이웃’에 전사(前事)를 더하고 개고해 묶은 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서둘러 소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고 추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생한 날것의 흙수저 삶과 현장 이야기가 깊고 묵직한 여운과 고민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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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20)“나름 즐기며 살아온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가겠지” 백년가약을 맺은 1996년이 시작이었다. 신혼집 얻을 돈을 탈탈 털어 긴 여행길에 올랐다. 유럽 전역과 이집트, 캐나다 등지를 303일간 돌아다녔다. 이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아 몇년 후 <이우일·선현경의 신혼여행기>를 펴냈다. 딸 은서가 태어나자 셋이 다녔다. 1년에 두어 번씩은 꼭 일주일 이상 해외나들이에 나섰다. 본업인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외에 ‘여행하고’도 이 부부의 일상이 됐다. 2015년부터는 아예 낯선 곳에 눌러앉기 시작했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2년, 하와이 오아후섬에서 2년을 살았다. 각자 그리고 같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산문집으로 펴냈다. < 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리>와 <파도수집노트>, <하와이하다>가 그렇게 나왔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우일씨(53)와 그림동화작가이자 역시 일러스트레이터인 선현경씨(52) 부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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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한·일관계 차악 넘어…강제징용 문제 해결엔 악마의 디테일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김대중·오부치 선언’(공식 명칭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DJ)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서명한 합의문서다. 한·일관계를 우호협력 관계로 바꾸는 일대 전기가 됐다. 그러나 역사 왜곡과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는 지난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본은 이듬해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경제성 보복을 했다. 국민감정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임박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와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양국 관계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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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가성비·가심비 다잡은 영화가 웃었다 지난 8월 10일 개봉한 <헌트>를 끝으로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 기대작이 모두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극장가가 2년여 만에 정상 운영된 터라 작품성이나 흥행에 대한 기대 또한 배가됐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남우주연상(송강호)과 감독상(박찬욱)을 받은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잇따라 개봉했다. 국내 메이저 4대 투자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유명 감독과 배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제작해 흥행이 보장된 상업 영화)도 모두 시장에 나왔다. 텐트폴 영화는 <외계+인> 1부를 비롯해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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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메타뷰(VIEW) (19) '안나' 이주영 감독 “협의 없이 몰래 재편집…쿠팡이 나를 속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지난 6월 공개한 드라마 <안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주영 감독(44)은 지난 8월 2일 쿠팡플레이가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자신을 배제한 채 8부작을 6부작으로 일방적으로 재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하루 뒤인 3일 쿠팡플레이는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감독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주영 감독은 이를 재반박했고, 이의태·정희성(촬영), 이재욱(조명), 박범준(그립), 김정훈(편집), 박주강(사운드)씨 등 <안나> 스태프 6인도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 감독과 6인의 스태프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6부작 <안나> 크레딧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쿠팡플레이에 요구했다. 아울러 이 감독은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 공개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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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상처받은 노동자들이 머물며 마음 다잡게, 온 마음 다해 함께해요” 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났다. 파업 51일 만이다. 하청노조는 2015년 이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 등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1독 선박 바닥에 철판을 붙여 사방 0.3평 공간에 스스로 몸을 구겨넣은 채 31일간 농성을 벌인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모습은 고통받는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극명히 보여줬다. 김소연씨(52)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산증인이다. 한국 노동사에 길이 남을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의 10년 싸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결성과 ‘희망버스기획단’ 활동 등 비정규직 및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현재는 2017년 8월 설립된 비정규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 운영위원장이다.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 그리고 산업현장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유가족이 이곳에 머물며 위로받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씨는 대우조선해양 파업 노동자를 위한 ‘희망버스’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